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모모, 안녕 아카네 모모네집 이야기 6
마쓰타니 미요코 지음, 이세 히데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어린이책 읽는 삶 52


 

네 노래를 내 마음에 담아

― 안녕 모모, 안녕 아카네

 마쓰타니 미요코 글

 이세 히데코 그림

 양철북 펴냄, 2005.3.25.



  저녁에 개구리가 얼마나 대단하게 노래하는지 모릅니다. 오월이 무르익어 바야흐로 마을마다 논을 갈아엎고 물을 대니, 개구리들이 왁왁거리며 노래잔치입니다. 일찌감치 모를 심은 논이 있고, 모내기를 기다리는 논이 있습니다. 모내기를 앞두니, 무논에서 개구리는 힘차게 노래하면서 저녁을 맞이하고 아침을 누립니다.


  저녁이 되어도 날이 포근합니다. 방문과 마루문을 활짝 열고서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해가 기울면서 경운기 소리라든지 풀깎이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도 없습니다. 오직 개구리 노랫소리입니다.


  제비는 처마 밑에 깃들어 조용합니다. 낮에 깨어 돌아다니는 멧새와 들새도 모두 잠듭니다. 온통 깜깜해서 별이 돋으면 밤에 깨어 돌아다니는 멧새가 고즈넉하게 노래할 테지요. 밤새 두 가지 노랫소리가 우리 집으로 스며듭니다.



.. 아카네는 양말 탓타를 품에 꼭 안았어요. 얼마나 오랜만인지요. 헤어진 지 벌써 몇 년이 흘렀는지요. 옛날 옛날……이라고는 해도 겨우 몇 년 전이지만, 아무튼 아카네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아카네한테 양말을 짜 주었어요 … 아카네는 젖먹이 때부터 탓타와 타아타랑 늘 함께 얘기를 나누었어요. 그런데, 겨우겨우 다시 만났는데, 말없이 축 늘어져 있기만 해요 ..  (9, 13쪽)



  어버이가 듣는 노래를 아이가 듣습니다. 아이가 듣는 노래를 어버이가 듣습니다. 어버이가 부르는 노래를 아이가 듣습니다. 아이가 부르는 노래를 어버이가 듣습니다. 어버이는 어릴 적에 이녁 어버이한테서 노래를 물려받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어버이는 아이한테 노래를 물려줍니다. 보금자리를 일구며 부르던 노래가 흐릅니다. 흙을 갈고 풀을 뜯으며 부르던 노래가 흐릅니다. 아이를 안고 어르던 노래가 흐르고, 아이가 자라면서 스스로 부르는 노래가 흐릅니다.


  서로서로 노래를 마음에 담습니다. 서로서로 노래를 가슴으로 품습니다. 서로서로 사랑을 노래에 싣습니다. 서로서로 꿈을 노래에 얹어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고받는 말마디는 언제나 노래입니다. 아이들이 놀면서 읊는 말마디는 늘 노래입니다. 부엌에서 밥을 짓는 소리는 맛깔스러운 노래입니다. 샘터에서 물을 긷고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소리는 싱그러운 노래입니다. 자전거로 들판을 달리는 소리는 신나는 노래입니다.



.. 미국이 남쪽 섬에서 엄청나게 큰 핵실험을 했다는 뉴스가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왔어요. 엄마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어요. “전에 없이 엄청난 실험이었나 봐. 지구가 또다시 화상을 입었겠구나. 사람들도 그렇고.” … ‘핵폭탄 반대, 핵무기 반대, 핵실험 반대.’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어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핵폭탄이 어떤 것인지 잘 몰라요. 심지어 일본사람 중에도 핵폭탄이 보통 폭탄과 달리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모르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 ..  (28, 29쪽)



  마쓰타니 미요코 님이 쓴 글에 이세 히데코 님이 그림을 담은 어린이책 《안녕 모모, 안녕 아카네》(양철북,2005)를 읽습니다. 여섯 권으로 이루어진 ‘모모네 집 이야기’ 가운데 여섯째 권입니다. 어린 모모가 자라 씩씩한 언니가 되고, 어린 아카네는 귀여운 동생입니다. 모모와 아카네가 어머니하고 지내는 삶을 그리는 책입니다. 모모와 아카네가 아버지하고 헤어진 채 살던 나날을 그리는 책입니다.


  아이는 어머니와 살면서 어떤 마음일까요. 아이는 아버지가 없이 지내면서 어떤 느낌일까요. 아이는 어머니한테서 사랑노래를 물려받으면서 어떤 넋일까요. 아이는 아버지한테서 꿈노래를 물려받지 못하는데, 어떤 숨결로 새 하루를 맞이할까요.



.. “있어. 있는데 지금 우리 아빤 아파. 그래서 먼 곳에 있어.” “흐음. 우리 아빠는 되게 튼튼한데. 우리 아빠 이름은 데츠로야. 너네 아빠 이름은 뭐야?” “으음, 으음…….” 그 순간, 아카네는 자기가 아빠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빠는 그냥 아빠일 뿐, 이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어요 … “똥한테도 아빠랑 엄마가 있어. 그런데 아카네한테는 아빠가 없어.” 아카네의 뺨에 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어요 … “그런데 아카네는 하나도 울지 않아요.” “아카네는 지금까지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이 죄다 말라 버렸어. 하지만 모모는 울고 싶어도 줄곧 꾹꾹 참아 왔거든.” ..  (51, 84, 154쪽)



  이야기책에 나오는 아카네는 양말 한 켤레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양말 한 켤레는 아카네하고만 속닥속닥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아카네는 기쁜 일과 슬픈 일 모두 양말 한 켤레한테 털어놓고, 양말 한 켤레는 아카네가 힘들거나 망설일 적에 슬기로운 길을 알려줍니다.


  아마 아카네 언니 모모도 모모만 한 나이였을 적에 얘기동무가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아카네와 모모뿐 아니라, 지구별 모든 어린이한테는 속 깊은 얘기동무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얘기동무는 양말일 수 있고 병뚜껑일 수 있습니다. 얘기동무는 종잇조각일 수 있고 나뭇잎일 수 있습니다. 얘기동무는 구름일 수 있고 무지개일 수 있습니다. 얘기동무는 별님이거나 해님일 수 있습니다.


  작은 들꽃이 얘기동무가 됩니다. 작은 돌멩이가 얘기동무로 지냅니다. 작은 풀벌레가 얘기동무로 찾아옵니다.



.. “마코토, 만날 우리 집에 와서 ‘흐음, 이 집에서는 여자 냄새가 나.’ 하고 말하는 것도 실례야.” “사실인걸 어떡해.” “그치만 우리 집에는 아빠가 없잖아. 사실대로 말하면 슬프단 말야.” “그런가…….” 마코토는 퍼뜩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어요. 그래, 그렇구나 … 여름밀감나무가 가냘픈 소리로 하소연했어요. “이 집 사람들은 나를 여기에 심어 놓은 채 어디론가 가 버렸어. 나는 해마다 열매를 가득가득 맺지만 먹어 주는 사람이 아무더 없어. 너무 무거워. 너무 힘들어.” ..  (121, 140쪽)



  꿈을 꾸며 자라는 아이들은 언제나 노래합니다. 꿈을 꾸며 노는 아이들은 언제나 까르르 웃습니다. 꿈을 꾸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언제나 상냥합니다.


  어른들도 모두 아이였어요. 어른들도 누구나 꿈을 꾸었어요. 어른들도 다 같이 꿈꾸면서 즐겁게 노래했기에 무럭무럭 자랐어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부터 노래를 잊거나 잃는다면 어찌 될까요. 어른이 된 뒤에는 노래를 안 부르거나 등돌리면 어찌 될까요.


  어른은 노래가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어른은 꿈꾸지 않아도 살 만할까요. 어른은 사랑을 속삭이지 않거나 이야기꽃을 피우지 않아도 삶이 재미있을까요.


  아이를 낳은 어른은 노래를 부릅니다. 어릴 적부터 즐겁게 부른 노래를 찬찬히 되새기면서 새롭게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노래를 부르다가 어버이 노래를 들으면서 다시금 새롭게 노래를 빚습니다. 어버이는 아이가 부르는 새 노래를 들으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노래를 부르면서 삶을 가꾸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사랑을 낳듯, 노래가 노래를 낳습니다. 꿈이 꿈을 낳듯,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습니다.



.. 엄마가 말했어요. “네, 좋아요, 아버님. 어머, 새빨간 꽃이 피어 있네, 산골 마을에서는 온갖 나무의 꽃이 죄다 한꺼번에 피는 것 같아요.” 할머니가 말했어요. “가을이면 단풍이 새빨갛게 물들지. 조용하고 아주 아늑하단다. 좋은 묘지야.” … 아카네가 말했어요. “야옹아, 나중에 저 무덤에 가 봐. 튀김이 있으니까.” 모모도 말했어요. “우리 아빠 무덤에 가끔 놀러 가 줘.” 그러자 고양이가 조그만 입을 벌리고 야옹 하고 울었어요 ..  (163, 166쪽)



  우리 집 일곱 살 아이가 혼자 이를 닦습니다. 일곱 살 아이는 스스로 옷가지를 잘 갤 줄 알고, 동생이 옷을 입을 적에 도와주며 신을 꿸 적에 거들곤 합니다. 일곱 살 아이는 자전거를 달릴 줄 압니다. 일곱 살 아이는 글을 혼자서 읽습니다. 일곱 살 아이는 스스로 종이를 잘라 편지를 써서 띄웁니다. 일곱 살 아이는 노랫말과 노랫가락을 스스로 지어서 부릅니다.


  일곱 살 아이는 무엇을 못 할까요. 아마, 무엇이든 다 하겠지요. 소꿉놀이를 하면서 밥을 짓고, 여느 때에 씩씩하게 설거지를 척척 해냅니다. 넘어졌어도 곧 일어나서 먼지를 탁탁 텁니다. 혼자 머리를 빗고 고무줄로 머리카락을 묶습니다. 밤에 혼자 쉬하러 다녀올 수 있습니다.


  예쁘게 말하고 예쁘게 노래합니다. 예쁘게 웃고 예쁘게 걷습니다. 예쁘게 달리고 예쁘게 잠듭니다. 예쁘게 일어나고 예쁘게 사랑합니다. 4347.5.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잎사귀 갉아먹는 애벌레



  아침에 풀을 뜯다가 애벌레를 한 마리 본다. 너는 어떤 애벌레이니? 어떤 잎사귀를 좋아하니? 잎사귀라면 다 좋아하지 않겠지? 너한테도 맛난 잎사귀가 따로 있을 테지? 고물고물 기면서 잎사귀를 갉던 애벌레가 나를 알아보았을까. 문득 밥먹기를 그치더니 뒤로 돌아서 풀밭으로 슬금슬금 기어간다. 아무래도 밥을 먹는데(잎을 갉아먹는데)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니 거북한 모양이다. 아니면, 쑥스러울까. 4347.5.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산놀이 5 - 누나처럼 걷고 싶어



  우산놀이를 하는 누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산들보라가 저도 우산을 들고는 누나처럼 마당을 걷고 싶단다. 그렇지만 네 살 산들보라는 아직 혼잣힘으로 우산을 펴지 못한다. 아버지를 부른다. 그래, 너한테 우산을 펴 주마. 우산을 펼쳐서 건네니 산들보라가 빙그레 웃는다. 우산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천천히 마당을 걷는다. 이쪽저쪽 오가면서 웃는다. 4347.5.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름벼리 우산 들고 마당에서



  빗방울이 천천히 듣는 날, 사름벼리는 우산을 펼치고 마당을 거닌다. 비가 온다 비가 온다 종알종알 노래하면서 마당을 걷는다. 비가 오니까 비놀이가 되고, 비가 올 적에 우산을 펼치고 노니 우산놀이가 된다. 4347.5.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89



사랑으로 지은 밥이 맛있다

― 구름빵

 백희나 글·그림

 김향수 빛그림

 한솔수북 펴냄, 2004.10.20.



  어머니가 사랑으로 지은 밥을 먹은 아이들은 훨훨 날면서 놉니다. 거짓말 같나요? 그러면, 손수 밥을 맛나게 지어서 아이와 함께 먹어 보셔요. 아이들이 얼마나 훨훨 날면서 까르르 웃고 노는가를 가만히 지켜봐요.


  아버지가 사랑으로 차린 밥을 먹은 아이들은 가볍게 날갯짓하면서 놉니다. 믿기지 않나요? 그러면, 몸소 밥을 맛나게 차려서 아이와 함께 먹어 보셔요. 아이들이 얼마나 조잘조잘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신나게 뛰노는가를 물끄러미 바라봐요.




.. “어, 이게 뭐지?” 작은 구름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어요 ..  (9쪽)



  과자 한 봉지로도 아이들은 훨훨 납니다. 빵 한 조각으로도 아이들은 가붓하게 납니다. 다만, 어머니와 아버지가 따사롭게 사랑을 담아서 건네는 과자와 빵일 때에 즐겁게 날아다녀요. 사랑을 담지 않고 툭툭 던지는 과자와 빵으로는 아무도 날지 못해요. 사랑을 싣지 않고 내미는 맛난 밥이나 대단한 밥상으로는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놀이빛을 뽐내지 못해요.


  그러나, 아이들은 어떤 밥이라 하더라도 사랑이 깃든다고 느껴요. 아이들은 어떤 과자와 빵이라 하더라도 사랑이 감돈다고 여겨요. 사랑을 받아먹는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에요. 사랑을 누린다고 받아들이는 아이들이에요.


  아이들은 스스로 사랑을 짓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어버이가 미처 사랑을 헤아리지 않았더라도, 아이들은 빙그레 웃으면서 한 마디 합니다. “괜찮아요.” 한 마디를 보탭니다. “좋아요.” 한 마디를 마저 붙입니다. “사랑해요.”




.. “아빠는 무척 배고프실 거야.” 동생이 말했어요. “우리, 아빠한테 빵을 갖다 드리자.” ..  (18쪽)



  백희나 님이 글과 그림을 짓고, 김향수 님이 빛그림으로 담은 《구름빵》(한솔수북,2004)을 읽습니다. 그림책 《구름빵》은 어느새 영화로도 나옵니다. 작은 이야기 하나를 바탕으로 새 이야기가 가지를 칩니다. 조그마한 이야기 하나를 씨앗으로 온갖 노래가 흐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는 아이들을 따사롭게 바라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서로를 따사롭게 아낍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즐겁게 밥(빵)을 먹고, 즐겁게 밥(빵)을 나눌 줄 압니다.


  혼자만 즐기지 않아요. 혼자만 누리지 않아요. 같이 즐기려 해요. 같이 누리려 해요. 서로 나누려 하고, 함께 북돋우려 합니다.




.. “하늘을 날아다녀서 그럴 거야. 우리, 구름빵 하나씩 더 먹을까?” 동생과 나는 구름빵을 또 먹었어요. 구름을 바라보며 먹는 구름빵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  (32쪽)



  사랑으로 지은 밥이 맛있습니다. 손꼽히는 요리사가 지어야 맛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마스터셰프’가 선보이는 밥을 먹어야 맛있지 않아요. 어머니 손맛이 사랑스러운 손맛이에요. 아버지 손맛이 따스한 손맛입니다. 할머니 손맛이 고소한 손맛입니다. 할아버지 손맛이 아름다운 손맛입니다. 언니 손맛이 재미난 손맛입니다. 오빠 손맛이 즐거운 손맛입니다. 동생 손맛이 아기자기한 손맛입니다.


  함께 먹는 밥입니다. 함께 지내는 보금자리입니다. 함께 가꾸는 하루입니다. 함께 주고받는 이야기요 노래입니다. 4347.5.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