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爭·平和·子どもたち―ロバ-ト·キャパ寫眞集 (寶島社文庫) (文庫)
로버트 카파 / 寶島社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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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어떤 삶을 사진으로 담을까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56] 로버트 카파(Robert Capa), 《戰爭·平和·子どもたち》(寶鳥社,2001)

 


  아이들이 노래합니다. 곁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노래하기에, 아이들은 신나게 노래합니다. 아이들이 춤추고 뒹굴며 뛰놉니다. 곁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즐거이 일하며 웃음짓기에 아이들은 마음껏 춤추고 뒹굴며 뛰놉니다.


  아이들이 눈물짓습니다. 곁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을 뿐 아니라, 곁에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전쟁통에 휩쓸려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기 때문에 눈물짓습니다. 아이들 얼굴에 아무런 빛이 드리우지 않습니다. 곁에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 얼굴에 아무런 빛이 드리우지 않을 뿐더러, 넉넉히 누릴 밥이 없습니다.


  로버트 카파(Robert Capa) 님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寶鳥社,2001)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전쟁통에도 얼마든지 노래하거나 춤출 수 있고, 아이들은 무너진 집 앞에서 돌조각을 주우며 얼마든지 노래하거나 춤출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한갓진 때에도 얼마든지 눈물지을 수 있으며, 아이들은 배불리 먹을 만한 밥상 앞에서도 얼마든지 울음을 터뜨릴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부질없는 생각을 일삼거나 덧없는 꿍꿍이를 꾀할 때에는 아이들 모두 힘겨우며 고단합니다. 어른들이 제 배를 채우거나 제 밥그릇을 거머쥐려 할 때에는 아이들 누구나 슬프며 외롭습니다. 어른들은 어떠한 돈도 이름도 힘도 움켜쥐지 못합니다. 겉보기로는 움켜쥔 듯 여길는지 모르나, 하나를 잡으면 다른 하나를 또 잡으려 하고, 다른 하나를 잡아도 또다시 새로운 하나를 잡으려 합니다. 아름다이 누리는 돈이나 이름이나 힘은 없습니다. 아름다이 누릴 사랑과 꿈과 믿음이 있습니다. 착하게 거머쥘 돈이나 이름이나 힘은 없습니다. 착하게 나눌 사랑과 꿈과 믿음이 있습니다.


  아이들한테 돈을 건네 보셔요. 아이들한테 이름값을 붙여 보셔요. 아이들한테 힘을 얹어 보셔요. 아이들이 기뻐하나요. 아이들이 좋아하나요. 아이들이 재미나다 여기는가요.


  아이들한테 사랑을 건네 보셔요. 아이들한테 꿈을 붙여 보셔요. 아이들한테 믿음을 얹어 보셔요. 자, 이제 아이들 얼굴이 어떠한가요. 아이들 목소리가 어떠한가요. 아이들 몸짓과 마음결이 어떠한가요.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에 나오는 아이들이 웃습니다.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에 나오는 아이들이 웁니다.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에 나오는 아이들 낯빛에 아무 빛이 없습니다.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에 나오는 아이들 몸짓이 홀가분합니다.


  아이들은 어느 때에 웃을까요. 어른들은 어느 때에 웃을까요. 어른인 내가 누군가를 좋은 이웃으로 삼아 사랑을 나눌 때에 아이들이 웃을 테지요. 어른인 내가 누군가를 나쁜 적군으로 여겨 총칼을 휘두르며 죽일 때에 아이들이 울 테지요.

 

 

 

 

 


  아이들은 어느 때에 낯빛이 사라질까요. 어른들은 어느 때에 낯빛이 죽을까요. 어른인 내가 내 밥그릇을 떵떵거리려 꾀를 부리면 아이들 낯빛이 사라질 테지요. 어른인 내가 따사로운 손길로 동무들과 사랑을 꽃피울 때에 내 낯빛이 환할 테지요.


  아이들 어떤 삶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지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그저 웃을 때에 웃는 낯을 사진으로 담을는지, 아이들이 그예 울 때에 우는 낯을 사진으로 담을는지 생각합니다. 그냥 바라보다가 찍는 사진이 되면 그만인지, 아이들과 좋은 삶을 누리겠다는 뜻으로 하루하루 힘껏 살아내면서 찍는 사진이 될 때에 흐뭇할는지 생각합니다.
 

삶을 먼저 생각합니다. 삶을 먼저 생각하기에 사진을 함께 즐거이 생각합니다. 삶을 언제나 즐겁게 누리자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삶을 즐겁게 누릴 때에 나와 내 살붙이와 이웃과 동무 모두 즐겁게 어깨동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만 좋아 보일 수 없고, 글만 좋아 보일 수 없으며, 그림만 좋아 보일 수 없습니다. 삶이 좋을 때에 사진이 좋습니다. 삶이 사랑스러울 때에 글이 사랑스럽습니다. 삶이 아름다울 때에 그림이 아름답습니다.


  사진학교를 다니기에 사진예술을 하지 않습니다. 문예창작학과를 마쳤기에 글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그림유학을 다녀왔기에 그림문화를 일구지 않습니다. 더 값지다는 사진장비로 내 아이 어여쁜 삶을 사진으로 환하게 담지 않습니다. 더 빼어난 손놀림으로 내 아이 해맑은 꿈을 사진으로 곱게 옮기지 않습니다. 더 예쁘장해 보이는 옷을 입힌대서 내 아이 좋은 이야기를 사진으로 즐거이 싣지 않습니다.

 

 

 

 

 

 


  아이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합니다. 좋게 품는 생각대로 좋게 꾸리는 삶이 되도록 땀을 흘리면서 사진기를 손에 쥐자고 생각합니다. 어버이인 나부터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때에 나 스스로 기쁘며 좋고 넉넉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대로 태어나는 삶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는 사진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사랑하는 넋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태어나는 살림살이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는 보람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사랑하는 지구별입니다.


  사진기를 쥔 어른들 누구나 아이 삶을 사랑할 뿐 아니라 어버이이자 어른으로서 이녁 삶을 사랑할 수 있기를 빕니다. 볼펜을 쥐고 붓을 쥔 어른들 모두 아이 삶을 믿을 뿐 아니라 어버이요 어른으로서 당신 삶을 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넋으로 사랑스러운 사진을 찍고, 믿는 얼로 믿음직한 사진을 찍습니다. 좋아하는 손길로 좋아할 만한 사진을 이루고, 해맑은 눈빛으로 해맑게 누릴 사진을 빚습니다.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를 빚은 로버트 카파 님은 ‘전쟁통 한복판’에 온몸 깊숙하게 들어섰기에 이 사진책을 빚지는 않았습니다. 로버트 카파 님은 당신이 사랑하며 즐거울 아이들하고 어깨동무할 자리를 찾아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기쁘게 내딛었습니다. 아이들이 사랑스레 살아가고 어른들도 사랑스레 살아갈 곳을 생각하며 세 발자국 네 발자국 씩씩하게 걸었습니다. (4345.5.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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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외버스 텔레비전 책읽기

 


  시외버스에 붙은 텔레비전에 역사연속극이 나온다. 역사연속극은 어느 해 어느 역사를 보여주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칼과 창과 활을 갖춘 사내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모습이 끝없이 이어진다. 곰곰이 생각한다. 역사연속극이나 역사영화라 이름을 붙이며 보여주는 모습이란 으레 ‘싸움’이고 ‘죽임’이며 ‘칼부림’이다. 지난날 사람들은 늘 싸우고 언제나 죽이며 노상 칼부림을 했다는 소리인가 궁금한데, 연속극이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든 연속극이나 영화를 보는 사람이든 이 굴레에서 헤어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초·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란 그저 땅빼앗기 역사이다. 어느 해 어느 임금이 나라땅을 어느 만큼 넓혔고, 어느 해 어느 임금이 나라땅을 어느 만큼 잃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달달 외워 시험문제 잘 맞추도록 이끈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땅빼앗기가 역사가 될 만한가 아닌가를 깨달으려 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내 할머니 할아버지가 임금님들 쓸데없는 싸움짓에 휘둘리며 피를 흘려야 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내 할머니 할아버지가 임금님들 궁궐을 짓고 성곽을 쌓느라 집과 고향 잃은 채 서울 언저리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임금님 수라상은 역사일까. 임금님 으리으리한 옷은 문화일까. 임금님을 둘러싼 신하들과 심부름꾼들은 사회일까.


  아이들과 함께 탄 시외버스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역사연속극은 온통 죽이고 죽는 외침과 목소리뿐이다. 아이들이 이런 연속극이나 영화를 볼 때에 역사를 생각할 수 있을까. 역사라 할 때에는 이렇게 죽이고 죽여야 역사가 된다고 생각해야 옳을까.


  학자들은 임금님 밥상이나 옷차림이나 살림살이를 옛 신하들이 남긴 책을 살피고 유물과 유적을 캐내어 되살린다고 한다. 그런데, 학자들 가운데 이 나라 98%를 넘게 차지하던 여느 흙일꾼 밥상이나 옷차림이나 살림살이를 적바림하거나 되살리거나 알아보려 하는 몸짓을 보여주는 이는 없다. 옛날뿐 아니라 오늘날 여느 흙일꾼 밥상이나 옷차림이나 살림살이를 오늘날 학자들은 얼마나 잘 읽거나 헤아리거나 살필까.


  아이랑 쌀보리 놀이를 한다. 내가 아이랑 하는 쌀보리 놀이는 언제 누구부터 했는지 알 길이 없다. 아이하고 가위바위보를 한다. 내가 아이랑 하는 가위바위보는 언제 누구부터 했는지 알 노릇이 없다. 왜냐하면, 역사책이나 문화책이나 사회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하나도 안 적히니까. 다만, 곰곰이 생각을 기울인다. 내 어버이를 생각하고 내 어버이를 낳은 어버이를 생각한다. 하나하나 되짚으며 먼먼 옛날 한아비 삶과 놀이를 생각한다. 생각을 좇고 생각을 밝히다 보면, 뿌리를 알고 줄기를 알며 잎사귀와 꽃봉우리를 알 수 있겠지. (4345.5.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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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서울은 넓고 큽니다. 그러나 시골 논밭과 멧자락과 냇물과 갯벌과 바다는 아주 넓고 매우 큽니다. 서울이나 수도권하고 견줄 수 없이 크고 넓습니다. 이 나라 절반 넘는 사람이 서울과 서울 둘레에서 살아간다 할 만큼 서울과 서울 둘레는 넓고 크기는 한데, 이 나라를 두루 헤아릴 때에는 참으로 좁다란 데에서 복닥거리는 셈입니다. 드넓은 시골이 있기에 좁다란 서울과 서울 둘레에서 돈벌이를 하거나 밥벌이를 할 수 있습니다. 드넓은 시골에 풀이 자라고 나무가 크기에 좁다란 서울과 서울 둘레 사람들은 밥을 먹고 숨을 쉬며 물을 마십니다. 시골 없이 어떤 도시가 있을 수 있을까요. 시골을 모두 없애면 도시는 어떻게 버티거나 견딜까요.


  도시에서 흙을 꽁꽁 짓눌러 괴롭히더라도, 시골에 흙이 있기에 도시사람이 밥을 먹습니다. 도시사람이 책상맡에서 꼼지락거리며 온 나라 시골 흙땅에 시멘트를 퍼부어 갯벌을 메꾸고 냇물을 바꾸며 논밭을 공장이나 아파트로 갈아치우는 한편 멧등성이마다 구멍을 숭숭 뚫습니다. 도시사람이 어마어마하게 쓰는 전기를 대려고 시골마을 깨끗한 데에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짓습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옮기려고 도시까지 멀리멀리 우람한 송전탑을 수없이 세웁니다. 시골이 있어 먹고사는 도시인데, 먹을거리와 마실거리를 시골에서 얻으면서, 시골 흙땅이 더러워지게끔 발전소와 공장과 제철소와 쓰레기매립지와 하수처리장과 골프장과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따위를 끊이지 않고 새로 짓습니다.


  서울하고 아주 먼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해남이 땅끝이라느니 강진이 참 머느니 하지만, 고흥만큼 서울하고 먼 데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서울과 서울 둘레에서 벗어날수록 시외버스 옆으로 펼쳐지는 나무숲과 논밭이 싱그럽습니다. 서울하고 아주 먼 시골이 되니 시외버스에서도 바깥 들바람과 멧바람을 살몃살몃 느낍니다.


  들새가 울고 멧새가 노래합니다. 들새가 들마실을 하고 멧새가 멧마실을 합니다. 두 아이와 두 어버이는 시외버스에서 갤갤거립니다. 시외버스를 내려 택시를 얻어타고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오기까지 또 갤갤거립니다. 처마에서 제비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들어옵니다. 두 아이도 두 어버이도 고단하게 잠자리에 듭니다. 고단하게 아침을 맞습니다. 새벽안개가 온 마을을 덮습니다. 여러 날 비운 살림집 뒤꼍에 수풀이 우거집니다. 우거지는 수풀을 아이들이 예쁘게 누리며 새 아침 새 마음으로 즐거이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5.5.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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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5-08 21:59   좋아요 0 | URL
해남,강진이라 오랫만에 들어보네요.몇년전에 자주 들렸었는데 요즘은 통 가볼일이 없네요.
 


 가장 쓰고 싶은 글

 


  가장 누리고 싶은 삶으로 하루를 누립니다. 가장 먹고 싶은 밥으로 목숨을 잇습니다. 가장 빛나는 사랑으로 생각을 밝힙니다. 가장 읽고 싶은 책으로 마음을 살찌웁니다. 가장 쓰고 싶은 글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말로 꿈을 빚습니다. 가장 살고 싶은 집에서 살림을 일굽니다. 가장 걷고 싶은 길에서 바람을 마십니다. 가장 즐기고 싶은 일과 놀이로 살붙이하고 얼크러집니다. (4345.5.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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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길을 잃었어요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3
이형진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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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고흥집으로 돌아가서 다시 붙일게요~ )

 


 함께 걸어가기에 좋은 길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63] 이형진, 《하나가 길을 잃었어요》(시공주니어,2003)

 


  우리 집 네 식구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지 못합니다. 우리 집 네 식구 도시에서 이럭저럭 살림을 꾸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할까 하고 그리지 못합니다. 도시에서는 아이들이 자동차에 받힐까 끝없이 걱정해야 합니다. 도시에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모두 온갖 시끄러운 소리에 시달려야 합니다.


  도시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도시가 얼마나 시끄러운 소리와 빛깔과 냄새로 가득한가를 느끼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며칠쯤 쉬든 하루쯤 누리든 여러 해 살아가든 하노라면, 사람과 풀과 흙과 햇살 모두를 살리며 보듬는 소리와 빛깔과 냄새란 무엇인가 하고 환하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 “하나야, 정말 안 따라올래?” “싫어, 오빠가 또 내 장화 보고 놀렸단 말이야.” ..  (2쪽)


  어른들이 마음껏 흙을 밟을 수 있으면, 아이들은 마음껏 흙을 기거나 뒹굴거나 뛰놀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흙을 밟을 생각이 없으면, 아이들은 흙을 밟을 수 없습니다. 어른들이 너른 풀과 싱그러운 바람을 누릴 수 있으면, 아이들은 너른 풀과 싱그러운 바람을 누립니다. 어른들이 자가용과 아파트와 쇼핑센터와 지하철을 누린다면, 아이들은 이러한 곳에 몸과 마음을 맞추어야 합니다.


  아이한테는 무엇이 좋은 놀잇감이 될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한테는 어디가 좋은 놀이터가 될까 헤아려 봅니다. 백화점에서 장만하는 놀잇감이 아이들한테 좋을까 궁금합니다. 놀이공원이나 야구장이나 축구장이 아이들한테 좋을까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 아름다울까요. 아이들은 어떤 사랑을 꽃피울 때에 어여쁠까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길어올릴 때에 맑게 빛날까요.


  아이들이 어떤 졸업장이나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학원이나 시설을 다녀야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과자나 음료수나 약을 먹어야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들과 똑같이 먹고 마시고 살아가고 느끼고 생각하고 사랑할 때에 가장 홀가분하고 좋으리라 느낍니다. 곧, 어른들부터 가장 좋은 밥을 스스로 찾아서 먹고, 가장 좋은 물을 스스로 찾아서 마시며, 가장 좋은 보금자리를 스스로 찾아서 누리고, 가장 좋은 꿈을 스스로 찾아서 빛내며, 가장 좋은 사랑을 스스로 찾아 돌볼 때에 하루하루 기쁘겠구나 싶어요.


.. 하나는 깜짝 놀랐어요. 아무것도 사러 온 게 아니잖아요. 하나는 고개를 홱 돌려 창 밖을 보았어요. 그제야 엄마 생각이 났어요 ..  (12쪽)


  아이들한테만 읽히는 책이란 없습니다. 어린이책은 어린이한테만 읽히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누구나 읽도록 빚는 책입니다. 갓난쟁이들 보라고 만든다는 그림책 또한 갓난쟁이들 머리를 북돋우고 생각을 키우는 그림책이 아니라, 갓난쟁이 눈높이로도 즐거우면서 누구한테나 즐거웁도록 빚는 책이에요.


  아이들한테 먹이는 밥이란, 아이들도 함께 먹을 수 있으면서 누구나 맛나게 먹을 만한 밥이란 뜻입니다.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노래란, 또 아이들이 부르도록 하는 노래란, 아이들만 부르라는 노래가 아니라, 어린이와 푸름이와 어른 모두 즐겁게 누리면서 맑게 부르라 하는 노래라는 뜻입니다. 어린이노래는 ‘아이들만 부르는 유치한 노래’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대중가요라는 이름으로 어린 아이들이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섣부른 돈벌이 직업쟁이’가 되도록 내모는 어른들이란, 어른들한테도 얄궂고 아이들한테까지도 얄궂은 슬픈 짓을 하는 셈입니다. ‘어린이노래를 부르는 가수’로도 즐겁게 살아가야지요. ‘k팝스타’라든지 ‘인기가수’라 하는 이름은 껍데기예요. 즐겁게 노래하고 싶은 삶이라면, 내 삶을 빛내는 노래말을 스스로 짓고, 내 사랑을 북돋우는 노래가락을 스스로 엮어, 내 꿈을 이루는 노래잔치를 언제 어디에서라도 마련하는 일이에요.


  음반이 잘 팔리는 일이 ‘가수’가 아닙니다.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가수’가 아닙니다. 가수란, 노래쟁이란, 노래꾼이란, 노래누리란, 노래삶이란, 노래놀이란, 노래빛이란, 노래 한 마디가 내 삶에 곱게 스며들면서 내 둘레 모든 이웃과 동무한테 웃음빛과 삶빛을 들려주는 일입니다.


.. 개구리는 하나 목소리에 놀랐는지 아래로 폴짝 뛰어내렸어요. 그렇지만 이번엔 하나가 더 빨랐어요. “잡았다.” ..  (28쪽)


  이형진 님 그림책 《하나가 길을 잃었어요》(시공주니어,2003)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하나’는 그림책에서 길을 잃습니다. 그러나 그리 어렵지 않게 다시 길을 찾습니다. 그런데, 그림책 아이가 길을 잃었는지 안 잃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아이로서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쪽으로 갔거든요. 개구리하고 놀고 싶기에 개구리 따라 저 가고픈 대로 갔어요. 그곳이 늪이든 논이든 멧자락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곳이 도심지이든 빌딩숲이든 어느 가게이든 대단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가장 즐겁게 놀고 싶습니다. 아이는 늘 가장 기쁘게 웃고 싶습니다. 아이는 노상 가장 신나게 하루를 누리고 싶습니다.


  굳이 얼굴 찌푸리고 싶지 않습니다. 구태여 코를 감싸쥐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괜히 싫거나 고단한 무언가를 맡고 싶지 않습니다.


  참말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대로 살아야 가장 좋습니다. 스스로 가장 사랑스럽다 여기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며 꿈꾸어야 가장 사랑스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는 이녁 아이를 혼자 떼어놓고 어딘가 다녀오는 일이 스스로 가장 좋았을까요.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 스스로 괜시리 뿔을 내거나 짜증을 부리면서 스스로 가장 사랑스럽다 여길 만한 길하고 스스로 가장 멀어지고 만 셈 아닐까요.


  아이하고 즐겁게 나들이를 다니다가 왜 골을 내야 하나요. 아이하고 기쁘게 마실을 다니다가 왜 씩씩거리며 큰소리를 내야 하나요. 어버이 스스로 길을 버린 나머지 아이 또한 길을 버립니다. 어버이 스스로 뒤늦게 깨닫고는 눈물을 흘리니, 아이도 뒤늦게 깨닫고는 눈물을 흘립니다.


  부디 가장 좋은 사랑만 생각해 주셔요. 제발 가장 따스한 믿음만 헤아려 주셔요. 좋은 사랑을 먹고, 좋은 사랑을 나누며, 좋은 사랑을 들려주셔요. 맑은 꿈을 먹이고, 맑은 사랑을 심으며, 맑은 사랑을 돌보아 주셔요.


  그나저나, 그림책 줄거리는 도시 한복판에서 이루어지는 일일 텐데, 도시 한복판에서 개구리가 살아갈 수 있나 궁금합니다. 그림책을 빚은 이형진 님은 도시 한복판 가게나 여러 물건 모습은 아기자기하게 잘 그리시지만, 개구리 모습은 어딘가 엉성궂구나 싶습니다. 봄날 봄볕 받으며 깨어난 개구리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림책 개구리하고는 너무 동떨어지는걸요. 그림결은 예쁘장하기는 한데, 개구리는 개구리다우면서 예쁘장하게 그릴 수 있으면 한결 아름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4345.5.6.해.ㅎㄲㅅㄱ)

 


― 하나가 길을 잃었어요 (이형진 글·그림,시공주니어 펴냄,2003.12.15./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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