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모르는 책읽기 (책 읽어 주는 남자 the reader)


 여관 텔레비전을 켜도 왜 이리 볼 만한 영화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아 바보야, 쿡 채널인가 뭔가로 들어가면 거저로 보는 영화가 있잖아, 하고 떠올립니다. 영화만 나오는 방송이라 해서 언제 어떤 좋은 영화가 흐를는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언제라도 찾아보며 볼 수 있는 영화를 보았어야 합니다.

 거저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무엇 있나 살펴봅니다. 〈책 읽어 주는 남자(the reader)〉라는 작품이 눈에 뜨입니다. 내가 책과 함께 살아가다 보니 이 영화가 눈에 뜨이는지 모릅니다. 영화를 돌립니다. 영화이름 그대로 책을 읽어 주는 사내가 나옵니다. 이 사내는 학생입니다. 이 학생은 당신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사람한테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사랑에 빠지지만 아직 사람과 삶이 무엇인지는 한참 모릅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나누는 사랑에 차츰 젖어들지만, 이 사랑이 사람한테 어떻게 스미고 이 사랑으로 어떠한 삶을 일굴 수 있는가를 깨달으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그나저나 가장 큰 일이 있으니, 이 학생이 사랑하는 이가 글을 모릅니다. 그래서 이 학생은 당신이 사랑하는 이한테 책을 읽어 줍니다. 책을 읽어 주고 사랑을 꽃피우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를 미처 헤아리지 못합니다. 이동안 이 학생이 사랑하는 이한테 가장 큰 일이 너무 아픈 어려움으로 찾아옵니다. 이 학생이 사랑하는 이는 글을 몰라 글을 아무것도 읽지 못하는데, 밥집에서도 차림표를 읽지 못하는데, 이 사람이 일하는 일터에서 이 사람이 일을 알뜰히 잘 한다면서 ‘현장직에서 사무직으로 바꾸어 주는 승진’을 시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아무것 아닌지 모릅니다. 이 사람한테는 곧 훨씬 커다란 아픔이 찾아듭니다. 글을 몰라 일자리 찾기 수월하지 않은 이 사람으로서는 몸으로 움직이는 일만 할 뿐이요, 흔한 말로 ‘단순노무직’만 할 뿐입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그예 ‘단순노무직’이라고 여긴 ‘감시원’ 일을 합니다. 감시원이라는 일을 누가 시키고 왜 시키는가는 따지지 않습니다. 아니, 따질 수 없어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면 되는 일자리이거든요. 이 사람은 ‘일자리’로서 ‘감시원’이 되는 길을 걷습니다. 다만, 이 사람은 하나도 몰랐습니다만, ‘감시원 일자리’는 ‘독일이 전쟁을 일으킨 뒤 유태인을 가두었던 수용소 감시원 일자리’였습니다.

 이 사람은 감옥에서 늙습니다. 감옥에서 조용히 흰머리가 늘며 할머니가 됩니다. 아주 흰바구니가 된 때에 처음으로 글을 익힙니다. 한 낱말씩 아주 더디게 글을 익힙니다.

 이 사람을 사랑했다고 말한 사내는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사내는 법학과 대학생이 됩니다. 사내가 법학과 대학생이 되었을 때에 전범재판이 열리고, 사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전범재판에 붙들려 나옵니다. 사내는 그예 멀거니 떨어져서 바라보는 구경꾼으로 지나갑니다. 왜냐하면, 대학생이 된 뒤에도 아직 참사랑을 모르고, 참사랑을 깨닫지 않으며, 참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거든요. 사내는 ‘마음열기’를 하지 않을 때에는 사랑이 될 수 없는 줄 모릅니다. 이러한 삶을 둘레에서 옳게 일깨우지 못하기도 했다 핑계를 돌릴 수 있을 텐데, 더 깊이 파고들면, 사내를 둘러싼 숱한 사람들도 참사랑을 모릅니다. 어느 누구도 참사랑으로 꽃피우는 참삶으로 나 스스로 참사람이 되는 길을 밝히지 않아요.

 이 사람이 글을 익힌 까닭은 사랑을 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란, 돈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사랑이란, 이름을 바라지 않습니다. 사랑이란, 힘을 움켜쥐려 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앗을 냅니다.

 살을 섞는 일은 살섞기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놀이라 할 수도 있을 텐데, 사랑하는 ‘놀이’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마음을 열어 사랑을 하지 않고서야, 숱한 다른 여자(또는 남자)하고 살을 섞건 뭐를 하건 사랑이 꽃필 수 없습니다. 사랑이 꽃피지 않는데 열매를 맺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씨앗을 내지 못해요. 언제까지나 외로우면서 갑갑하게 돈벌이만 하거나 이름얻기만 하거나 권력바라기로 지낼밖에 없습니다.

 사랑을 아끼려는 사람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시장이나 군수 같은 공직자가 될 꿈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을 돌보려는 사람은 회사원이나 노동자가 되려 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바라보며 사랑을 바라는 사람은 내 사랑을 살찌울 살림을 일구려 합니다. 나와 내 살붙이 밥과 옷과 집을 아름다이 마련하는 살림을 따사로우면서 넉넉하게 일구려 합니다.

 베엠베란 자가용을 몬대서 뜻을 이루었다 할 수 없습니다. 아파트 몇 채를 살 만한 돈을 모았대서 꿈을 이루었다 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자가용이 아니니까요. 사랑은 돈도 재산도 부동산도 아니니까요. 7급 공무원이나 3급 공무원이 되면 사랑을 이룬 셈일까요? 연봉 1억이나 3억이면 사랑을 꽃피운 셈일까요?

 사랑이 없는 사람은 더 많은 돈벌이가 되는 길에서 허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이름내기에 더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책을 읽어 주던 사내는 ‘책’이라고 하는 ‘허울’을 읽었습니다. 책이라고 하는 마음밭에서 자라나는 사랑을 읽지 못했습니다. 사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흰바구니 할머니가 되어 감옥에서 나올 수 있던 날, 감옥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사내가 선물한 책을 굳은살 가득한 맨발로 밟고 올라서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야 비로소 이제껏 ‘사랑을 등지’거나 ‘사랑 앞에서 고개를 돌린’ 채 바보스런 허울을 좇으며 삶을 갉아먹은 줄 조금 느낍니다. 이리하여, 이제서야 당신 딸아이한테 당신이 ‘마음을 열지’ 못했고, 당신이 헤어진 옛 옆지기한테도 ‘마음을 안 열’며 바보스레 삶을 내동댕이친 줄을 살짝 느낍니다.

 사랑이지 않은 삶은 덧없습니다. 사랑이지 않은 책은 부질없습니다. 사랑으로 살아낼 하루입니다. 사랑으로 읽어낼 책이며 이야기입니다. (4344.8.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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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내 가슴에 있어요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착하게 사랑하기는 어렵습니다. 도시에서 살아내며 착하게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디에서든 맑게 살아가지 않는다면 시골에서 지내더라도 사랑을 품지 못합니다. 언제라도 착하게 꿈을 꾸지 않는다면 멧자락 너른 품에 안긴 채 살아내더라도 사랑을 깨닫지 않습니다.

 풀벌레 우는 소리 아닌 아스팔트를 까거나 시멘트를 부수는 온갖 기계 소리로 아침을 여는 도시 여관에서 잠을 깨면서 생각합니다. 작은 새부터 커다란 새까지 바지런히 새벽을 맞이하며 먹이를 찾는 멧골집 조그마한 보금자리가 아니라, 자동차 시끄러이 내달리는 도시 한복판에 깃든 여관에서 하루를 열면서 생각합니다.

 이렇게 바깥마실을 하면서 새 보금자리를 찾으려 애쓰는 아버지가 힘들까요. 시골집에서 두 아이를 보듬으며 집살림을 돌보는 어머니가 힘들까요.

 내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 벌써 사흘씩이나 집이 아닌 도심지 여관에서 잠을 자야 하는 일을 이야기하며 미안하다 말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분이 넌지시 말을 건넵니다. 최종규 씨가 그렇게 말하면 당신은 죽일 놈이네, 하고 말씀합니다. 그러나, 나는 다르거든요. 나는 삼백예순닷새를 늘 옆지기랑 아이랑 복닥이며 살아가는 사람이거든요. 이렇게 하루만 바깥으로 나돌아도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리울 뿐 아니라 마음이 아파요. 그렇다고 삼백예순닷새 바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에요. 삶이 다르잖아요. 누가 낫고 누가 나쁘다는 소리가 될 수 없어요. 나는 내가 사랑하면서 꾸리는 삶이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바깥마실을 하며 더없이 힘들고 고된 하루가 괴로우면서 미안해요. 좋은 숲 품에 안기어 좋은 눈길과 손길로 좋은 이야기를 일구지 못하는 하루가 참말 슬프면서 아파요.

 물소리를 듣고 싶어요. 바람이 나뭇잎을 건드리며 사그작사그작 조용히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햇볕을 마음껏 쬐고 싶어요.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둘째 기저귀를 마당 빨랫줄에 널고 싶어요. 내 손은 술잔이 아니라 빨래비누나 빗자루를 들고 싶어요. 둘째한테 젖을 물리는 옆지기 젖가슴을 내 투박한 꾸덕살 손바닥으로 살며시 문지르고 싶어요. 옆지기 등바닥에 조용히 웅크리고 누워 살내음을 맡고 시골집을 둘러싼 풀내음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시외버스를 두 번 타고 시골집으로 돌아갈 길이 아주 까마득해요. 네 시간 가까이 어떻게 버티어야 할까 슬퍼요. 선뜻 여관에서 나서지 못해요. 그러나 나는 내 고운 보금자리로 돌아가야지요. 고운 새 보금자리를 찾을 때까지, 우리 살붙이한테 고마운 물과 바람과 햇살과 풀을 베푸는 멧자락 작은 집으로 돌아가야지요.

 벽종이에 아로새겨진 꽃 그림도 예뻐요. 다만, 나는 달리 생각해요. 흙에 뿌리내린 작은 꽃이 아주 예쁘다고 생각해요. 나도 작은 꽃처럼 흙을 밟고 흙에서 노래하고 싶어요. 새벽마다 지렁이들이 가늘게 노래를 한다고 들었어요. 지렁이들이 노래하는 줄 이제껏 몰랐지만, 늘 새벽이면 깨었으니까, 나는 잘 몰랐더라도 언제나 지렁이들 노래를 들으며 살았겠지요. 지렁이가 노래하는 줄 몰랐어도 좋아요. 안다고 해서 더 좋지는 않아요. 지렁이들이 들려주는 노래는 내가 알든 모르든 노상 내 온몸으로 스며들었어요. 매미도 여치도 방아깨비도 사마귀도 거미도 나비도 잠자리도 애틋한 동무예요. 바람을 가르며 푸들푸들 날갯짓하는 잠자리를 살가이 바라보고 싶어요. 머리에 핀을 잔뜩 꽂고는 이쁘게 웃는 어여쁜 딸아이를 기쁘게 품에 안고 빙글빙글 춤을 추고 싶어요. 책은 내 가슴에 있어요. (4344.8.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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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으로 할 수 없어요


 돈이 있으면 아파트를 사고 자가용을 사고 텔레비전을 살 수 있어요. 그렇지만,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어요. 돈이 있으면 몸을 섞는 놀이를 즐길 수 있어요. 그렇지만, 돈을 아무리 퍼부어도 사랑을 살 수 없어요. 돈이 있으면 맛나다는 밥을 끝없이 사다 먹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돈으로는 사랑을 담은 밥을 사서 먹을 수 없어요.

 나는 돈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나, 돈이 없으면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겠지요. 자전거를 장만할 때에도 돈이 들고, 책을 마련할 때에도 돈이 들어요. 그런데, 돈이 있대서 자전거를 열 대나 스무 대를 장만한들 이 자전거를 어떻게 타겠어요. 돈이 넉넉해서 온누리 모든 책을 다 마련할 수 있대서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요.

 나는 돈을 바라지 않아요. 나는 사랑을 바라요. 나는 자전거도, 책도 바라지 않아요. 나는 고운 사랑이랑 착한 사랑을 바라요. 더 낫다는 무언가를 꿈꾸지 않아요. 더 보드라우면서 더 따사로운 사랑이 좋아요. 맑게 살고 싶어요. 착하게 살고 싶어요. (4344.8.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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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현장의 이모저모
김성재 지음 / 일지사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책과 함께 걸어가는 내 길
 [책읽기 삶읽기 23] 김성재, 《출판 현장의 이모저모》


 내 길은 책과 함께 걸어가는 길입니다. 나는 이 길이 좋다고 느껴서 걸어가지 않습니다. 나는 이 길에서 책탑을 쌓으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책삶으로 무언가를 이룰 뜻이 없습니다. 그저 내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책과 함께 걸어가는 길입니다.

 어머니가 첫째 아이 넉 돌맞이 생일을 떠올려 주었습니다. 첫째는 음성 할머니한테서 생일돈을 받았습니다. 다만, 생일돈은 내 은행계좌로 넣어 주십니다. 이 생일돈으로 옆지기는 실꾸리를 장만합니다. 고맙습니다. 옆지기는 새로 장만하는 실꾸리로 아이 옷을 뜰 수 있고, 음성 할머니나 일산 할머니한테 드릴 옷가지를 뜰 수 있겠지요. 나는 이 생일돈으로 책을 삽니다. 새 보금자리를 찾으러 춘천으로 오는 길에 서울을 들러 올들어 처음으로 헌책방마실을 했고, 헌책방에서 아이가 즐겁게 읽을 그림책을 잔뜩 삽니다. 음성 할머니가 주신 생일돈을 옆지기하고 나는 알뜰히 다 써서 아이한테 선물을 마련한 셈입니다.

 서울마실을 하는 김에 세 군데 출판사를 들러 인사를 합니다. 새 보금자리로 옮기면 서울마실은 더 뜸할 테니까, 이렇게 온 김에 들러서 인사를 하지 못하면, 내 글을 찬찬히 엮어 책으로 펴낸 아름다운 땀방울이 고마웠다는 마음을 나누지 못합니다. 그러나 얼굴을 마주하며 입으로 말꽃을 피우지 않더라도, 서로서로 고운 마음꽃이 피면서 책 하나가 어떤 사랑인가를 느끼리라 믿어요.


.. 양질의 책을 꽤 많이 낸다 하더라도 질이 낮은 책도 아울러 내고 있다면 그 출판사의 평가는 자연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아무리 좋은 책을 냈다 하더라도 그 공급 과정에서 품위를 잃어 책의 존엄성을 스스로 짓밟는다면 결고 높이 평가받을 수 없는 것이다 … 수많은 편집자들이 새 맞춤법을 익히느라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모른다.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도 새 맞춤법을 완전히 익히지 못하고 혼동하는 편집자들도 간혹 보인다 ..  (16, 100쪽)


 출판사에 들를 때면 그동안 새로 낸 책을 선물받기도 하고, 출판사 책꽂이에 꽂힌 여러 가지 책을 둘러보기도 합니다. 헌책방마실을 하며 만난 아름다운 책을 내 가방에서 꺼내어 보여주거나 빌려주기도 합니다. 두 번 다시 장만하기 어려울 만한 책을 빌려줄 때면 언제쯤 돌려받을까 궁금하지만, 거의 돌려받은 적이 없지만, 그러니까 출판사 일꾼도 어디에선가 잃어버려 그만 사라지는 책이 되고 말지만, 이러하건 저러하건 내 손과 당신 손을 거친 책에 깃든 이야기와 느낌은 오래도록 이어가리라 생각합니다.

 선물받은 책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살며시 펼칩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내 눈을 거쳐 머리를 지나 가슴속으로 스밉니다. 착한 사람 착한 나날 착한 책이 나한테 스며듭니다. 종이에서 나는 책내음을 맡고, 종이에 깃든 이야기에서 피어나는 책내음을 맡습니다.


.. 구순이신 (정문기) 선생님은 우리 출판사에 들르시면 “참 우연히 만났지.” 하곤 하셨다. 한국의 위대한 노인들을 저자로 모신다는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  (45쪽)


 ‘일지사’라는 출판사를 일구는 김성재 님이 내놓은 책 《출판 현장의 이모저모》(일지사,1999)를 생각합니다. 일지사에서 내놓은 아름다운 책이 퍽 많은데, 이 가운데 《한국어도보》(1977,정문기 씀)는 아주 돋보입니다. 이러한 책을 펴낸 출판사가 놀랍고, 이러한 책을 생각하며 써낸 정문기 님도 놀랍습니다. 이러한 책을 내놓아 나눈 출판사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책이 밑거름이 되어 오늘날 수많은 아름다운 책이 태어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좋은 넋이 좋은 마음씨가 되어 좋은 책으로 깃들고, 좋은 책은 좋은 책씨로 거듭나서 수많은 사람들 좋은 넋을 새로 보살피면서 새로운 좋은 책이 태어나도록 이끕니다.

 사람들 아름다운 삶이 책으로 스며들고, 책 하나가 천천히 퍼지면서 사람들 아름다운 삶을 북돋웁니다. 《출판 현장의 이모저모》라는 책은 아름다운 삶을 스미고픈 꿈으로 책밭을 일군 한 사람 땀방울을 담습니다. 책 하나를 천천히 퍼뜨려 사람들 아름다운 삶을 북돋우려 했던 한 사람 눈물방울을 담습니다.

 책이라서 대단하거나 책이기에 훌륭하지 않습니다. 책이어야 하거나 책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나날이기에 책이 태어나고, 책이 태어나면서 사람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나날을 적바림합니다.


.. 학술 출판사는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넓은 의미의 학술서인 해설서나 대학교재에 치중하거나, 다른 부문의 출판물에 의한 이익으로 충당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벌어 놓은 돈을 까먹거나, 이잣돈으로 지탱하거나 하고 있는 것이다 … 서적의 소매가격을 서점에서 자유로이 결정한다면 무분별한 가격할인의 추악한 싸움이 벌어져 유통 질서가 문란해지고, 그로 말미암아 서점과 출판사의 도산이 속출할 것이며, 자본력이 튼튼하거나 저질 출판물을 내는 출판사만 살아남을 것이다 … 높은 질의 저작물은 저술해 봤자 서점에 꽂히지도 않을 것이며, 출판을 맡아 줄 출판사도 없을 것이니, 저작자들의 저술 의욕이 상실될 것이다 ..  (72, 122∼123쪽)


 책과 함께 살아가는 내 하루를 돌이킵니다. 책을 읽고 책을 쓰는 내 삶을 돌아봅니다. 책을 매만지면서 살붙이들 보드라운 얼굴을 쓰다듬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고운 이웃 고운 삶을 어깨동무합니다. 책을 쓰면서 좋은 벗님 아프거나 슬픈 어깨를 다독이고 내 눈물을 씻으며 내 웃음을 터뜨립니다.

 값싸게 사들여서 좋은 책이란 없습니다. 헌책방은 책을 값싸게 사고파는 곳이 아닙니다. 도서관은 책을 거저로 빌려 읽는 데가 아닙니다. 내가 땀흘려 일하여 일군 돈을 세금으로 냈기에 도서관이 태어납니다. 수많은 책이 더 너른 곳에서 더 너른 새 임자를 만나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헌책방입니다.

 마땅한 값을 치르며 책을 사서 읽습니다. 책을 사서 읽기에 내 삶을 더 착하게 살찌우고 싶습니다. 옳게 값을 치르며 책을 장만하여 갖춥니다. 집에 울타리를 쌓으려고 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과 함께 예쁘게 살아가며 우리 아이들이 예쁜 꿈을 사랑할 수 있기를 비손합니다.


.. 좋은 학자들을 늘 대하게 되고, 한국학의 수준과 동향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  (270쪽)


 김성재 님은 참 기쁘게 글을 써서 당신 이야기를 적바림한 책 하나를 내놓습니다. 자랑할 일을 글로 쓰지 않습니다. 떠벌이거나 손가락질할 일을 글로 쓰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삶을 책으로 엮어 내놓듯, 좋아하는 책을 어떻게 아끼며 돌보았는가 하는 하루하루 이야기를 천천히 적바림해서 선물합니다.

 책마을은 사람마을이고, 사람마을은 이야기가 있는 터전입니다. 이야기가 있는 터전인 사람마을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일이 일어나고, 날마다 새로운 손길로 내 살붙이를 어루만지며, 내 이웃하고 즐겁게 손을 잡습니다.

 길디긴 빗줄기가 살짝 그쳤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파랗디파란 하늘이 되면서 햇살이 따사로이 내리쬡니다. 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를 몰아 우리 식구들 새 보금자리가 어디에 어떻게 예쁘게 있는가를 살펴야겠습니다. 아버지는 춘천 멧자락을 돌아다닐 테고, 어머니는 음성 멧자락을 바라보며 둘째 기저귀를 신나게 널겠지요. 마음책이 삶책이 되고, 삶책이 사랑책으로 거듭납니다. (4344.8.18.나무.ㅎㄲㅅㄱ)


― 출판 현장의 이모저모 (김성재 글,일지사 펴냄,1999.9.15./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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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반은 꽃이다 문학동네 시집 78
박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시 한 조각은 사랑
 [책읽기 삶읽기 73] 박지웅, 《너의 반은 꽃이다》(문학동네,2007)



 내 아버지는 시를 썼습니다. 내 어릴 적 예쁜 보금자리였던 열세 평짜리 자그마한 아파트를 떠올려 봅니다. 아버지는 당신이 쓴 시를 손수 종이에 적바림하고 틀에 끼워 벽에 걸었습니다. 마루에도 큰 방에도 문간에도 이런 시틀이 여럿 걸렸습니다.

 내 어머니는 시를 쓰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머니는 글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집일하고 집살림하며 부업까지 해야 했습니다. 이러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손뜨개로 무엇이든 다 만들었습니다. 걸상다리 끌리지 말라며, 걸상다리에 받칠 싸개까지 손뜨개를 하셨고, 추운 겨울 손이 차가울 테니, 쇠붙이 문고리마다 싸개를 씌우려고 하나하나 뜨개질을 하셨습니다. 아주 빠른 손놀림으로 척척 빚어낸 문고리 싸개는 우리 집에 다 하고도 남아서 이웃집에 선물하기도 합니다. 꽃그릇 받침싸개도 손뜨개로 만듭니다. 형과 나와 아버지가 입을 옷을 척척 뜨개질로 만듭니다. 하룻밤만에 손뜨개로 예쁜 옷을 만듭니다. 나는 손뜨개 옷이 예쁘기는 하지만 쑥쓰러워서 이 옷을 입고 학교에 가기 부끄러웠지만, 학교에서 다른 동무들은 내 손뜨개 옷을 보며 몹시 부러워 했습니다. 부러워 하는 동무들을 볼 때마다 더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곤 했습니다.

 우리 형은 시를 썼습니다. 형이 쓴 시 가운데 하나는 형이 고등학생 때에 인천 새얼문화재단이 마련한 백일장에서 상을 받기도 했고, 형이 쓴 시가 학교잡지(교지)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곰곰이 떠올립니다. 내 아버지가 쓴 시가 중앙일보 새봄글잔치 동시 갈래에서 뽑힌 적 있습니다. 아버지는 신춘문예라는 이름이 걸린 새봄글잔치에서 상을 받고 싶어 하셨고, 아버지 동무나 작은아버지 들은 그 나이에 무슨 그런 이름을 얻으려 하느냐고 핀잔을 했지만, 아버지는 이런 핀잔 저런 푸념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당신이 하고픈 일과 당신이 이루고픈 꿈을 바라보며 글길을 걸었으리라 느낍니다.

 나도 시랍시고 무언가를 끄적여 보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쓴 동시를 읽으며 나도 시를 쓰자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형이 쓴 시를 읽고 나서 ‘아, 그렇구나. 시란 이렇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형은 동생이 쓴 시를 읽으며 “종규야, 이건 시가 아니라 산문이네.” 하고 꼭 한 마디만 했습니다. “왜 시를 쓰려고 하니. 굳이 시를 쓰려고 하지 마.” 하는 말도 곁들였습니다.

 내가 시랍시고 무언가를 끄적이는 힘은 형이 들려준 두 마디입니다. 그래요. 나는 아직 시를 쓸 줄 모르지만 그냥 시라는 이름으로 무언가 글을 끄적이기도 합니다. 누군가한테 읽히거나 보여주려는 시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나날을 사랑하고 싶어 문득 느낌이 꽃으로 필 때에 한 줄 두 줄 적바림합니다. 더 헤아리니, 형이 들려준 두 마디에 한 마디가 더 있습니다. “산문도 좋아.”


.. 꽁초를 버리고 침도 뱉으며 이 거리에 익숙해질 것이다 ..  (44쪽/청진동 골목에 자반고등어처럼 누워 있기)


 두 달쯤 지난 일인데, 첫째 아이를 수레에 태워 자전거를 몰며 읍내 장마당을 다녀오던 때였습니다. 빗속을 뚫으며 헉헉거리며 몹시 고단하던 날이었어요. 숯고개 오르막을 거의 다 오르며 땀을 비오듯 쏟다가 퍼뜩 한 가지가 떠올랐는데요, 나는 나대로 힘들다지만, 수레에 탄 채 아버지랑 비를 고스란히 맞는 이 어린 아이도 참말 힘들지 않겠느냐고, 자전거를 앞에서 끄는 사람 못지않게 수레에 가만히 앉아서 함께 돌아다니는 아이야말로 고단하지 않겠느냐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오르막 꼭대기를 삼십 미터쯤 남긴 자리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아이를 돌아보았습니다. 아이 얼굴에는 졸음과 고단함이 알뜰히 묻었습니다. 아이한테 살살 말을 걸었습니다. 이 시골길에 자동차 거의 없고, 이 멧자락 길 둘레로 온통 멧부리요 밭인데, 저 멧부리를 바라보면 구름이 있다고, 이제 좀 비가 그친다고. 이때에, 멧등성이에 걸린 구름이 보였고, 이 구름을 보면서 “구름이 산에 앉아서 쉬네.” 하고 얘기했습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하는 말을 똑같이 따라합니다. 아이는 이때부터 산과 구름을 볼 때면 아버지가 들려준 말을 되풀이합니다. “구름이 산에 앉아서 쉬네.”

 나도 좀 쉬고 싶어서, 이 힘겨운 길에서 다리쉼을 하고 싶어서, 살짝 자전거를 멈추며 저 구름과 같이 쉬고 싶어서, 가슴속에서 말이 한 마디 튀어나왔습니다.

 나는 이 말이 좋아 조그마한 수첩에 살며시 끄적였습니다. 수첩에 끄적일 때에는 ‘산’이라는 낱말이 아닌 ‘멧등성이’나 ‘멧기슭’이라는 낱말로 바꾸었습니다.


.. 문어는 하얗게 익어가는 발을 가슴에 얹는다 ..  (46쪽/문어)


 아이하고 자전거마실을 하며 능금밭 사이로 난 시골길을 지날 때에 “여기 봐. 푸른 사과야.” 하고 말하면, 아이는 뒤에서 “푸른 사과?” 하고 묻고, 나는 “응, 푸른 사과. 푸른 능금.” 하고 말하면 “푸른 능금?” “응, 푸른 능금, 푸른 사과.” 하고 말을 섞습니다. 이때부터 능금밭을 지날 때마다 아이는 아버지하고 말놀이를 합니다. “능금이다, 능금.” “응, 능금이야, 사과.” “사과?” “능금.” “능금?” “사과.”

 나는 우리 아이가 ‘사과’라는 낱말에만 길들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오얏나무를 보면서도 똑같이 되풀이합니다. “오얏이야?” “응, 오얏이야. 자두나무.” “자두?” “응, 오얏.” “오얏?” “응, 자두.” 이 아이가 ‘자두’라는 낱말만 알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겠지요. 네 식구끼리 시골자락에서 조용히 지낸다면, 우리끼리 능금이며 오얏이며 말하며 살아가면 되고, 멧자락이니 멧부리이니 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면 됩니다. 그러나, 둘레 다른 사람들은 이 말들을 못 알아들어요. 모두 한국사람이지만 참말 한국말을 몰라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나는 아이한테 ‘두 갈래 한국말’을 들려주고야 맙니다.


.. 길에, 나비 하나 굴러다닌다 / 죽어서도 팔랑거린다 ..  (80쪽/슬프지 않은 시)


 아이하고 살아가며, 옆지기하고 살아내며, 둘째를 낳으며, 새 보금자리를 찾아 아버지 홀로 자전거를 끌고 춘천마실을 하면서, 여관에서 하루를 묵으며 지친 몸을 달래고 빨래를 하며,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지친 몸이지만 여관에서도 어김없이 새벽 네 시에 눈을 뜹니다. 새벽 네 시에 부시시 일어나 여관 텔레비전을 켜서 ‘참으로 볼 만한 영화를 하나라도 보기를 꿈꾸’지만 볼 만한 영화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텔레비전을 다시 끄지 않습니다. 무언가 아쉬워서.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이무렵, 새벽 네 시, 다섯 시, 여섯 시에, 시골집에서 두 아이하고 부대끼는 옆지기는 잠에서 깼을까 하고. 얼마나 고단하면서 달콤한 잠자리에 들었을까 하고. 밥은 알맞고 맛나게 먹겠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집안을 치우지 못해 아주 어지럽다고 하는데, 부디 옆지기가 곱게 기운을 차리면서 첫째 아이하고 집안을 예쁘고 정갈히 돌볼 수 있기를 빕니다. 예쁜 넋과 예쁜 말로 우리 예쁜 삶을 사랑하는 새 하루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기를 빕니다. 부디 오늘은 맑은 햇살이 드리우면서 둘째 기저귀 빨래가 벅차지 않기를 빕니다. 멧자락에서 옆지기가 숲 기운과 풀 기운과 나무 기운을 어여삐 받아들여 착하며 참다운 어머니로 새 날과 새 이야기를 마음껏 길어올릴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비는 마음 모두를 그러모아 시랍시고 글을 수첩에 끄적입니다. 네 삶은 그예 시요, 내 삶 또한 착하게 산문입니다.


.. 살아가다 문득, 도시 바닥에 암매장된 ‘흙’을 본다. 도시의 나무들은 흙에 뿌리를 내렸다기보다는 그 위에 꽂혀 있다. 우리가 봉쇄한 땅에서 저 나무들은 살아간다 ..  (122쪽/시인 말)


 자그마한 시를 모은 작은 책 《너의 반은 꽃이다》(문학동네,2007)를 읽었습니다.이 시책을 내놓은 분은 ㅎ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합니다. ㅎ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는 글쓴이를 꽤 예전부터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정작 이분이 ‘시를 써서 상도 받고 시책도 곱게 내놓은 줄’을 몰랐습니다. 시책을 한 권 선물로 받고 나서 오래도록 곰곰이 생각하고 옆지기와 함께 읽으며 새삼스레 돌아보았습니다. 그렇구나, 시를 쓰면서 살아가다가 책 만드는 일을 하시는구나.

 돌이키면, 책삶이란 시삶이고, 시삶이란 책삶이 되겠지요. 시를 만지고 시를 돌볼 수 있기에 책 하나 알뜰히 여밀 수 있고, 책 하나 알뜰히 여미면서 당신이 사랑하는 짝꿍하고 작은 살림집을 얻어 작은 사랑꽃을 일굴 수 있겠지요.

 여관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영화나 연속극이나 만화는 왜 하나같이 소리를 빽빽 지르고 억지스레 웃거나 울까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겠다고 느낍니다. 엊저녁, 전과 17범이라고 밝히는 어떤 분이 곧 18범이 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17범이든 7범이든 700범이든 사람은 사람이잖아요. 사람 마음에 사랑이 있으면 다 좋은걸요. 이분이 하는 ‘사업’이란 ‘색시집 사업’일 텐데, 당신이 하는 ‘회사’에서 쓸 ‘사훈’을 저보고 하나 써 달라 하셔서, 이 자리에서 곧바로 “맑은 아름다움으로 사랑스럽게”라고 종이조각에 적바림해서 드렸습니다.

 내 마음이 곧 “맑은 아름다움으로 사랑스럽게”이기 때문이에요. 맑은 아름다움으로 사랑스럽게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에요. 남들이 이렇게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아요. 내가 이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시책 《너의 반은 꽃이다》를 읽는 내내, 나는 맑은 아름다움으로 사랑스럽게 살아가고픈 내 삶길을 거듭 되뇌었습니다. ㅎ출판사에서 책을 만지며 하나하나 내놓는 글쓴이 박지웅 님 또한 종이에 아로새겨질 새로운 이야기에 맑은 아름다움으로 사랑스러울 마음을 차곡차곡 담겠다고 느꼈습니다.

 시 한 조각은 사랑일 테니까요. 산문 한 다발은 꿈일 테니까요.

 희뿌옇게 밝는 새벽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에 가득한 구름 사이사이 파란 빛깔 하늘이 얼핏 보입니다. 이 하늘 틈바구니 어디에선가 맑은 햇살이 내리쬘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이 맑은 햇살이 아무쪼록 음성땅 멧부리 한켠에도 살그머니 내려앉아 우리 옆지기하고 두 아이 가슴녘에 따사로이 스미기를 빕니다. (4344.8.18.나무.ㅎㄲㅅㄱ)


― 너의 반은 꽃이다 (박지웅 글,문학동네 펴냄,2007.12.7./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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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18 10:42   좋아요 0 | URL
사과, 능금, 자두, 오얏... 너무 좋네요, 예뻐요.

그리고 '맑은 아름다움으로 사랑스럽게' 라는 글 담아봅니다.
지인들이 시끌시끌해서, 맘이 편하지 않았거든요. 현실이든 가상이든 말이죠.
하지만..... 그런게 삶이겠죠. 시끌시끌 아구아구 헤헤 거리는거.

파란놀 2011-08-18 13:54   좋아요 0 | URL
한동안 시끌시끌하다가
또 조용하겠지요.

힘들다가도 느긋해지고
천천히 흐르는 삶을
잘 받아들여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