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07) 시작 46 : 삶을 시작하려는

새로운 인격으로 삶을 시작하려는 이때 알 수 없는 무력감만이 남아 있었다
《마츠야마 하나코/김부장 옮김-아이 실격 1》(애니북스,2013) 8쪽

 삶을 시작하려는 이때
→ 삶을 열려는 이때
→ 삶에 첫걸음을 떼려는 이때
→ 새 삶을 맞이하려는 이때
→ 첫 삶을 마주하려는 이때
 …


  아기로 태어난 사람은 삶을 새로 엽니다. 그러니까, “삶을 새로 열기”예요. “새 삶 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삶 맞이”나 “첫 삶 마주하기”입니다. 우리가 저마다 처음으로 맞이하면서 누리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누구나 처음으로 맞아들이는 삶은 어떤 빛일까요. 즐겁게 바라보면서 기쁘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7.7.7.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새로운 마음으로 삶을 열려는 이때 알 수 없이 기운이 쪽 빠지기만 했다

‘인격(人格)’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뜻한다고 합니다. ‘품격(品格)’은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을 뜻한다고 합니다. ‘성품(性品)’은 “사람의 성질이나 됨됨이”를 뜻한다고 하며, ‘성질(性質)’은 “사람이 지닌 마음의 본바탕”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한자말 ‘인격’은 ‘마음씨’나 ‘마음밭’이나 ‘마음결’이나 ‘마음바탕’을 가리킨다고 할 테지요. “새로운 인격(人格)”은 “새로운 마음”으로 다듬습니다. “무력감(無力感)만이 남아 있었다”는 “힘이 쪽 빠지기만 했다”나 “기운이 몽땅 빠지기만 했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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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47) -의 : 이틀 뒤의 일


이틀 뒤의 일이다

《이경자/박숙경 옮김-꽃신》(창비,2004) 94쪽


 이틀 뒤의 일이다

→ 이틀 뒤 일이다

→ 이틀 뒤인 일이다

→ 이틀 뒤에 있던 일이다

→ 이틀 뒤에 일어난 일이다

 …



  어떤 일이 일어납니다. 오늘 일어나기도 하고, 하루 앞서 일어나기도 하며, 하루 뒤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보기글에서는 이틀이 지난 뒤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조곤조곤 밝힌다면 “이틀이 지난 뒤 일어난 일”처럼 적을 수 있어요. 단출하게 밝히려 하면 “이틀 뒤 일이다”라든지 “이틀 뒤이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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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빛 사진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인천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인천을 사진으로 찍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국민학교 6학년까지는 뛰노느라 바빴고, 중·고등학생 때에는 입시지옥에 시달리느라 고달팠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닐 적에는 내 앞길을 생각하느라 부산했어요. 이러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다시 신문배달 일을 할 적에 처음으로 사진을 익혔는데, 사진을 익혔어도 내 고향인 인천을 사진으로 담자는 생각을 한 차례조차 안 했습니다. 2007년에 고향으로 돌아가서 사진책도서관을 연 뒤 두 달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인천 골목’을 사진으로 찍자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인천 골목’을 사진으로 찍자고 생각한 까닭은, 어느 날 뜻밖에 인터넷에서 본 ‘나그네가 인천을 스치듯 지나가면서 출사로 찍은 인천 골목 사진’과 ‘인천에서 산다지만 정작 골목동네가 아닌 아파트에서 살면서 그림이 될 만한 모습만 얻으려고 찍은 인천 골목 사진’ 때문입니다. 나그네는 나그네라 할 테니까 스치는 눈길로 찍을 만합니다. 그런데, 인천사람이라면서 찍은 인천 골목 사진이 골목동네 사람들 삶과 아주 동떨어졌어요.


  사진은 무엇일까요.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할까요. 그럴듯하게 만드는 그림이 된다면 모두 사진이 될까요. 뭔가 남다르다 싶은 그림으로 보여주어야 사진이 될까요.


  골목을 찍든 아파트를 찍든 늘 같다고 느낍니다. 골목을 찍을 적에는 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찍을 노릇입니다. 아파트를 찍을 적에는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찍을 노릇이에요.

  골목을 찍으니 더 대단하거나 눈부시거나 살갑거나 애틋한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아파트를 찍으니 더 안 대단하거나 안 눈부시거나 안 살겁거나 안 애틋한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사진은 마음으로 찍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찍든 마음을 어떻게 쏟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골목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꽤 많고, 인천 골목길에도 사진기를 걸치고 어슬렁거리는 사람이 참 많았지만, 이도 저도 다 ‘인천 골목’을 말하거나 이야기하거나 나누려는 사진하고는 동떨어진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으며 오늘 바로 이곳 골목동네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인천 골목에서 찍는 사진은, 우리 식구가 시골로 떠나던 2010년 여름에 끝납니다. 시골로 삶터를 옮겼으니 더는 인천 골목에서 사진을 못 찍습니다. 사진기를 손에 쥔 저부터 느낌이 다르다고 알아차렸고, 시골에서 늘 지내니 인천까지 사진을 찍으러 갈 수도 없어요.


  인천에서 지내며 찍는 사진은 날마다 너덧 시간씩 골목마실을 하면서 일구었습니다. 너덧 시간 골목을 거닐며 사진을 찍자면 다리가 결리고 허리가 아픈데, ‘돌아갈 골목집이 있다’는 생각에 손가락에 힘이 남을 때까지 사진을 찍었어요. 갓난쟁이를 한손으로 안으면서 다른 한손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사진을 찍습니다. 비가 오면 온몸이 비에 젖으면서 사진기만 비에 안 적신 채 찍습니다. 눈이 오면 손끝과 발끝이 얼어붙어 아프지만 꿋꿋하게 찍습니다.


  ‘아이 사진’을 찍을 적에도 이와 같아요. 내가 낳은 아이라서 내가 더 잘 찍을 수 있지 않습니다. 아이와 보내는 삶을 사랑스레 누릴 적에 제대로 찍습니다. 골목에서 살지 않더라도 골목동네 이웃을 내 몸으로 맞아들여 사랑으로 어깨동무할 적에 제대로 찍습니다. 대추리나 밀양이나 내성천이나 강정마을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도 이와 같아요. 나 스스로 얼마나 내 이웃으로 여기느냐, 여기에다가 나 스스로 얼마나 ‘그곳 마을사람이라는 넋’으로 마주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나는 내 고향 인천 골목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 늘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고향이 없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인천’이라는 곳에서 ‘인천을 고향으로 여기면서 삶터를 사랑스레 가꾸는 사람들 마음빛’을 사진으로 담자고 생각했습니다.


  2009년 12월 27일 겨울날 눈이 펑펑 내리던 한낮에, 아침부터 골목을 돌며 사진을 찍느라 온몸이 얼어붙었는데, 한 장만 더 찍고 집으로 돌아가자며 골골거리다가 눈골목에서 노는 ‘어른 둘’을 보았습니다.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재미나구나 싶어 사진으로 몇 장 찍는데, ‘어른 둘’은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이녁 동무만 바라보며 춤을 추었습니다. 나는 뒤에도 ‘어른 둘’을 사진으로 찍었고, 춤추던 ‘어른 둘’은 내 사진에 살가이 스며들어 주었습니다. 2009년을 마감하기 며칠 앞서, 이 사진 한 장을 얻으면서 내 마음밭에 흰눈이 소복소복 내렸습니다.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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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 가 본 사람


  멋진 찻집에 가 본 사람은 안다. 멋진 찻집이 참말 얼마나 멋진 줄. 멋진 숲에 마실을 다녀온 사람은 안다. 멋진 숲이 어느 만큼 멋진 줄. 멋진 이웃을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워 본 사람은 안다. 멋진 이웃이 그야말로 얼마나 멋진 줄.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책방을 안다. 책방을 안 가 본 사람은 책방을 모른다. 복숭아꽃을 본 사람은 복숭아꽃을 안다. 복숭아꽃을 못 본 사람은 복숭아꽃을 모른다. 스스로 보고, 느끼며, 마음에 담아, 생각을 기울일 때에 알 수 있다. 못 보면 못 느끼고, 못 느끼기에 마음에 못 담아, 마음에 못 담으니 생각을 기울이지 못한다.

  사람들이 책방에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기를 빈다. 한 달에 한 차례쯤이라도 책방마실을 할 수 있기를 빈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더라도, 스스로 아주 아름답거나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책이라면, 가까운 동네책방이나 먼 단골책방에 주문을 넣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책마실을 할 수 있기를 빈다. 요즈음은 책 한 권조차 ‘무료배송’을 하지만 ‘부러 찻삯과 품과 겨를을 들여’ 책빛마실을 해 볼 수 있기를 빈다. 왜냐하면, 책방에만 책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방에는 온갖 책이 어우러진 기운이 있고, 갖가지 책이 골고루 섞인 바람이 분다. 책방으로 찾아가는 동안 이웃을 만나고 마을을 살피며 내 두 다리를 느낀다. 책방에 서서 ‘내가 주문한 책’을 찾는 동안 내가 미처 몰랐던 아름다운 책을 만나곤 한다. 책방에 찾아가서 ‘내가 주문한 책’뿐 아니라 내가 이제껏 헤아리지 못했던 사랑스러운 책을 만나기도 한다.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안다. 책을 사려면 책방에 가야 하는 줄.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안다. 책은 책방에서 빛이 나고, 책방에서 빛이 나는 책을 내 가슴에 고이 품으면서 밝은 노래가 흐르는 줄.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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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시골빛 삶노래
― 아이한테 선물하기


  우리들은 늘 선물을 합니다. 무엇이든 선물합니다. 때로는 기쁨을 선물하고, 때로는 슬픔을 선물합니다. 때로는 밥을 선물하고, 때로는 굶주림을 선물합니다. 어느 선물이든 선물입니다. 더 나은 선물이나 덜 좋은 선물은 없습니다.

  다만, 배부름이 아닌 배고픔을 선물한다면 괴로울 수 있습니다. 배고픔이 아닌 배부름을 선물한다면 즐거울 수 있습니다. 이때에 가만히 헤아려 보셔요. 배고픔을 선물받는 느낌은 어떠한가요? 배부름을 선물받는 느낌은 어떠한가요? 이 느낌 그대로, 내 이웃한테 내가 무엇을 선물하는지 헤아려 보셔요. 나는 이웃한테 무엇을 선물하는 삶인가요. 내가 아는 이웃과 모르는 이웃한테, 내가 이름과 얼굴을 아는 이웃한테, 또 내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웃한테 무엇을 선물하는 삶인가요.

  어른은 아이한테 언제나 선물을 합니다. 어른은 아이한테 학교를 선물하기도 하는데, 그냥 학교가 아닌 ‘입시지옥 학교’를 선물하기도 합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우리들은 투표권을 손에 쥐고 교육감을 뽑습니다. 교육감이 누가 뽑히는가에 따라 ‘입시지옥 학교’는 더 끔찍해지기도 하고, 덜 끔찍해지기도 합니다. 다만, 어느 누가 교육감이 되더라도 ‘입시지옥 학교’는 안 사라집니다.

  대통령을 잘 뽑으면 ‘입시지옥 학교’는 사라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대통령과 교육감을 우리가 투표권을 손에 쥐고 뽑듯이, 교장이나 교사도 우리가 투표권을 손에 쥐고 뽑을 만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과 교육감과 시장과 군수와 구청장까지 우리 손으로 뽑듯이, 아이들이 하루 내내 지내는 학교를 맡는 우두머리인 교장도 우리가 뽑아야 옳은 일은 아닐까요. 아이를 늘 마주하는 교사도 우리가 뽑아야 옳은 일은 아닌가요.

  그림책 《스미레 할머니의 비밀》(어린이작가정신,2011)을 읽습니다. 일본사람 우에가키 아유코 님이 글과 그림을 빚었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스미레 할머니’는 나이가 많이 들어 눈이 어둡습니다. ‘아직 젊은’ 할머니일 적에는 스스로 바늘귀에 실을 꿸 수 있었으나 ‘꽤 늙은’ 할머니가 된 뒤에는 혼자서 바늘귀에 실을 꿰지 못해요. 언제나 이웃을 불러서 실을 꿰어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스미레 할머니는 바느질을 잘하기로 소문났어요. 옷은 물론 앞치마며 쿠션, 커튼까지 뭐든지 잘 만들어요(3쪽).”와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스미레 할머니뿐 아니라, 우리 둘레 거의 모든 할머니는 바느질을 잘하십니다. 우리 둘레 거의 모든 할머니는 바느질뿐 아니라 살림을 아주 잘하십니다. 밥도 잘하시고, 떡도 잘 빚으시며, 국도 맛나게 잘 끓이셔요. 게다가 할머니 손은 약손이에요. 할머니가 살살 어루만지면 아픈 데가 말끔히 낫습니다.

  할머니는 언제부터 이렇게 놀라운 빛이었을까요? 할머니는 언제부터 이처럼 바느질이건 살림이건 밥이건 떡이건 국이건, 게다가 약손 노릇에다가 텃밭에다가 모든 일을 척척 잘하셨을까요?

  그런데, 하나를 더 헤아리면, 할머니는 가방끈이 짧아요. 우리 둘레 거의 모든 할머니는 예부터 학교 문턱은 밟은 일이 아주 드뭅니다. 할머니는 글을 학교에서 익힌 일조차 매우 드뭅니다. 그런데, 우리 둘레 참 많은 할머니는 혼자서 조용히 글을 익히시곤 했고, 아주 빨리 익힐 뿐 아니라, 편지도 참 멋지게 씁니다.

  할머니도 아이로 태어납니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고, 어른으로 살면서 어느덧 할머니 나이가 됩니다.

  할머니는 어떤 사람일까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이 지구별에서 저마다 어떤 빛으로 하루하루 일굴까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어버이한테서, 또 이녁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서 고운 사랑을 날마다 받아먹으며 살지 않았을까요. 사랑을 받아먹으며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될 적에도 사랑스럽고, 사랑을 늘 받아먹다가 이웃과 나누는 삶을 짓는 어른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될 적에도 한결같이 사랑스러우리라 느껴요.

  다시 말하자면, 아이와 어른은 같습니다. 아기와 할머니는 같습니다. 아이와 어른도 똑같이 맑은 빛이고, 아기와 할머니도 똑같이 밝은 숨결입니다.

  “할머니와 친구들은 거미가 살고 있는 커다란 떡갈나무로 갔어요. 직박구리가 부탁했어요. ‘거미야, 실 좀 나누어 주렴.’(25쪽)”과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할머니는 개구리하고 도란도란 속삭입니다. 직박구리하고도, 거미하고도, 들과 숲에 깃든 모든 목숨하고 조곤조곤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할머니가 되었기에 이처럼 거미나 직박구리나 개구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모르나, 가만히 보면 아이들도 거미나 직박구리나 개구리하고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다시 말하자면, 모든 사람은 거미나 직박구리나 개구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우리 스스로 잊었을 뿐이에요. 우리 스스로 잃었을 뿐이에요.

  참새와 이야기를 나눌 줄 안다면, 참새와 함께 살아가기에 아름다운 터전으로 마을과 집을 가꿉니다. 들풀과 나무하고 이야기를 섞을 줄 안다면, 들풀과 나무랑 함께 푸르게 살아가도록 즐거운 터전이 되게끔 마을과 집을 가꾸지요. 그렇겠지요. 우리들은 이웃하고 오순도순 마을을 가꿉니다. 우리들은 동무하고 알콩달콩 삶을 짓고 사랑을 길어올려요.

  선물은 낯익은 사람한테만 하지 않습니다. 선물은 낯선 사람한테도 함께 합니다. 씨앗을 심는 손길이 선물하는 손길입니다. 나무를 함부로 베는 손길이 선물을 함부로 짓밟는 손길입니다.

  천성산 지킴이가 되었던 지율 스님은 내성천 지킴이로 살아갑니다. 천성산 꼭대기에 있던 군부대가 떠난 뒤, 천성산 꼭대기에 처음으로 올라간 지율 스님은 그곳에서 늪을 보았다고 해요. 지구별에서 보기 드문 무척 아름다운 늪이 천성산에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늪을 군부대는 그동안 함부로 짓밟았고, 정부에서는 고속철도를 놓는다면서 마구 파헤쳤어요. 더 들여다보면, 우리 정부는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놓고, 국립공원 옆에 골프장이나 공장을 쉽게 허가하며, 아름다운 시골마을에 핵발전소를 짓습니다. 그곳이 아니면 고속철도나 고속철도를 어디에 놓느냐고도 하고, 골프장과 공장과 핵발전소를 안 지으면 어떡하느냐고도 합니다. 그러면 생각해 봐요. 우리 아이들한테 물려줄 선물은 고속철도나 고속도로여야 할가요.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골프장과 공장과 핵발전소밖에 물려주지 못하나요.

  아름다운 삶을 물려주면서 착한 사랑을 선물로 건넬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빕니다. 고운 꿈을 물려주면서 참다운 사랑을 선물로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빕니다. 아이들은 돈이 아닌 사랑을 바라요. 아이들은 부동산이 아닌 사랑을 기다려요.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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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4-07-07 16:06   좋아요 0 | URL
마음에 확 와닿는 말씀이네요,
제가 류가 어릴적에는 정말 사랑으로 잘 키우려 노력했는데 요즘 너무너무 욕심 많은 엄마가 되어서 아이를 닥달만 하고있으니 또 반성하고갑니다,

파란놀 2014-07-07 17:07   좋아요 0 | URL
욕심이라고 하지만
그 마음에는 늘
사랑이 짙게 깔리면서
다 함께 늘 웃을 수 있으리라 믿어요.

칠월 칠일... 양력이지만,
즐겁게 하루 누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