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원


 시골 읍내나 면내에서도 여관에서 하룻밤 묵는 데에 4만 원은 써야 한다. 때때로 3만 5천 원에 방을 주기도 하지만, 3만 5천 원을 치르는 방은 네 식구 지내기에 너무 좁든 썰렁하든 냉장고가 없든 빨래를 널 만한 자리가 없든 머리말리개가 없든 뜨거운 물을 쓰기가 까다롭든, 어느 한두 가지가 퍽 힘들다. 적은 돈을 그러모아 마실삯으로 쓰는 우리 식구로서는 4만 원을 넘는 데까지는 들 수 없고, 꼭 4만 원까지 맞추어 여관에 든다. 때때로 5천 원 눅은 여관에서 지내고 나면, 어딘가 어설프거나 모자란 여관에서 고단하게 자느라 몸이 더 뻑적지근하고, 미처 마르지 못한 빨래를 억지로 말리느라 더 힘들다. 내 식구 이끌며 열흘째 바깥잠을 잤으니, 잠자는 삯으로 치른 돈이 꽤 된다. 그러나, 이만큼 길에 돈을 들여야 네 식구가 오래오래 뿌리내리면서 지낼 사랑스러운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4344.10.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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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1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1-10-01 10:58   좋아요 0 | URL
에고고, 바쁘실 때에는 아버지가 밥 차리라고 하셔요 ㅋㅋ

이제 어떻게 할는지 결정해야 하는데
아직 마음 갈피를 못 잡았어요..
 



 또 망가진 사진기와 렌즈


 내가 쓰는 디지털사진기는 2008년 6월에 만들었단다. 나는 아마 2008년 7월 무렵부터 이 녀석을 썼으리라. 2008년 7월 무렵부터 쓰던 사진기는 2010년 6월에 된통 맛이 갔다. 한창 신나게 사진을 찍는데 먹통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살림에 겨우겨우 장만해서 쓰던 렌즈는 2009년 여름에 먹통이 되었다. 이때에도 한창 사진을 찍다가 먹통이 되었는데, 렌즈회사 수리점에 맡기니 ‘새로 사는 값만큼 고치는 값이 나온다’고 해서 새로 하나를 장만해야 했다. 이제 2011년 10월에 이르러 사진기와 렌즈가 나란히 먹통이 된다. 새 보금자리를 찾아 전라남도 고흥땅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길에 사진기와 렌즈가 나란히 먹통이 된다.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면 집값과 땅값으로 치를 돈이 몹시 빠듯할 뿐 아니라, 충북 음성에서 전남 고흥까지 짐차를 불러 짐을 옮기는 값 또한 아주 벅찬데, 새 사진기와 렌즈를 장만할 수 있을까. 디지털사진기 몸통은 아무래도 너무 낡아 아예 새로 사야 할 듯한데, 새로 나온 650디인가 하는 제품이 아니라 내 손에 가장 잘 맞는다고 여기는 450디라는 제품을 찾아서 장만할 수 있을까.

 새 보금자리를 찾아 고흥마실을 하는 동안, 여관에서 둘째가 뒤집기를 해낸다. 뒤집기를 하는 모습까지는 사진으로 담았다. 엊저녁, 둘째가 몹시 귀여운 얼굴로 뒤집으며 입을 쩍 벌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제 이렇게 귀여운 얼굴도 찍을 수 없어요.” 하고 말한다. 한동안 그야말로 ‘찍고 싶어도 못 찍’는 나날이 된다. 참말 어찌해야 할는지 모르겠다. 브레송은 라이카라는 사진기로 당신 빛느낌을 담았다면, 나는 디지털사진기 가운데 450디 하나만이 내 빛느낌을 담을 수 있는데, 디지털사진기는 필름사진기와 달리 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쓸 만큼 튼튼하거나 야무지지 않은 줄 알기는 했지만, 참말 어떡해야 할까 모르겠다. 먹통이 되어 아주 무거운 짐이 되고 만 사진기와 렌즈를 가방에 깊이 모실 뿐, 머리가 띵하고 멍하다. (4344.10.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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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많은 빨래를


 아침부터 밤까지 쏟아진 네 식구 빨래를 밤에 한꺼번에 하자니, 이 많은 빨래를 하지 않고서는 이듬날을 맞이할 수 없겠구나 하고 느낀다. 거창읍 여관에 짐을 풀자마자 징징거리는 첫째 아이부터 씻긴다. 첫째 아이는 낮잠을 얼렁뚱땅 건너뛰면서 놀기 바쁜 터라, 새 보금자리 알아보러 다니는 길에도 몹시 고단하지만 좀처럼 눈을 붙이려 하지 않는다. 밤 열한 시가 가깝지만 자지도 놀지도 않는 몸짓으로 울먹울먹한다. 얼른 옷을 벗기고 씻긴다. 바닥에 빨래할 옷가지를 가득 깐다. 그러고 나서 둘째 아이를 씻긴다. 아주 얌전한 둘째 또한 몹시 고될 텐데, 넉 달 갓난쟁이는 칭얼거리는 울음 하나 없이 참 잘 견디어 준다. 둘째를 볼 때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나, 둘째가 더없이 얌전하대서 그지없이 말괄량이 같은 첫째가 미울 수 없다. 첫째는 제 느낌과 생각을 스스럼없이 털어내며 예쁘게 살고, 둘째는 어버이 힘겨운 나날에 손이 덜 가도록 하면서 예쁘게 산다.

 이제 마지막으로 내 몸을 씻으면서 빨래를 한다. 어제보다는 기저귀 빨래가 적게 나왔으나, 오늘은 겉싸개에 똥이 흘러서 두꺼운 겉싸개를 하나 빨아야 하는 만큼 기저귀 다섯 장을 빨 때만큼 힘이 든다. 그렇지만, 빨래를 하며 생각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착하고 예쁜가. 이렇게 똥물이 흘러 빨아야 하는 겉싸개는, 똥물이 흐르지 않았어도 빨아야 한다. 아이는 똥을 푸지게 누어 똥물이 겉싸개로 흐르도록 하면서 이 옷가지를 빨래하는 일을 잊지 않도록 깨우친다.

 다만, 빨래를 한 이튿날 다시금 똥물을 흘리는 때가 적잖다. 둘째뿐 아니라 첫째때에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빨래할 때가 닥쳤기에 이렇게 똥물을 줄줄 흘려 주시지만, 힘껏 정갈히 빨래를 했는데 곧바로 다시 똥물을 줄줄 흘리기도 한다.

 아이고 힘들구나,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이윽고, 나도 너희만 했을 때에 내 어머니가 이렇게 힘들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솔솔 피어오른다.

 어쨌든, 열흘째 바깥잠을 자며 돌아다니는 깊은 밤, 자정이 넘고 새벽 한 시가 다 될 무렵 드디어 이 많은 빨래를 해낸다. 빨래를 다 해내고 방으로 돌아올 때에 둘째가 오줌기저귀 한 장을 내놓는다. 새로 나온 오줌기저귀는 옆지기가 빨래해 준다. 아주아주 고맙다. (4344.10.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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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내버스


 고흥군 고흥읍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도화면 신호리로 갑니다. 고흥군에서 이 면과 저 리를 잇는 버스이기 때문에 군대버스입니다. 새 보금자리를 찾으러 고흥으로 오기 앞서 지내던 충청북도에서는 음성군 음성읍과 우리 살림집 깃든 충주시 신니면 광월리를 잇는 버스를 탔습니다. 리에서 읍으로 가는 버스는 읍내버스였습니다.

 충청북도 멧골자락으로 들어오기 앞서 지내던 인천에서는 시내버스를 탑니다. 인천에서 서울로 헌책방마실을 다닐 때에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시내버스를 탑니다. 옆지기 어버이가 계신 경기도 고양시로 나들이를 갈 적에는 경기도 시내버스를 탑니다.

 인천이나 서울이나 고양 또는 일산 같은 곳에서는 시내버스요, 이들 시를 벗어나는 데로 오가는 버스는 시외버스입니다. 음성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이나 인천이나 청주로 갈 적에도 시외버스라 했습니다. 그러면 고흥군에서 순천이나 여수나 광주나 서울로 갈 때에는? 이때에도 시외버스라 일컬어야 할는지요, 군외버스라 일컬어야 할는지요.

 돌이키면, 음성에서 서울로 갈 적에는 읍외버스라 해야 옳구나 싶습니다. 군외버스라 할 수도 있겠지요. 음성읍에서 금왕읍이나 삼성면으로 갈 때에는 군내버스라 하거나 읍외버스라 하고요.

 읍내버스나 군내버스를 한여름에 탈 적에 버스 일꾼은 에어컨을 곧잘 틀기도 하지만, 버스에 탄 사람이 적으면 그냥 창문을 열곤 합니다. 봄가을에는 읍내버스나 군내버스는 에어컨을 틀지 않습니다. 마주 달리는 자동차도, 뒤에서 앞지르려는 자동차도, 버스가 앞지를 만한 자동차도, 시골길을 달리는 동안 거의 마주하지 않는 읍내버스나 군내버스는 시골버스입니다. 시골버스는 이 마을과 저 마을을 가득 보듬는 푸른 숲이나 들판을 가로지릅니다. 달리는 버스에서 풀벌레소리나 바람소리를 듣기란 수월하지 않으나, 창문을 열고 바깥바람을 쏴아 하고 쐴 때에는 이 바깥바람에 함께 묻어 들어오는 숱한 내음과 소리와 무늬와 빛깔을 골고루 즐깁니다. (4344.9.2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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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74] 김씨가게

 고흥읍에서 과역면 쪽으로 가는 길에 퍽 커다란 가게 옆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얼핏 고개를 돌릴 때에 보는데, 가게이름은 ‘킴스마트’입니다. 문득, 서울인가 어디에서 ‘킴스클럽’이라는 퍽 커다란 할인매장 이름을 본 듯합니다. 전라남도 고흥읍에 있는 ‘킴스마트’는 이곳 이름에서 가지를 쳤을까요. 꽤 큼지막하게 짓는 할인매장은 이마트나 롯데마트처럼 ‘마트’라는 영어를 붙입니다. 우리 말 ‘가게’를 붙이지 않습니다. 지난날처럼 한자말 ‘상회(商會)’를 붙이지도 않습니다. 곰곰이 헤아립니다. ‘킴스클럽’이건 ‘킴스마트’이건 ‘김씨가게’입니다. “김씨네 가게”예요. 우리가 한겨레붙이가 아닌 서양사람이라면 서양말로 ‘킴스마트’라는 가게이름을 붙이는 일은 얄궂거나 슬프지 않아요. 한겨레붙이이면서 한겨레붙이답지 못하게 이름을 붙이기에 얄궂거나 슬픕니다. 김씨라서 ‘김씨가게’이고, 장씨라서 ‘장씨가게’라 하면 될 텐데요. 나들이하듯 즐거이 찾아가기에 ‘나들가게’요, 조그맣기에 ‘구멍가게’나 ‘작은가게’입니다. 골목에 깃들어 ‘골목가게’이고, 마을에 있어 ‘마을가게’이며, 섬에 있을 때에 ‘섬가게’입니다. 작은 시골마을 도화면 닭집에 들러 튀김닭 한 마리를 사서 식구들이 맛나게 먹습니다. (4344.9.3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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