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넘기던 손

 


 다 읽고 나서 느낌글을 쓰려 생각하는 《사진과 책》이라는 사진책을 겉부터 속까지 사진으로 찍는다. 마지막 자리를 찍으려는데 아이가 다가오며 손으로 눌러 준다. 내 두 손은 사진기를 쥐고 내 한쪽 발로 책을 누르니, 아이가 보기에 좀 어설프거나 힘들구나 싶은가 보다.

 

 아이가 책을 손으로 눌러 주는 모양이 예쁘다. 책을 찍다 말고 아이 손을 찍는다. 아이는 얼른 찍고 다시 내 ‘한쪽 발’로 책을 누르란다. 그래야 저는 다른 놀이를 할 수 있단다. 그래도 몇 장 더 찍는다. 아이는 끝까지 기다려 준다. 사진을 마저 찍으면서 아이가 더없이 착하구나 하고 생각한다.

 

 착한 아이가 책장을 넘길 때에는 착한 기운이 살살 스며들 테지. 착한 아이가 동생 기저귀를 조물락조물락 갤 때에는 착한 느낌이 솔솔 녹아들 테지. 착한 아이가 호미를 쥐고 땅뙈기를 콕콕 쫄 때에는 착한 사랑이 슬슬 깃들 테지. (4345.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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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2-06 02:07   좋아요 0 | URL
대견하고 예뻐서 저도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아버지 마음은 어떠셨을까 생각해봅니다.

파란놀 2012-02-06 08:17   좋아요 0 | URL
오늘이고 모레고
자주 쓰다듬어 줄게요~
 


 살가운 상말
 603 : 어부지리

 

.. 둘이 싸우고 있을 때 저쪽에 있던 다른 아이가 홀랑 집어 갔어요. 누구 입에서 ‘어부지리’ 이런 말이 나와요. 떠들썩할 때 뭔가 배울 게 생기는 것 같아요 ..  《탁동철-달려라 탁샘》(양철북,2012) 6쪽

 

 “싸우고 있을 때”는 “싸울 때”로 다듬습니다. “뭔가 배울 게 생기는 것 같아요”는 “뭔가 배울 수 있어요”나 “뭔가 배워요”나 “뭔가 배우는구나 싶어요”나 “뭔가 배우곤 해요”로 손봅니다.

 

 어부지리(漁夫之利) : 두 사람이 이해관계로 서로 싸우는 사이에 엉뚱한 사람이
    애쓰지 않고 가로챈 이익을 이르는 말
   - 무소속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었다 /
     화목지 못한 짬을 이용하여 이간하며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애쓰고 있다

 

 누구 입에서 ‘어부지리’ 이런 말이 나와요
→ 누구 입에서 ‘거저 먹네’ 이런 말이 나와요
→ 누구 입에서 ‘앉아서 먹네’ 이런 말이 나와요
→ 누구 입에서 ‘주워먹기’ 이런 말이 나와요
 …

 

 초등학교 아이들 입에서 ‘어부지리’라는 중국말이 쉽게 튀어나온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또 아이들이 보는 텔레비전이나 만화책에서나 이러한 중국말을 고사성어라는 이름으로 가르치거나 들려주니까, 쉽게 튀어나올 만합니다.

 

 이 중국말이 좋거나 나쁘거나 하고 따질 까닭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이러한 낱말을 쓸 만하면 쓸 노릇입니다. 아이들한테 이러한 낱말을 가르칠 만하다면 가르칠 노릇이에요.

 

 둘이 다투는 사이 다른 사람이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얻는다면, 다른 한 사람은 ‘거저로 얻’습니다. ‘그냥 얻’겠지요. 그래서, 한겨레는 한겨레 나름대로 ‘거저얻기’나 ‘거저먹기’나 ‘거저갖기’처럼 새 낱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그냥얻기’나 ‘그냥먹기’나 ‘그냥갖기’처럼 새 낱말을 빚어도 돼요.

 

 가만히 앉아서 얻는다면 ‘앉아얻기’나 ‘앉아먹기’나 ‘앉아갖기’처럼 새롭게 낱말을 빚을 만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안 실리는 낱말이지만, 사람들은 곧잘 ‘주워먹다’나 ‘주워먹기’라는 낱말을 씁니다.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서 먹거나 어느 자리에 놓인 것을 손으로 집어서 먹을 때에도 ‘주워먹다-주워먹기’를 쓰지만, 둘레 사람들이 다투거나 복닥이는 틈바구니에서 ‘아무 힘을 안 들이고 얻을’ 때에 이 낱말을 씁니다.

 

 무소속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었다
→ 무소속 후보가 주워먹듯 뽑혔다
→ 무소속 후보가 주워먹기로 뽑혔다
→ 무소속 후보가 얼결에 뽑혔다
→ 무소속 후보가 엉겁결에 뽑혔다
→ 무소속 후보가 얼떨결에 뽑혔다
 …

 

 그런데, 이 보기글처럼 정치나 사회나 문화나 예술이라 하는 자리에서 ‘주워먹다-주워먹기’ 같은 낱말을 쓰는 일을 정치나 사회나 문화나 예술이라 하는 자리에서는 썩 달가이 여기지 않습니다. 품위가 낮다고 여겨요. 마치 “밥 먹자”라 말하면 품위가 낮고 “식사 합시다”라 말해야 품위가 있는 듯 잘못 생각하는 모습하고 같습니다.

 

 “무소속 후보가 뽑혔다”를 밝히는 자리에서 ‘주워먹다-주워먹기’를 넣는 사람은 퍽 드물어요. 술자리 같은 데에서 가벼이 말하기는 하더라도, 신문이나 책에서 쓰지는 못해요. 그래서 이 대목에서는 “얼결에 뽑혔다”나 “엉뚱하게 뽑혔다”나 “뜻밖에 뽑혔다”처럼 적으면 잘 어울려요.

 

 화목지 못한 짬을 이용하여 이간하며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애쓰고 있다
→ 살갑지 못한 짬을 틈타 둘 사이를 헐뜯으며 떡고물을 얻으려고 애쓴다
→ 살갑지 못한 짬을 틈타 둘 사이를 해코지하며 배를 채우려고 애쓴다
 …

 

 중국말 ‘어부지리’를 쓰는 자리는 꽤 많습니다. 이 낱말 씀씀이는 차츰 늘어납니다. 어른들은 이 낱말을 꽤 일찍부터 아이들한테 가르칩니다. 밑앎이 되는 말을 가르치기보다는, 기본상식이라는 고사성어나 사자성어를 가르쳐요. 밑넋을 다스리는 밑말을 옳고 바르며 알뜰히 들려주기 앞서, 사회살이나 정치살이나 문화살이에서 겉멋을 부리는 전문용어나 외래말을 자꾸 지식으로 집어넣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오늘날 이 나라 삶흐름은 밑바탕을 튼튼히 다스리면서 밑삶을 아름다이 일구는 쪽하고는 동떨어집니다. 자꾸자꾸 겉치레로 흘러요. 아름다이 누리는 삶, 사랑스레 나누는 삶, 참다이 빛내는 삶하고는 더 멀어져요.

 

 아름다이 누리는 삶일 때에 아름다이 나누는 말이에요. 사랑스레 어깨동무하는 삶일 때에 사랑스레 주고받는 말이에요. 참다이 빛내는 삶일 때에 참다이 갈고닦는 말이에요.

 

 나는 말만 예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말만 멋들어지게 쓰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말만 똑부러지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말만 빈틈없이 쓰고 싶지 않습니다. 삶이 말이 되고, 말이 삶으로 거듭나도록 하고 싶습니다. 좋은 꿈으로 이루는 삶이면서 좋은 말을 빛내고 싶습니다. 좋은 사랑을 꽃피우는 삶이면서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4345.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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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30) -의 느낌 1 : 콩의 느낌

 

.. 손에 느껴지는 콩의 느낌은 아주 촉촉하고 보드라왔다 ..  《박희병-거기, 내 마음의 산골마을》(그물코,2007) 61쪽

 

 콩 몇 포기 몰래 베어 불에 익혀 먹던 이야기는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아닌가 싶다고 느낍니다. 요즈음에는 이렇게 하다가는 경찰한테 끌려가기 딱 좋을 테니까요. 그러나, 퍽 많은 사람들이 그리 멀지 않던 지난날, 이렇게 콩을 몰래 베어 살그마니 익혀 먹곤 했답니다. 글쓴이 또한 막 익은 콩깍지를 벌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콩을 살며시 잡던 아련한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손에 느껴지는 콩의 느낌은 촉촉하고
→ 손에 느껴지는 콩은 촉촉하고
→ 손에 닿은 콩 느낌은 촉촉하고
→ 손에 닿은 콩은 촉촉하고
→ 손으로 느끼는 콩은 촉촉하고
→ 손으로 만지면 콩은 촉촉하고

 …

 

 보기글을 보면, ‘느껴지다’와 ‘느낌’이라는 낱말이 잇달아 나옵니다. 겹치기입니다. 앞이나 뒤에서 덜어내야 합니다. 뒤쪽을 던다면, “손에 느껴지는 콩은 어떠하다”처럼 적습니다. 앞쪽을 던다면, “콩은 어떠하다”처럼 적어도 되고, “손으로 콩을 만지면 어떠하다”처럼 적어도 됩니다.

 

 그나저나, 말은 이렇게 다듬어 보지만, 콩포기를 벤 들판에서 바로 불에 익혀 먹으면서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입에 살짝 넣어 오물오물 깨물어 먹던 느낌을 오늘날 아이들하고는 나눌 수 없는 누리가 되었구나 싶습니다. 말은 다듬어도 느낌은 이어줄 수 없네요. 말마디는 손질하지만 말마디에 담을 사랑은 이야기할 수 없네요.
 (4340.10.29.달./4345.2.5.해.ㅎㄲㅅㄱ)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30) -의 느낌 2 : 여동생의 느낌

 

.. 그 여인들은 성적인 대상보다는 사랑스러운 애인, 혹은 애처로운 여동생의 느낌이다 ..  《박태희-사진과 책》(안목,2011) 22쪽

 

 “성적(性的)인 대상(對象)”은 무엇을 가리키는지 퍽 아리송합니다. 꼭 이렇게 적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사랑놀이 즐기고 싶은 사람”이나 “살을 섞고 싶은 사람”으로 적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여인(女人)들”은 “그 아가씨들”로 손봅니다. “사랑스러운 애인(愛人)”은 겹말입니다. ‘애인’이라는 낱말이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랑스러운 사람”을 뜻하니까요. ‘혹(或)은’은 ‘또는’이나 ‘아니면’이나 ‘어쩌면’으로 손질해 줍니다.

 

 여동생의 느낌이었다
→ 여동생 느낌이었다
→ 여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 여동생이라는 느낌이었다
→ 여동생과 같은 느낌이었다
 …

 

 옆지기를 동생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옆지기를 누이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옆지기를 어머니나 동무처럼 느낄 수 있어요. 서로서로 느끼고픈 꿈결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저마다 싱그러이 살아가는 아이들이면서, 하늘꽃 하늘웃음 하늘빛 감도는 아이들이라 느낄 수 있어요. 내가 꿈꾸고 사랑하는 결 그대로 느끼기 마련입니다.

 

 사진을 찍는 누군가는, 사진으로 담는 아가씨들을 “살을 섞고 싶은 사람”이 아닌 “애처롭구나 싶은 내 여동생으로 느낄” 수 있겠지요. “내 여동생처럼 애처롭다고 느낄” 수 있을 테고요.

 

 내가 선 자리에 따라 느낍니다. 내가 살아가는 매무새에 따라 느낍니다. 내가 바라는 꿈에 따라 느낍니다. 내가 어깨동무하는 삶자락에 따라 느낍니다.

 

 느끼는 대로 말을 합니다. 느끼는 대로 생각을 합니다. 느끼는 대로 삶을 일굽니다.

 

 좋게 느끼며 좋게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요. 어여삐 느끼며 어여삐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요. 슬프게 느껴 슬프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안타까이 느끼며 안타까이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말마디에는 내 온 느낌과 생각과 마음이 고스란히 도사립니다. 말마디를 일구는 몸짓은 내 온 사랑과 꿈과 믿음입니다. 이 땅 많은 사람들이 이냥저냥 주고받는 말마디대로 내 넋과 얼을 싣는다고 나쁜 일은 아닙니다. 내 나름대로 갈고닦거나 보듬으면서 고이 돌보는 말마디라 해서 가장 좋다고 여기지는 않아요. 겉만 번드레하다면 쭉정이가 되니까요. 속으로 꽉 차고, 속이 야무지고, 속이 튼튼해야 비로소 옹글게 빛나는 말입니다. 토씨 ‘-의’이든, 번역 말투이든, 일본 말투이든, 케케묵은 한문 말투이든, 어설픈 영어 끼워넣기이든, 속속들이 덜어낸다는 마음가짐보다는, 내 삶을 어떻게 사랑하고 싶은가 하는 마음가짐으로 내 말투와 말마디와 말씨와 말결을 돌아본다면 좋겠어요.
 (4345.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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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함께 살아가는 책들

 


 책을 손에 쥐는 사람이 하루하루 즐겁다 느끼는 나날을 누린다면, 책에 깃든 씨앗 하나는 무럭무럭 자라나며 예쁘게 꽃을 피우고 소담스레 열매를 맺습니다. 책을 하나 장만하는 사람이 언제나 좋구나 하고 느끼는 삶을 돌본다면, 좋은 넋을 좋은 말에 실어 좋은 이야기꽃과 이야기열매를 이룹니다.

 

 아름다이 꾸리는 삶에서 태어나는 책 하나는 아름다이 꾸리는 삶으로 읽습니다. 슬프거나 안타까이 떠도는 삶에서 태어나는 책 하나는 슬프거나 안타까이 떠도는 삶으로 읽습니다. 내 오늘이 뿌듯하다면 뿌듯하게 읽는 책입니다. 내 오늘이 고맙다면 고맙게 읽는 책입니다. 내 오늘이 힘겹다면 힘겨이 쓰는 글입니다. 내 오늘이 웃음꽃이라면 웃음꽃을 담는 글입니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이 맑게 웃을 때에는 서로 맑게 웃으며 나누는 책입니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이 골을 부리거나 떼를 부리기만 한다면 나부터 어디엔가 매이거나 굴레와 짐을 뒤집어쓴다는 뜻입니다. 좋은 책은 좋은 삶으로 읽지, 꾸지람이나 나무람이나 다그침이나 채찍질로는 읽지 못합니다. 좋은 꿈은 좋은 사랑으로 빚지, 졸업장이나 시험성적이나 텔레비전이나 돈으로 빚지 못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일이 내 마음과 옆지기 마음과 아이들 마음을 가로지릅니다. 걷고 싶은 대로 걷는 길이 내 다리와 옆지기 다리와 아이들 다리로 스며듭니다. 품고 싶은 대로 품는 꿈이랑 나누고 싶은 대로 나누는 사랑이 내 삶과 옆지기 삶과 아이들 삶에서 이루어집니다.

 

 꿈을 품을 때에 삶을 짓습니다. 삶을 지을 때에 글을 쓰거나 읽습니다. 글을 쓰거나 읽을 때에 찬찬히 마음을 달랩니다. 찬찬히 마음을 달랠 때에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날 내가 디딘 땅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쪼그려앉아 손을 뻗어 흙을 만집니다.

 

 꿈을 품지 않는다면 흙을 만지지 않습니다. 꿈을 품지 않을 때에는 흙을 느끼지 않습니다. 꿈을 품지 않는 삶이라면 흙하고 살아가지 않습니다.

 

 뒤꼍 땅뙈기에 묻힌 쓰레기를 조금 캡니다. 첫째 아이는 곁에서 일을 거들고, 둘째 아이는 내 품에 안깁니다. (4345.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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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ful Houses Around the World (School & Library Binding)
Yoshio Komatsu / Bt Bound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소개하는 책은 없으나, 이 책에 느낌글을 걸칩니다.

한국에 번역된 다른 책이나

좀 두꺼운 사진책은

따로 소개할 생각이기도 하고요... 음...

 

 

 

 

 

 

 

 

 

 

 

이웃나라 어린이와 이웃마을 어린이
어린이가 읽는 사진책 11 : 코마츠 요시오(小松義夫), 《세계의 어린이 7 : 부탄》(웅진출판주식회사,1991)


 일본에서는 1986년에 처음 나왔고, 한국에서는 1991년에 옮겨진 《세계의 어린이》는 모두 서른네 권입니다. 《세계의 어린이》는 지구별에서 저마다 다른 터전 저마다 다른 마을에서 저마다 다른 꿈을 키우는 아이들 살림살이를 사진으로 돌아보는 이야기책입니다.

 

 사진이 사람들 삶자락을 꾸밈없이 담아서 보여줄 수 있다고 한 뒤, 문화인류학이라든지 다큐멘터리라는 틀로 ‘여느 어른 삶자락’을 곧잘 담습니다. 그러나, 세계사진역사 흐름에서는 어린이를 꾸밈없이 담는 사진이 그리 돋보이지 않습니다. ‘아동 노동 착취’라는 대목에서 ‘고발사진’으로 어린이 모습을 담기는 하지만, 막상 지구별 어린이를 두루 돌아보는 사진쟁이는 그닥 많지 않았어요.

 

 지구별 어린이를 사진으로 담는 사진쟁이들조차 ‘아이들 웃는 얼굴’이나 ‘아이들 슬픈 얼굴’에 눈길을 맞춥니다. 가난하면서도 티없이 웃는다는 아이들 얼굴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고단하며 괴로운 어른들 싸움터 틈바구니에서 슬픈 빛으로 살아가는 어린이 얼굴을 보도사진쟁이 어른들이 사진으로 담습니다. 서른네 권짜리 어린이전집 《세계의 어린이》는 이러한 틀을 말끔히 털어내며 새 길을 보여줍니다. 다 다른 보금자리와 마을에서 모두 같은 사랑을 받으면서 어여삐 자라는 어린이 삶을 꾸밈없이 보여줄 때에 바야흐로 ‘지구 평화’와 ‘지구 사랑’을 넘어 ‘내 동무 사랑’과 ‘우리 이웃 사랑’을 헤아리는 조그맣고 착한 길을 헤아릴 수 있다는 생각씨앗을 심습니다.

 

 

 

 

 

 

 

 

 

 

 

 《세계의 어린이》 가운데 7번인 《부탄》을 읽습니다. 서른네 권 모두 돋보이지만, 나는 이 가운데 《부탄》을 맨 먼저 뽑아서 읽습니다. 지구별 숱한 나라 가운데 ‘왜 부탄을 골랐을까?’ 궁금하고, ‘이 작은 나라가 어떻게 뽑혔을까?’ 놀랍기도 했지만, ‘크거나 이름난 나라 아이들을 굳이 보여주어야 하지는 않잖아?’ 하고 생각합니다. 《부탄》을 찬찬히 읽으면서 ‘나라가 크든 작든, 이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는 오직 이 아이 하나요 이 아이 삶이지.’ 하고 생각합니다. 큰 나라에서도 어린이는 어린이요, 작은 나라에서도 어린이는 어린이일 테니까요. 큰 나라에도 작은 마을이 있어, 큰 나라 작은 마을 어린이가 있습니다. 작은 나라에서도 제법 큰 도시가 있어, 작은 나라 큰 도시 어린이가 있어요.

 

 “용의 아들 틴레이”라는 이름이 붙은 《세계의 어린이 7 : 부탄》을 읽으며, 나는 부탄이라는 나라에 가 보지 못했어도, 부탄 아이들 살림살이를 고루 들여다봅니다. 아이가 먹는 밥을 바라보며 맛을 헤아립니다. 아이가 입는 옷을 바라보며 이 옷을 이 아이 어머니가 어떻게 지었을까 헤아립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바라보며 이 학교 동무들은 무엇을 배워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을 하는 일꾼으로 즐겁게 살아갈까 헤아립니다.

 

 

 

 

 

 

 

 

 

 

 

 1991년에 옮겨지고 1986년에 처음 나왔으니 1980년대 첫무렵 모습을 담은 《부탄》이라 할 테지요. 이때부터 서른 해 즈음 지난 오늘날 돌이키면, 부탄에서도 흙길은 많이 사라지고 시멘트길이나 아스팔트길이 부쩍 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부탄 아이들은 흙길을 누비지 못하고 시멘트길이나 아스팔트길에서 놀아야 할는지 몰라요. 그런데, 이런 삶은 우리도 엇비슷해요. 우리도 1980년대 첫무렵만 하더라도 골목길이 그냥 흙길인 곳이 퍽 많았어요.

 

 1980년대 첫무렵 부탄 아이들은 절구질을 하며 벼를 빻아 쌀을 얻습니다. 《부탄》에 나오는 아이도 집에서 밭일을 거듭니다. 동생을 돌보며 살아갑니다. 동무들하고 즐거이 어울려 구슬치기를 합니다. 한국 아이들이랑 먹는 밥이나 반찬이 조금 다르다 할 테고, 입는 옷가지가 살짝 다르다 할 테며, 주고받는 말이 이렁저렁 다르다 할 만합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품는 꿈이나 사랑이나 이야기는 서로 매한가지예요. 아름다운 나날을 꿈꿉니다. 즐거운 하루를 사랑합니다. 고마운 사람들을 아끼며 다 함께 이야기꽃 피웁니다.

 

 《세계의 어린이》 다른 나라 이야기를 보면서도 부탄 아이들 못지않게 맑고 밝으며 씩씩한 모습을 느낍니다. 곰곰이 돌아봅니다. 이렇게 지구별 뭇나라 어린이들을 만나도록 이끄는 좋은 사진책이 아름다운 만큼, 지구별 가운데 이 나라 어린이들을 두루두루 만나도록 이끄는 좋은 사진책꾸러미 하나 있으면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하고요.

 

 

 

 

 

 

 

 

 

 

 

 이를테면, 서울이라면 서대문구와 은평구와 강남구와 동대문구와 중구와 강서구처럼, 구로 나누어 한 집 아이씩 뽑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라면 평창동 평동 가회동 동숭동 누하동 필운동 내자동 통의동 효자동 인의동 홍지동 숭인동처럼, 동으로 나누어 한 집 아이씩 뽑을 수 있어요. 한국땅 서울부터 광역시와 도에서 한 집 아이씩 뽑을 만합니다. 도 테두리에서 군과 시 한 집 아이씩 뽑을 수 있어요. 군 테두리에서 읍과 면 한 집 아이씩 뽑을 수 있고, 읍이나 면에서도 마을 따라 한 집 아이씩 뽑을 수 있어요.

 

 이렇게 하면서 이 나라 온갖 고을 갖은 이야기를 다 다른 빛깔과 다 다른 무늬로 아로새길 수 있습니다. 가까우면서 멀고, 멀면서 가까운 사이좋은 동무와 이웃을 헤아릴 수 있어요. 서로서로 예쁘게 살아가는 꿈을 살피면 돼요. 서로서로 착하게 얼크러지는 사랑을 돌아보면 넉넉해요. 서로서로 해맑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으면 따사롭습니다.

 

 어린이 사진책 《부탄》에 담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이는 코마츠 요시오(小松義夫) 님입니다. 어린이책으로 나온 《부탄》인 만큼, 40쪽짜리 작은 책 간기에는 일본사람 이름을 한글로 ‘코마츠 요시오’라 적고, 저작권 자리에 ‘yoshio komatsu’라 적지만, 일본 한자로 어찌 적는가를 안 밝히며, 사진과 글을 담은 사람이 어떠한 삶길을 걸었는가를 안 담습니다. 오직 옮긴이 짧은 소개만 담아요.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읽지만, 어른이 사서 읽히는 책이요, 어른부터 읽으면서 어린이랑 함께 즐기는 책입니다. 곧,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사람 발자국’을 찬찬히 적어야, 이 어린이 사진책을 읽은 어른이 ‘이 책이 참 괜찮구나’ 하고 느낄 때에, 글쓴이나 사진찍은이 다른 책을 사서 읽도록 도와줍니다.

 

 

 

 

 

 

 

 

 

 

 

 

 

 

 

 코마츠 요시오 님은 2006년에 《Humankind》(Gibbs Smith)라는 사진책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분 다른 책으로 《지구촌 사람들 지구촌 이야기》(한림출판사)가 2007년에 옮겨졌니다. 그런데 2007년 번역책에는 ‘코마츠 요시오’가 아닌 ‘고마쓰 요시오’라는 이름으로 적혀요. 이분 스스로 ‘yoshio komatsu’라 적는다면, ‘고마쓰’ 아닌 ‘코마츠’로 적어야 올바를 텐데요. (4345.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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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12-2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찬찬히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