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는 일, 빨래

 


 둘째 아이가 새벽 두 시 십 분에 깬다. 새벽 두 시 오십 분에 똥을 눈다. 새벽 세 시 사십 분에 잠이 든다. 새벽 두 시 오십오 분에 기저귀를 갈고 밑을 씻긴다. 새 기저귀를 채우고는 똥기저귀를 빨래한다. 똥기저귀 빨래하는 김에 지난밤 나온 오줌기저귀 두 장을 함께 빨래한다.

 

 똥기저귀는 똥기를 뜨신 물로 씻고 애벌비누질 한다. 밤에 보일러를 한 차례 돌렸으니 뜨신 물 잘 나온다. 오줌기저귀는 뜨신 물 살짝 부은 다음 비누질을 한다. 그러고서 오줌기저귀 두 장을 대야에 담아 헹구고, 이렇게 헹군 물로 똥기저귀에 부어 두벌비누질과 세벌비누질을 한다. 오줌기저귀는 새 물로 헹구니 차츰 빨래가 끝나고, 똥기저귀는 닷벌비누질을 할 즈음 똥기가 거의 모두 사라진다.

 

 이윽고 오줌기저귀를 일곱 차례 헹구니 헹굼물이 말갛다. 여덟 차례 헹구고 나서 꾹꾹 짜고 턴다. 오줌기저귀 한 장이 더 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빨기로 하고, 여덟째 헹굼물을 담은 작은 대야에 넣는다. 이제 남은 새 물로 똥기저귀를 헹군다.

 

 모처럼 밤똥 빨래를 하다가 생각한다. 첫째 아이 때에는 밤똥 빨래를 꽤 자주 했을 뿐 아니라, 밤오줌 빨래 또한 참 자주, 아니 날마다 여러 차례 했다. 둘째는 아직 돌이 안 되었는데 밤오줌을 몇 차례 누지 않는다. 사내는 가시내보다 오줌을 덜 누기는 덜 누니, 참말 밤에 한결 느긋하다 할 만하다. 그러나, 사내이든 가시내이든, 밤에 칭얼거리기는 둘 모두 똑같다. (4345.1.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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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1-19 08:23   좋아요 0 | URL
빨래 아빠가 하셔요? 와
당연한 육아분담이지만 참 대단하셔요.
쉽지 않은 일이지요

파란놀 2012-01-19 10:07   좋아요 0 | URL
육아분담이라기보다...
옆지기가 워낙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
집일은 다 제가 해요.
그래서... 집살림이 꽤나 엉성하답니다 -_-;;;;;;
 
법정, 나를 물들이다 - 법정 스님과 행복한 동행을 한 사람들
변택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서로 물들이는 어여쁜 삶
 [책읽기 삶읽기 96] 변택주, 《법정, 나를 물들이다》(불광출판사,2012)

 


 흙으로 돌아간 법정 스님을 되새기는 이야기책 《법정, 나를 물들이다》(불광출판사,2012)를 읽습니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이 ‘비우기(무소유)’를 말하지 않았다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법정 스님은 ‘함께 살아가기’를 말했다는 줄거리를 찬찬히 보여줍니다.


.. “법정 스님이 신념을 가지고 말씀하셨어요. 문화, 사회, 역사를 봤을 때 종교 목적이 종단 구성일 수는 없다고.” ..  (21쪽/장익)
.. 1982년 전시회 때문에 귀국한 방혜자 선생. 고국에 돌아와서 흙도 밟아 보지 못하고 시멘트 바닥 위만 걷다가 돌아가게 되었다며 후배에게 하소연했다 ..  (53쪽/방혜자)


 곰곰이 헤아리면, ‘비우기’란 ‘함께 살아가’는 밑거름입니다. 내 가진 것을 비우거나 내려놓을 때에 내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를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요. 내 가진 것을 비우거나 내려놓아야 비로소 내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하고 어깨동무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내 이름값을 움켜쥐면서 동무를 사귀지 못합니다. 내 돈을 거머쥐면서 이웃을 만나지 못합니다. 내 콧방귀를 높이면서 살붙이를 사랑하지 못합니다.

 

 칭얼대는 아이한테 젖을 물리는 어머니는 모든 아이들한테 어머니입니다. 이녁이 아이를 낳기 앞서 변호사였다든지 회계사였다든지 의사였다든지 대통령이었다든지 시장이었다든지 하는 이름값은 부질없습니다. 아이는 그저 어머니를 바라봅니다.

 

 어린이하고 손을 잡고 노는 아버지는 모든 아이들한테 아버지입니다. 이녁이 아이들과 복닥이기 앞서 공무원이었다든지 군인이었다든지 회사원이었다든지 흙일꾼이었다든지 하는 이름은 덧없습니다. 아이는 그예 아버지하고 놀 뿐입니다.

 

 어버이가 돈이 많대서 아이들이 기뻐할 까닭이 없습니다. 흙을 일구려고 호미를 쥔 사람이 국회의원이건 택시기사이건 흙이 달리 여길 까닭이 없습니다. 햇살은 청소 일꾼한테도 비추고, 큰회사 사장실에도 비춥니다. 바람은 바닷가 고기잡이한테도 불고, 초등학교 교무실 창문으로도 붑니다.

 

 스스로 돈과 이름과 힘을 비우거나 내려놓아야 비로소 눈을 밝힙니다. 눈을 밝힐 때에 마음을 밝히고, 마음을 밝힐 때에 사랑을 밝힙니다.


.. “서울 살았으면 얼마를 더 벌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건 가상이잖아요. 이루어지지 않은, 생각 속 손해는 손해가 아니에요. 서울 사는 시간을 줄여서 큰 병에 걸리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보면 시골 가길 얼마나 잘했어요.” ..  (127쪽/이계진)
.. 노일경 목사는 시골교회 목회를 할 때, 가는 곳마다 있는 서낭당을 보면서, ‘개신교에서는 서낭당을 왜 죄악이라며 깎아내리고 무시할까?’ 갸웃거렸다. 민간 무속문화인 서낭당은 누군가에게 기대고자 하는 마음일 뿐인데, 그 대상이 나무든 돌이든 짐승이든 사람이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공경하며 조심스런 마음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자기들만이 유일하다고 얘기하며 종교를 빌미로 권력을 휘두르고 ..  (200쪽/노일경)


 누구한테서 무얼 배워야 훌륭하지 않습니다. 누구한테서 배우지 않을 때에는 못 배운다 말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이기에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누구라서 못 배우지 않습니다.

 

 훌륭하다는 스승이나 제자란 따로 없습니다. 모자라다는 스승이나 제자 또한 따로 없습니다. 언제나 같은 사람이면서, 늘 서로서로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프랑스로 배우러 떠나야 그림을 배우지 않습니다. 미국으로 배우러 떠나야 의학을 배우지 않습니다. 쿠바로 배우러 떠나야 생태나 공동체를 배우지 않아요. 티벳으로 배우러 떠나야 불교나 깨우침을 배우지 않아요.

 

 학교에서는 재주를 가르치겠지요. 무슨무슨 기술이라 하는 이런 재주와 저런 재주를 가르치겠지요. 교과서를 읽으며 지식이나 정보를 얻겠지요. 교과서를 잘 익혀 시험점수 잘 낼 수 있겠지요.

 그러나, 무슨 재주가 있기에 훌륭하다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기술이 빼어나대서 훌륭하다 말하지 않아요. 시험점수 높으니 똑똑하거나 훌륭하다 말하지 않습니다.

 

 싱싱 내달릴 수 있기에 자동차를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닙니다. 기계를 잘 만지작거리기에 기술자가 아닙니다. 예술작품을 빚기에 예술쟁이가 아니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이 있을 때에 쟁이가 되고 장이가 되며 꾼이 돼요.


.. 법정 스님에게 조선대 법대에 들어갔다고 말씀드리니, 스님은 “법학을 하는 데 왜 사회학이 중요하고, 정치학이 중요하고, 심리학이 중요한지 아느냐? 그 기반 위에 법이 있기 때문이다. 바탕을 닦지 않고, 법학만 한다면 그저 시험공부일 뿐인 죽은 공부다. 특히 철학책은 꼭 읽어야 한다. 사유와 성찰이란 커다란 물줄기에서 법학은 새 발에 난 피일 뿐이다. 무식한 놈이 되지 않으려면 폭넓게 사유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씀했다 ..  (224쪽/문현철)
.. “제가 출가하는 봄에 불일암을 짓기 시작해서 계를 받는 날 낙성식을 했으니, 불일암과 제 출가 나이가 똑같아요. 그때 촛대처럼 가는 후박나무 묘목을 심었어요. 불일암에 갈 때마다 후박나무를 만지며 숨결도 느껴 보는데, 그 가냘팠던 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라서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요.” ..  (287쪽/현장)


 《법정, 나를 물들이다》에 나오는 사람들은 법정 스님을 떠올리면서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당신들이 그닥 거룩하거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당신들이 만나면서 알고 지낸 스님 한 분은 ‘우상’이나 ‘거룩한 님’으로 섬기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모두 같은 사랑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난다면 나와 누군가가 서로 좋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를 만난다면 누군가와 내가 좋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지만, 웃물이든 아랫물이든 같은 물이에요. 골짝물도 냇물도 바닷물도 똑같이 물이에요. 빗물도 우물물도 샘물도 나란히 물입니다.

 

 흐르는 자리가 조금 다르겠지요. 선 자리가 살짝 다르겠지요. 모양과 빛깔과 내음이 저마다 다르겠지요.

 

 흐르는 자리가 달라 모두 예쁜 물이 됩니다. 선 자리가 달라 서로 고운 물이 됩니다. 모양과 빛깔과 내음이 이래저래 달라 한결같이 맑은 물이 됩니다.

 

 법정 스님은 여러 사람들을 물들였습니다. 여러 사람들은 법정 스님을 물들였습니다. 서로 즐겁고 기쁘게 물들이면서 함께 살았습니다.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따스하고 너그러이 물들였습니다. (4345.1.19.나무.ㅎㄲㅅㄱ)


― 법정, 나를 물들이다 (변택주 씀,불광출판사 펴냄,2012.1.5./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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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글쓰기

 


 지식을 담아 쓰는 글은 지식으로 읽습니다. 지식으로 읽는 글은 내 머리에 지식으로 쌓입니다. 정보를 담아 쓰는 글은 정보로 읽습니다. 정보로 읽는 글은 내 머리에 정보로 담깁니다.

 

 사랑을 담아 쓰는 글은 사랑으로 읽습니다. 사랑으로 읽는 글은 내 가슴에 사랑으로 뿌리내립니다. 꿈을 담아 쓰는 글은 꿈으로 읽습니다. 꿈으로 읽는 글은 내 가슴에 꿈으로 스며듭니다.

 

 비판을 담아 쓰는 글은 비판으로 읽습니다. 비판으로 읽는 글은 내 눈길에 비판으로 자리잡습니다. 비평을 담아 쓰는 글은 비평으로 읽습니다. 비평으로 읽는 글은 내 손길에 값을 따지는 얼룩으로 물듭니다.

 

 미움을 담아 쓰는 글은 미움으로 읽습니다. 기쁨을 담아 쓰는 글은 기쁨으로 읽습니다. 짜증을 담아 쓰는 글은 짜증으로 읽습니다. 웃음을 담아 쓰는 글은 웃음으로 읽습니다. 아픔을 담아 쓰는 글은 아픔으로 읽습니다. 땀방울 담아 쓰는 글은 땀방울로 읽습니다.

 

 나는 내 삶을 담으며 글을 씁니다. 나는 내 삶을 비추며 글을 읽습니다. 나는 내 삶을 되새기면서 하루하루 맞이합니다. 내 삶을 고운 사랑으로 알뜰히 빛내고 싶다면, 나는 언제나 내 온 사랑을 그득그득 싣는 글을 아름다운 넋으로 즐거이 쓸 노릇입니다. (4345.1.18.물.ㅎㄲㅅㄱ)

 

 

 

 

 

 

 

 

 

 

 

 

 

드디어

사랑하는 글쓰기

다음 책이 나왔는데

언제쯤 책방에 들어갈까...

기다리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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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18 11:47   좋아요 0 | URL
지난번 말씀하신 책, 나왔나 찾아보니 아직이네요..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초조하고도 가장 즐거운거 같아요. ^^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파란놀 2012-01-18 12:18   좋아요 0 | URL
아마 금요일쯤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야 설을 앞두고 주문을 받을 테니까요 @.@
이구궁~

stella.K 2012-01-18 14:47   좋아요 0 | URL
오, 책이 또 나오는군요.
참 부지런도 하십니다.
축하합니다.^^

파란놀 2012-01-18 15:38   좋아요 0 | URL
제 일이 이런 일이라서요...
에고고공 ^^;;;;

2012-01-18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9 0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돼지가 주렁주렁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9
아놀드 로벨 지음, 애니타 로벨 그림, 엄혜숙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꽃이 사랑나무에 주렁주렁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26] 아놀드 로벨·애니타 로벨, 《돼지가 주렁주렁》(시공주니어,2006)

 


 아이들하고 즐거이 살아가는 나날이란 어떤 삶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두 아이가 새근새근 잠들고 나서야 비로소 잠드는 밤에, 또는 아이들보다 먼저 곯아떨어질 만큼 지치고 힘든 밤에, 아이들 모두 일찍 깨어 아침부터 부산스레 떠들고 노는 아침에, 언제나 아침이면 똥을 두어 차례 누며 속을 비우는 갓난쟁이 둘째 밑을 씻기고 기저귀를 빨며, 나 스스로 아버지다이 아이들하고 예쁘게 어울리는 나날인가 하고 찬찬히 생각에 잠깁니다.

 

 무얼 먹어야 좋을까, 먹을거리는 어디에서 얻을까, 내 땅뙈기는 어떻게 돌보거나 건사할까, 이 아이들이랑 무슨 이야기 길어올리는 삶을 돌보는가, 하나하나 짚으면서 좋은 나날인가 하고 생각에 잠깁니다.

 

 아이들은 놀고 뛰고 먹고 자고 칭얼대고 웃고 웁니다. 아침이 찾아오고 낮이 환하며 저녁이 저물다가는 밤이 깊습니다. 새벽이 밝고 동이 틉니다. 늘 되풀이하는 날입니다. 아이들은 몸피와 키가 무럭무럭 클 테며, 어른들은 하루하루 늙는다 하겠지요. 늙는다고 생각하기에 참말 늙을 수 있고, 늙는다는 생각 없이 날마다 고마운 삶이라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날마다 좋은 날로 삼으며 날마다 좋은 살붙이하고 날마다 좋은 꿈을 빚는구나 하고 기쁨을 한껏 누릴 수 있고요.

 

 오늘 아침 하루를 하나하나 짚어 봅니다. 오줌을 눈 둘째가 아침에 깨며 아버지랑 어머니가 나란히 깹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5초쯤 먼저 깨어 기저귀랑 바지를 갈아 줍니다. 기저귀를 채웠어도 다시 잠들지 않고, 곧이어 똥을 눕니다. 졸린 몸이면서 버티더니 어머니 등에 업힙니다. 둘째가 내는 시끄러운 소리에 첫째도 그예 일찍 깹니다. 첫째는 아버지 말을 듣고 쉬를 눈 다음 긴치마를 입습니다. 어머니가 마련한 뜨개치마를 입으며 신나게 춤을 춥니다. 이에 앞서 어제 빨아서 다 말리고는 아직 개지 않은 옷가지를 하나씩 잡아 뽑습니다. 첫재는 옷가지 가운데 제 옷가지를 잡아당기며 “내 바지, 내 팬티.” 하면서 하나씩 갭니다. 아직 서툴지만 제법 모양 나게 갭니다.

 

 아침에 조용히 마음을 다스려 글 한 줄 쓰려 하던 아버지는 조용히 마음을 다스릴 수 없습니다. 마땅한 일이에요. 네 식구 복닥이는 삶인데, 어쩌 혼자 조용히 마음 다스릴 꿈을 꾸나요. 복닥이니까 복닥이는 대로 이 삶을 어여삐 즐기면서 글을 쓰든 말든 해야지요. 그래, 셈틀은 끄고 아이하고 옷가지를 갭니다. 한숨 폭폭 쉬면서.


.. 어느 날 농부와 아내가 장에 갔단다. 거기서 팔려고 내놓은 돼지들을 보았어. “통통하게 살찐 돼지로군. 저 돼지들을 사야겠어.” 농부가 말했지. 그랬더니 아내가 말했어. “이 돼지들을 키우려면 할 일이 엄청 많을 거예요.” “그리 힘들지 않을 거요. 우리 둘이 같이 하면 되지 않소.” ..  (7쪽)


 빨래를 다 개고 오늘 하루 읍내에 다녀와야 하나 생각하다 보니, 아이들이 이렇게 일찍 깨어 부산을 떠는 모습이 고맙다 할 만합니다. 이렇게 아침부터 옷가지 개고, 어젯밤 나온 빨래를 하고, 아이 어머니는 당근물을 짜고 해야, 비로소 아침 열한 시 십오 분 버스를 탈 수 있거든요. 아이 아버지가 하는 글쓰기란, 읍내마실을 마치고 나서도 할 수 있어요. 아이들하고 예쁘게 놀고 나서도 할 수 있어요. 빨래를 다 마친 뒤에도 할 수 있어요. 아니, 오늘 못하면 이듬날 하면 되지요. 이듬날도 못하면 그 이듬날 하면 돼요. 나한테 주어진 일이기에 애써 억지스레 해야 하지 않아요. 즐거이 받아들여 즐거이 누려야 좋아요.

 

 게으름을 피우며 미적미적 미루어도 좋다는 말이 아니에요. 할 수 있는 만큼 신나게 해야 좋아요. 좋은 일이니, 좋은 마음으로 좋게 즐기면서 할 수 있어야 해요. 아이들과 좋은 밥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면, 좋은 먹을거리를 내 좋은 땀을 흘려 마련한 다음, 내 좋은 손길을 담아 예쁘게 차려서 내놓을 수 있어야 해요.

 

 입으로 넣으면 배를 채우는 똑같은 밥이지만, 밥은 배를 채우려고 먹지 않아요. 하루하루 사랑할 내 삶을 빛낼 좋은 목숨으로 받아들이는 밥이에요. 곧, 우리 살붙이들은 날마다 부대끼거나 복닥이면서, 아이고 힘들어, 소리 절로 나오지만, 이런 소리 절로 나오도록 어여쁘며 즐거운 삶동무입니다.


.. 아침에 농부가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았어. 돼지들이 마당에 꽃처럼 활짝 피어 있었지. 하지만 농부는 다시 베개를 베고 내처 잠을 잤어. “우리 남편은 너무 게을러!” 하고 말하고, 농부 아내는 혼자 옥수수를 심었지 ..  (11쪽)


 아놀드 로벨 님이 글을 쓰고, 애니타 로벨 님이 그림을 그린 《돼지가 주렁주렁》(시공주니어,2006)을 읽습니다. 그림책 《돼지가 주렁주렁》은 그야말로 돼지들이 능금나무에 주렁주렁 맺혔다는 이야기를 담는데, 참말 돼지들은 능금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요.

 

 돼지들은 꽃밭에 예쁘게 핍니다. 돼지들은 비처럼 쏟아집니다. 그러다가 이 돼지들은 감쪽같이 사라져요. 어찌 된 일일까요.


.. “우리 남편은 너무 게을러!” 하고 말하고, 농부의 아내는 혼자 구멍을 파고 진흙을 채워 넣었지. 머지않아 농부의 아내가 농부에게 와서 말했어. “여보, 우물에 가서 양동이로 물 긷는 걸 도와줘요. 그래야 우리 돼지들이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어요.” 농부가 말했어. “당신이 오늘 양동이로 물을 긷는다면, 나는 언젠가 다른 날 당신을 도와주리다.” “그게 언제예요?” 농부의 아내가 물었어. “돼지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주룩주룩 내릴 때 말이오. 그때는 당신을 도와주지.” ..  (16쪽)


 그림책 《돼지가 주렁주렁》에 나오는 아주머니는 참 바지런합니다. 아니, 바지런하다기보다 당신 삶을 예쁘게 누릴 줄 알아요. 날마다 할 몫을 기쁘게 생각하고, 날마다 치를 일을 즐거이 헤아립니다.

 

 기쁘게 밥을 먹고, 기쁘게 밥을 차립니다. 기쁘게 돼지들 돌보고 기쁘게 돼지들 보살핍니다. 더구나, 이렇게 온갖 일을 치르면서 “꽃밭에 돼지꽃을 피우고, 능금나무에 돼지열매를 맺히며, 지붕을 따라 돼지비가 쏟아지게끔” 하기까지 해요.

 

 아, 이런, 놀라운 사랑이란.

 

 늦잠을 잘 뿐더러, 일은 하나도 안 하려는 옆지기한테 윽박지른다거나 빗자루로 두들겨팬다거나 모진 말을 퍼붓는다든가 …… 아무런 해코지 다그침이 없어요. 오직 보드라운 손길로 비추는 따순 사랑을 나눕니다.


.. 농부 아내는 바깥으로 달려 나가 지하실 문을 열었어. 돼지들이 모두 햇살 아래 팔짝팔짝 뛰어올랐지 ..  (29쪽)


 나그네 옷을 벗긴 이는 비바람이 아닌 햇살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나는 이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들으며 썩 내키지 않았어요. 왜 억지스레 나그네 옷을 벗기는 놀이를 해야 했을까요. 나그네는 옷을 벗고 싶지 않은데, 비구름과 해는 왜 서로 잘난 척 겨루기를 해야 했나요.

 

 굳이 겨루기를 하지 않아도 나그네는 옷을 벗을 수 있어요. 비구름은 시원스러우면서 맑은 골짜기 물을 빚으면, 나그네는 이 사랑스러운 골짜기에 옷 훌렁 벗고 기쁘게 뛰어들겠지요. 해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아름다운 햇살 받아 아름다운 밭을 일구는 보금자리를 빚으면, 나그네는 이 아름다운 시골마을 시골집 시골 아가씨하고 사랑에 빠져 거추장스러운 옷 훌렁 벗고는 아름다운 살림을 꾸리겠지요.

 

 차가움보다는 따스함이 훨씬 좋다는 이야기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습니다. 아니, 못마땅해요. 차가운 손길보다야 따스한 손길이 좋다 하지만, 그저 온도만 높은 손길로는 즐겁지 않아요. 사랑이 감도는 손길일 때에 즐거워요. 손이 차서 으스스 떨린다 하더라도 이 손이 사랑이 어리는 손길이라면 즐거우면서 고맙습니다. 추위에 바들바들 떨면서 내미는 찬손이라지만, 이 손이 사랑이 가득한 손길이라면 눈물과 웃음이 함께 쏟아져요.

 

 그림책 《돼지가 주렁주렁》에 나오는 아저씨는, 당신 아주머니가 베풀고 나누며 빛내는 사랑을 날마다 듬뿍듬뿍 받습니다. 빛나는 사랑을 날마다 널리널리 받으면서, 시나브로 사랑꽃을 안 피울 수 없습니다. 사랑으로 살아가고, 사랑으로 생각하며, 사랑으로 꿈꿉니다. (4345.1.18.물.ㅎㄲㅅㄱ)


― 돼지가 주렁주렁 (아놀드 로벨 글,애니타 로벨 그림,엄혜숙 옮김,시공주니어 펴냄,2006.4.30./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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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18 11:51   좋아요 0 | URL
돼지가 열리는 나무인건예요, 아님 돼지를 달아놓고 키우는거예요?
그림 참 예쁜데... 신기하네요.

그리고, 글을 읽다보니 그렇네요. 왜 겨루기를 해야 할까에서 잠시 갸우뚱합니다.
겨루지 않는다면, 다투지 않는다면 훨씬 평온하고 행복한 세상일텐데 말이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날 되셔요.

파란놀 2012-01-18 12:17   좋아요 0 | URL
잘 보시면,
아줌마가 끈으로 돼지를 묶어서
주렁주렁 매달았어요 ㅋㅋㅋ

게으른 아저씨를
달래려고요~
 


 '-적' 없애야 말 된다
 (1645) 상호적 1 : 상호적인 게 아닌가

 

.. 나의 작가활동은 어머니가 하고 있는 일과 아주 비슷한데, 부모가 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것에 부모도 관심을 갖는 상호적인 게 아닌가 싶다 ..  《아이카와 아키코/장희정 옮김-흙에서 자라는 아이들》(호미,2011) 210쪽

 

 “나의 작가활동(作家活動)은”은 “내 작가활동은”이나 “내가 하는 작가 일은”이나 “내가 글을 쓰는 일은”이나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일은”으로 다듬습니다. “어머니가 하고 있는 일과”는 “어머니가 하는 일과”로 손질하고, “흥미(興味)를 느끼고”는 “재미를 느끼고”나 “즐거움을 느끼고”로 손질하고, “관심(關心)을 갖는”은 “눈길을 두는”이나 “마음을 기울이는”이나 “마음이 가는”으로 손질합니다.

 

 상호적 : x
 상호(相互)
  (1) 상대가 되는 이쪽과 저쪽 모두
   - 상호 이해 / 상호 신뢰 /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다
  (2) 상대가 되는 이쪽과 저쪽이 함께
   - 상호 밀접한 영향 관계 / 상호 빈번한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

 

 부모도 관심을 갖는 상호적인 게 아닌가
→ 부모도 서로
→ 부모도 함께
→ 부모도 나란히
→ 부모도 같이
→ 부모도 서로서로
→ 부모도 다 함께
 …

 

 국어사전에 실리지 않는 한자말 ‘상호적’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북녘에서는 ‘상호’라는 한자말을 안 쓰고 ‘호상’이라 해서 한자 앞뒤만 바꾸어 쓴다고 합니다. 남녘과 북녘이 저마다 달리 살아가는 틀과 결에 따라 한자말 또한 달라지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로는 남녘이나 북녘에서 지식인 자리에 선 이들이 ‘서로’라는 한국말은 도무지 못 쓰는구나 싶어 슬퍼요.

 

 이쪽과 저쪽 모두를 가리키는 낱말은 예부터 ‘서로’입니다. ‘서로’를 힘주어 가리키는 낱말로 ‘서로서로’가 있어요. 둘이 함께 하니까 ‘함께’나 ‘같이’라는 낱말을 쓰면 잘 어울립니다. 둘이 함께 한다는 뜻으로 ‘나란히’라는 낱말을 쓸 수 있어요.

 

 앞에 꾸밈말을 붙여 “다 함께”라든지 “다 같이”라 쓸 수 있고, “모두 나란히”라든지 “모두 함께”라 할 수 있어요. “너도 나도”라든지 “너와 나도”라든지 “너와 우리”처럼 쓸 수 있습니다.


 상호 이해 → 서로 헤아림 / 서로 살핌
 상호 신뢰 → 서로 믿음 / 서로 믿기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다
→ 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을 나누다
→ 서로 좋아하는 일을 이야기하다

 

 서로서로 살피고 헤아리는 삶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나날입니다. 다 함께 좋아하면서 어깨동무하는 누리예요.

 

 말도 뜻도 꿈도 사랑도 알뜰살뜰 여미면서 서로 나눕니다. 글도 생각도 믿음도 이야기도 오순도순 일구면서 서로서로 나눠요.

 

 좋은 말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꿈을 피웁니다. 좋은 글을 나누면서 좋은 넋을 북돋웁니다.

 

 상호 밀접한 영향 관계
→ 서로 가까이 얽히는 사이
→ 둘이 함께 살가이 얽히는 사이
 상호 빈번한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
→ 서로 자주 얘기하며 만나야 한다
→ 다 같이 자주 만나 얘기해야 한다

 

 국어사전에 안 실렸기에 안 쓸 만하다 여기는 ‘상호적’이 아닙니다. ‘상호’라는 한자말부터 우리한테 얼마나 쓸 만한가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느껴요. ‘서로’와 ‘서로서로’라는 한국말을 알맞고 바르게 쓰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느껴요. 이와 함께, 때와 곳에 따라 슬기롭게 쓸 한겨레 말글을 찬찬히 헤아리면서 북돋우면 한결 즐거우리라 느껴요.

 

 서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다 함께 슬기를 엮어야 합니다. 서로서로 뜻을 모두어야 합니다. 모두 나란히 꿈을 담아 내 말과 우리 말을 빛내야 합니다. (4345.1.1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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