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손


 낮잠 없이 놀려 하고, 새벽 일찍 깨어 놀려 하며, 밤 늦게까지 놀려 하는 첫째 아이를 바라봅니다. 내가 이 아이를 옆지기하고 함께 낳아 살아가지 않았으면, 나는 내 어린 나날을 얼마나 돌아보았을까 궁금합니다. 때때로 돌아보기는 했을 테지만, 제대로 깨닫는다든지 살가이 느낀다든지 했을까 궁금합니다. 워낙 잠이 모자란 채 놀다 보니 한번 곯아떨어지면 여러 시간 꼼짝을 않고 꿈나라를 떠돕니다. 고단히 잠든 아이를 바라봅니다. 이 아이 넋이 아름다이 흐를 수 있도록 돕는 어버이가 아니라면, 나는 이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보람이나 뜻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부터 윽박지르는 말이나 날선 말을 듣고 싶지 않다면, 내 아이 또한 윽박지르는 말이나 날선 말을 듣지 않도록 예쁘게 살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이 아이 손이 이웃을 어여삐 쓰다듬는 손으로 단단해지자면, 어버이인 나부터 내 이웃을 어여쁘 쓰다듬으며 단단해져야 한다고 느낍니다. 잠든 아이가 꿈나라에서 좋은 이야기 예쁘게 길어올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마를 쓰다듬습니다. (43444.8.1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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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8-16 12:08   좋아요 0 | URL
새삼 느끼는 거지만 아이가 부쩍 컸네요. ^^
책은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파란놀 2011-08-18 04:42   좋아요 0 | URL
아이는 날마다 놀랍도록 잘 커요~ ^^

마녀고양이 2011-08-17 01:33   좋아요 0 | URL
너무 이뻐요, 며칠 전 사진에서도 봤지만
머리에 핀을 여러개 꽂은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요.
정말 천사가 따로 없네요.

파란놀 2011-08-18 04:42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면,
아이가 얼마나 하늘아이다운가를
자꾸 잊는구나 싶어요...
 
카메라당과 예술사진 시대 - 한국 근대 예술사진 아카이브 (1910~1945)
이경민.사진아카이브연구소 엮음 / 아카이브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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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네 사진은 예술이었을까
 [찾아 읽는 사진책 27] 이경민, 《카메라당과 예술사진 시대》(아카이브북스,2010)


 나한테 사진기가 없던 때이든 나한테 사진기가 있는 때이든, 사진찍기를 예술이라 여긴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쓰던 자동사진기를 빌려 수학여행 때에 사진을 찍었든, 후배한테서 빌린 수동사진기로 처음 작품사진을 찍었다 하든, 어떠한 사진이라 하더라도 예술이라 느낀 적이 없습니다.

 사진을 바라볼 때에 그저 사진이라 느끼지 예술이나 문화나 다른 무엇으로 느끼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에 그저 사진이라 여기지 예술이든 문화이든 다른 무엇이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진예술을 말하거나 사진문화를 다루는 일은 이 나름대로 뜻과 값과 보람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방송에서 떠들썩하게 나오는 대중노래를 놓고 노래예술을 말하거나 노래문화를 다루는 일 또한 이 나름대로 뜻과 값과 보람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놓고 영화예술이라든지 영화문화를 밝힌다 할 때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무슨무슨 예술이나 문화를 들려주거나 살피는 일은 언제나 이 나름대로 뜻이나 값이나 보람이 있어요.

 다만, 하루하루 아름다이 살아가면서 따로 예술이나 문화를 잘라서 밝히거나 따지거나 살펴야 할까 궁금합니다. 송두리째 껴안을 수 있고 남김없이 살아낼 수 있습니다. 사진은 사진이기에 사진 그대로 껴안으면 즐겁습니다. 사진은 사진인 만큼 사진다이 살아내면 아름답습니다.

 이경민 님이 엮은 사진책 《카메라당과 예술사진 시대》(아카이브북스,2010)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사진책은 사진 발자취를 학문으로 파고듭니다. 학문으로 이렇게 파고드는 사진책은 이 나름대로 뜻과 값과 보람이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 사진이 맨 처음 어떻게 받아들여졌고 퍼졌으며 뿌리내렸는가를 들여다보면서 오늘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어요. 지난날과 오늘날과 앞날을 견주면서 우리 사진삶이 어떻게 영글면 좋을까를 곱씹는 밑거름이 됩니다.

 “결국 살롱사진은 사진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예술사진의 제도화 과정에서 오인된, 그리고 공모전 명칭에서 비롯된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살롱사진이라는 명칭으로부터 비롯된 예술사진에 대한 단선적인 이해를 넘어 다양한 예술사진의 생산 맥락을 밝히는 작업이 요구된다(11쪽).” 같은 말마디를 읽으면서 한국 사진밭에서 흔히 쓰는 낱말이 얼마나 알맞을까 곱씹고, 얼마나 사진다울까 헤아립니다. 이윽고, “살롱사진은 앞서 언급했듯이 해방 공간의 좌우 대립 속에서,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에 사진계의 패권을 잡기 위해 호명된 용어라는 점에서 일제강점기 예술사진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에는 부적절한 표현이며(12쪽).” 같은 말마디를 되뇌면서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으로 한국사진을 하는 길이란 어떻게 나아가는 길인가 톺아봅니다.

 참말로 어떻게 걷는 내 사진길이 가장 나답다 할 사진이면서 가장 한국사진답다 할 한국사진이 될까요.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일구거나 가꿀 때에 내 사진밭을 알뜰히 여미면서 알차게 북돋울까요.

 2011년에 되돌아볼 때에 일흔두 해를 먹은 글월, “사진은 있는 그대로 백여 내인다고 하지만 촬영하는 그 자신의 눈을 통하여 마음에 비치우는 것을 백는 것인 만큼 사진 작품에는 작자의 마음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의도가 없어서는 더 발전할 수 없는 줄 압니다(200쪽/박필호 1938.6.30.).”를 되읽습니다. 사진에는 사진을 찍은 사람 마음이 담깁니다. 글에는 글을 쓴 사람 마음이 담깁니다. 노래에는 노래를 부른 사람 마음이 담깁니다.

 가장 좋은 사진이나 글이나 노래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가장 흐뭇하게 받아들일 사진이나 글이나 노래란 없습니다.

 누구한테는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누구한테는 이 글이 가장 마음에 찹니다. 누구한테는 이 노래가 가장 마음에 와닿습니다.

 더 하지 않되 덜 하지 않습니다. 더 낫지 않되 덜 떨어지지 않습니다. 더 좋지 않되 더 나쁘지 않습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삶을 찾아 일굴 노릇입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어깨동무하며 살아갈 노릇입니다. 나는 내가 믿는 고운 보금자리를 돌보며 두 다리 느긋하게 뻗을 노릇입니다. 나는 내가 아끼는 사진기를 마련해서 내 가슴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내 이야기를 담아 사진으로 찍을 노릇입니다.

 굳이 갈라야 하지 않으며, 애써 갈라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은 늘 사진이었고, 사진을 예술로 바라보고 싶으면 언제나 예술이 됩니다. 사진은 한결같이 사진이었으며, 사진을 문화로 바라보고 싶다면 노상 문화가 됩니다.

 사진은 사진이기에 예술이나 문화가 됩니다. 사진은 사진이면서 삶이나 꿈이 됩니다. 사진은 사진이라는 알몸뚱이로 사랑과 믿음을 나누는 손길이 됩니다.

 어쩌면 이 나라에는 사진이 없이 예술과 문화만 판치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이 나라에는 예술과 문화는 없이 사진만 예쁘게 감도는지 모릅니다. (4344.8.16.불.ㅎㄲㅅㄱ)


― 카메라당과 예술사진 시대 (이경민 글,아카이브북스 펴냄,2010.9.15./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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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후감 숙제 책읽기


 여름과 겨울을 맞이하는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독후감 숙제를 낸다.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책읽기를 하도록 이끌면서 느낌글을 쓰라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늘 독후감 숙제를 낼 뿐이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독후감 숙제를 하는 아이들이 내가 쓴 느낌글을 읽고는 ‘독후감 숙제에 도움이 되었다’면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퍽 자주 남기곤 한다. 여름방학이 곧 끝날 즈음이 되어서인지, 요즈음 들어 이런 인사말을 자주 듣는다. 참으로 철없이 숙제를 내고 숙제를 하는구나 싶어, 내 누리사랑방이나 누리모임에 올린 느낌글을 ‘갈무리 못하게’ 할까 싶기도 하지만, 구태여 울타리를 치고 싶지는 않다. 숙제를 하려고 내 느낌글을 읽어 주면서 아이들 스스로 저희 느낌글을 헤아릴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그렇지만, 숙제에 얽매인 아이들로서는 저희 느낌을 헤아릴 겨를이 없겠지. 바삐바삐 숙제를 마쳐야 할 테지. 점수를 따져야 하고, 눈치를 보아야 하며, 시험에 휘둘려야 할 테지. 이 아이들은 독후감 숙제가 걸린 책을 제대로 읽기는 했을까. 독후감 숙제가 걸리는 책은 얼마나 읽을 만할까. 학교 교사는 아이들한테 내주는 ‘독후감 숙제’가 걸리는 책을 찬찬히 읽었을까. 교사들부터 이 책들을 차분히 읽으면서 사랑스레 느낌글을 쓴 적이 있을까. 아이들이 독후감 숙제를 내야 한다면, 교사 또한 방학 동안 어떠한 책을 읽었는가를 아이들 앞에서 밝히며 교사 나름대로 적바림한 느낌글을 교실 뒤쪽에 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이 아파도 다시 끄적이지만, 독후감은 글이 아니고 느낌글 또한 아니다. 독후감 숙제를 한다며 읽는 책이란 책이 아닐 뿐 아니라, 책읽기가 될 수 없다. 독후감을 쓰는 사람은 바보가 되려는 사람이며, 독후감 숙제를 내거나 독후감 숙제를 하는 사람 모두 삶을 뒷전으로 미루면서 아름다운 길하고 등지는 셈이다. (4344.8.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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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 물짜기


 아이들 외삼촌이 놀러왔다. 아이들 외삼촌이 빨래를 해 주었다. 살짝 만져 보니 축축하다. 물이 방울져 떨어지겠구나 싶어 얼른 집어서 슬슬 비트니 물이 주르륵 흐른다. 열여섯 외삼촌은 아직 손빨래를 잘 해내지 못한다. 물이 방울져 떨어질 만큼 얕게 짜면 안 되지만, 얼마만큼 더 짜야 하는가를 느끼지 못한다. 날마다 빨래를 하다 보면, 또, 이렇게 빨래를 날마다 하면서 살다가 빨랫대 밑으로 흥건히 고인 물에 책이 젖는다든지 옷이 젖어 보아야 비로소 빨래를 마치고 나서 물짜기를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깨달을 수 있겠지. 끝까지 짜서는 안 되는 옷가지는 빨랫대에 넌 다음 밑에 그릇이나 걸레를 받쳐야 하는 줄을, 웬만하면 물이 방울져 떨어져도 괜찮을 너른 마당이나 흙땅에 빨래를 널어야 하는 줄을, 앞으로 언제쯤 어떻게 깨우칠 수 있을까. 스스로 느껴서 알아야 한다. (4344.8.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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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수리 부엉이의 호수
테지마 케이자부로오 글.그림, 엄혜숙 옮김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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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수리부엉이한테 도시는 메마르면서 외딴 곳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88] 테지마 케이자부로오(데지마 게이자부로), 《섬수리부엉이의 호수》(창비,2008)



 기저귀와 옷가지를 빨아서 통에 담아 마당으로 나옵니다. 빨랫줄을 바라봅니다. 잠자리가 줄줄이 앉았습니다. 빨랫줄에는 열 마리 남짓 앉았습니다. 밤새 내린 빗물이 남긴 자국을 닦으려고 손으로 문지르니 그제서야 날아오르지만, 몇 마리는 날아오르지 않고 그대로 앉습니다. 코앞까지 손을 뻗어도 얌전히 있습니다.

 천천히 빨래를 넙니다. 빨래를 다 널고 집으로 들어와서 마당을 내다 보니, 날아오른 잠자리가 조용히 빨랫줄에 다시 앉습니다. 빨래집게에 앉고 빨래에 앉습니다. 이 가운데 한 마리를 곰곰이 들여다봅니다. 얇은 날개가 찢어졌고 구멍이 났으며 지저분합니다. 끝없이 퍼붓는 비를 맞는 바람에 날개가 찢어졌을까요. 쉴새없이 쏟아지고 또 쏟아지는 비를 그을 길 없어 날개가 다쳤을까요.

 잠자리들을 살펴봅니다. 하나같이 꼬리가 홀쪽합니다. 잠자리 꼬리가 이렇게까지 홀쪽했던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빗줄기가 멈추지 않으니 먹이를 찾기 어려워 잠자리들이 하도 굶은 탓인가 궁금합니다.

 나는 숲속 짐승과 벌레 살림살이를 모릅니다. 무더운 날 숲속에서는 짐승과 벌레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춥디추운 날 숲속에서는 짐승과 벌레가 겨울을 어떻게 나는지, 장마철 숲속에서는 짐승과 벌레가 어떻게 견디거나 비를 긋는지, 사람들이 새 자동차길이나 기차길을 놓는다 할 때에 숲속 짐승과 벌레는 어떻게 살림살이를 옮기는지 알지 못합니다.

 나 스스로 숲속에서 짐승이나 벌레하고 똑같이 지낸다면 알겠지요. 시멘트나 쇠붙이를 섞어서 후다닥 짓고는 돈을 들여 사고파는 부동산이 아니라, 숲속에서 얻어 숲속으로 돌아갈 만한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조용히 숲속 품에 안긴다면, 숲속 짐승이나 벌레 한삶과 죽음을 알겠지요.


.. 호수는 거울처럼 조용했습니다. 호수에 산 그림자가 비쳤습니다. 아빠 섬수리부엉이도 비쳤습니다. 아빠는 소리 없이 날았습니다 ..  (11∼12쪽)


 길디긴 장마가 이어졌을 때, 우리 집 둘레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고운 울음소리를 베풀던 멧새는 어떻게 먹고사는지 내내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읍내에 나가 먹을거리를 장만할 수 있고, 셈틀을 켜서 먹을거리를 살 수 있습니다. 들이붓는 비 때문에 텃밭이 휩쓸리거나 논밭이 떠내려 가더라도 읍내 가게나 누리장터에 물건이 떨어지는 일이란 없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든, 무더위나 강추위가 찾아오든, 가게에서 손쉽게 먹을거리를 사다 먹을 수 있는 사람 삶터입니다.

 그러니까, 막비가 어마어마하게 퍼붓더라도 사람 삶터는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습니다. 막비가 퍼부을 때마다 멧새 삶터가 걱정스럽고 벌레 삶터가 근심스럽습니다. 천성산을 꿰뚫을 굴 때문에 도룡뇽이 걱정스럽다 말씀한 분이 있듯, 수많은 고속도로와 고속국도 때문에 개구리와 뱀이 근심스럽습니다.

 그림책 《섬수리부엉이의 호수》(창비,2008)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섬수리부엉이가 살아가는 깊은 숲속 못물은 ‘사람들이 모릅’니다.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습니다. 사람들 숨소리가 깃들지 않습니다. 이 깊은 숲속 못물 둘레에 아파트나 공장을 짓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깊은 숲속 못물까지 고속도로를 내거나 고속철도를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공항을 만들거나 우주정거장을 만들거나 관공서나 기업 새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깊디깊다는 숲속 못물은 ‘숲속 못물 둘레에서 살아가는 짐승과 벌레’한테는 ‘하나도 안 깊은’ 숲속 못물입니다. 숲속 짐승과 벌레한테는 ‘수수한 삶터요 여느 보금자리’예요. 숲속 못물 둘레 짐승과 벌레 눈길에서 바라보자면, 크나큰 도시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깊디깊은 곳’에서 살아가는 목숨붙이요, 풀포기 하나 나지 않는 ‘메마르며 슬픈 데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스러운’ 목숨붙이라 할 만합니다. ‘누구나 알 만한’ 도시라는 곳은 섬수리부엉이를 비롯해서 메뚜기라든지 사마귀라든지 방아깨비라든지, 숲속 짐승이나 벌레한테는 조금도 살아갈 만하지 않습니다. ‘사람들 많이 살아가는’ 도시에서는 참새와 비둘기조차 보금자리 마련하기 벅찹니다. 도시에서 꾀꼬리나 제비가 살아가지 못합니다. 도시에서 도룡뇽이나 개구리나 뱀이 살아남지 못합니다. 도시에서 벼나 보리나 밀이 자라지 못합니다. 도시에서 귤이나 능금이나 버섯이 자라지 못합니다.


.. 물결은 호수 가득히 퍼졌습니다. 물고기를 먹는 섬수리부엉이들의 모습도 달빛에 흔들렸습니다 ..  (35쪽)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은 사람들한테부터 얼마나 살아갈 만한 터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비가 와도 걱정스럽지 않은 도시는, 눈이 와도 근심할 일이 없는 도시는, 비와 눈이 내릴 때에 기껏 근심걱정한다는 일이란 길이 막혀 자동차가 다니기 힘들다는 한 가지뿐인 이 도시는, 사람이 얼마나 사람다이 살아갈 만한 보금자리가 될까 잘 모르겠습니다.

 섬부리부엉이는 ‘사람들이 알든 모르든’ 또 ‘사람 발길이 닿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섬수리부엉이한테 잡아먹히는 숲속 못물 물고기 또한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제 목숨결대로 살아갑니다. 저마다 제 목숨무늬대로 어우러집니다. 고맙게 살아서 고맙게 죽습니다. 고맙게 태어나서 고맙게 흙으로 돌아갑니다.

 너른 자연은 넉넉한 품이기에 너른 자연입니다. 사람은 사람값을 할 때에 사람입니다. 너른 자연을 무너뜨려 넉넉한 품을 찢어발길 때에 자연이 자연 구실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사람이 사람값을 하기보다 돈값을 하거나 돈벌이에 얽매일 때에 사람다이 살아가기 힘듭니다.

 사람은 무슨 보람으로 살아가나요. 사람은 무슨 사랑을 나누는가요. 사람은 무슨 꿈을 키우는가요. 그림책 《섬수리부엉이의 호수》에 나오는 섬수리부엉이 한식구는 서로 돕고 사랑하면서 애틋하게 하루하루 즐깁니다.


 아무도 모르는 호수가 (3쪽) → 사람들이 모르는 호수가
 섬수리부엉이 가족이 (7쪽) → 섬수리부엉이 한식구가
 물고기를 잡으러 온 것입니다 (7쪽) → 물고기를 잡으러 왔습니다
 가느다란 초승달이 빛났습니다 (8쪽) → 초승달이 가늘게 빛났습니다
 엄마는 아기 옆에 남았습니다 (9쪽) → 엄마는 아직 어린 새끼 옆에 남았습니다
 날개를 접고 있을 때도 (17쪽) → 날개를 접을 때도
 새벽이 가까운 것입니다 (38쪽) → 새벽이 가깝습니다
 작은 새들이 일제히 울기 시작했습니다 (39쪽) → 작은 새들이 한꺼번에 웁니다
 오늘도, 호수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39쪽) → 오늘도, 호수는 새 하루를 엽니다



 그림책을 덮으려다가 다시 펼칩니다. 아무래도 이 그림책에 적힌 글줄이 마음에 걸립니다. 아이한테 이 그림책 글월을 그대로 읽혀도 좋을는지 두렵습니다. 아이한테 읽히기 앞서 아버지 먼저 조용히 읽으면서 글줄에 까만 줄을 여럿 그은 다음 아래쪽에 새로운 글월을 적어 넣습니다.

 아름다운 목숨붙이 보금자리를 살그머니 보여주는 그림책이라 할 텐데, 아름다운 말빛을 빛내어 아름다운 넋빛을 돌보도록 이끈다면 훨씬 좋겠지요.

 그러고 보니, 《섬수리부엉이의 호수》를 펴낸 ‘창비’ 출판사는 그린이 이름을 ‘테지마 케이자부로오’로 적습니다. 이분 그림책은 1996년에 ‘보림’ 출판사에서 먼저 옮겼습니다. 이때에 보림 출판사는 ‘데지마 게이자부로’로 적습니다. 누리책방에서 그린이 이름을 살피니, 둘이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되는 듯, ‘테지마 케이자부로오’로 살피면 창비 그림책 두 가지만 나오고, ‘데지마 게이자부로’로 살피면 보림 그림책 두 가지만 나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이 그림책을 일군 분 이름은 한글로 어떻게 적어야 좋을까요. 어느 쪽이 옳게 적은 이름이라 잘라말할 수 없습니다만, ‘테지마 케이자부로오’로 살피든 ‘데지마 게이자부로’로 살피든, 한국말로 나온 이분 그림책을 한눈에 살피도록 두 출판사가 마음을 기울일 노릇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래도, 먼저 그림책을 낸 출판사보다 나중에 그림책을 낸 출판사에서 마음을 더 기울여야겠지요. (4344.8.15.달.ㅎㄲㅅㄱ)


― 섬수리부엉이의 호수 (테지마 케이자부로오 글·그림,엄혜숙 옮김,창비 펴냄,2008.8.5./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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