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보고 있을까?
이와고 히데코 글, 이와고 미쓰아키 사진, 유문조 옮김 / 진선아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서로서로 즐겁게 바라보는 곳
어린이가 읽는 사진책 13 : 이와고 미쓰아키, 《무얼 보고 있을까?》(진선아이,2011)

 


  밤안개가 하얗게 핍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밤일 텐데 별빛도 달빛도 느낄 수 없습니다. 아니, 느낄 수는 있으나 올려다볼 수 없습니다. 이웃집조차 아스라이 먼 듯합니다. 온 들판이 뿌옇습니다. 날이 더 따스해지려고 밤안개까지 끼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밤안개 걷힐 새벽에는 밭자락이며 논둑이며 이슬이 촉촉히 내려앉을 테지요. 봄날씨 한창 무르익는 사월 끝물에 활짝 흐드러지는 후박꽃 송이송이 이슬방울 맺힐 테지요. 고흥 시골로 찾아들어 처음 마주하는 후박꽃이 반갑다 느껴 날마다 새롭게 사진으로 담습니다. 나는 마흔 줄 나이를 코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후박꽃을 처음으로 만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후박꽃을 만납니다. 앞으로 오래오래 후박꽃을 바라보고, 꽃내음을 맡을 테며, 꽃빛을 헤아리겠지요.


  큰아이를 수레에 태워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를 다녀올라치면, 면소재지와 가까운 큰길부터 자동차 소리 시끄럽습니다. 시골에서도 두메자락이라 할 시골이지만, 면소재지에는 드문드문 자동차 지나다닙니다. 그리 많지 않은 자동차인데, 아이는 자동차 소리 시끄럽다며 귀를 막습니다. 돌이키면, 나도 자동차 소리 시끄럽습니다. 자동차 드나들 일 없는 두메자락에서 살아가다 보니, 어쩌다 마주쳐야 하는 면소재지 자동차 소리마저 참 귀가 아픕니다. 큰아이는 도시에서 살 적에도 이렇게 자동차 소리를 싫어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그때에는 그닥 시끄럽다 외치며 귀를 막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자동차 넘치고 가득하니까, 이 소리를 시끄럽다 느낀다면 아무 데도 다니지 못해요. 걸을 수도, 달릴 수도, 설 수도, 앉을 수도 없어요. 도시에서는 가게에서 내보내는 노랫소리를 시끄럽다 여겨도 아무것을 못해요. 도시에서는 사람들 손전화 소리를 시끄럽다 여기면 아무것을 못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면서 살아가는 하루일까요.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가는 나날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느끼거나 누리거나 즐기는 삶일까요. 우리는 어떤 꿈이나 사랑을 아끼며 가슴으로 곱게 품으려 하나요.


  좋은 이야기를 바라보는 어버이입니까. 살가운 이야기를 마주하는 어른입니까. 따사로운 이야기를 얼싸안는 어버이입니까. 너그러운 이야기를 어깨동무하는 어른입니까.


  내 아이들이 무엇을 함께 느끼며 바라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어버이입니까. 이웃 아이들이 무엇을 나란히 느끼며 내 아이와 함께 자라나기를 바라는 어른입니까. 이 지구별에서 앞으로 새로 태어나 살아갈 뒷사람한테 무엇을 물려주거나 이어주면서 빛과 소리와 무늬를 아로새기려 하는 내 모습입니까.


  이와고 미쓰아키 님 사진책 《무얼 보고 있을까?》(진선아이,2011)를 읽습니다. 한국에는 ‘들고양이 사진’을 멋들어지게 잘 찍는 사람으로 이름이 높은 이와고 미쓰아키 님입니다. 그러나, 이와고 미쓰아키 님은 ‘들고양이 사진’만 찍지 않아요. 이녁은 ‘들짐승’ 사진을 찍으며 살아갑니다. 사람들하고 이웃한 짐승들 가운데 사람들 손길에서 홀가분하게 삶을 일구는 짐승들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습니다.

 

 


  더없이 마땅한 소리이지만, 들짐승을 사진으로 찍기 때문에 ‘모델한테 이런 모습 저런 낯빛이 되라’ 이야기하듯 들짐승더러 이런 모습 저런 낯빛으로 이녁을 바라보라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가만히 들짐승한테 다가섭니다. 늘 조용히 들짐승하고 이웃이 되거나 동무가 되듯 마주합니다.


  들짐승을 구경꾼이 사진 찍듯, 또는 나그네가 사진 찍듯, 또는 파파라치가 사진 찍듯 찍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구경꾼이나 나그네나 파파라치처럼 찍는 들짐승 사진이라 한다면, 어딘가 그럴듯한 모양새는 드러날는지 모르나, 아이들과 같이 즐겁고 재미나게 들여다볼 좋은 빛과 느낌과 결은 나타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을 찍을 때에도 서로 이웃이 되거나 동무가 되며 사진을 찍을 때하고, 그냥저냥 구경꾼이나 나그네나 파파라치처럼 사진을 찍을 때에는 사뭇 달라요. 서로 마음으로 사귀려는 매무새로 사진을 찍을 때하고, 그저 ‘좋은 그림’ 얻으려고 사진을 찍을 때에는 무척 달라요.


  사람을 사진으로 찍을 때부터 서로 믿고 아끼며 사랑하는 넋이어야 사진쟁이 구실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들짐승을 사진으로 찍거나 들풀·들꽃·들나무를 사진으로 찍을 때에도 서로 믿고 아끼며 사랑하는 넋이어야 사진쟁이 노릇이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큰 짐승이든 작은 짐승이든 서로 믿고 아끼며 사랑해야지요. 작은 풀이든 큰 나무이든 서로 어깨동무하는 삶이 되어 살가이 믿고 따스히 아끼며 넉넉히 사랑해야지요.


  손재주로 찍을 수 없는 사진이에요. 값진 기계나 장비로 만들 수 없는 사진이에요. 오직 사랑으로 빚는 사진이에요. 언제나 꿈과 생각과 믿음으로 이루는 사진이에요.

 

 


  아이들한테 손재주를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들한테 보배나 돈이나 이름값이나 땅문서나 권력을 물려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들한테는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주면서 가르치고, 꿈과 믿음을 온마음으로 드러내면서 물려줄 뿐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책 《무얼 보고 있을까?》를 아이와 나란히 드러누워 읽습니다. 아이는 짐승들 이름을 모르지만 넌지시 물어 봅니다. 무슨 짐승일까?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생각해 봅니다. 정답으로 삼을 만한 이름은 없기에, 아이는 아이대로 이름을 부르면 됩니다. 학술이름으로 짐승을 알아야 하지 않고, 라틴이름이라든지 영어로 짐승을 알아야 하지 않아요. 아이 스스로 둘레에서 늘 마주하는 좋은 벗님과 같은 들짐승이라 여기면서, 서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으면 즐겁다고 느껴요.


  얼룩말은 누구를 볼까요? 무늬범은 어디를 볼까요? 물뚱뚱이는 어느 쪽을 볼까요? 아마, 모두들 서로서로 좋아하는 꿈결로 따사로이 바라보겠지요. 서로서로 봄햇살을 바라보고, 봄꽃을 바라보며, 봄구름을 바라볼 테지요. (4345.4.29.해.ㅎㄲㅅㄱ)

 


― 무얼 보고 있을까? (이와고 미쓰아키 사진,이와고 히데코 글,유문조 옮김,진선아이 펴냄,3022.5.27./8500원)

 

..

 

덤 사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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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박꽃을 쓰다

 


  후박꽃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지난가을부터 후박나무 후박꽃 몽우리를 들여다보았다. 언제 피려나 하고 손꼽아 기다렸다. 아이들하고 마당에 서면, 아침 낮 저녁으로 저기 후박나무야, 저기 발갛게 몽우리가 맺혔어, 언제 피어날까, 하고 얘기했다. 둘째 아이를 하늘로 휙휙 던지며 후박꽃 몽우리를 느끼라고 해 보기도 했다.


  이제부터 후박나무 모든 몽우리가 한꺼번에 터진다. 둘째 아이를 번쩍 안아 눈이랑 코가 후박꽃 앞에 놓이도록 해 준다. 첫째 아이도 번쩍 들어 후박꽃 내음과 빛깔을 느껴 보라 한다.


  푸른 잎사귀도 싱그럽고, 옅으며 푸르스름한 꽃잎도 싱그럽다. 암술과 수술 노랗고 바알간 빛깔이 앙증맞게 잘 어울린다. 높다란 가지에 피어 높다라니 해바라기 즐기는 후박꽃은 앞으로 어떤 열매를 맺을까.


  싯푸른 잎사귀가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무르익는 봄날이 좋다. (4345.4.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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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예쁘게 앉아

 


  산들보라가 몸을 살짝 옆으로 틀어 앉곤 한다. 이렇게 앉아서 바라볼 때에 좋은가 보다. 어린 녀석 앉음새가 참 재미나다. 등허리 꼿꼿이 세울 만큼 힘이 붙으면 앉음새가 또 달라지겠지. 날마다 새삼스럽게 크는 모습을 바라본다. 첫째 아이도, 옆지기도, 나도, 내 어버이도, 모두 이렇게 천천히 새삼스러이 크면서 이 땅에서 좋은 숨을 이어간다. (4345.4.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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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2-04-29 11:24   좋아요 0 | URL
뒤태가 섹시한걸요 ㅎ

파란놀 2012-04-30 02:29   좋아요 0 | URL
네... 저런 모습을 집에서 아무도 안 보여주는데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눕듯 앉는지 참... @.@
 


 지도 책읽기

 


  길을 그린 길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길을 둘러싼 마을과 숲과 들과 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길그림을 들여다본대서 길을 둘러싼 마을과 숲과 들과 내가 얼마나 푸르거나 빛나거나 아름다운가까지 환하게 깨우치지는 못합니다. 몸으로 느낄 때하고 마음으로 느낄 때는 다르니까요. 그렇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면, 몸으로 느끼기 앞서 얼마나 아름답거나 좋거나 즐거운가를 한껏 받아들입니다.


  길을 그린 길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흐뭇하지 못하다면, 막상 내 몸으로 부대끼며 바라보더라도 그닥 흐뭇하지 못하기 일쑤라고 느낍니다. 먼저 마음으로 즐겁게 사귀거나 만나지 못했기에, 몸으로 부대낄 때에도 썩 내키지 않거나 그리 반갑지 못해요.


  왜 그러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닫습니다. 아하, 나는 길그림으로 척 볼 때에 몹시 서늘하거나 메마르거나 차갑다 싶은 도시라 할 때에는, 마음부터 내키지 않아요. 온통 딱딱하게 수평 수직으로 금을 긋거나 갈라 아파트를 세운 동네 길그림을 보면 무시무시하거나 무섭기까지 해요. 구불구불 온갖 골목집 흐드러진 동네 길그림을 보면 아기자기 앙증맞으며 재미나요. 한들산들 여러 시골집 하나둘 깃든 마을 길그림을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며 꼭 찾아가서 한갓지게 지내며 천천히 들길이나 고샅을 거닐고 싶어요.


  몸으로 찾아가기 앞서 마음으로 찾아갑니다.


  아, 불현듯 한 가지 옛일 떠오릅니다. 당신 아이들한테 따숩게 말 걸기를 거의 못하던 내 아버지가 들려준 말이었는지, 아니면 가난한 학교 가난한 아이들한테 꿈만큼은 크게 부풀려 꾸라고 하던 가난한 교사가 들려준 말이었는지, 내 열 살 안팎이던 어린 날, 누군가 ‘지도 여행’을 들려주었습니다.  지도를 펼치고는 마음속으로 이 나라 이 마을에 내가 있다고 그리면서 내가 이 나라 이 마을을 걷는다고 꿈을 꾸라 했어요.


  나는 우리 나라 골골샅샅 구비구비 걸어다녔습니다. 다만, 마음속으로. 나는 지구별 숱한 나라 골골샅샅 구비구비 돌아다녔습니다. 그저, 마음속으로.


  나는 우리 네 식구 보금자리를 찾을 때에도 길그림을 쫙 펼치고는 이 나라 골골샅샅 구비구비 걸어다니고, 자전거를 몰았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숲을 생각하고, 마을을 이루는 시골집을 헤아리며, 마을과 하나되는 들판과 멧자락을 그렸습니다. (4345.4.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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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바라기 신 앞에서 노는 어린이

 


  아이들 신을 빨래한다. 햇살 좋은 날 고무통에 모두 담갔다가 비누를 바르고 복복 비빈 다음 헹군다. 햇살 드는 자리에 가지런히 놓는다. 아이는 신을 바라보고 앉아 조잘조잘 노래하면서 논다. 모처럼 모든 신을 깨끗하게 빨았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보송보송 다 마른 이듬날부터 아이는 이 신 저 신 또 갈아신고 흙밭이며 모래밭이며 개구지게 뛰논다. 하루만에 모든 신이 다시 지저분해진다. 좀 한 가지만 꿰고 놀면 안 되겠니? 하루에 한 켤레만 신으면 안 되겠니? (4345.4.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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