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앉히고 만화책 읽기

 


 둘째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을라치면, 첫째가 뽀르르 달려와 동생 옆에 나란히 앉으려고 한다. 처음에 둘째는 이렇게 되면 퍽 싫은지 낯을 찡그리며 울더니, 이제는 그닥 싫어하지 않는다. 누나가 밀어대지 않으면 아버지하고 무릎을 나누어 앉으며 함께 책읽기 놀이를 할 때에 이렁저렁 좋아하는 듯하다. 그러나 누나는 으레 엉덩이를 슬슬 밀면서 파고들기 일쑤요, 둘째는 옆으로 밀리며 울먹인다. 양말 뜨개질 하는 어머니를 불러 사진 한 장 박아 달라 이야기한다. 세 사람이 만화책 《아따맘마》를 함께 읽는다. 그러고는 셈틀을 켜고는 만화영화 〈아따맘마〉를 함께 들여다본다. 다섯 살 아이가 살짝 새는 소리로 ‘아따맘마’라는 말을 따라한다. (4345.1.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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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1-20 06:25   좋아요 0 | URL
잘 나온 된장님 얼굴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
첫째는 입술화장을 했을까요? 입이 귀에 걸린 모습이 보기 좋아요~~

파란놀 2012-01-20 07:50   좋아요 0 | URL
당근이랑 비트를 짠 물을 마셔서
입이 벌겋게 되었어요 ^^;;;;;;; 에구궁..
 

교사가 쓴 시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다. 예전에는 곧잘 나왔으나 요즈음은 통 이러한 시집 소식을 듣지 못했다. 어떠한 시를 담았을까. 목소리를 내세우는 시집은 아니겠지. 부디 아이들과 사랑스러운 꿈을 빚는 좋은 싯말이 그득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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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맘마 8
케라 에이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좋은 사랑으로 집안일 즐겨요
 [만화책 즐겨읽기 109] 케라 에이코, 《아따맘마 (8)》

 


 만화책 《아따맘마》(대원씨아이)를 그린 케라 에이코 님은 어느덧 마흔 줄을 넘깁니다. 케라 에이코 님은 혼인해서 옆지기랑 아이를 낳아 살아가는지, 아니면 혼자서 살아가는지 잘 모릅니다. 당신 어머니 아버지하고 한집에서 살아가는지, 아니면 제금나서 따로 살아가는지 잘 모릅니다.

 

 《아따맘마》는 만화쟁이 케라 에이코 님이 네 식구 복닥거리며 살아가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린 만화라 합니다. 이 만화를 읽으면, 《아따맘마》에 나오는 아주머니만 집에서 집일을 하고, 아버지나 나(오아리)나 동생(오동동)은 집에서 집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혼자 집일을 맡는 모습이 더없이 마땅하거나 자연스러운 듯 나와요. 아버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집일을 엉터리로 어지럽게 합니다. 나와 동생은 어머니를 거들며 집일을 나눌 줄 모르기도 하지만, 스스로 나서서 집일을 함께 하지 않아요.


- “콜록! 콜록! 뭐 하는 거야, 엄마!” “그러는 너야말로 뭐냐? 사람이 옆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조금은 도울 줄 알아야지! 방에 들어가면 청소 싹 해 둬!” (4쪽)
- “있잖아, 엄마. 돈이 조금 필요한데.” “뭐 사려고?” “저기. 아령.” “아령? 그걸 어디다 쓰려고?” “그런 건 묻지 마! 아무튼 다음달 용돈이라도 미리 줘.” “안 돼!” “뭐?” “뭐는 무슨! 그런 걸 들어올리느니, 차라리 집안일에 도움되는 다른 걸 들어올려! 뭐 하러 일부러 돈 들여서 고철덩어리를 사?” (20∼21쪽)


 내가 어릴 적에는 집일을 얼마나 거들었는가 헤아립니다. 이를테면 쓰레기 버리는 일은 얼마나 기쁘게 했고, 마루나 방바닥 걸레질이라든지, 빨래하기나 빨래개기는 얼마나 즐거이 했는지 헤아립니다. 밥상에 반찬과 수저를 놓는 일이라든지 설거지는 얼마나 스스럼없이 했는지 헤아립니다.

 

 내 어린 날, 적어도 만화책 《아따맘마》에 나오는 두 아이들만큼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형은 설거지를 곧잘 나서서 했고, 형이 먼저 소매 걷고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차, 이렇게 밥을 다 먹으면 어머니 일손을 덜도록 설거지를 해야 좋구나.’ 하고 깨닫곤 했습니다. 가끔가끔 어머니 드시라고 설거지를 마친 뒤에 커피를 탄 적이 있지만, 그리 자주 하지는 못했습니다. 방을 말끔히 치우지 못해 늘 꾸지람을 들었고, 밖에 나가 노는 데에 바빠 어머니가 집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가를 잊곤 했습니다.

 

 그래도 밥상에 반찬 올릴 줄 알고, 수저 놓을 줄 알았는데, 만화책 《아따맘마》를 보면, 이 집 아이들은 그야말로 아무것 하지 않아요.

 

 아, 이럴 수도 있을까, 참말 이런 집이 있나 싶다가도, 그래 이러한 집이 아예 없지는 않잖아, 하고 생각합니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또 다른 어느 나라이든, 어머니 아버지가 어린 나날부터 아이들과 함께 복닥이면서 집일을 함께 즐거이 나누고, 서로 도우며 해 버릇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열다섯 살이 되건 열여덟 살이 되건 밥을 하거나 반찬을 마련하지 못해요.


- “앗, 아빠!” “비닐봉투를 여기다 버리면 어떡해? 분리수거 해야지.” “타잖아.” “안 타! 다이옥신이 나온다고!” “나오는 거 봤어?” “뭐?” “그럼 수고해.” “앗! 우씨! 자기 멋대로!” (29쪽)
- “후아, 개운하다. 역시 목욕이 최고야.” “아리! 다 보이잖아!” “목욕하고 나면 왜 세상이 장밋빛으로 변할까?” “됐으니까 옷이나 입어!” (69쪽)


 아이들은 참 철이 없습니다. 아버지도 꽤나 철이 없습니다. 아주머니는 퍽 덜렁댄다 하는데, 덜렁대는 몸가짐이면서 집일을 무척 씩씩하게 꾸립니다. 자전거를 몰아 장을 보고 은행을 들릅니다. 네 식구 이불을 다부지게 걷어 해바라기를 하고 옷을 빨며, 밥을 차립니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여덟 시간 일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여덟 시간 공부하겠지요. 일본은 한국과 달리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으로 억지스레 학교에 붙들어 매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어머니는 집에서 하루 여덟 시간이 아니라, 하루 내내 일을 합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맨 먼저 밥을 해서 도시락을 쌉니다. 도시락을 싸면서 아침을 차립니다. 아침을 차리면서 식구들을 깨웁니다. 식구들을 깨워 옷을 챙기고 짐을 꾸립니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 식구들이니 아침을 먹고 난 설거지를 할 사람은 어머니입니다. 식구들이 회사와 학교로 가면, 지난밤 벗은 옷가지를 그러모아 빨래를 하고 집안을 쓸고 닦습니다. 한숨을 돌릴 무렵 혼자 밥을 차려 먹어야 하고, 혼자 밥을 차려 먹고 나서 저녁거리 장보기를 하며, 은행일이라든지 바깥 볼일을 봅니다. 이에 앞서 이불과 빨래를 해바라기 시키고, 바깥 볼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라치면 바지런히 저녁을 차립니다. 이 사이에 이웃 아주머니하고 짤막하게나마 수다꽃을 피워요. 수다꽃을 피울 즈음 두 아이(아리, 동동)가 집으로 돌아오겠지요.

 

 지구별 웬만한 문명사회에서는 어머니라는 자리에 서는 여자가 집일을 도맡도록 합니다. 지구별 웬만한 문명사회와 도시에서는 아버지라는 자리에 서는 남자가 집일을 도맡는 일이 드물 뿐 아니라, 조금이나마 거드는 일 또한 드뭅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집일을 나누어 맡지 않기 일쑤예요. 여기에 아이를 낳아 키운다면, 아이를 돌보는 몫까지 고스란히 여자가 맡아요.


- “상지야! 그 지갑 진짜 루이비통이야?” “으응. 엄마가 이왕이면 좋은 걸로 들고 다니라고.” “우워어어어어! 엄마가 사 줬다고? 좋겠다. 우리 집에선 꿈도 못 꾸는데!” “그래? 우리 엄만 ‘명품을 갖고 다녀야 사람이 있어’ 보인대.” (80쪽)
- “오늘은 왠지 된장국이 맛있는데?” “응?” “맛이 달라? 오늘은 새로 산 된장으로 끓였거든. ‘제일 싼’ 된장이 떨어져서, 할 수 없이 200원 더 비싼 걸로 샀지 뭐니.” “헤엣, 역시 비싼 게 맛있구나. 꼴랑 200원 차이로 맛이 이렇게 다르다면, 다음에도 이 된장으로 사.” “어허! 버릇을 그렇게 들이면 안 돼!” “또 뭔 소리야?” “비싼 걸 먹어 버릇하면 싼 걸 못 먹게 되거든. 비싼 건 눈의 독! 혀의 독! 사람은 말야, 한 번 생활수준을 높이면 다시는 예전 생활로는 되돌아갈 수 없어! 그러니까 의식주는 항상 최저 수준을 유지해야 돼. 어릴 때부터 호의호식하면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자라지 못하니까! 이게 내가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 아니겠어?” (81∼82쪽)


 오늘날 물질문명 도시살이에서 여자라는 어머니가 맡은 짐과 몫은 너무 큽니다. 그런데, 여자라는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제금나는 때까지, 또 제금나서 아버지하고 마지막 날까지 살아가는 동안, 참말 씩씩하고 다부지게 집일을 합니다. 하루 온통 바치는 집일을 그야말로 당차고 훌륭히 합니다.

 

 남자라는 아버지가 집일을 맡아서 한다면 우리 삶터는 어떻게 될까요. 남자들이 하루 열네 시간이나 열여섯 시간쯤 집일을 날마다 ‘일요일 공휴일 휴일 주말’ 없이 할 뿐 아니라, 명절이면 더욱더 고된 집일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남자들 가운데 ‘뻥 하고 터지지’ 않으면서 싱그레 웃는 아버지는 얼마나 있을까요.

 

 만화책 《아따맘마》에 나오는 아주머니는 덜렁대는 몸가짐이라 하지만, 참 잘 웃고 잘 노래합니다. 참 따스하고 너그러이 집식구를 보살핍니다. 아이들 앞에서 꽥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괜스레 트집을 잡기도 하지만, 아주머니는 참으로 싹싹하면서 살가운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래, 이러한 아주머니이니까 네 식구 날마다 복닥복닥 재미나게 이야기꽃 피울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스스로 지치지 않고,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며, 스스로 고달프지 않기에, 이렇게 집식구들을 따숩게 사랑하는 나날을 누리는구나 싶어요.


- “아리야! 오늘은 화장품 매장 직원이 ‘주름 하나 없으시네요’ 하고 깜짝 놀라는 거 있지.” “으이그. 그거야 끊임없이 살이 찌니까 그렇지. 피부가 계속 늘어나서 그런 거야, 엄마는!” “하아. 아리야, 그렇게 부정적으로 살면,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진단다.” (114쪽)
- “아리! 신발 가지런히 놓으라니까!” “뭐야? 오늘은 제대로 해 놨잖아! 괜히 그래.” “헉. ……. 그, 그럼, 내일은 똑바로 벗어 놓지 않으려고 했지?” “뭐?” (118쪽)


 집일을 하는 내 얼굴에는 얼마나 웃음이 감도는가 곰곰이 돌아봅니다. 내가 나 살아가는 모습을 내 코앞에서 훤히 들여다본다면 내 하루하루가 얼마나 부끄러울까 생각합니다. 내가 내 말마디와 몸짓을 코앞에서 똑똑히 바라본다면, 내가 우리 집식구들하고 어떠한 몸가짐으로 마주할까 하고 헤아립니다.

 

 좋은 사랑으로 집안일 즐겨야지요. 좋은 사랑으로 내 일을 아껴야지요. 좋은 사랑으로 집식구 모두를 껴안아야지요. 좋은 사랑으로 내 하루 고마이 맞아들여야지요.

 

 만화쟁이 케라 에이코 님 어머님은 남다르거나 대단한 분이 아닙니다. 참 수수한 여느 어머님입니다. 이 땅 이 지구별 어머님들 누구한테서나 엿볼 만한 모습이라고 느껴요. 좋은 어머니요, 좋은 집식구요, 좋은 삶동무예요. 좋은 사랑 한결같이 받아먹으면서 자랐기에, 만화책 《아따맘마》, 그러니까 한국말로 하자면 “우리 엄마(일본책 이름은 ‘우리 집’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를 그릴 수 있었겠지요. (4345.1.19.나무.ㅎㄲㅅㄱ)


― 아따맘마 8 (케라 에이코 글·그림,이정화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5.10.30./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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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12-01-20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여쭙습니다. 이렇게 사진 찍어서 올리는 것은 저작권과 무관한지 여부입니다. 사진 자체의 저작권은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 있는건 명확한 듯 합니다. 그런데 글의 내용 중 일부가 사진의 형태로 적시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나요? 글로 저 부분을 인용하면 저작권 문제가 되고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면 안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최근에 ebs다큐 사진 몇 장을 리뷰와 함께 올린 일이 있는데 일단 삭제를 했습니다. 제 상식적 판단으로도 저작권에 걸릴만한 일이고 출연자 사진까지 있으니 초상권 문제도 발생할 수 있지요.법적으로 하자면...일단 삭제.하여간 관련일을 하셔서 저작권에 대해 많이 아시는 듯 해서 이런 경우는 어떤건지 여쭈어 보는 겁니다.

파란놀 2012-01-20 07:48   좋아요 0 | URL
이런 대목이 저작권법에서 참 까다롭게 걸릴 수 있어요.
더구나 만화책이나 사진책이나 그림책은 더 그런데,
실물을 '스캔 뜨듯' 사진으로 찍으면
완전히 저작권 위반이 돼요.

알라딘서재에서 책이야기 쓰는 분들처럼
'책을 소개하는 목적'으로 사진을 찍어서
'전체 아닌 일부'를 보여줄 때에는
'저작권 침해 인정'을 하지 않아요.
그러나,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서 올린다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절판된 책을 소개하며 사진을 꽤 많이 올릴 때 있는데,
'절판된 책이기에 감안'해 주는 테두리가 있으나,
이럴 때에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책표지를 쓸 때에도 조심해야 하니 참 골이 아프지만,
이런 데까지 하나하나 따질 수 없기에 따지지 못하기도 하고,
이와 같은 자리에서는 '선의에 따라 선용'한다고 치면서
그냥 지나치는 셈이라 할 수 있어요.

신문매체나 방송매체에서
책표지에 나온 사진을 부분확대한다면
이때에는 사진저작권 대가를 따로 치러야 해요.
책표지 사진이니 책소개하면서 써도 되지 않느냐고 항의를 해 본들,
이러한 항의는 먹히지 않아요.

왜냐하면, 책표지에 넣는 사진은
'책표지에만 쓰도록 계약'을 하지,
이 사진을 신문매체나 다른 곳에도 쓰도록 '계약'을 한 게 아니니까요.

방송다큐 사진을 쓰는 일은 퍽 조심해야 해요.
그야말로 '제대로' 걸릴 수 있으니까요.
좀 번거롭더라도
인터넷편지를 띄워서 '서평을 쓰면서 쓰겠다'고 여쭈어
인터넷편지 답장으로 허락을 받으셔야 마음을 놓을 수 있어요.

저는 만화책 소개에는 웬만하면 사진을 안 찍으려 하는데
(만화책은 불법스캔 위반이 너무 많아 위험하거든요)
이 대목은 보여주어야겠다 싶을 때에는
이렇게 '부분만' 찍습니다 ^^;;;;

드팀전 2012-01-2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군요. '선의'에 대한 부분의 해석이 사실 법적으로는 애매한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개 상업적 의도를 갖지 않는 블로거들의 경우에는 그정도 기준의 자기윤리가 보편적인 평가라고 판단하고 저작권 문제를 대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 영상은 거의 100% 저작권 위반일겝니다. 글의 내용은 그 다큐를 칭찬하고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할 지라도 말이지요.또한 해당사가 저를 걸 일도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일단 저작권 강화에 따른 주의사항들을 좀 더 알고 불필요한 문제에 휩싸이지 않도로 주의하는 차원에서 잠시 내렸습니다.

파란놀 2012-01-20 09:14   좋아요 0 | URL
저작권을 옳게 다루고 누려야 하지만,
저작권으로 따지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말아요.

길에서 누군가 사진을 찍을 때에도
미리 하나하나 허락과 동의를 받아야 법으로 맞거든요.
말을 하지 않고 사진을 찍으면 바로
초상권뿐 아니라 인격권까지 침해하는 셈이 돼요.

그래서, 법으로는 큰 틀만 잡을 뿐,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자리에서는
섣불리 모든 그물을 펼치지는 않아요.

아마, 이 법에 따라 모든 그물을 펼친다면
아주 무시무시하고 무서운 사회가 되겠지요.

시골에서 조용하게 흙을 일구며 살아가는 나날이 아니라면
꼼짝달싹 할 수 없을 테고,
모두들 입을 다문 채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해야만 하니까요.
 


 눈을 뜨고 보니

 


 새벽 내내 아이들 칭얼거림에 시달리다가 새벽 다섯 시 이십 분 무렵 겨우 잠들었더니, 아침이 밝았다 싶어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열 시. 날이 찌뿌둥하면서 비를 뿌려서일까. 아침이 밝아도 날이 좀 흐려, 열 시나 된 줄 느끼지 못했다. 마침 장날이라 읍내 마실을 하기로 한다. 빨래를 하고 두 아이 옷을 입힌다. 둘째는 아버지가 안고, 첫째는 어머니 손을 잡고 걸린다. 칠 분쯤 기다려 네 식구 군내버스를 탄다. 버스삯 3000원.

 

 집을 나서기 앞서 둘째는 젖을 조금 먹었고, 읍내로 가는 버스길 20분에 사르르 잠이 든다. 설을 앞둔 대목 장날은 여느 장날보다 복닥인다. 우리는 무얼 사면 좋을까. 우리는 무얼 사서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들고 가면 좋을까. 두 아이 옷가지만으로도 가방이 넘치니 많이 들고 갈 수 없다. 여러 날 곰곰이 생각하며 얘기한 끝에 매생이랑 굴을 사서 갖고 가기로 한다. 매생이 세 뭉치 9000원, 굴 10000원 어치를 산다. 감 여든 알 즈음 든 꾸러미 하나를 15000원 치르고 산다.

 

 읍내 밥집에 들러 천천히 밥을 먹는다. 신을 벗고 들어가서 느긋하게 앉을 수 있는 밥집을 찾느라 삼십 분쯤 걸었다. 처음에는 중국집에 가려 했는데, 버스역과 가까운 데에 있는 중국집에서 우리보고 문가에 앉으라 하기에 도로 나왔다. 아기를 안고 문가 걸상에 어찌 앉나. 그저 빨리 시켜 빨리 먹고 나가기를 바라는 셈일까. 집이 아닌 밖에서 밥을 먹을 때에는 후딱 먹고 후딱 나가고 싶지 않다. 다리도 쉬고 몸도 쉬며 한숨을 돌리고 싶다. 아이들 안고 걸리며 데리고 다니면 얼마나 지치는데.

 

 택시를 타고 돌아갈까 하다가 집으로 갈 적에도 군내버스를 타기로 한다. 두 아이랑 돌아가니 자리에 앉아야겠다 싶어 시외버스역으로 간다. 시외버스역에는 우리처럼 자리에 앉으려고 몰린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다. 나와 둘째가 앉을 자리가 없었는데, 고맙게 자리 내어준 분이 있다. 둘째는 버스에 타기 앞서부터 아버지 품에서 잠들었고, 자리에 앉은 뒤에는 새근새근 고이 잔다. 늘 그렇지만, 읍내에 나올 때이든 읍내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이든 군내버스에 아기를 데리고 타는 어버이는 우리뿐이다. 아이와 살아가는 젊은 어버이라면 아마 모두들 자가용이 있겠지.

 

 버스에서 내릴 때에 두 아이는 모두 잠들었는데, 내리고 나서 낑낑 안아 집으로 들어오니 하나씩 잠을 깬다. 쳇. 집에서 더 잠들어 주면 좀 좋니. 쳇쳇. 아버지는 아주아주 졸립고 뻑적지근하다구. (4345.1.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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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소파 - 세상에 말을 건네다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지음, 민병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사진으로 만나는 사람들한테서
 [찾아 읽는 사진책 53]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붉은 소파》(중앙books,2010)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님은 ‘붉은 소파’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을 만나고, 이렇게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님 사진이 어떠하고, 당신이 사진과 영상으로 담은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는지 알 길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런 얘기 저런 소식을 듣는다 하더라도 막상 한국말로 옮겨진 사진책이 없다면 어떠한 작품으로 어떠한 사진이야기를 엮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지난 2010년 6월에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님 사진책 《붉은 소파》(중앙books)가 한국말로 나와 무척 반갑게 장만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님뿐 아니라, 온누리 곳곳에는 남다르며 빛다른 결로 사진이야기 엮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한국땅에서만 살아간다면 이런저런 수많은 온누리 사진흐름을 알거나 읽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아주 좁게 바라보고 아주 작은 대목만 헤아릴 테지요. 적어도 이웃 일본으로는 찾아가서 사진책을 살피거나 사진잔치를 돌아볼 수 있어야 사진흐름을 읽을 만하달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으로 찾아가서 사진학교를 다니거나 사진잔치를 돌아보아야 비로소 온누리 사진흐름을 읽었다 할 만하달 수 있어요.

 

 《붉은 소파》를 찬찬히 읽습니다. 먼저 사진을 읽고, 다음으로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님은 당신이 사진과 영상으로 담은 사람들한테 몇 가지를 똑같이 묻는데, 사람들이 이 물음에 모두 대꾸했는지, 몇 가지만 대꾸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사진 왼편에 적힌 이야기를 보면, 모든 물음에 찬찬히 대꾸한 사람이 있지만, 몇 가지만 대꾸한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한 가지 놀랍다면, 다시 태어난다 했을 때에 마하트마 간디라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 사람이 셋이나 돼요.

 

 폭신폭신한 걸상에 앉도록 하고서 이야기를 나누기에 사진으로 찍힌 사람들이 한결 느긋하면서 스스럼없이 말문을 열 수 있는가 하고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폭신폭신한 걸상이 아닌 딱딱한 걸상이라면, 이를테면 나무걸상이나 돌걸상이나 쇠걸상이라면 어떠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걸상이 다르대서 다른 이야기가 나오겠느냐 싶으면서, 걸상이 다르면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겠구나 싶습니다. 사람들을 사진관(스튜디오)으로 불러서 사진으로 찍을 때랑, 사람들은 내 집으로 불러서 사진으로 찍을 때랑,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로 찾아가서 사진을 찍을 때랑, 어느 자리나 똑같지는 않아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스스로 찍고 싶은 모습을 찍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스스로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람들이 조금 더 느긋하며 홀가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라는 사진쟁이라면 이와 같은 자리를 마련하겠지요. 사람들한테서 ‘무언가 다른’ 모습을 끄집어내어 ‘무언가 다른’ 빛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면, 이와 같이 사진을 찍을 만한 자리를 만들겠지요. 느긋하거나 홀가분한 자리를 마련한대서 더 대단하지 않습니다. 딱딱하거나 남다르거나 빛다르거나 무언가 새롭다 싶은 자리를 만든대서 더 놀랍지 않습니다. 어떠한 자리를 마련하든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적바림할 때에 사진이 됩니다.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님은 굳이 ‘붉은 소파’가 없더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애써 ‘붉은 소파’를 들고 다니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러 ‘붉은 소파’를 들고, 추운 땅과 더운 땅 어디이든 찾아갑니다. 시골이든 도시이든 멧골이든 ‘붉은 소파’와 함께합니다. 참 재미납니다. 그래요, 재미나게 살아갑니다. 사진으로 찍힐 사람들은 저 재미난 사진쟁이 앞에서 말문을 틉니다. 굳이, 애써, 부러 찾아온 사진쟁이를 마주하면서 참 재미나다고 느끼는구나 싶습니다. 이녁을 찾아온 사진쟁이가 참 뭔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구나 하고 느끼는구나 싶어요.

 

 《붉은 소파》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른바 더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만한 ‘이름나다’는 사람이 있고, 그닥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일이 없을 ‘이름 안 났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느 사람이 있을 테고, 수수한 사람이 있을 테지요. 잘난 사람이 있을 테며, 알려진 사람이 있겠지요. 그러나, 나로서는 잘 알 수 없어요. 이 사람 가운데 누가 ‘여느’ 사람이고 누가 ‘대단한’ 사람이며 누가 ‘수수한’ 사람이고 누가 ‘놀라운’ 사람인지 알 수 없어요. 그저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나와 ‘똑같은’ 목숨을 누리는 사람이요, 나와 ‘똑같이’ 사랑스러운 나날을 누리는 사람이에요.

 

 사진으로 만나는 사람들이기에 더 적바림할 만한 값이 있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담기지 않은 사람들이기에 더 적바림할 만한 값이 없지 않습니다.

 

 내가 내 아이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서 사진으로 담아도 인류학이 됩니다. 내가 이제껏 나한테 낯선 길손 한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를 들은 다음 사진으로 담아도 인류학이 됩니다. 내가 잘 안다고 여기는 사람을 사진으로 담든, 내가 영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을 사진으로 담든, 언제나 사람 이야기예요.

 

 내가 누군가를 안다면, 나는 이 누군가를 얼마나 잘 밝히는 앎으로 이이를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요. 내가 누군가를 모른다면, 나는 이 누군가를 얼마나 못 보여주거나 얼마나 못 담는 사진을 찍을까요.

 

 사람들이 사람들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사람들이 사람들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습니다. 사람들이 사람들 이야기를 눈여겨봅니다. 사람들이 사람들을 만납니다.

 

 사마귀가 알을 낳습니다. 연어가 알을 낳습니다. 거미가 알을 낳습니다. 사람이 아기를 낳습니다. 짐승이 새끼를 낳습니다. 모두들 제자리를 찾아 목숨을 잇습니다. 밤을 적시는 비가 내리고, 새벽을 밝히며 동이 틉니다.

 

 ‘붉은 소파’는 바람을 맞으며 달립니다. ‘붉은 소파’는 바닷물에 젖고 빗물에 젖으며 냇물에 젖습니다. 어린이 궁둥이를 품에 안던 ‘붉은 소파’는 할머니 궁둥이를 품에 안습니다. 독일에서 노르웨이를 거쳐 아이슬란드를 지나 프랑스를 밟고 영국을 스칩니다. 어쩌면, 일본이나 한국이나 중국이나 페루나 칠레나 볼리비아도 거칠는지 몰라요. 스리랑카나 티벳이나 몽골이나 부탄이나 네팔을 지날는지 몰라요. 일본에서는 정치꾼을 앉힐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비정규직 일꾼을 앉힐 수 있을까요. 중국에서는 공장 일꾼을 앉힐 수 있을까요. 페루에서는 누구를 앉히고 스리랑카나 베트남에서는 누구를 앉힐까요.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사랑할 만한 보금자리를 찾습니다.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사랑할 만한 짝꿍을 사귑니다.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사랑할 만한 삶을 누립니다. 사진이 사람을 담는다 한다면, 사진으로 담기는 사람들 이야기란 오직 하나, 사랑이 되겠지요. 사랑은 가까운 곳에도 있고 먼 곳에도 있습니다. 사랑은 이곳에도 있고 저곳에도 있어요. 사랑은 나한테도 있고 당신한테도 있습니다. (4345.1.19.나무.ㅎㄲㅅㄱ)


― 붉은 소파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사진,민병일 옮김,중앙books 펴냄,2010.6.28./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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