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잠자리


 잠자리는 어떤 소리를 내면서 울까. 잠자리가 내는 소리는 사람 귀로 들을 수 있을까. 날마다 몇 차례씩 마당에 빨래를 널고 걷으면서 만나는 잠자리를 볼 때마다 잠자리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내 귀로는 도무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다. 아니, 내가 마음을 조금 더 활짝 열지 못했기에 못 듣는달 수 있다. 손가락으로 살며시 건드려도 빨랫줄에서 날아가지 않는 잠자리이다. 눈알을 또륵또륵 굴리면서 나한테 잠자리말을 살며시 건네지만, 나는 좀처럼 못 알아들으리라.

 더없이 좋은 가을 포근한 볕살이라 이불을 말리려고 들고 나온다. 빨랫줄에 척 하니 걸려 하는데 짝짓기 잠자리가 이 빨랫줄을 붙잡았다. 부디 날아가지 말아 주렴 하고 빌며 아주 천천히 이불을 건다. 짝짓기 잠자리는 흔들리는 빨랫줄을 단단히 붙잡는다. 이불을 다 널었다. 이제 집게를 꽂아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아이가 언제 뒤따라 나왔는지 빨랫줄에 널린 이불을 밑에서 쑥 잡아당긴다. 빨랫줄이 철렁 한다. 짝짓기 잠자리는 화들짝 놀라 그만 멀리 날아간다.

 이 녀석. 네 키높이에서는 짝짓기 잠자리가 안 보여서 그랬니? 빨랫줄에 넌 이불이나 옷가지는 놀잇감이 아니라구. 함부로 쑥 잡아당기면 안 돼. 이렇게 하다가 젖은 빨래가 톡 풀려서 흙바닥에 떨어지면 어떡하려고 그러니. 요 녀석. 혀를 쭉 빼물고 내뺀다. (4344.9.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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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집게 핀꽂이


 아이는 머리카락에 핀을 주렁주렁 매단다. 하나만 꽂아도 되지만 으레 주렁주렁 매단다. 이런 모습으로 자전거수레에 타고는 읍내마실을 다녀오기도 한다. 아이가 많이 어리기 때문에 이렇게 다니지는 않는다. 아이 스스로 이렇게 핀을 꽂은 모습을 좋아하니까, 아무 거리낌없이 다닌다.

 우리 집에는 거울이 없다. 나도 옆지기도 아이도 거울을 볼 일이 없다. 식구들 얼굴이 예쁘다면 거울로 들여다보며 예쁘다고 느끼지 않는다. 서로서로 눈으로 바라보거나 살결을 쓰다듬으며 예쁘다고 느낀다. 시골에서 살아가니까 거울을 안 보는 삶이 아니다. 도시에서도 이와 같다. 거울을 볼 까닭이 있을까. 아니, 거울로 얼굴이나 몸매나 몸차림을 들여다볼 까닭이 있는가.

 바라보아야 할 얼굴은 식구들 얼굴이다. 살펴야 할 모습은 내 겉차림 모습이 아닌 내 마음밭 모습이다. 나부터 내 겉차림이 아닌 내 마음밭을 살피며 즐거이 살아간다면, 내 이웃이나 동무를 마주할 때에도 겉차림이 아닌 마음밭을 읽으면서 사귀거나 만날 수 있겠지. 나부터 내 삶을 사랑하고 내 길을 좋아할 때에, 내 이웃이 일구는 삶을 사랑하고 내 동무가 걷는 길을 좋아할 수 있겠지.

 아이는 핀뿐 아니라 빨래집게까지 머리카락에 꽂는다. 참 예쁘게 논다. (4344.9.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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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함께 집일 하기


 집에서 어머니 아버지 동생이랑 늘 함께 지내는 첫째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집일을 할 때에 곁에서 저도 따라하겠다 하면서 한두 가지 살짝 배우곤 한다. 배운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배운다기보다 놀이에 가까운데, 첫째 아이는 집에서 제 어버이랑 살아가며 집일을 지켜보기에 집일이 천천히 몸에 익으면서 저절로 스며들 만하다. 아버지가 밥상을 행주로 닦으려 할 때면 첫째는 언제나 “내가, 내가.” 하면서 행주를 빼앗으려 한다.

 첫째는 이제껏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고, 앞으로도 어린이집에 보낼 마음이 없다. 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무얼 보고 무얼 배우겠는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놀이를 즐기는 어린이집이겠는가. 아니, 무엇을 배운다고 하기 앞서, 어린이집에 모이는 아이들한테는 무슨 삶이 있을까 궁금하다. 이 아이들은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좋을는지 궁금하다.

 지난 2008년 8월부터 올 2011년 9월까지 이럭저럭 집에서만 일하면서 그럭저럭 버티었다. 살림살이를 춘천으로 옮기면 아버지가 춘천에서 출퇴근 비슷하게 하면서 일해야 할는지 모른다. 출퇴근 비슷하게 일해야 한다면 이곳 멧골자락 살림집에 있을 때하고 견주어 돈을 어느 만큼 더 벌겠지. 아니, 이곳에서는 돈을 거의 안 벌며, 또 돈을 거의 안 쓰며 살았으나, 집식구 하나가 돈을 벌러 밖으로 나간다면, 이제부터는 돈을 이렁저렁 벌며, 또 돈을 이렁저렁 쓰며 살 수밖에 없겠지.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돈을 벌기 때문에 돈을 쓸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집에서 아이들하고 복닥거리기 때문에 어설프거나 어수룩하게 구는 어버이 몸짓이라 하더라도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배우며 사랑을 나눈다. (4344.9.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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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9-06 06:40   좋아요 0 | URL
하하, 아이가 오늘은 머리를 양갈래로 묶었네, 하고 다음 사진을 봤더니 엄마를 따라했군요 ^^ 예뻐요.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묶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정말 부모가 하는 대로 따라 해보고 싶어하지요. 특히 첫째는 더 그런 것 같아요.

파란놀 2011-09-06 07:27   좋아요 0 | URL
어머니를 따라했다기보다...
영화 삐삐를 봤기 때문이에요 ^^;;;

첫째는 삐삐 영화를 100번도 넘게 봤어요 -_-;;;;
디브이디 사 놓은 녀석을 아주 신나게 잘 본답니다.
참 잘 빚은 영화라서 엄마 아빠도 늘 아이하고 함께 봐요 ^^;;

카스피 2011-09-07 22:14   좋아요 0 | URL
ㅎㅎ 따님이 웬 언니와 있나 했더니 엄마네요.따님이 엄말 도와주니 엄마도 좀 편하실듯^^

파란놀 2011-09-08 03:31   좋아요 0 | URL
아직은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옆에서 시늉하는 놀이예요.
그리고 집안일은 거의 다 제가 합니다 ^^;;;;

카스피 2011-09-09 20:10   좋아요 0 | URL
ㅎㅎ 된장님이 좀 힘드실것 같네요^^
 


 목 가누기


 집이 아닌 병원에서 아이를 받아야 할 때부터 둘째는 첫째와 마찬가지로 온갖 안 좋은 것들을 맞아들여야 했다. 첫째 때처럼 병원에서 함부로 예방주사를 놓지 않도록 하려고 이 얘기는 병원에 대고 해서 비형간염 예방주사는 놓지 않도록 했으나, 아이 어머니가 기운이 다 빠져 쭉 뻗으니, 아기를 마구 잡아뽑듯이 했다. 병원 일꾼이라면 마땅히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왜 새벽에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왔겠는가.

 둘째는 뒷통수가 비뚤어지고 말았다. 백날이 되도록 늘 한쪽으로 고개를 눕히려 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판판한 쪽으로 누워야 느긋하며 좋을 테니까.

 둘째는 하루하루 눈이 밝아진다. 이제는 불빛이나 햇빛이 어느 만큼 익숙하다. 조금 떨어진 데에 있는 어머니나 아버지나 누나를 알아볼 수 있다. 백날이 되기 앞서는 곁에 식구들이 있어도 오른쪽으로 바라보지 않기 일쑤였다. 이제 둘째는 식구들이 오른쪽에 있으면 가만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있는다. 어머니이든 아버지이든 누나이든, 비뚤어진 뒷통수라 눕기 나쁠 테지만, 이제 둘째는 오른쪽으로 물끄러미 바라볼 줄 안다. 그래도 이 아이는 아직 왼쪽으로 보기가 더 수월하다고 여긴다. (4344.9.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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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9-06 08:32   좋아요 0 | URL
이 사진은... 그저 추천할 따름입니다. 방실.

파란놀 2011-09-06 08:33   좋아요 0 | URL
날씨가 바뀌며 아이가 자꾸 얼굴이 간지럽다고 긁어서 이불로 손을 좀 여미어 놔 보았답니다 ^^;;;;

카스피 2011-09-07 22:13   좋아요 0 | URL
ㅎㅎ 아드님이 넘 귀여우시네용^^

파란놀 2011-09-08 03:31   좋아요 0 | URL
오늘도 새벽 세 시에 발버둥치다가 겨우 새근새근 잠들어 주시네요 @.@
 

 

한글날에 맞추어 태어나는 책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철수와영희) 

교정지 교정을 마쳤습니다. 

 

얼마 앞서 <사금일기>를 펴내기도 한 '호연' 님이 그림을 넣어 

사이사이에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하고 말하면 

부끄러운 말이 될까 모르겠네요 ^^;;;; 

 

아무튼, 책은 한글날에 맞추어 

한글날보다 며칠 앞서 나올 수 있으리라 믿어요. 

 

책이 태어나면 널리널리 사랑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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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9-05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저도 관심이 많이 갑니다. 10월이면 아직 한참 남은 줄 알았더니 바로 다음 달이네요 ^^

파란놀 2011-09-05 19:14   좋아요 0 | URL
네, 한가위가 끼어서, 출판사에서는 이번 주에 모든 편집을 마치고 인쇄소에 얼른 넘겨야 겨우 9월 마지막 주에 나와서 배본과 홍보를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책이 나오면 춘천에서 책잔치(출간기념잔치)를 해요. 춘천으로 살림집을 옮기거든요. 짬 나면 춘천에도 마실을 와 보소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