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지저귀고
박새가 노래하며
직박구리가 떠들고
노랑할미새가 속삭이는

 

다 다른 말
다 다른 삶
다 다른 넋.

 


4345.3.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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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밑 푸른바다 - 포토 에세이
김수우 지음 / 눈빛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사진이 이루어지는 빛
 [찾아 읽는 사진책 87] 김수우, 《지붕 밑 푸른바다》(눈빛,2003)

 


  길을 걸을 때에, 누군가는 집으로 갑니다. 누군가는 일터로 갑니다. 누군가는 ‘걷는 여행’을 합니다. 누군가는 군대베낭을 짊어지고 먼길을 힘겹게 갑니다. 누군가는 마음길을 닦으려 합니다. 누군가는 평화와 꿈을 빌며 두 손을 모읍니다. 갓 걸음마를 뗀 아이가 다리힘을 기르도록 길을 걷는 어버이가 있습니다. 걷는 길은 다 다르며, 누군가한테는 ‘걷기’이지만 ‘회사 가기’나 ‘나들이’나 ‘훈련’이나 ‘수행’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고 사진을 찍을 때에, 누군가는 그야말로 사진을 찍습니다. 누군가는 사진으로 이야기를 빚습니다. 누군가는 돈을 벌려고 다른 이가 맡긴 어떤 모습을 찍습니다. 누군가는 내 사랑하는 살붙이 한삶을 적바림하려고 합니다. 누군가는 두 눈에 예쁘게 보이는 모습을 오래 건사하려고 합니다. 누군가로서는 ‘사진’을 하거나 ‘사진’을 찍으나, 누군가로서는 홀가분하게 ‘놀이’일 수 있고, 하루하루 고단한 ‘일’일 수 있으며, 좋은 사람들과 얼크러지는 ‘사랑’일 수 있어요.


  글 한 줄은 시가 됩니다. 글 한 줄이 모여 소설이 됩니다. 글 한 줄은 그저 글 한 줄이곤 합니다. 글 한 줄은 무언가 알려주는 말이 되고, 글 한 줄은 깊고 너른 마음을 담는 글월이 되기도 합니다.

 


  목청껏 내지르는 소리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만, 말로 그칠 수 있는데, 혼잣말에 될 수 있어요. 결 고운 노래가 될 수 있고, 산뜻한 자장노래가 될 수 있어요. 또는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되기도 할 테지요. 들새는, 멧새는, 바닷새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서로 주고받을까요.


  사진책 《지붕 밑 푸른바다》(눈빛,2003)를 읽습니다. 시를 쓰는 김수우 님이 사진을 찍고 글을 붙입니다. 김수우 님은 시를 즐겨 쓴다고 하는데, 사진 또한 즐겨 찍는구나 싶어요. 어쩌면, 사진을 즐겨 찍으면서 시를 즐겨 쓴다 할 만하고, 시와 사진을 나란히 즐기는 삶이라 할 만하달 수 있어요. 《지붕 밑 푸른바다》는 “지붕 밑에는 밥주걱으로 퍼내며 꾹꾹 눌러 담던 이야기들이 살고 있다(13쪽).”고 느끼는 날부터 차근차근 적바림합니다. 이를테면, “도화지 구겨지는 일이 가장 슬펐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문방구에서 한 장씩 사들고 나오던 도화지를 구기려 자꾸 달겨들던 바람(30쪽).” 하고 지난날을 되새기면서 사진 한 장 찍고 글 한 자락 적바림합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널린 것보다 골목 빨래가 더 눈부셔 보이는 것은 왜일까(40쪽).” 하고 스스로 물으면서 사진 한 장 찍고 글 한 자락 끄적입니다.

 


  참말, 아파트 툇마루에 널린 빨래보다 골목집 담벼락에 줄을 드리워 해바라기하는 빨래가 한결 눈부셔 보이는 까닭이란 무엇일까요. 처마에 못을 박은 다음 줄 하나 전봇대 발판하고 엮어 마련한 빨래줄에 촘촘히 넌 빨래가 더 눈부셔 보이는 까닭은 따로 있을까요. 골목집 조그마한 꽃그릇에 올망졸망 피어나는 들꽃이랑 푸성귀 사이사이 빨래가 놓이는 빛깔이 더없이 눈부셔 보이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사진과 글로 예쁜 꽃을 피우려 하는 김수우 님은 부산내기입니다. 부산내기답게 부산 골목동네를 찬찬히 사진으로 살피고, 부산 골목동네에서 지낸 나날과 얽힌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놓습니다.


  “사진은 그 아름다운 불안을 직시하는 내 눈빛이다(68쪽).” 하는 말처럼, 사진으로는 두려움과 걱정스러움과 조바심을 드러냅니다. 사진으로는 웃음과 기쁨과 두근거림을 나타냅니다. 사진으로 꿈과 사랑을 보여줍니다. 사진으로 아픔과 생채기를 그립니다.

 


  사진은 내 눈빛입니다. 사진은 내 삶을 고스란히 담는 눈빛입니다. 사진은 내 삶을 가만히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사진은 내 삶을 사랑하는 하루하루 살포시 갈무리하는 손길입니다.


  “내 영혼은 아마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이 세상, 모순으로 가득하면서도 너무 눈부신 이 땅을 사랑해 왔음이 틀림없다. 주변에 놓인 사물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주시해 왔는가를 깨닫는 오후(83쪽).”라 하는데, 눈부신 이 땅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눈부신 이 땅을 이처럼 눈부시게 사진으로 담을 수 없어요. 눈부신 이 터를 사랑할 때에 비로소 눈부신 이 터를 눈부시게 글 한 자락으로 옮길 수 있어요. 눈부신 내 사랑을 눈부시게 깨달을 때에 눈부신 내 사랑을 눈부신 이야기 하나로 갈무리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겠지요.


  나는 너를 바라봅니다. 너는 나를 마주봅니다. 나는 나무를 얼싸안습니다. 나무는 온몸 내맡겨 나한테 안깁니다. 나는 바람을 마시고 햇볕을 먹습니다. 바람은 내 몸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햇볕은 내 살갗을 거쳐 온몸으로 가만히 빨려듭니다.

 


  “골목이라는 돋보기 렌즈를 통해 아름다운 길 하나를 만난다(93쪽).”고 하지요. 바다라는 돋보기가 있어요. 시골이라는 돋보기가 있어요. 멧길이라는 돋보기가 있고, 밭둑이라는 돋보기가 있습니다. 돋보기는 전봇대가 되기도 하고 전깃줄이 되기도 합니다.


  내 돋보기는 좋은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징검돌이 됩니다. 내 돋보기는 좋은 동무와 두레와 품앗이를 나누는 징검돌이 됩니다. 내 돋보기는 좋은 살붙이와 꿈을 빚는 징검돌이 됩니다. 어느새 내 사진기는 이웃이랑 동무랑 살붙이랑 마음을 주고받는 징검돌 같은 돋보기가 됩니다. 어느내 새 연필은 둘레 모든 목숨하고 생각을 주고받는 징검돌처럼 새로 거듭납니다.


  “이십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이 낯설다 하니 친구는 다시 잘 찾아보라 말한다(119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내 동무는 좋은 넋을 살며시 들려줍니다. 내 이웃 또한 알게 모르게 좋은 얼을 가만히 들려줍니다. 내 살붙이도 날마다 좋은 숨을 날마다 조용히 불어넣어요.

 


  사진은 내 삶에서 태어납니다. 사진은 내 작은 삶에서 태어납니다. 사진은 내 작으며 어여쁜 삶에서 태어납니다. 사진은 날마다 누리는 내 작으며 어여쁜 삶에서 태어납니다. 사진은 내가 즐거이 발을 디디며 어깨동무하는 작으며 어여쁜 마을 삶에서 태어납니다.


  내가 찍는 사진은 내 얼굴이에요. 내가 쓰는 글은 내 모습이에요. 내가 찍는 사진은 내 삶이에요. 내가 쓰는 글은 내 이야기예요. 사진책 《지붕 밑 푸른바다》에 담긴 사진과 글은, 김수우 님 얼굴이자 모습이고 삶이면서 이야기입니다. (4345)
3.30.쇠.ㅎㄲㅅㄱ)


― 지붕 밑 푸른바다 (김수우 사진·글,눈빛 펴냄,2003.5.15./12000원)

 

덤.

 

옆에서 아이들 알짱대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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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라는 분 시를 아직 읽지 못했으나, 사진책을 읽으면서, 어떤 시를 쓰며 삶을 노래하나 하고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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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달팽이
김수우 지음 / 해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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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지키는 새- 김수우 시인이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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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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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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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말하는 글쓰기

 


  사진을 말하는 글을 쓰며 생각한다. 내 둘레뿐 아니라 이 나라, 나아가 지구별에서 ‘사진을 말하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너무 없기 때문에 내가 이 글을 쓰는가 하고 곰곰이 생각한다.


  사진을 말하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너무 없다’는 말은 옳지 않다. 꽤 많다. 참 많다. 그러나, 내가 바라거나 기다리는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사진을 말하는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부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사진을 찍는지, 그냥 사진기를 들며 멋을 부리려 하는지 돈을 벌려 하는지 알쏭달쏭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사진기를 든 사람들뿐인가. 붓을 들거나 연필을 든 사람 가운데에도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지 않고서 붓을 들거나 연필을 드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꼭 책을 내야 하지 않고, 굳이 책을 읽어야 하지 않다. 삶을 느끼면 넉넉하고, 삶을 읽으면 아름답다. 삶을 헤아리지 않는 가슴으로는 글 한 줄에 사랑을 싣지 못한다. 삶을 누리지 못하는 넋으로는 그림 한 장에 사랑을 꽃피우지 못한다. 삶을 나누지 못하는 몸가짐으로는 사진 한 장에 사랑을 그리지 못한다.


  나는 ‘사진을 말하는 글쓰기’를 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든 사진을 읽는 사람이든, 부디 즐겁게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내는 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예쁘게 깨닫기를 꿈꾸면서 글을 쓴다. 내 글은 사진을 말하면서,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좋아할 꿈을 말한다. 내 글은 사진과 책을 말하면서, 사진과 책을 손에 쥐는 사람들이 이룰 이야기를 말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글을 쓴다. 내 글에는 빗소리가 담긴다. 햇살을 쬐면서 글을 쓴다. 내 글에는 햇살이 깃든다. 두 아이 놀며 자지러지는 웃음을 느낀다. 내 글에는 아이들 웃음이 스민다. 옆지기가 마련한 좋은 밥을 먹는다. 내 글에는 좋은 밤내음이 풍긴다.


  글도 그림도 노래도 춤도 모두 사랑 어린 이야기 그득그득 넘실거리기를 꿈꾼다. 사진 한 장마다 고운 사랑이 함초롬히 피어날 수 있기를 꿈꾼다. (4345.3.3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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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3-30 17:29   좋아요 0 | URL
"삶을 헤아리지 않는 가슴으로는 글 한 줄에 사랑을 싣지 못한다. " - 아, 이 글에 찔리고 가요. ㅋㅋ 새겨 두겠습니다.

파란놀 2012-03-30 21:44   좋아요 0 | URL
그저 이 한 가지만 있으면
누구나 즐겁게 살아갈 수 있어요.
 

사진 생각
― 사진과 책

 


  사진으로 엮은 책을 읽습니다. 사진이 아름답기에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오래도록 들여다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나서 고요히 덮습니다. 한동안 다시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시 들여다보면서 마음이 뭉클합니다. 이윽고 고요히 덮고는 한동안 다시 잊고, 또 나중에 새삼스레 들여다보면서 가슴을 촉촉히 적십니다.

  글로 엮은 책에 곁들인 사진을 읽습니다. 글과 사이좋게 어울리는 사진은 아름답습니다. 글하고 동떨어진 채 멋스럽게만 보이는 사진은 밋밋합니다. 사진은 사진일 뿐인데 왜 사진을 사진답게 살리지 못하는가 싶어 슬픕니다. 글은 글일 뿐인데 왜 사진을 덧붙이려 하는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사진에 붙인 말을 읽습니다. 사진을 북돋우는 말 한 마디는 놀랍도록 빛납니다. 사진에 군더더기로 붙인 말은 지겹습니다. 어느 글은 사진 하나를 더 빛내는 사랑이지만, 어느 글은 사진 하나를 치레하는 껍데기로 그칩니다.


  사진책은 사진으로 엮은 책입니다. 사진책은 사진을 이야기하는 글로 엮은 책입니다. 사진책은 사진을 느끼며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맞아들이도록 이끄는 책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그림 옆에 자질구레하게 덧말을 붙이지 않습니다. 오직 그림으로 받아들이는 가슴이 되기를 바라며 말없이 지켜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또한 오직 사진만 덩그러니 보여줄 뿐, 이런 군말 저런 덧말은 바라지 말라고 입을 앙 다문 채 옆에 서서 조용히 바라봅니다.


  그림을 구태여 책 하나로 그러모아서 엮어야 하지 않습니다. 그림 한 장이 깊은 책이고 너른 이야기밭입니다. 사진을 굳이 책 하나로 갈무리해서 엮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 한 장에 고즈넉한 책이며 아리따운 이야기밭입니다. 글 한 줄 또한 따로 책 하나로 꾸려 내야 하지 않아요. 글 한 줄이 애틋한 책이요 사랑스러운 이야기밭입니다.


  사진을 책으로 묶는 까닭은 사진 한 장만 갈무리하면 ‘이 사진 한 장 태어난 때에 이 사진 한 장을 바라볼 수 있던 사람’ 말고는 더 사진을 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구별에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헤아리면서 책으로 묶습니다. 먼 뒷날 새로운 삶을 일굴 아이들한테 ‘사진 하나로 빚은 빛 한 줄기’를 물려주고 싶어서 사진책을 엮습니다.


  온통 사진으로 채운 사진책이 싱그럽습니다. 사진 한 장 없이 글로 사진을 이야기하는 사진책이 해맑습니다. 사진이랑 글이 알맞게 얼크러지는 사진책이 향긋합니다. 숱한 사진들로 잘 엮은 사진책 하나는 푸른 넋을 일깨웁니다. 수수한 글발로 잘 묶은 사진책 하나는 고운 빛을 나눠 줍니다.  사진과 글이 오순도순 어깨동무하는 사진책 하나는 따스한 사랑으로 스며듭니다.


  지구별 사람들은 글책으로 삶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구별 사람들은 그림책으로 삶이야기 여는 길을 열었습니다. 지구별 사람들은 만화책으로 삶이야기 북돋우는 누리를 마련했습니다. 이제, 지구별 사람들은 사진책으로 삶이야기 일구는 기쁜 웃음과 눈물을 새로 보듬습니다.


  좋은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과 시원한 냇물과 기름진 흙에서 씩씩하고 우람하게 자라난 나무들이 제 온몸을 바쳐 태어난 종이에 사진과 글이 알알이 맺히며 책 하나 새로 선보입니다.
 (4345.3.3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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