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공놀이 1 - 공은 걸상이 되어



  밥을 먹던 산들보라가 말랑공을 가져온다. 그러더니 엉덩이를 대고는 폴싹 앉는다. 산들보라는 처음부터 말랑공에 앉지 않았다. 어느 날 누나가 말랑공에 앉아서 노는 모습을 보고는 따라했는데, 오랫동안 산들보라는 혼자서 못 앉더니 이날은 퍽 예쁘게 잘 앉는다. 멋지네. 말랑공은 놀잇감이 되기도 하면서 걸상이 되기도 하는구나. 4347.8.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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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70) 체념


내가 체념을 하면 아무도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시다 도시미찌/홍순명 옮김-잘 먹겠습니다》(그물코,2007) 9쪽


 내가 체념을 하면

→ 내가 마음을 놓으면

→ 내가 두 손을 들면

→ 내가 힘이 빠지면

→ 내가 풀이 죽으면

 …



  보기글에서는 “내가 희망을 버리면 아무도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쯤으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희망을 버리는 일이란 “손을 놓는” 일, 또는 “마음을 놓는” 일이에요. 어떤 일을 하다가 ‘그만두는’ 일이며, “두 손을 드는” 일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힘이 빠지”거나 “풀이 죽”겠지요.


 쌓인 생각 . 맺힌 생각 . 응어리진 생각

 滯念


  한국말사전에는 세 가지 ‘체념’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 첫째 ‘滯念’은 얼마나 쓰이는 낱말일까요. 아니, 쓰이기나 할 만한 낱말일는지 궁금합니다.


 깊이 생각함

 體念


  한자로 ‘體念’을 밝혀서 적는다 한들 어느 누가 “깊이 생각함”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가만히 보면, ‘體念’이나 ‘滯念’뿐 아니라 ‘諦念’조차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諦念’이라고 적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마음을 놓는다”나 “희망을 버린다”는 뜻을 알아듣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4340.12.29.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내가 두 손을 들면 아무도 꿈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소원(所願)’은 ‘꿈’으로 손보고, “없다는 것을”은 “없음을”로 손보며, “알게 되었습니다”는 “알았습니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체념(滯念) : 풀지 못하고 오랫동안 쌓인 생각

 체념(諦念)

  (1) 희망을 버리고 아주 단념함

   - 체념 상태 / 체념에 빠지다 / 하나 둘씩 체념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2) 도리를 깨닫는 마음

 체념(體念) : 깊이 생각함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151) 신기


말 잘 듣는 호박도 신기하고, 호박을 열리게 한 할머니도 참말로 신기해요

《이영득-할머니 집에서》(보림,2006) 42쪽


 말 잘 듣는 호박도 신기하고

→ 말 잘 듣는 호박도 놀랍고

→ 말 잘 듣는 호박도 재미나고

 …



  새롭고 기이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新奇’와 신비롭고 기이하다는 ‘神奇’는 어떻게 다를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말사전 낱말뜻을 살피면 다른 줄 알겠지만, 두 낱말을 다른 자리에 알맞게 쓰는 분은 얼마나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신기’라고 쓸 뿐이지 ‘新奇’와 ‘神奇’를 가려내어 쓰지는 못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그의 연주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이다

→ 그이 연주는 하늘이 내려준 듯하다

→ 그 사람이 들려주는 노래는 매우 뛰어나다

 …

 

  다른 한자말 ‘신기’도 생각해 봅니다. “몸의 기력”이나 “남자 정력”이나 “임금 자리” 나 “새벽에 일찍 일어남” 같은 ‘신기’는 누가 언제 어느 자리에서 쓸까요. 다른 수많은 ‘신기’는 또 얼마나 쓸모가 있습니까. 정작 쓸 만한 낱말은 싣지 않으면서, 한자 한두 마디로 장난을 치는 낱말만 잔뜩 싣는 우리네 한국말사전은 아닌가요.


 아이는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 아이는 눈에 비치는 모두가 새로웠다

→ 아이는 눈에 비치는 모두가 놀라웠다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신기하다

→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놀랍다

→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알 수 없다

→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대단하다

 …


  말은 삶을 담고, 삶은 말에 담깁니다. 오늘날 우리 삶이 어떠하기에 온갖 ‘신기’가 한국말사전에 실릴까요. 오늘날 우리들이 쓰는 ‘신기’라는 말은 우리 삶에 어떻게 스며들거나 파고들까요. 우리들은 날마다 쓰는 말과 글을 얼마나 깊이 헤아리거나 살피는지요. 4339.9.27.물/4347.8.1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말 잘 듣는 호박도 놀랍고, 호박을 열리게 한 할머니도 참말로 놀라워요


‘정말(正-)로’가 아닌 ‘참말로’를 써 주니 반갑습니다.



 신기(身氣) : 몸의 기력

   - 신기가 좋다

 신기(神技) : 매우 뛰어난 기술이나 재주

   - 신기를 다하다 / 그의 연주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이다

 신기(神奇) : 신비롭고 기이하다

   - 신기한 일 /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신기하다

 신기(神祇) = 천신지기

 신기(神氣)

  (1)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운기(雲氣)

  (2) 만물을 만들어 내는 원기(元氣)

  (3) 정신과 기운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신기가 풀리다

 신기(神旗) : 무녀가 기도를 하기 위한 단(壇)을 설치할 때 쓰는 기

 신기(神器)

  (1) 신령에게 제사 지낼 때 쓰는 그릇. 또는 신령스러운 도구

  (2) 임금의 자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신기를 노리다

 신기(神機) : 신묘한 계기(契機)나 기략(機略)

 신기(神騎) = 신기군

 신기(訊期)

  (1) 월경을 하는 주기

  (2) 월경을 하는 기간

 신기(晨起) : 새벽에 일찍 일어남

 신기(腎氣)

  (1) 성교할 때의 남자의 정력

  (2) 사람의 활동하는 근원

 신기(愼機) : 기회를 소중히 여김

 신기(新奇) : 새롭고 기이하다

   - 아이는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60) 제거 


“자, 마무리할까. 이라부는 적당한 길이로 썰고, 내장과 뼈를 제거하고, 이걸 다시 푹 삶으면.”

《우에야마 토치/설은미 옮김-아빠는 요리사 (111)》(학산문화사,2011) 16∼17쪽


 내장과 뼈를 제거하고

→ 내장과 뼈를 바르고

→ 내장과 뼈를 빼내고

 …



  고기를 잡을 적에는 내장이나 뼈를 ‘바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일본사람은 이를 한자를 빌어 ‘除去’로 적을는지 모르지요. 보기글처럼 한자말을 자꾸 빌어서 나타내려 하면, 먼먼 옛날부터 한겨레가 수수하면서 쉽고 알맞게 쓰던 말이 차츰 잊히거나 사라집니다.


 불순물 제거

→ 찌꺼기 없애기

→ 찌꺼기 털기

→ 찌꺼기 빼기

 장애물이 제거되다

→ 걸림돌이 없어지다

→ 걸림돌을 치우다

 썩어 얼크러진 풀뿌리도 많이 제거되고

→ 썩어 얼크러진 풀뿌리도 많이 뽑고

→ 썩어 얼크러진 풀뿌리도 많이 떼내고

 냄새를 제거하는 방향제

→ 냄새를 빼는 방향제

→ 냄새를 없애는 방향제

 장기수를 제거하려는 그의 발상은

→ 장기수를 없애려는 그이 생각은

→ 장기수를 죽이려는 그이 생각은


  한국말사전을 살펴보니 중국 역사에서 쓰던 ‘制擧’와 한국 역사에서 쓰던 ‘提擧’라는 한자말이 나옵니다. 아마 예전에는 이런 한자말을 썼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런 한자말을 쓸 일이 없으며, 한국말사전에는 이런 낱말을 담을 까닭이 없습니다. ‘皇居’를 뜻한다는 ‘帝居’는 황제가 사는 곳을 가리킨다고 하는군요. 이런 낱말을 따로 한자로 지어서 써야 할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이런 낱말을 구태여 짓기보다는 “황제네 집”이라고만 쓰면 넉넉하리라 생각합니다. 4347.8.1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자, 마무리할까. 이라부는 알맞은 길이로 썰고, 내장과 뼈를 바르고, 이런 다음 푹 삶으면.”


“적당(適當)한 길이로 썰고”는 “알맞은 길이로 썰고”나 “알맞게 썰고”나 “먹기 좋게 썰고”나 “먹기 좋을 만큼 썰고”로 다듬고, “이걸 다시 푹 삶으면”은 “이런 다음 푹 삶으면”이나 “이러고 나서 다시 푹 삶으면”으로 다듬어 줍니다.



 제거(制擧) : [역사] 중국 당나라 때에, 황제의 명에 따라 관리를 등용하던 제도

 제거(帝居)

  (1) = 황거(皇居)

  (2) 상제(上帝)가 거처하는 곳

 제거(除去) : 없애 버림

   - 불순물 제거 / 장애물이 제거되다 / 썩어 얼크러진 풀뿌리도 많이 제거되고

     냄새를 제거하는 방향제 / 장기수를 제거하려는 그의 발상은

 제거(提擧) : [역사] 고려 시대에, 보문각·국자감·연경궁 제거사에 둔 벼슬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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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68) 착안


그건 참 편리하고 묘한 착안이라고 하겠다

《이범선-전쟁과 배나무》(관동출판사,1975) 50쪽


 묘한 착안이라고 하겠다

→ 놀라운 생각이라고 하겠다

→ 재미난 생각이라고 하겠다

→ 야릇한 생각이라고 하겠다

 …



  한자로 적는 ‘着眼’이라는 말은, ‘붙잡는 눈’을 가리킵니다. 붙잡는 눈이기에 잘 살펴보는 눈인 셈일까요. 잘 살펴보는 눈이라서 실마리를 얻는 눈일까요.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착안 사항”이라면, 한국말사전 풀이 그대로 “눈여겨볼 것”으로 고쳐쓰면 되네요. “기상천외의 착안”은 “뜻밖인 생각”이나 “아주 놀라운 생각”으로 고쳐쓰면 되고요.


  다른 한자말인 ‘着岸’은, 한자만 보아서는 알 수 없으나, 말풀이를 보아도 쓸 일이 없으리라 봅니다. 한 마디로 “배가 닿음”이라 하면 되니까요. 4340.12.28.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건 참 손쉽고 재미있는 생각이라고 하겠다


‘편리(便利)하고’는 ‘손쉽고’로 다듬습니다. ‘묘(妙)한’은 ‘얄궂은’으로 풀어도 되고 ‘재미있는’이나 ‘놀라운’으로 풀어도 됩니다.



 착안(着岸) : 배가 강이나 바다의 기슭에 와 닿음

 착안(着眼) : 어떤 일을 주의하여 봄. 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잡음. ‘눈여겨봄’, ‘실마리를 얻음’으로 순화

   - 착안 사항 / 이 얼마나 기상천외의 착안을 끝내 해낸 것입니까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466) 명백


우리의 답들 중 일부가 틀렸다는 사실에 직면하지 않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리처드 파인만/정무광,정재승 옮김-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승산,2008) 69쪽


 명백한 오류이다

→ 틀림없이 잘못이다

→ 뚜렷이 잘못이다

→ 참으로 잘못이다

 …



  예전에 나온 한국말사전을 뒤적이면 ‘명백’ 같은 한자말은 풀이만 달았을 뿐 “‘뚜렷하다’로 순화” 같은 이야기는 붙이지 않았습니다. 요즈음 나오는 한국말사전은 이렇게 ‘우리가 쓰기에 알맞지 않으니, 이러저러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붙여 줍니다. 아무래도 예전보다 한결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알맞지 않은 낱말이니 고쳐써야 하는 낱말이라 한다면, 앞으로는 이 낱말이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명백한 사실”이나 “그가 저질렀음이 명백해졌다”나 “명백한 그 모든 진상이”처럼 쓰지 말고, “뚜렷한 사실”이나 “그가 틀림없이 저질렀다”나 “뚜렷한 그 모든 참모습이”처럼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잘못 쓰이는 낱말을 어떻게 쓰는가를 보여주기보다는, 알맞게 써야 할 낱말이 무엇인가를 차근차근 보여주면서, 말살림과 글살림을 북돋우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4341.8.13.물/4347.8.1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우리가 낸 답들 가운데 몇 가지가 틀린 줄 바라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잘못이다


“우리의 답들 중(中)”은 “우리가 낸 답들 가운데”로 손보고, ‘일부(一部)’는 ‘몇 가지’로 손봅니다. ‘직면(直面)하지’는 ‘맞부딪히지’나 ‘마주보지’나 ‘바라보지’로 손질하고, ‘생각하는 것은’은 ‘생각한다면’으로 손질하며, ‘오류(誤謬)’는 ‘잘못’으로 손질합니다.



 명백(明白) : 의심할 바 없이 아주 뚜렷하다. ‘뚜렷하다’로 순화

   - 명백한 사실 / 그 일을 그가 저질렀음이 명백해졌다 / 명백한 그 모든 진상이


..



 알량한 말 바로잡기

 (794) 식사 1


죽과 소찬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주머니에 보리빵 한 덩어리를 넣고 나가, 숲에서 부지런히 땀 흘리며 장작을 패고 노래한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왕들 못지않게 그는 행복하다

《헬렌 니어링/권도희 옮김-헬렌 니어링의 지혜의 말들》(씨앗을뿌리는사람,2004) 184쪽


 아침식사를 하고

→ 아침밥을 먹고

→ 아침을 먹고

→ 아침밥을 즐기고

→ 아침을 누리고

 …



  밥을 먹습니다. 밥먹기를 두고 “밥을 즐긴다”고 하거나 “밥을 누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밥을 먹는다면 “밥을 나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밥을 짓기에 ‘밥짓기’입니다. 밥을 하기에 ‘밥하기’입니다. 밥을 먹으면 어떻게 가리키면 될까요? 네, ‘밥먹기’입니다. 밥을 차린 모습을 두고 ‘밥차림’이라 합니다. 밥을 먹으며 느끼는 맛은 ‘밥맛’입니다.


 식사가 끝나다

→ 밥을 다 먹다 

 저녁 식사로 국수를 먹었다

→ 저녁으로 국수를 먹었다

→ 저녁밥으로 국수를 먹었다

 친구와 식사 약속을 하였다

→ 친구와 밥을 먹기로 하였다

→ 친구와 밥을 먹자고 하였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니 ‘식사’라는 한자말이 일곱 가지 나옵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이런 일곱 가지 ‘식사’는 언제 어디에서 쓸까 궁금합니다. “식욕”을 가리킨다는 ‘食思’는 한국말로 ‘밥생각’입니다. 남을 속이려고 거짓으로 꾸미는 일이 ‘飾詐’라 하고, 듣기 좋게 꾸미는 말이 ‘飾辭’라 하는데, “너를 식사했어”와 같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주 엉뚱하리라 느낍니다.


  “원장님께서 간단한 식사를 하시겠습니다”는 무슨 말이 될까요? 이런 말은 왜 쓸까요? “원장님께서 짤막히 인사말을 하시겠습니다”처럼 다듬어야겠습니다. 4337.6.13.해/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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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과 나물로 아침을 먹고 주머니에 보리빵 한 덩어리를 넣고 나가, 숲에서 부지런히 땀 흘리며 장작을 패고 노래한다. 떵떵거리며 사는 임금들 못지않게 그는 즐겁다


‘소찬(素饌)’은 고기가 없는 반찬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면 “죽과 소찬으로”는 “고기 없이 죽으로”라든지 “죽과 나물로”로 손볼 만합니다. “호화(豪華)로운 생활(生活)을 하는”은 “떵떵거리며 사는”이나 “헤프게 사는”으로 손질하고, ‘왕(王)’은 ‘임금’으로 손질하며, ‘행복(幸福)하다’는 ‘즐겁다’로 손질합니다.



 식사(式事) : 의식의 행사

 식사(式辭) : 식장에서 주최자가 그 식에 대하여 인사로 말함

   - 원장님께서 간단한 식사를 하시겠습니다

 식사(食事) : 끼니로 음식을 먹음

   - 식사가 끝나다 / 저녁 식사로 국수를 먹었다 / 친구와 식사 약속을 하였다

 식사(食思) = 식욕

 식사(食瀉) : 음식물에 체하여 설사를 하는 증상

 식사(飾詐) : 남을 속이기 위하여 거짓으로 꾸밈

 식사(飾辭) : 듣기 좋게 꾸며서 하는 말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15) 식사 2 : 저녁 식사 시간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박채란-까매서 안 더워?》(파란자전거,2007) 46쪽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 저녁 때였다

→ 저녁 먹을 때였다

→ 저녁을 먹는 때였다

→ 저녁밥 때였다

 …



  “아침을 먹는” 우리들은 “아침밥을 먹는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아침식사를 한다”처럼 말투가 바뀌어요.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잊거나 잃습니다. 아침을 먹는 때는 “아침 때”입니다. 저녁을 먹는 때는 “저녁 때”입니다. “아침밥 때”라든지 “저녁밥 때”라고도 합니다.


  한자말 ‘식사’를 쓴대서 우러를 만하거나 섬길 만하지 않습니다. 한국말 ‘밥’을 쓴대서 깎아내리거나 바보스럽지 않습니다. 삶을 나누는 밥입니다. 사랑을 나누는 밥입니다. 이야기꽃을 피우려고 즐겁게 지어서 함께 먹는 밥입니다. 4340.8.22.물/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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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였다


‘시간(時間)’은 ‘때’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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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33) 기호


추석이나 연말연시,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는 받는 사람의 기호를 고려해서 선물을 장만합시다

《혼마 마야코/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 옮김-환경가계부》(시금치,2004) 134쪽


 받는 사람의 기호를 고려해서

→ 받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살펴서

→ 받는 사람이 무엇을 즐기는지를 살펴서

→ 받는 사람을 생각해서

 …



  영어로는 ‘심벌’을 가리킨다는 ‘記號’ 같은 한자말은 따로 한자말이라고 여길 일이 없이 ‘기호’로만 쓰면 되리라 느낍니다. 때와 곳에 따라서는 ‘그림’이나 ‘모양’이나 ‘그림모양’으로 다듬을 수도 있습니다.


  흉년 때문에 굶는 집을 ‘飢戶’라 한다는데, 아마 먼 옛날 권력자나 양반 같은 이들이 중국말을 빌어서 이런 한자말을 썼구나 싶습니다. 깃발로 하는 신호라면 ‘깃발신호’라 하면 됩니다. ‘旗號’라 하면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범을 타는 일을 두고 ‘騎虎’라 한다지만, 이런 한자말을 누가 왜 쓸까요. 한국말로 제대로 하자면 ‘범타기’입니다. 말을 탈 적에는 ‘騎馬’가 아닌 ‘말타기’입니다.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다

→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피다

→ 소비자가 무엇을 바라는지 헤아리다

 각자 기호에 맞는 음식을 고르다

→ 저마다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다

→ 저마다 입맛에 맞는 밥을 고르다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나요. 우리는 어떤 말을 좋아하나요. 우리는 서로 어떤 말로 이야기를 나눌 적에 즐겁게 웃으면서 좋아할 만한가요. 우리는 서로서로 어떤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아름답게 노래하거나 좋은 삶을 가꿀까요.


  나는 내가 좋아하는 말을 너한테 들려줍니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말을 나한테 들려줄 테지요. 저마다 좋아하는 말은 다를 텐데, 저마다 마음을 가장 살찌우거나 북돋우는 말이 가장 좋으면서 반갑고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대중의 기호에 맞추어 상품을 개발하였다

→ 사람들 입맞에 맞추어 상품을 만들었다

→ 사람들이 좋아하는 흐름에 맞추어 상품을 만들었다

 각자의 기호에 따라 물건을 선택한다

→ 저마다 좋아하는 데 따라 물건을 고른다

→ 저마다 좋아하는 대로 물건을 고른다

→ 저마다 좋아하는 물건을 고른다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좋아할 수 있기를 바라요.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요.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가꾸거나 북돋우면서 착하고 아름다우며 즐겁게 삶을 지을 수 있기를 바라요. 4347.8.1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한가위나 새해 앞뒤, 누군가한테 선물할 때는 받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펴서 선물을 장만합시다


‘추석(秋夕)’은 ‘한가위’로 다듬고, ‘연말연시(年末年始)’는 ‘새해 앞뒤’로 다듬어 봅니다. ‘고려(考慮)해서’는 ‘생각해서’나 ‘살펴서’나 ‘헤아려서’로 손질해 줍니다.



 기호(記號) : 어떠한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쓰이는 부호, 문자, 표지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심벌(symbol)

   - 기호를 붙이다

 기호(飢戶/饑戶) : 흉년으로 인하여 굶는 집

 기호(嗜好) : 즐기고 좋아함

   -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다 / 각자 기호에 맞는 음식을 고르다 /

     대중의 기호에 맞추어 상품을 개발하였다 / 

     사람들은 각자의 기호에 따라 물건을 선택한다

 기호(旗號)

  (1) 깃발로 하는 신호

  (2) 깃발로 나타낸 부호나 휘장

 기호(畿湖) : [지명] 우리나라의 서쪽 중앙부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 경기도와

     황해도 남부 및 충청남도 북부를 이르는 말이다

 기호(騎虎) : 호랑이를 탐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423) 의논


쉐퍼 선생님은 하루하루 깊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고, 다른 선생님들과도 의논해 보았습니다

《이마이즈미 미네코/최성현 옮김-지렁이 카로》(이후,2004) 25쪽


 의논해 보았습니다

→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 생각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하는 ‘의논’인데, ‘의견(意見)’은 사람들이 품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생각’을 주고받는 일을 가리켜 한자말로 ‘의논’이라고 적는 셈입니다.


 생각을 주고받았습니다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생각을 말하거나 들었습니다


  생각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일을 가리켜 ‘이야기’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나은 길을 찾곤 합니다. 미처 짚지 못한 대목을 헤아리고, 곰곰이 짚어 나가면 더욱 나은 대목을 살핍니다. “얘기 동무(← 의논 상대)”를 생각합니다. “얘기를 거듭(← 의논을 거듭)”합니다. “한마디 얘기도 없이 제멋대로 합(← 한마디 의논도 없이 제멋대로 결정)”니다. 4341.5.2.쇠/4347.8.1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쉐퍼 선생님은 하루하루 깊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고, 다른 선생님들과도 얘기해 보았습니다


‘숙고(熟考)’ 같은 말을 쓰지 않고 ‘깊이 생각’을 거듭했다고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매일(每日)’이라 하지 않고 ‘하루하루’라고 적은 대목도 반갑고요.



 의논(議論) : 어떤 일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음

   - 의논 상대 / 의논을 거듭하다 / 한마디 의논도 없이 제멋대로 결정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80) 보관


그리고는 저도 잊어버리고 있던 건데, 아버지가 깨끗하게 청소해서 보관하고 계셨던 거예요

《후쿠오카 켄세이/김경인 옮김-즐거운 불편》(달팽이,2004) 158쪽


 깨끗하게 청소해서 보관하고 계셨던

→ 깨끗하게 닦아서 두고 계셨던

→ 깨끗하게 닦아서 간직하고 계셨던

→ 깨끗하게 손질해서 간수하셨던

→ 깨끗하게 손봐서 모셔 놓았던

 …



  한국말사전에서 ‘보관’ 풀이를 살펴보면 “물건을 간직하” 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한국말 ‘간직’을 한국말사전에서 살펴봅니다. “물건을 간수하”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음으로 한국말 ‘간수’를 살펴보니 “물건을 보관하”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되면 한자말 ‘보관’과 한국말 ‘간직·간수’는 어떻게 다른 셈일까요. 낱말뜻이란 무엇일까요.


 보관에 주의하다

→ 잘 살펴서 두다

→ 잘 두도록 살피다

 보관이 편리하다

→ 두기에 좋다

→ 간직하기에 좋다


  ‘普觀’이나 ‘寶冠’이라는 한자말이 한국말사전에 나옵니다. 이런 한자말도 있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런 한자말이 왜 한국말사전에 나와야 할는지 아리송합니다. 이런 한자말은 누가 언제 왜 어떻게 쓸까요. 이런 한자말이 없으면 안 될까요. 4341.1.16.물/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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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저도 잊어버렸는데, 아버지가 깨끗하게 닦아서 잘 두셨어요


‘그리고는’은 ‘그러고는’으로 손보고, ‘청소(淸掃)해서’는 ‘닦아서’나 ‘손질해서’로 손봅니다. “있던 건데”는 “있었는데”로 다듬으며, “계셨던 거예요”는 “계셨어요”로 다듬습니다.



 보관(保管) : 물건을 맡아서 간직하고 관리함

   - 보관에 주의하다 / 보관이 편리하다 / 이 물건은 보관이 간편하다

 보관(普觀) : 극락정토의 주불(主佛)인 아미타불과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을 관상하는 수행법

 보관(寶冠)

  (1) 보석으로 꾸민 관

  (2) 훌륭하게 만든 보배로운 왕관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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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471) 적용


밥을 어른에게 적용할 때에는 ‘진지’라고 하고, 이에 따른 동사도 ‘잡수다, 드시다’를 사용한다

《남영신-남영신의 한국어용법 핸드북》(모멘토,2005) 147쪽


 밥을 어른에게 적용할 때에는

→ 밥을 어른한테는

→ 밥을 어른한테 줄 때에는

→ 밥을 어른한테 드릴 때에는

 …



  한자말 다듬기를 하다 보면, 둘레에서 ‘한자말에 두드러기라도 있느냐’고 묻곤 합니다. 저는 ‘아니요,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말이든 일본말이든 쓰지만, 쓸 만하지 않으니 안 쓸 뿐입니다’ 하고 대꾸합니다.


  마땅히 쓸 만하고, 알맞게 쓸 만하다면 얼마든지 쓸 말입니다. 마땅한데 안 쓸 까닭이 없고, 알맞는데 꺼릴 일이란 없습니다.


 법의 적용에는 → 법 앞에는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다 → 이론을 현실에 맞추어 쓰다

 많은 기법이 적용되어 있다 → 많은 기법이 쓰였다


  ‘적용’이라는 한자말을 처음 들었던 어릴 적부터 오늘날까지, 이 한자말은 여러모로 쓸 만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한국말사전에서 이 한자말을 찾아봅니다. 말뜻은 “알맞게 이용하거나 맞추어 씀”이라고 나옵니다. ‘이용(利用)’은 “필요에 따라 이롭게 씀”을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적용’ 뜻풀이는 “알맞게 쓰거나 맞추어 씀”이라는 소리이지요.


 適(알맞음) + 用(씀) = 適用

 알맞음 + 씀 = 알맞게 쓰기


  어렵게 생각할 일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입니다. ‘알맞음’과 ‘씀’을 가리키는 한자 ‘適’과 ‘用’을 더해서 ‘適用’이라는 한자말이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알맞다’라는 그림씨와 ‘쓰다’라는 움직씨를 묶어서 “알맞게 쓰다”라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살았습니다.


  굳이 한 낱말로 뭉뚱그리지 않아도 괜찮은 말씀씀이입니다. 꼭 한 낱말로 적지 않아도 되는 말매무새입니다.


  있는 그대로, 알맞춤하게, 넉넉하게 쓰면 됩니다. 잘 쓰고 싶으면 “잘 쓰면” 되고, 알맞게 쓰고 싶으면 “알맞게 쓰면” 되며, 제대로 쓰고 싶으면 “제대로 쓰면” 됩니다. 4341.9.29.달/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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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어른한테 드릴 때에는 ‘진지’라고 하고, 움직씨도 ‘잡수다, 드시다’를 쓴다


‘동사(動詞)’는 ‘움직씨’로 다듬어도 되고,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사용(使用)한다’는 ‘쓴다’나 ‘넣는다’로 손질합니다. “이에 따른”은 덜어냅니다.



 적용(適用) : 알맞게 이용하거나 맞추어 씀

   - 적용 범위 / 적용 대상 / 법의 적용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다 / 이 그림에는 많은 기법이 적용되어 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50) 의당


나는 의당 수(아버지 영향)와 문학(엄마 영향)에 밝아야 하는 딸아이에게 합당한 임무를 주었다

《수지 모르겐스턴+알리야 모르겐스턴/최윤정 옮김-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웅진지식하우스,1997) 167쪽


 의당 수와 문학에 밝아야 하는

→ 마땅히 수와 문학에 밝아야 하는

→ 반드시 수와 문학에 밝아야 하는

→ 으레 수와 문학에 밝아야 하는

→ 틀림없이 수와 문학에 밝아야 하는

 …



  한국말은 ‘마땅하다’입니다. 한자말은 ‘당연(當然)하다’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국말과 한자말을 제대로 살피지 못할 뿐더러, 제대로 가누지조차 않습니다. 마땅히 써야 할 한국말을 아주 마땅하다는 듯이 안 씁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마땅하다’라는 한국말을 찾아보면 한 가지 나옵니다. 다시금 ‘당연’이라는 한자말을 찾아보면 다섯 가지 나옵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알거나 쓰는 한자말은 꼭 한 가지입니다. 다른 네 가지 한자말 ‘당연’을 아는 사람이란 거의 아무도 없으며, 이 한자말이 쓰이는 일이란 아예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사전에는 ‘당연’이라는 한자말이 그냥 다섯 가지 실립니다. 이러면서 한국말사전에 실린 ‘한국말 푼수는 저절로 줄’고 ‘한자말 푼수는 저절로 늘’어납니다.


 법은 의당 지켜야 한다

→ 법은 마땅히 지켜야 한다

→ 법은 꼭 지켜야 한다

→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 법은 어김없이 지켜야 한다

 의당한 말

→ 마땅한 말

→ 옳은 말

→ 올바른 말

 의당한 일이다

→ 마땅한 일이다

→ 옳은 일이다

→ 틀림없는 일이다


  말 그대로 마땅히 써야 할 한국말입니다. 있는 그대로 마땅히 알맞고 바르며 곱게 써야 할 한국말입니다. 무슨 덧말과 어떤 군말을 붙일 수 있을까요. 알뜰살뜰 살려서 쓸 말이요 요모조모 북돋울 말일 텐데요. 밥을 하는 사람은 밥맛이 한결 살도록 애쓰고, 말을 하는 사람은 말맛이 더욱 살도록 힘쓸 노릇입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치가 아름답도록 용쓰고, 말을 하는 사람은 말이 참으로 아름답도록 마음쓸 일입니다. 4343.9.21.불/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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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땅히 수(아버지 때문)와 문학(엄마 때문)에 밝아야 하는 딸아이한테 올바른 일감을 주었다


“아버지의 영향”이나 “엄마의 영향”이라 하지 않고, “아버지 영향”과 “엄마 영향”이라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다만,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영향(影響)’을 덜고 “아버지 때문”이나 “엄마가 낳았으니”처럼 적바림할 수 있습니다. ‘합당(合當)한’은 ‘알맞을’이나 ‘알맞춤한’이나 ‘꼭 들어맞을’이나 ‘바람직할’로 손보고, ‘임무(任務)’는 ‘일’이나 ‘일감’이나 ‘일거리’로 손봅니다.



 의당(宜當) : 사물의 이치에 따라 마땅히

   - 법은 의당 지켜야 한다 / 의당한 말 / 의당한 일이다 /

     강실이는 의당 옹구네한테 말을 놓아야 옳을 것이나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53) 공사


모리야 씨, 이건 작품으로서는 분명히 훌륭하지만, 미도리 씨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 이상 가능한 회수하도록 하죠. 그리고, 공사는 구분하길 바랍니다

《이소야 유키/설은미 옮김-서점 숲의 아카리 1》(학산문화사,2010) 66쪽


 공사는 구분하길 바랍니다

→ 회사 일과 개인 일은 나누기 바랍니다

→ 회사 일과 개인 일을 잘 살피기 바랍니다

→ 회사 일과 개인 일을 찬찬히 헤아리기 바랍니다

→ 회사에서 개인 일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 개인 일을 회사에까지 가져오지 말기 바랍니다

 …



  한국말사전에는 열한 가지 한자말로 ‘공사’를 싣습니다. 이 가운데 ‘헛일’을 뜻하는 ‘空事’는 털어내야 할 낱말이고, 옛 역사에서 쓰던 한문(工師, 供辭, 貢士)은 역사사전에만 실어야지 싶습니다. 한국말사전은 역사사전이 아니니까요. 불교에서 쓴다는 ‘供司’는 불교사전에 실어야 마땅하며, 이러한 낱말은 불교를 믿는 이들 스스로 알기 쉽도록 새롭게 빚거나 알맞게 다듬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관사’를 뜻한다는 ‘公舍’는 굳이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사회나 정치나 문화를 일컬으면서 써야 하는 낱말이라면 쓸 노릇입니다. 한자말이건 영어이건 우리한테 도움이 된다면 안 받아들일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두루 쓰는 숱한 낱말이 참말로 얼마나 알맞거나 쓸모있는가 곰곰이 살펴야지 싶습니다. 쓰임새와 뜻과 짜임새가 한결같이 알맞거나 쓸모있기에 쓰는 낱말일까요, 이냥저냥 쓰면서 익숙해진 낱말인가요, 지난날 한문으로 정치와 사회를 꾸리던 때부터 쓰던 낱말인가요, 일제강점기부터 일본 제국주의자 손에 따라 들어온 낱말인가요.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다

→ 내 일과 나라 일을 또렷이 나누다

→ 내 일과 회사 일을 똑똑히 가누다

→ 내 일과 마을 일을 올바로 살피다


  “공공의 일과 사사로운 일”을 가리킨다는 ‘公私’를 헤아려 봅니다. ‘공공(公公)’이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일을 일컫고, ‘사사(私私)로운’ 일이란 “공적(公的)이 아닌 개인적인 범위나 관계의 성질인” 일을 일컫는다 합니다.


  아무래도 사회에서 쓰는 말이 ‘공공기관·사설기관’이니까, 이런 자리에서도 ‘공사’라느니 ‘공과 사’라느니 하고 쓸 만하다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금 돌아봅니다. ‘사사롭다·개인적·사적’이라는 일이란 어떤 일이 되려나요. 한자로는 조금씩 달리 적바림하는 이 낱말은 무엇을 가리키는가요.


  한 마디로 하자면 “내 일”을 가리킵니다. “내가 할 일”이나 “나와 얽힌 일”을 일컫습니다.


  ‘공공’이라는 한자말로 가리키지만, ‘공공’이란 바로 “나라”나 “사회”나 “정부”나 “회사”나 “마을”이나 “학교”입니다. 어쩌면 이 모두를 아울러 ‘공공’으로 나타낸다 할 수 있어요.


  찬찬히 생각한다면, 이 모두를 아우를 때에는 “우리 모두하고 얽힌 일”입니다. “우리 모두가 할 일”입니다.


 내 일과 우리 일

 나와 우리

 내 집과 우리 마을

 나 하나와 우리 모두


  단출하게 한 낱말로 갈음하고 싶을 때에는 ‘공사’ 같은 한자말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때로는 ‘공과 사’처럼 쓸 수 있겠지요.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한결 손쉬운 한국말로 “나와 우리”라 말할 수 있습니다. “나 하나와 우리 모두”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노릇이지만, ‘나우리’라는 새 낱말을 빚어 볼 만합니다. 꼭 한 낱말로 갈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나와 우리’를 관용구로 삼으면 됩니다.


  말흐름을 살피고 말줄기를 톺아봅니다. 말넋을 북돋우고 말얼을 살찌웁니다.


  하던 대로 할 수 있으나, 새로운 말길을 열 수 있습니다. 쓰던 대로 써도 나쁘지 않으나, 싱그러운 새 말물꼬를 틀 수 있어요. 4343.12.30.나무/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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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야 씨, 이건 작품으로서는 퍽 훌륭하지만, 미도리 씨가 거북하게 한 만큼 아무래도 거두도록 하지요. 그리고 회사에서 개인 일은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분명(分明)히 훌륭하지만”은 “틀림없이 훌륭하지만”이나 “참으로 훌륭하지만”이나 “아주 훌륭하지만”이나 “더없이 훌륭하지만”으로 다듬습니다. “미도리 씨의 기분(氣分)을 상(傷)하게 만든 이상(以上)”은 “미도리 씨 기분을 나쁘게 한 만큼”이나 “미도리 씨가 기분 나빠하게 한 만큼”이나 “미도리 씨가 거북하게 한 만큼”이나 “미도리 씨가 거북하게 느끼는 만큼”으로 손보고, ‘가능(可能)한’은 ‘되도록’이나 ‘아무래도’나 ‘모두’로 손봅니다. ‘회수(回收)하도록’은 ‘거두도록’이나 ‘거두도록’이나 ‘돌려받도록’으로 손질하고, ‘구분(區分)하길’은 ‘나누길’이나 ‘헤아리길’이나 ‘살피기를’이나 ‘생각하기를’로 손질해 줍니다.



 공사(工事)  

  (1) 토목이나 건축 따위의 일

   - 사옥 신축 공사 / 공사를 마무리하다

  (2) 형사들의 은어로, ‘고문(拷問)’을 이르는 말

 공사(工師) : 악기를 연주하거나 수공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우두머리

 공사(公私)  

  (1) 공공의 일과 사사로운 일을 아울러 이르는 말

   -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다

  (2) 정부와 민간을 아울러 이르는 말

  (3) 사회와 개인을 아울러 이르는 말

 공사(公事)

  (1) = 공무(公務)

  (2) 조선 시대에, 소송을 속되게 이르던 말

 공사(公使) : [법률] 국가를 대표하여 파견되는 외교 사절

 공사(公舍) = 관사(官舍)

 공사(供司) : [불교] = 공양주

 공사(供辭) : [역사] = 공초(供招)

 공사(空士) : [군사] ‘공군 사관 학교’를 줄여 이르는 말

 공사(空事) = 헛일

 공사(貢士) [역사]

  (1) 고려 시대에, 향시에 급제하여 국자감시에 응시할 자격이 있는 사람에 대한 칭호

  (2) 고대 중국에서, 지방의 제후가 천자(天子)에게 유능한 인물을 천거하던 일

 공사(貢使) : [역사] 공물(貢物)을 바치는 일을 맡아보던 사신(使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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