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와 책과 사진

 


 둘째는 새근새근 잠들고, 첫째는 얌전히 책을 읽으며, 어머니는 가만히 뜨개를 하는 집안은 조용합니다. 이렇게 집안이 조용할 때가 다 있구나 생각하며 슬그머니 사진기를 듭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집안에서 꼭 한때 조용하게 누린 호젓함은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만, 눈길에 담고 가슴에 담으며 생각으로 되새깁니다. (4345.3.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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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3-05 13:42   좋아요 0 | URL
언제 봐도 오븟한 집안 풍경, 첫째는 어찌저리 의젓하고 둘째는 또 어찌 저리 가만 잠이 들었는지,,그나저나 옆지기님이 참 뜨개질을 잘하시나봐요, 좋으시겠어요,
전 정말 손재주가 없어서,,

파란놀 2012-03-06 05:00   좋아요 0 | URL
이제 비 그치면 바깥에서 즐거이 잘 놀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에고...

뜨개질은 그냥 하면 다 되리라 생각해요~ ^^;;

하늘바람 2012-03-06 16:18   좋아요 0 | URL
아이들 넘 귀여워요
저런 모습을 사진 찍는 님이 참 멋져 보여요

파란놀 2012-03-06 17:25   좋아요 0 | URL
집에서 아이들 바라보면
늘 좋은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구나 싶어요~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배용준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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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긋하게 꿈을 꿀 때에 사진 하나
 [찾아 읽는 사진책 46] 배용준,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키이스트,2009)

 


 배우 배용준 님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키이스트,2009)을 읽었습니다. 무척 두툼한 책입니다. 꽤 묵직합니다. 배우로 지내는 나날이 몹시 바쁠 텐데 어느 결에 이렇게 글이랑 사진을 엮어 책을 낼 수 있었나 놀랍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배우로 일하는 동안 언제나 조각조각 틈을 내어 기자를 만나고 사랑이를 만나요. 하루하루 조각조각 겨를을 나누어 밥을 먹고 연기를 하며 벗을 만납니다. 책 하나 내겠다고 다짐하며 하루하루 새로운 조각을 내고 새로운 겨를을 마련한다면, 배우 배용준이 아니라 회사원 아무개라 하더라도 이렇게 책 하나 내놓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온누리에 바쁜 사람은 배우 배용준 한 사람만은 아닐 테니까요.

 

 배우 배용준 님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두툼하게 내놓았지만, 이만 한 책은 누구라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오늘날 ‘누구라도’ 회사일이건 집안일이건 너무 많거나 바쁘거나 힘든 나머지, 이만 한 책 하나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쳇, 이만 한 책이라면 글이든 사진이든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하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찬찬히 읽다 보면, 글결이나 사진결은 그리 돋보이지 않습니다. 썩 잘 쓴 글이 아니요, 그다지 잘 찍은 사진 또한 아닙니다.

 

 그러나 배우 배용준 님은 책을 하나 냈어요. 아마, 한국과 일본에 널리 이름난 배용준 님인 터라 이렇게 책을 낼 만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들 스스로 ‘칫, 이쯤 되는 책은 내가 글이랑 사진을 훨씬 잘 뽑아낸다구!’ 하고 여긴다면, 참말 이처럼 여기는 대로 바지런히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면 돼요. ‘자, 보쇼, 내 글과 사진이 어떻소!’ 하고 당차게 보여주면 돼요.

 

 

 

 “어릴 적엔 알지 못했다. 좋아하는 반찬에만 정신이 팔렸지, 그 밥상이 내 앞에 놓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만들어 주신 분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통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19쪽).” 하는 글을 읽습니다. “나는 오랜만에 진심으로 즐거워 음식에 대해 이것저것 열심히 물어 보았다(40쪽).” 하는 글도 읽습니다. “이 음식들이 없다면 무엇으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43쪽).” 하는 글까지 아울러 읽습니다.

 

 배우 배용준 님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싶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배용준 님 스스로 모르는 대목이 몹시 많기 때문에 도움을 받습니다. 밥을 하는 넋이나 김치를 담그는 넋이나 그릇을 빚는 넋이나 옷을 짓는 넋이나 집을 짓는 넋, …… 오래오래 한길을 걸어온 슬기롭고 아름다운 사람들한테 몸소 찾아갑니다.

 

 책을 읽으며 가만히 생각합니다. 되게 바쁠 텐데 어쩜 이렇게 짬을 잘 내어 찾아갔을까 하고.

 

 

 

 문득 돌아보면, 사람들이 배용준 님처럼 못하는 까닭은 돈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스스로 너무 바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배용준 님한테 돈이 많고 이름이 널리 알려졌기에 이렇게 여러 사람을 찾아다니며 고개숙여 배우거나 귀기울여 말씀을 들으려 했을까요.

 

 “(닥 껍질은) 아주 얇디얇은 그물과도 같은 자연물 본래의 패턴이 매우 아름답다(128쪽).” 하는 글을 읽습니다. 스스로 겪었기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자연 풍경이 다르면 거기에 어울리는 집도 다르고, 또 그 집안의 인테리어도 다르고, 그렇게 하나씩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다 보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달라지는 것 아닌가 싶다(137쪽).” 하는 글을 읽습니다. 스스로 느꼈기에 이렇게 글을 쓰며, 이렇게 글을 쓰는 결 그대로 사진을 찍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는 책은 배용준 님이 글이랑 사진을 모두 일구었다고 적습니다만, 책을 죽 살피면, ‘배우 배용준이 찍은 사진’ 못지않게 ‘배우 배용준을 찍은 사진’이 참 많이 실립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배용준 님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책을 팔려고 하는 느낌이 꽤 짙습니다. ‘배용준 글·사진’이라 붙인 간기가 부끄럽다 싶을 만큼 ‘배우 배용준을 찍은 사진’이 너무 많이 실려요.

 

 

 

 배우 배용준 님이 찍은 사진이 좀 어설프다 하더라도, 이 어설픈 사진을 조금 더 많이 실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하고 생각합니다. 배우 배용준 님을 찍은 사진은 따로 그러모아 보여주어도 될 텐데 싶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은 사람들한테 보여주거나 알려주고 싶은 아름다운 한국땅 이야기를 담으려는 책이니까요.

 

 “(충주호는) 경관은 뛰어나게 수려하지만 아무래도 댐으로 물을 막아 만든 호수인지라 물에 닿아 끊어지는 경치들이 부자연스러워 기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169쪽).” 하는 글을 읽고, “콘크리트 건물은 100년을 가기도 힘들다고 한다. 열 번을 다시 지을 비용으로 제대로 한 번 짓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억지일까(365쪽).” 하는 글을 읽습니다. 누구라도 이처럼 느끼는구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한국땅 어디를 가더라도 온통 콘크리트투성이입니다. 한국땅 골골샅샅 자가용으로 신나게 누빌 수 있을 만큼 아스팔트투성이입니다.

 

 고속도로이든 고속국도이든, ‘백 해를 바라보고 닦았다’라 말할는지 모르지만, ‘백 해를 망가뜨리며 닦았다’고 해야 옳으리라 느낍니다.

 

 

 

 스스로 두 다리로 걸어다닐 때에 비로소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니까요. 스스로 두 다리로 걷다가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사랑이 있어야 비로소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니까요. 스스로 두 다리로 흙이랑 햇살이랑 바람이랑 풀이랑 꽃이랑 물이랑 하늘이랑 바다랑 고루 받아들여야 비로소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니까요.

 

 비행기를 타고 제주섬으로 갔다가 자가용을 몰아 오름으로 마실을 떠나야 비로소 억새를 바라보며 사진으로 담을 만하지 않습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 흙으로 가득한 들판과 골짝과 냇물을 찾아나서면 어디에서든 억새를 마주할 수 있어요.

 

 내가 아름답다고 느껴야 아름다운 터전입니다. 내가 사랑스럽다고 느껴야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입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느껴야 좋아할 만한 마을입니다.

 

 “나는 앞으로 한옥을 한 채 지어 방마다 내 꿈과 가까운 친구들을 위한 배려를 하나씩 채워 갈 생각이다(369쪽).” 하는 글을 읽습니다. 부디 배우 배용준 님은 좋은 흙집 한 채 예쁘게 지어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기와 얹은 흙집 한 채 지을 살림이 되는 분들은 굳이 아파트를 장만하지 말고 좋은 흙집 한 채 기와 얹어 지으면 좋겠습니다. 살림이 좀 넉넉한 이들부터 아파트를 버리고 흙땅에 흙마당 두어 흙집을 마련한 다음, 도시 곳곳에 숨통이 틀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흙집 한 채를 짓는다면, 이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지나 “한국에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나날”이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운 책 하나 태어나리라 생각합니다. 배우 배용준 님이 오래오래 두고두고 차근차근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내놓을 책이란 바로 “한국에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나날”이리라 생각합니다. 배우 배용준 님부터 한국에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나날을 곱게 사랑하고 즐겨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4345.3.5.달.ㅎㄲㅅㄱ)


―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배용준 글·사진,키이스트 펴냄,2009.9.23./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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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리 Suppli 1
오카자키 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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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하느라 바쁘거나 힘들까
 [만화책 즐겨읽기 67] 오카자키 마리, 《서플리 (1)》

 


 꿈을 한참 꾸다가 잠을 깹니다. 꿈을 누비던 나는 꿈속 이야기가 꿈이라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나하나 생생하게 떠오르는 모습은 내가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내 마음이 꿈을 지어 꿈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갔구나 싶습니다. 나 스스로 지은 이야기가 내 꿈속에서 펼쳐졌구나 싶습니다. 문득 떠올리면, 나는 내 꿈에서 본 모습을 으레 꿈 아닌 삶에서 맞딱드리곤 합니다. 어느 때인가 불현듯 ‘어, 오늘 이곳 이 모습은 내가 언젠가 꿈으로 꾼 모습인데.’ 하고 느낍니다. 엊저녁 네 식구 집에서 복닥거리던 모습도 언제였는 지 잘 모르지만 틀림없이 꿈으로 만난 모습, 아니 꿈에서 살던 모습입니다.

 

 꿈을 꾸고 난 이듬날 곰곰이 생각합니다. 내가 바라기에 이렇게 꿈으로 어떤 이야기를 살아낼는지 모르고, 내가 꿈으로 살아낸 이야기는 언젠가 내 눈앞에 다시금 펼쳐진다면, 내 목숨은 내 꿈처럼 이어지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꿈을 꾸는 동안 내 삶을 고이 꾸릴 수 있달까요. 아마, 언젠가 내 삶을 다하고 흙으로 돌아갈 무렵이 가까우면 내가 어떻게 흙으로 돌아가는가 하는 이야기가 꿈으로 나타나겠지요. 나는 내 삶을 꿈으로 그리고, 내 죽음도 꿈으로 그리겠지요.

 

 


- ‘제조회사에서 일하는 그와는 학창시절부터 사귄 사이로, 내 나이 벌써 27살이니 햇수로 7년이나 사귄 셈이다. 어쩌면 이무렵 그가 왜 그런 소리를 꺼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면 뭔가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7년이라는 세월은 감각을 마비시키고 둔하게 만들어 교착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8∼9쪽)
-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엔 문득 생각하게 된다. 헤어질까?’ (19∼20쪽)


 꿈을 꾸지 않는다면 살아가지 못하는 셈 아닌가 싶습니다. 예쁜 꿈을 꾸지 않는다면 예쁜 삶을 못 누리는 셈 아니랴 싶습니다. 꿈을 잊거나 꿈을 모르는 채 살아가는 나날이라면, 도무지 살아가는 뜻이나 보람이 없는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꿈을 품지 않거나 꿈을 이루려는 사랑이 없는 하루라면, 내가 먹는 밥이란 어떤 목숨인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사람이라 한다면, 꿈을 꾸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고단한 몸을 누여 가만히 눈을 감고 꿈을 꾸는 하루를 잇기 때문에 사람살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괴로운 꿈이든 즐거운 꿈이든, 아픈 꿈이든 밝은 꿈이든, 꿈을 꾸면서 삶을 누리리라 생각합니다.

 

 곧, 사람들이 꿈속에서 조금 더 밝은 나날을 짓는다면, 사람들이 꿈속에서 서로 어깨동무하는 밝은 누리를 짓는다면, 사람들이 꿈속에서 사랑과 믿음이 얼크러진 아름다운 나라를 짓는다면, 참말 꿈속에서뿐 아니라 삶으로도 시나브로 좋은 모습과 반가운 이야기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꿈을 꾸지 않거나 슬픈 꿈을 자꾸 꾸기에, 삶으로도 너무 모질거나 힘겹거나 슬프리라 생각합니다.

 

 


- ‘정말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하는 걸까. 내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 (27∼28쪽)
- ‘헤어진다는 건 그 사람의 인생에 끼어들 수 없게 되는 거였어.’ (132쪽)


 오카자키 마리 님 만화책 《서플리》(대원씨아이,2006) 첫째 권을 읽습니다. 《서플리》에 나오는 스물일곱 살 아가씨는 참 슬픈 넋입니다. 이른바 일본 도쿄라 하는 곳에서 제법 잘나간다 싶은 사무직 일꾼으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정작 이 아가씨한테 ‘삶’이란 없고 ‘꿈’ 또한 없습니다.

 

 그저 ‘일’ 한 가지만 있다 할 텐데, 이 일이라 하는 한 가지조차 ‘삶을 밝히는 일’이 아니라 ‘도시 물질문명 톱니바퀴가 되어 기운을 쏙 빼야 하는 몸부림’이로구나 싶어요. 카피라이터, 커리어우먼, 이런저런 이름이란 무슨 값을 할까요. 집이란 잠자는 곳일 뿐이고, 집에서 아무 꿈을 꾸지 못하는데, 이러한 삶은 어떤 즐거움일까요. 아가씨가 사귀는 남자친구란, 아저씨들이 사귀는 여자친구란, 서로서로 얼마나 좋은 동무이자 이웃일까요. 입으로 읊는 사랑이란 참말 사랑이 맞을까요. 몸으로 스치며 맡는 살내음이란 지친 ‘일’을 쉬거나 달래거나 잊는 새로운 몸부림이 아닌가요.

 

 삶을 헤아리지 않기 때문에 쳇바퀴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않습니다. 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톱니바퀴에서 스스로 헤어나지 않습니다.

 


- ‘헤어지고 아직 4달 남짓. 한 마디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단 얘긴데.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바보 같은 난. 물론 평일엔 서로 시간이 어긋나고 휴일에도 출근하는 날이 많아서 크리스마스고 생일이고 근로자의 날이고 모두 회사에서 보내긴 했지만.’ (105쪽)
- ‘자신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만들어졌고 그게 “남자에 적합한” 것이 아니란 건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알아차리지도 못할 일.’ (155쪽)


 그런데 나는 얼마나 내 꿈을 예쁘게 꾸나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 꿈을 그럭저럭 꾼다면, 좋은 보금자리에서 함께 살아가는 옆지기와 아이들 꿈은 어느 만큼 예쁘게 꾸나 모르겠습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바쁘거나 힘들다며, 막상 살붙이들과 예쁘게 얼크러지는 꿈은 뒤로 젖히거나 잊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배불리 먹어도 같이 배불리 먹을 살붙이입니다. 배고프게 지내도 같이 배고프게 지낼 살붙이입니다. 기쁜 일이거나 슬픈 일이거나 늘 함께 할 살붙이입니다. 아름답거나 우스꽝스러운 일 또한 노상 함께 나눌 살붙이예요.

 

 커다랗다 싶은 꿈이든 작다 싶은 꿈이든 서로 얼싸안는 살붙이입니다. 머나먼 꿈이든 가까운 꿈이든 서로 기대고 믿는 살붙이입니다.

 

 남자친구(또는 여자친구)에서 애인이 되든, 직장동료에서 남자친구(또는 여자친구)가 되든, 그리 다를 구석이 없습니다. 서로 아끼는 마음이 없으면 자리를 어떻게 옮기더라도 덧없습니다. 서로 보살피는 손길이 따스하면 자리가 어떠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 “지금 힘든 건 다 젊고 예쁘기 때문이야. 기운 내.” (161쪽)
-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모습, 좋아 보이지 않아요?” (208쪽)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으레 말합니다. ‘일밖에 모른다’고. 그렇지만 난 달리 느낍니다.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으로 일을 한다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어 돈을 버느라 온삶을 바칠’ 뿐, 정작 ‘제 삶을 사랑하며 즐거이 누리는 길’하고는 동떨어졌다고 느낍니다. 돈은 잘 벌고 꽤 그럴듯하게 치레하는 옷을 입었으며 퍽 멋스럽다 싶은 비싼 아파트에서 산다지만, 즐거이 먹고 즐거이 입으며 즐거이 자는 삶이 아니라, 오로지 돈을 버는 삶뿐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 좋아해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돈을 벌려고 부르는 노래라면 얼마나 슬플까요. 스스로 좋아해서 영화배우나 연예인 일을 하는 삶이 아니라 돈을 버는 영화배우나 연예인이라 한다면 얼마나 쓸쓸할까요. 스스로 좋아해서 영업사원이 되거나 기획부원이나 관리부원이 되지 않고 돈을 버는 기획부원이나 관리부원으로 젊은 나날을 송두리째 바친다면, 이렇게 보낸 젊은 날은 어떻게 적바림하고 무슨 이야기가 남을 수 있을까요.

 

 봄이 되어 봄을 누리고 여름이 되어 여름을 누립니다. 날마다 다른 삶이요 날마다 다른 꿈입니다. 내 지난날을 더듬으며 하루하루 새롭게 빛내는 이야기가 있다면 삶입니다. 내 오늘을 헤아리며 언제나 새롭게 맞이하는 좋은 하루라고 느낀다면 삶입니다.

 

 밥그릇 숫자가 적으니까 젊음이 되지 않습니다. 언제나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으며 즐겁게 땀을 흘릴 때에 젊음입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스스로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며, 스스로 좋아하는 마음을 품기에 젊은이입니다. (4345.3.5.달.ㅎㄲㅅㄱ)


― 서플리 1 (오카자키 마리 글·그림,채혜원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6.11.15./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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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치 빨래거리

 


 읍내마실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푹 퍼졌다. 이 퍼진 몸으로도 얼마든지 빨래를 할 수 있지만, 이래저래 가만히 몸을 쉬기만 한다. 둘째 기저귀야 하루쯤 빨래를 건너뛰더라도 이듬날 잘 빨아서 잘 말리면 되니까. 장마철이 아니라면 하루에 세 차례 하는 빨래를 살짝 건너뛰어도 된다.

 

 아침에 두 아이가 바지까지 흥건히 젖도록 쉬를 누었다. 일찍 잠들지 않고 자꾸 새벽에 깨어 놀려 하는 첫째까지 바지에 몽땅 쉬를 누었다.

 

 둘째 옷가지이며 첫째 옷가지이며 빨래거리 가득 쌓인다. 옆지기 옷가지는 어제 빨았으니 새로 나오지 않는다. 내 옷가지는 내가 안 내놓으면 그만이니 괜찮다. 이제 이 밀린 하루치 빨래들을 맞아들여야지. (4345.3.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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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3-04 21:33   좋아요 0 | URL
요즘 날씨가 계속 흐리고 비가 오곤 하던데 말입니다.
전 비가 오는 날엔 빨래를 하지 않아요.꿉꿉하게 마르는 것도 신경쓰이고,잘못 말리니 냄새가 안좋더라구요.헌데 이삼 일에 한 번씩 해라도 비치면 괜찮을텐데 요즘 줄곧 비가 오네요.
비올때 된장님네 빨래는 어찌 말리나? 여겼더랬습니다.

마눌님은 참 좋으시겠어요.힘센팔로 꼭꼭 짜서 손빨래를 해주니 말이에요.^^

파란놀 2012-03-05 06:14   좋아요 0 | URL
빨래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마다 해야 하니까요.

빨래 하는 사람이 있대서 다른 식구가
꼭 좋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빨래를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아픈 사람은
누군가 해 주는 빨래를 받아들이기만 하니까요..
 


 들바람 책읽기

 


 들판을 가로질러 들바람이 분다. 들판을 바라보며 살아가니까 들바람을 쐰다. 멧골자락 끼던 자그마한 집에서 살던 나날은 멧바람을 맞이했다. 멧골을 타고 부는 바람이니 멧바람을 쐰다. 골목동네 조촐하니 맞닿은 곳에서 지내던 나날, 식구들은 모두 골목바람을 맞아들였다. 골목바람은 쬐꼬만 골목마당에 드리운 빨래줄에 건 빨래 사이로도 불고, 골목집 지붕을 타고 마실하는 고양이 등짝으로도 불며, 골목집 사이사이 조그마한 틈에 씨앗을 내려 높이높이 솟는 예쁘장한 골목나무 잎사귀를 흔들며 불기도 한다.

 

 삼십 분 남짓 자동차 한 대 오가지 않는 시골길을 두 아이와 두 어른이 걷는다. 갓난쟁이는 어른 한 사람이 안거나 업어 걷는다. 다섯 살 아이는 혼자 멀찌감치 앞서 달리다가 뒤로 돌아오곤 한다.

 

 새롭게 찾아온 봄을 따라 솔솔 녹는 흙내 살포시 안은 바람이 분다. 솔솔 녹는 흙에서 아주 조그마한 씨앗이 뿌리내리며 돋는 새싹이 반짝반짝 푸르게 빛난다. 앙증맞은 푸른 잎사귀 사이사이 조그마한 꽃잎 몇 장 눈부시다. 작은 잎 작은 꽃 작은 사람은 들바람 소리를 듣는다. 들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들새 소리를 듣는다. 시골길이 끝나고 한길로 접어드니 자동차 제법 드나든다. 자동차 소리에 묻혀 들바람 소리도, 들새 소리도, 들꽃들 반짝거리는 빛깔도 모두 잊는다. (4345.3.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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