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센티미터 책읽기

 


 2012년 2월 25일, 첫째 아이 키가 99센티미터이다. 지난 두 달 사이에 0.8센티미터 자랐다. 더딘지 빠른지 알 길이 없다. 어찌 되었든 아이는 날마다 조금씩 자란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보면 아이 머리통이 내 턱을 툭툭 칠 뿐 아니라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머리통이 턱 가로막기 일쑤이다.

 

 첫째 아이는 키만 크지 않고 몸무게도 천천히 는다. 아직은 첫째 아이를 가슴으로 안아서 걸어갈 수 있지만, 오래지 않아 첫째 아이를 가슴으로 안아 걸을 수 없을 만큼 키가 크고 몸무게가 느는 날을 맞이할 테지. 그때에는 등으로 업기에도 벅찰는지 모른다. 바야흐로 어버이가 아이를 업는 삶에서 아이가 어버이를 업는 삶으로 달라지리라.

 

 그동안 얹혀살던 집이었지만 이제 이곳은 우리 집이기 때문에 문 한쪽에 연필로 아이 키를 재서 자국을 남기기로 한다. (4345.2.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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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죽은 글쓰기

 


 산 목숨이 아닌 죽은 목숨을 먹으면서 내 넋을 죽은 넋 아닌 산 넋으로 얼마나 알뜰히 지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참말, 죽은 목숨을 날마다 먹으면서도 산 넋으로 내 하루를 지킬 수 있을까.

 

 죽은 목숨을 먹더라도 나 스스로 씩씩하고 튼튼하게 내 줏대를 다스릴 줄 안다면, 내 넋은 늘 산 넋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죽은 목숨에 고운 숨결 불어넣으면서 내 몸을 살찌울 수 있으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나날을 누리리라 생각한다.

 

 산 목숨을 먹는다지만 나 스스로 흔들리거나 넘어지면서 내 줏대를 잃거나 잊는다면, 내 넋은 노상 죽은 넋이 되고 말겠지. 산 목숨을 싱그러이 빛나는 숨결로 받아들이지 못하니, 내 몸은 아름다운 하루를 기쁘게 누리지 못하겠지.

 

 내 지난 사흘을 돌이킨다. 사흘 동안 죽은 목숨을 먹으니 몸이 무겁고 마음을 쉬 가다듬지 못한다. 방귀가 너무 자주 나올 뿐 아니라 방귀 냄새까지 구리다. 무거운 몸과 지친 마음이 될 때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거운 몸으로 집안을 얼마나 알뜰히 건사할 수 있는가. 지친 마음으로 집식구를 얼마나 따스히 아낄 수 있는가. 무거운 몸일 때에 어떤 책을 손에 쥐어 마음밭 야무지게 살찌울 만한가. 지친 마음일 때에 내 눈은 어떤 아름다운 빛을 깨달으며 사진을 찍는가. 어수선한 몸과 마음이면서 글 한 줄 곱게 여밀 수 있는가.

 

 몸이 죽으면 마음이 죽고, 마음이 죽기에 생각이 죽어, 죽은 생각으로는 죽은 글을 빚는다.

 

 죽은 글을 남길 때에는 사람 넋이 죽으면 이렇게 슬프며 괴롭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 송두리째 죽음수렁에 빠질 때에는 이렇게 갑갑하며 아프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일까. 온통 죽음에 휩싸인 수렁이기에, 이 수렁에서 헤쳐나와 빛줄기 곱게 누리고픈 꿈을 꾸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햇살을 먹으며 햇살을 느끼고 싶다. 햇살을 느끼며 햇살을 사랑하고 싶다. 햇살을 사랑하며 이 햇살을 내 옆지기와 아이들이랑 나누고 싶다. (4345.2.2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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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05. 헌책방에서 만나는 책 한 권 - 형설서점 2012.0227.17

 


 수없이 많은 책이 날마다 새로 태어나고 새로 죽습니다. 새로 죽는 책이 있으니 새로 태어나는 책이 있습니다. 새로 태어나는 책이 꽂힐 자리만큼 먼저 태어난 책 가운데 적잖은 책이 자리를 물려주고 떠납니다. 새로 태어나는 책이 더 꽂히면서 예전에 태어난 책이 제자리를 지키려 한다면 책꽂이가 날마다 늘어야 하고, 책터 또한 꾸준히 커져야 합니다.

 

 새로 태어나는 책이 있고 새로 죽는 책이 있기에, 헌책방은 두 가지 책을 모두 받아들입니다. 헌책방은 어떠한 책이든 끌어안기 마련이라, 조그마한 살림을 그대로 건사한다면 책이 날마다 쌓이거나 넘쳐 그만 바닥에 책탑이 몇 겹으로 올라섭니다.

 

 전라남도 순천시 버스역 둘레에 깃든 헌책방 〈형설서점〉을 찾아와 책을 살핍니다. 순천과 가까운 남해에 있다는 어느 도서관에서 흘러나온 책, 삼천포에 있다는 어느 도서관에서 흘러나온 책, 목포에 있다는 어느 학교 어느 도서관에서 흘러나온 책, 전라남도 어디께에 있다는 문화방송 지국 도서관에서 흘러나온 책, …… 도서관에서 버린 책이 제법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인데, 한국땅 도서관에서는 대출 실적 숫자가 ‘0’이거나 0에 가까우면 으레 버립니다. 1990년을 앞뒤로 맞춤법이 예전 책이면 그냥 버립니다. 아무래도, 도서관이라며 한 번 지으면 책꽂이를 더 늘린다거나 도서관 자리를 더 키우지 않기 마련이니까, 새로 장만하는 책만큼 예전 책을 버리고야 말밖에 없는 한국 도서관이에요.

 

 이런저런 ‘도서관에서 버린 책’을 살살 쓰다듬다가, ‘1986 사랑의 책 보내기’ 운동을 하며 나돌았을 ‘기증도서’ 한 권을 만납니다. 겉에는 이런 자국이 없지만, 안쪽에 딱지 하나 붙고 도장 하나 찍혀요. 박재삼 시인 수필책을 구경할가 싶어 집어들다가 뜻밖에 알아보는 ‘옛 책마을 운동 발자국’ 하나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버려 주니 고맙게 헤아리는 지난날 발자국입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고이 건사했다면 그 도서관에서는 대출 실적 ‘0’이었으니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을 테고, 그 작은 도서관이나 그 학교 도서관에 내가 찾아갈 일은 없을 테니, 나로서는 이런 발자국을 더 살필 수도 없었겠지요. (4345.2.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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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2-29 10:22   좋아요 0 | URL
순천의 형설서점이군요.저고 가본지 꽤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헌책방을 운영하고 계신가 보군요.요즘 서울 헌책방도 한두군데씩 사라지는데 잘 운영되었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된장님도 남쪽 지방으로 이사를 가셨으니 전라도 지역 헌책방을 자주 돌아보시겠네요.결혼하시기전에 가끔씩 숨책에서 뵌 기억이 나는데 이제 헌책방을 들르러 서울에 올라오실 일은 아마 거의 없으시겠네요^^

파란놀 2012-02-29 22:51   좋아요 0 | URL
서울 갈 일부터 거의 없으니.......
흠... 그렇지요...
 

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04. 달라진 나무천장 알았는가요 - 아벨서점 2012.0213.33

 


 여러 달 만에 인천으로 마실하면서 헌책방 〈아벨서점〉에 들렀습니다. 아직 많이 어린 두 아이를 이끌고 책방으로 왔으니 책시렁 둘러볼 겨를이란 없고, 책방 아주머니들하고 이야기꽃 피울 틈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책방 아주머니들은 다른 손님을 마주하랴 책 갈무리하랴 책방 다스리랴 바쁘니까요.

 

 책방에 들어서며 생각합니다. 참 힘들게 오랜만에 찾아온 이곳을 앞으로 언제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하고. 이 모습이든 저 모습이든 눈에 가득 담자고 생각하며 둘째 아이 한손으로 품에 안은 채 사진을 찍습니다. 지난날 가까이에서 자주 들르던 때 느끼던 모습하고 오늘 어느 만큼 달라졌는가 하고 생각하기 앞서, ‘오랜만’이요 ‘다시 오자면 몇 달 뒤일는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나 이틀쯤 인천에서 묵으며 나들이를 했다면 바쁠 일 없이 느긋하게 돌아보고 한갓지게 이야기꽃을 피우겠지요. 이때에는 찬찬히 책시렁을 살피다가, ‘어, 천장을 모두 나무로 바꾸었네.’ 하고 깨닫겠지요. 그러나, ‘얼굴을 보며 인사를 할 수 있으니 반가우며 고맙다’는 생각으로 살짝 들러 살짝 얘기 나누다가 금세 떠나야 하면서 책시렁 한 번 휘 둘러보지 못하고 다시 책방을 나서야 합니다. 바삐 몰아쳐야 하는 움직임이기에 책방을 감도는 빛살이 예전과 달리 나무결 누런 빛이 한결 짙으며 포근해진 줄 언뜻 느끼기는 하면서도 천장을 싹 바꾼 줄 먼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책방을 나서려 하던 무렵 책방 아주머니가 들려준 말씀을 듣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어, 책꽂이 둘레까지 꼼꼼하게 다 바꾸셨구나.’ 하고 깨달으며 놀랍니다. 바쁜 일 틈틈이 천장갈이 하느라 얼마나 더 바쁘며 힘들었을까요. 그렇지만, 즐거이 여기고 좋아하는 일이었으니 바쁜 틈을 아끼고 힘든 몸을 사랑하며 좋은 책터로 꾸미셨겠지요. (4345.2.2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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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사랑받는 만화책이 아닐 때에는 첫 권을 옮긴 뒤 다음 권을 제때 안 옮기기도 한다고 느낀다. <다녀왔어 노래> 셋째 권이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반갑다고 느낀다. 이 만화책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꽤 많을까? 이야기 흐름이 흐트러지거나 줄거리가 흐리멍덩해지지 않고 곧게 이어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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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 노래 3
후지모토 유우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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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2월 2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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