사름벼리는 동생한테 찬찬하지



  물감으로 빛깔을 입히는 그림놀이책을 장만한 사름벼리는 동생을 옆에 앉히고 찬찬히 이야기한다. 이렇게 물을 묻히고 붓을 놀려 빛깔을 하나둘 입힌다고 알려준다. 천천히 그림이 이루어지고, 차근차근 새로운 숨결이 흐른다. 동생은 누나가 곁에서 새로 만드는 놀이를 지켜보면서 자라고, 사름벼리는 동생한테 새로운 놀이를 보여주면서 스스로 큰다. 4347.7.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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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드는 손길



  알뜰살뜰 쓴 이야기를 차근차근 갈무리해서 책이 태어난다. 아름다운 이야기이기에 아름다운 책으로 엮고, 사랑스러운 빛을 담기에 사랑스러운 책으로 묶는다. 손에 쥐어 읽을 사람을 헤아리며 단단하게 엮는다. 가방에 담고 책꽂이에 꽂을 사람을 생각하며 야무지게 묶는다.


  속을 펼쳐 이야기를 읽을 적에도 즐겁고, 겉을 바라보며 생김새를 살필 적에도 즐겁다. 참 그렇다. 나무를 마주할 적에도, 나무가 보여주는 푸른 빛깔이 즐거울 뿐 아니라, 나무가 맺는 꽃과 열매가 함께 즐겁다.


  책을 묶는 일이란, 나무를 한 그루 심어서 숲을 이루려는 몸짓과 같다. 나무가 모여서 숲이 되듯, 책이 모여 책집·책방·책터가 된다. 나무숲이 있듯이 책숲이 있다. 나무숲에서 나무 한 그루 두 그루가 저마다 다른 빛을 한 갈래로 그러모아 빛이 되듯, 책방에서 책 한 권 두 권이 저마다 다른 숨결을 한 타래로 갈무리해서 싱그러운 바람이 분다. 4347.7.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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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헌책방 책숲 (2013.8.12.)



  헌책방 아주머니한테 그림을 한 장 그려서 드리기로 한다. 헌책방은 어떤 곳일까. 헌책방은 도시에 있는 숲집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 모든 책은 나무로 만들고, 모든 나무는 숲에 있으며, 나무로 짠 책꽂이에 나무로 만든 책을 두면서 나무가 자라는 숲을 지키는 길을 밝히는 데가 책방이니까. 그래서, 나무를 보여주는 나뭇잎을 그리고, 별비가 내리며 반짝반짝 곱게 빛나는 아름다운 하늘빛을 담아 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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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돈이나 금을 먹을 수 없다. 우리는 돈이나 금으로 밥을 사서 먹을 수는 있다. 우리는 돈이나 금을 벌면서 살 수 없다. 우리는 밥이 될 곡식이나 푸성귀나 열매를 얻어야 살 수 있고, 우리는 바람과 물을 마셔야 살 수 있다. 우리는 고속도로나 공장이 없어도 살지만, 해나 달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우리는 숲이 있어야 살고, 못과 내와 바다가 있어야 산다. 그러면,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 어른들은 무엇을 누리면서 살아야 즐거울까. 아이들은 무엇을 누리면서 삶을 지어야 아름다울까. 어른과 아이는 다 함께 어떤 꿈을 키워야 사랑스러울까. 이러한 길을 살며시 밝히는 그림책 하나는 참으로 예쁘다. 4347.7.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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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다 먹어 버린 날
알랭 세르 글, 실비아 보나니 그림, 박희원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1년 4월
10,500원 → 9,450원(10%할인) / 마일리지 520원(5% 적립)
2014년 07월 05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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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은 하나 타샤 튜더 클래식 6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5



하나와 하나가 모여 사랑

― 1은 하나

 타샤 튜더 글·그림

 공경희 옮김

 윌북 펴냄, 2009.5.30.



  아이와 함께 숫자를 읽습니다. 아이가 궁금해 할 때에 비로소 알려줍니다. 나는 아이한테 우리 숫자를 알려줍니다. 예부터 한겨레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숫자를 알려줍니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시골빛을 누릴 아이가 앞으로 즐겁게 쓰면서 생각을 밝힐 이야기를 물려줍니다.


  자, 아이들아, 우리 함께 숫자를 세 볼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그리고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 온. 예부터 한국말에는 ‘온’이 있었단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온’이라는 말을 잃고 ‘백’이라는 한자를 써.


  너희들은 ‘온’이라는 낱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니? 이 낱말은 옛말이라고 밀어 놓을 수 없어. ‘온누리’를 말할 적에 바로 그 ‘온’이야. 한국말 ‘온’은 “모두”를 가리키기도 하지. 그래서, ‘온마음’을 쏟아 사랑을 하고, ‘온힘’을 기울여 삶을 짓는단다.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새로운 빛을 지을 수 있어. ‘온빛’을 짓고 ‘온꿈’을 짓지. ‘온글’을 쓰고 ‘온말’을 나눈단다. 온통 넘치는 사랑으로 온갖 빛깔로 무지개를 그려.



.. 1은 접시에서 헤엄치는 아기 오리 한 마리 ..



  숫자는 등급이 아니란다. 숫자는 삶이란다. 숫자는 계급이나 신분이나 은행계좌가 아니란다. 숫자는 빛이란다. 하나 하면 어머니 하나, 아버지 하나. 둘 하면 어머니와 아버지로 어버이가 둘. 셋 하면 어머니와 아버지와 나, 이렇게 셋. 넷 하면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 한 분과 아버지를 낳은 어머니 한 분과 어머니를 낳은 아버지 한 분과 아버지를 낳은 아버지 한 분, 이렇게 넷. 그러면 다섯은 무엇일까? 내 손가락이 왼손에 다섯 오른손에 다섯. 여섯은 무엇일까? 이제부터 너희가 스스로 숫자로 삶을 지어 보겠니?



.. 3은 하늘을 나는 제비 세 마리 ..



  타샤 튜더 님 그림책 《1은 하나》(윌북,2009)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우리 집 큰아이가 일곱 살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아이와 어떤 숫자놀이를 했는지 돌아봅니다. 나는 큰아이한테 숫자를 꽤 늦게 이야기했습니다. 다섯 살일 무렵 비로소 숫자를 몹시 궁금해 한다고 느껴, 이때부터 시골길에서 보는 숫자를 함께 읽었어요. 내 마음을 오롯이 담아 숫자를 읽고, 내 사랑을 살포시 담아 숫자를 이야기했습니다.


  타샤 튜더 님도 이녁이 할머니로 살며 마주하는 아름다운 빛을 《1은 하나》라는 그림책에 가만가만 담았으리라 느낍니다. 이녁이 아이들한테 물려줄 가장 멋있는 선물로 그림책을 빚었구나 싶습니다. 할머니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사로운 눈길로 숫자와 삶과 꿈과 빛을 이야기로 엮었구나 싶어요.



.. 20은 새벽을 향해 나는 기러기 스무 마리 ..



  아이들이 숫자를 익혀야 한다면, 시험성적이 잘 나와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글을 익혀야 한다면, 대학졸업장을 거머쥐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문학을 하려고 책을 읽거나 글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예술을 하려고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삶을 가꾸려고 삶을 가르치면서 배웁니다. 사랑을 지으려고 사랑을 물려주면서 물려받습니다.


  하나와 하나가 모여 이루는 사랑입니다. 하나는 스스로 서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도 스스로 서는 사람입니다. 두 하나는 빙그레 웃음지으면서 둘이면서 하나가 되고, 둘이면서 하나인 숨결은 새로운 하나를 낳고 새로운 둘을 낳습니다.


  제비가 새끼를 깝니다. 개구리가 알을 낳습니다. 잠자리가 사랑을 속삭입니다. 지렁이가 흙을 먹으면서 꿈을 짓습니다. 4347.7.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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