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맣게 이야기 엮어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어린이책이 참 좋다고 느낍니다. 나카무라 에쓰코 님 그림이 담긴 책은 이 책까지 세 가지로군요. <장미마을 초승달 빵집>, <숲 속 세탁소>, 여기에 <엄마가 된다는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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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건 뭘까?
우치다 린타로 지음, 김지연 옮김, 나카무라 에쓰코 그림 / 책과콩나무 / 2010년 9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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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한테 들려줄 말
[말사랑·글꽃·삶빛 7] 동화는 어떻게 쓰는가

 


  대학교에 문예창작학과가 있습니다. 대학교 바깥에 글쓰기 강좌라든지 문예창작 강의가 무척 많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키우는 분들이 대학교를 다니거나 여러 강좌나 강의를 찾아서 듣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면 스스로 마음껏 쓰면 될 노릇이지만, 글을 쓸 때에 어떤 틀이나 솜씨가 있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대학교에 들어가려 한다든지 강좌나 강의를 들으려 한다고 느낍니다.


  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며 글쓰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강좌나 강의를 들으며 글쓰기를 북돋울 수 있습니다. 어디를 얼마 동안 다니든 누구나 새롭게 바라보는 눈길을 틔우고, 새삼스레 느끼는 마음을 다스릴 만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라 할 텐데, 어디를 얼마 동안 못 다니거나 안 다니더라도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는 눈길을 틔울 뿐 아니라, 새삼스레 느끼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글쓰기란 삶쓰기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일이란 삶을 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배운다 할 때에는 삶쓰기를 배우는 셈입니다. 곧, 남한테서 무언가 따로 배우거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를 살피거나 다스릴 수 있다고 여기는 분이라면, 대학교를 들어가거나 강좌랑 강의를 찾아 들어야 합니다. 굳이 남한테서 무언가 따로 배우거나 이야기를 듣기보다, 스스로 제 삶을 찬찬히 곱씹거나 톺아보면서 제 삶을 깨닫거나 느끼려 하는 분이라면, 하루하루 깊이 헤아리면 넉넉합니다.


  글을 쓰는 일이란 삶을 쓰는 일이기에, 내 삶이 있어야 내 글을 씁니다. 그리고, 내 삶을 나 스스로 느낄 줄 알아야 내 글을 써서 내놓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삶을 꾸립니다. 누구나 날마다 새롭게 삶을 일굽니다. 내 하루를 곰곰이 되새긴다면, 내가 누리는 하루 이야기로 긴 소설 하나 쓸 수 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루어지는 일 하나로 얼마든지 긴 소설 하나 쓸 만합니다. 내 하루살이를 긴 소설로 쓸 수 있을 때에, 이 기나긴 소설 줄거리 가운데 하나를 간추려 짤막한 싯말 하나로 선보일 수 있습니다. 거꾸로, 내 하루살이를 짤막한 싯말 한 줄로 간추려 선보일 줄 아는 이라면, 이 이야기에 살을 붙여 기나긴 소설 하나로 다시 엮을 수 있어요.


  ‘문예창작’이라는 말마디를 생각합니다. ‘문예’란 ‘글 예술’을 일컫습니다. ‘창작’이란 ‘새로 짓기’를 가리킵니다. 곧, ‘글을 예술이 되도록 새로 짓기’가 문예창작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면, 예술이란 무엇이라 할까요. 우리 삶에서 어떤 모습이 예술이라 할 만할까요. 어느 이야기는 예술이 되고, 어느 이야기는 예술이 안 될까요.


  아이들을 토닥토닥 재우며 부르는 자장노래 어버이 목소리와 낯빛과 손길은 얼마나 예술답다 할 만할까 생각합니다. 식구들 밥상을 차리는 집일꾼 몸짓과 매무새와 넋은 얼마나 예술답다 할 만할까 생각합니다. 빨래를 손으로 하는 몸짓은, 빨래기계 단추를 눌러 옷을 건사하는 매무새는, 해바라기 하도록 빨래줄에 빨래를 너는 몸가짐은, 다 마른 빨래를 찬찬히 개어 옷시렁에 놓는 모습은 얼마나 예술답다 할 만할까 생각합니다. 아이 손을 잡고 들길을 거닐며 꽃송이 바라보며 꽃내음 맡는 일은 얼마나 예술답다 할 만할까 생각합니다. 걸레를 빨아 방바닥을 훔치는 일은 얼마나 예술답다 할 만할까 생각합니다. 마당 한켠 물꼭지를 틀어 물놀이 즐기는 아이를 바라보는 일은 얼마나 예술답다 할 만할까 생각합니다.


  글을 쓰려 하는 분들은 어떤 삶을 어떤 꿈으로 어떤 사랑을 실어 어떤 줄거리로 엮고 싶을까 궁금합니다. 글을 쓰려 하는 분들 가운데 아이들과 함께 읽는 동화를 쓰려 하는 분들은 어떤 삶을 어떤 꿈으로 어떤 사랑을 실어 어떤 줄거리로 엮으며,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이야기를 빚으려 할까 궁금합니다.


  어떤 글을 쓰든 글에는 글쓴이 삶을 싣습니다. 어떤 글을 쓰든 글마다 글쓴이 꿈을 담습니다. 어떤 글을 쓰든 글줄에 글쓴이 사랑을 아로새깁니다. 어떤 글을 쓰든 글쓴이가 누리는 즐거움과 웃음과 햇살과 바람을 살포시 깃들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동화를 쓰는 삶을 헤아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어떤 말로 삶을 북돋우면 즐거울까요. 아이들과 함께 읽는 동화를 쓰는 어른은 ‘동화를 쓰는 오늘에 이르도록’ 내 삶을 담는 내 말을 얼마나 곱고 착하고 참답고 맑고 올바르고 곧고 정갈하고 깔끔하고 산뜻하고 싱그럽고 빛나도록 다스렸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읽는 동화에 “-ㄹ 것 같아요”나 “할아버지의 아치형 나무뿌리”나 “시작된 여정”이나 “뱀을 향해 말했어요”나 “왕과의 만남”이나 “해골만 남은 몰골에도 치장하고”나 “구하기 위해”나 “-려는 거예요”나 “친구가 필요하잖아”나 “도대체”나 “감히”나 “여왕의 방”이나 “몇 명의 왕”이나 “자기”나 “자신”이나 “미소 짓는다”나 “정답다”나 “날고 있다”나 “공손히” 같은 말마디를 적바림하는 일은 얼마나 ‘동화 글을 쓰는 일’이 될까 하고 돌아볼 노릇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동화를 어떤 낱말 어떤 말투 어떤 말씨로 엮는지 하나하나 짚을 노릇입니다.


  어른으로서 널리 쓰는 낱말이라 하더라도 아이들한테까지 함부로 쓸 수 없습니다. 수많은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bye bye(바이 바이)’나 ‘安寧(안녕)’ 같은 말을 생각없이 쓴다 하더라도 ‘잘 가’나 ‘잘 있어’나 ‘다음에 봐’처럼 동화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느껴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아이들한테 이처럼 말할 수 있어야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생일party(파티)’ 같은 말을 생각없이 읊더라도 ‘생일잔치’나 ‘귀 빠진 날 잔치’처럼 동화 글을 쓸 수 있어야 어여쁘다고 느껴요. 수많은 어른들이 ‘操心(조심)해’ 같은 말을 생각없이 말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동화 글을 쓰려는 이라면 ‘잘 살펴’나 ‘찬찬히 살펴봐’나 ‘마음을 써 봐’나 ‘마음을 기울여 봐’처럼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에 아리땁다고 생각해요.


  잘 살피고 옳게 생각할 수 있어야 즐겁게 동화 글을 씁니다. ‘微笑(미소)’나 ‘始作(시작)’ 같은 한자말은 일본 한자말입니다. ‘都大體(도대체)’나 ‘감(敢)히’나 ‘필요(必要)’ 같은 한자말을 어른들이 거리끼지 않고 쓰는데, 참말 아이들 앞에서 이런 말마디를 거침없이 쓰며 보여주어도 즐거이 누릴 삶이 될까 궁금합니다.


  동화 글을 쓰려는 어른이라면 말부터 깊이 살피고 옳게 짚으며 착하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여느 어른들 사이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말마디라 하지만, 또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 널리 나타나는 말마디라 하지만, 이런저런 말마디를 동화 글에 버젓이 넣어도 될 만한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참말 어른들은 “微笑 속에 비친 그대”처럼 노래를 부릅니다. 어른들은 “只今부터 始作이야” 같은 말을 흔히 씁니다. 어른들은 “네가 必要해” 같은 말을 쉽게 씁니다. 여느 자리에 익숙하게 어른들끼리 이런 일본 한자말과 저런 중국 한자말을 쓸 뿐 아니라, 이런 영어와 저런 프랑스말과 그런 외국말을 너무 생각없이 씁니다. 어른들이 일한다는 막일판에는 일본말이 많이 쓰인다지요. 책을 만드는 사람들 또한 책마을에서 일본말을 아주 많이 쓴다지요. 이른바 전문직이라 하는 자리에서는 몽땅 일본말투성이라지요. 우리 아이들이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익히며 쓰도록 이끌자는 생각을 거의 안 한다 할 텐데, 말에 앞서 삶부터 아이들이 아이답게 삶을 꾸리도록 돕지 못하기 일쑤예요. 초등학교에 들기 앞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부터 영어를 가르칩니다. 학원을 끝없이 보냅니다. 입시지옥 굴레에 몰아세웁니다. 아이들 삶을 사랑하지 않으니 입시지옥을 만듭니다. 아이들 꿈을 아끼지 않으니 입시지옥에 허덕이다가 대학교에 들어가도록 내몰기만 해요. 아이들 스스로 하루하루 예쁘게 누리며 즐기도록 손을 내밀지 않아요. 아이들 스스로 온 하루를 어여쁜 꿈과 사랑으로 빚도록 어깨동무하지 않아요.


  오늘날 한국땅에서 동화를 쓰는 일이란 어떤 뜻이 될는지 아리송하곤 합니다. 말만 예쁘장하게 가다듬으면 동화가 될까요. 무언가 배울 만한 대목을 집어넣어 “고개숙여 배우는 작품”이나 “지식을 쌓는 작품”이나 “재미있는 작품”이나 “가슴 뭉클한 작품”을 쓰는 일은 어떠한 보람이나 뜻이 있을까요.


  동화 글에 “印象的(인상적)인 表情(표정)”이나 “或是(혹시)”나 “구멍을 通(통)해”나 “巨大(거대)한”이나 “氣色(기색)” 같은 낱말을 넣는 일은 알맞을까 헤아려 봅니다. 그런데, 이런 낱말을 슬기롭게 가다듬어 알맞고 바르게 동화 글을 추스른다 할지라도, 사랑스레 나눌 이야기를 꿈꾸도록 돕는 줄거리로 빚지 못한다면, 어떤 값이나 구실을 할까 잘 모르겠어요. 동화 글이란, 글줄부터 하나하나 잘 삭히고 엮으며 빚어야 합니다. 동화 글이란, 줄거리와 이야기 모두 환히 빛나도록 잘 건사하고 갈고닦으며 세워야 합니다. 두 갈래를 오롯이 추스르면서 동화를 쓰는 어른 삶부터 해맑게 사랑하고 꿈으로 빛내야 합니다. 봄날 제비 노랫소리를 맑게 들으며 좋은 넋 누리고, 가을날 파란하늘 바람소리를 곱게 들으며 좋은 얼 품을 때에 동화 글이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4345.5.1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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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호종이문 그림

 


  나무문에 창호종이를 곱게 발랐더니 어느새 아이가 무언가 꼬물꼬물 그림을 그렸다. 문에 그림을 그리지 말아 주렴, 그림종이가 따로 있잖니, 하고 얘기하지만 귓등으로조차 안 듣는다. 그래, 얼마나 그림을 그리려는지 한 번 지켜보자, 하고는 곁에 서서 쳐다본다. 먼저 아이 키높이에서 그림을 그리고, 이윽고 문고리를 잡으며 높은 데까지 손을 뻗어 그림을 그린다. 문짝이 그냥 문짝이 아니요, 문짝에 종이를 바르니, 너로서는 온통 그림판이 되는 셈이니.


  생각해 본다. 벽에 종이를 바르니 벽종이인데, 그림을 그린다는 그림종이도 종이요, 벽종이도 종이인 셈이다. 아이한테는 그림종이 묶은 빈책만 그림 그릴 데가 아니라, 종이를 바른 벽도 문도 그림판이 될 만하다.


  사람은 종이로 묶은 종이책을 읽는다. 사람은 좋은 이웃을 사귀며 사람책을 읽는다. 사람은 너른 들판과 멧자락을 어깨동무하며 풀책과 자연책과 꽃책을 읽는다. 사람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책과 별책과 달책을 읽는다. 사람은 따스한 날씨를 누리며 햇님책을 읽는다.
 

살아가며 모두 책이다. 사랑하며 모두 책이다. 살아가며 모두 그림판이다. 사랑하며 모두 그림판이다. 아이들 웃음은 어버이한테 사랑이요, 어버이 노래는 아이한테 사랑이다. 좋은 하루가 날마다 새롭게 열린다. (4345.5.1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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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부시 - 나를 사로잡은 아프리카의 눈빛, 김경상 사진집
김경상 사진 / 세상의아침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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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웃이 되어 사진을 찍습니까
 [찾아 읽는 사진책 92] 김경상, 《라이언 부시》(세상의아침,2007)

 


  종교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찍는다는 김경상 님 사진책 《라이언 부시》(세상의아침,2007)를 읽다가 아프리카 땅금을 생각합니다. 김경상 님은 서양사람이 아프리카 땅에서 식민지 전쟁을 일삼으며 죽죽 금을 그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을 듣고 아프리카 땅덩이에 죽죽 그어진 ‘반듯한 금’을 떠올립니다. 참말, 지구별 어느 나라 땅금도 반듯하게 죽죽 그어지지 않습니다. 남과 북을 가르는 휴전선이란 얼마나 구불구불합니까. 한국과 일본을 가르는 바닷길 금이라 하더라도 반듯한 금이 아닙니다. 한국과 중국을 가르는 바닷길 금 또한 반듯한 금이 아니에요. 뭍에서도 물에서도 반듯하게 쪽쪽 가를 만한 금이란 없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을 가르는 금이든, 덴마크와 스웨덴을 가르는 금이든, 베트남과 라오스를 가르는 금이든, 냇물과 멧등성이를 따라 구불구불 휘어집니다. 아프리카 땅덩이에서도 나라와 나라를 가르는 금은 구불구불해야 올바릅니다. 사막을 가로지르든 무얼 가로지르든 반듯하게 금을 그어서 이루는 땅금은 있을 수 없어요.


  그러고 보면, 지난날 1945년에 미국과 소련이 함부로 그은 38선이란 얼마나 끔찍한 땅금이었을까요. 한겨레는 몹시 끔찍하며 매우 슬픈 땅금을 겪어야 했는데, 1945년에 오늘날까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 모질며 아픈 땅금을 자꾸 잊을까요.

 


  사진책 《라이언 부시》에 실린 ‘에이즈 걸린 사람’ 모습을 바라봅니다. 끝내 목숨을 잃고 땅속에 묻히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돌이켜보니, 에이즈 걸린 사람을 땅속에 묻고는 장례를 치르는 사진까지 본 일은 퍽 드물구나 싶습니다. 이들은 나와 내 이웃하고 똑같은 목숨이요 사람인데, 막상 ‘에이즈 걸린 사람’ 이야기를 다루는 사진들은 병원 침대에 드러누운 모습 틀거리에서 벗어나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이들 벗과 살붙이와 이웃을 찬찬히 돌아보는 사진은 꽤 드물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에이즈라 하는 병은 언제 왜 생겼을까요. 에이즈라 하는 병은 어떻게 생겼고, 이 병을 고치는 길이란 무엇일까요. 아프리카땅 사람들이나 한국땅 사람들은 에이즈라 하는 병을 얼마나 깊이 알고, 얼마나 깊이 살피며, 얼마나 깊이 깨우칠까요.


  《라이언 부시》를 내놓은 김경상 님은 “카메라와 필름을 챙기면서도 내가 무엇을 찍을 수 있을지 겁이 났습니다. 그러다, 그곳에서 나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아프리카의 누렇게 마른 사바나에 한 그루 서 있는 나무처럼 내 눈에는 아이들이 초록의 나무처럼 보였습니다(13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학문으로 파헤치려 한대서 파헤칠 수 있을 에이즈가 될는지, 전쟁이 될는지, 식민지가 될는지, 아프리카가 될는지 궁금합니다. 학문으로 파헤치고 나면 앙금이나 아픔이나 고름이나 생채기가 말끔히 걷힐 에이즈가 될는지, 전쟁이 될는지, 식민지가 될는지, 아프리카가 될는지 궁금합니다.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사진책에 실린 살결 까만 아이들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집을 보아도 흙으로 이루어지고, 길을 보아도 흙으로 이루어집니다. 푸른 빛 가득한 너른 들판이 보입니다. 하늘은 파랗고, 들판은 푸르며, 길과 집은 누렇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맨발로 들과 길과 집을 누립니다. 한국 선교사나 사진쟁이나 의사나 예술쟁이가 아프리카를 찾아갈 때에는 비행기를 탈 테고, 자동차로 갈아타서 먼길을 달릴 테지요. 한국사람은 선교사나 사진쟁이라 하더라도 아프리카땅 사람들처럼 맨발과 가벼운 옷차림은 아닐 테지요. 천 하나만 걸친다든지, 때로는 맨몸이 된다든지 하면서, 함께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는 한국사람은 있을까 궁금합니다. 서양 사진쟁이 가운데에는, 일본 사진쟁이 가운데에는, 아프리카땅에서 아프리카 겨레와 나란히 보금자리를 이루어 살아가면서 어깨동무하는 나날을 사진으로 담는 이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아니, 이보다 아프리카 겨레 가운데 스스로 저희 모습을 담으며 나누는 이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짐바브웨 삶을 짐바브웨땅 사람 결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나누는 사진쟁이가 있을까요. 잠비아 삶을 잠비아땅 사람 빛으로 찬찬히 보여주며 나누는 사진쟁이가 있을까요. 우간다 삶을 우간다땅 사람 꿈으로 따스히 보여주며 나누는 사진쟁이가 있을까요.


  김경상 님은 “아프리카 아이들은 참 잘 웃는다. 나이 많은 아이가 자기보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정글을 달리거나 노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이 아이들에게는 게임기 같은 값비싼 장난감은 없다. 대신에 대자연이라는 놀이터가 있다(25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김경상 님도 잘 웃는 분인지 살짝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참 잘 웃는다는 아프리카 아이들이라 할 때에, 이렇게 참 잘 웃는 아이들 손마다 사진기가 있어 저희끼리 저희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궁금하거든요. 아이들이 저희끼리 웃고 떠들며 놀 적에, 정글에서 어떤 사진을 찍을까 궁금하거든요. 아이들이 너른 자연을 품에 안고 살아가며 어떤 사진을 빚을까 궁금하거든요.

 

 

 

 


  한동안 머물고 떠나는 손님이 아닌, 태어나서 밥을 얻고 밥을 일구며 살아가는 붙박이 삶으로 바라보는 아프리카 땅덩이와 너른 자연과 들판과 하늘과 이웃이라 하면, 사진으로는 어떤 꿈과 사랑이 깃들까요. 가슴이 파르르 떨립니다. 얼마나 푸르고 얼마나 파라며 얼마나 누런 빛깔로 곱게 물들까 싶어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사진은 그야말로 나 스스로 어떤 이웃이 되어 이루려는 삶인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진은 그야말로 나 스스로 어떤 사랑이 되어 어깨동무하려는 삶인가에 따라 새롭습니다.


  “대지는 아이의 맨발이 닿을 때 기뻐하고 바람은 아이의 머리칼과 놀기를 간절히 바란다(29쪽).”고 하는군요. 한국에서도 이와 같아요. 한국에서도 너른 땅과 들판은 아스팔트나 자동차를 바라지 않아요. 한국에서도 너른 땅과 들판은 아이와 어른 모두 맨발로 살포시 밟고 누리기를 바라요. 군화발이나 장갑차 쇠바퀴를 바라지 않는 너른 땅과 들판입니다. 왜 군화발이나 장갑차 쇠바퀴로 군사훈련을 하며 이 나라 너른 땅과 들판을 짓이겨야 할까요. 왜 미사일을 쏘고 총알을 쏘며 이 나라 너른 땅과 들판을 망가뜨려야 할까요. 저쪽에서 군대를 키우니까 이쪽에서도 군대를 키워야 하나요. 저쪽에서 핵무기를 만드니까 이쪽에서도 핵발전소를 새로 지어 핵연료를 갖춘 다음 핵무기를 거느려야 하나요.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서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기쁨과 냉엄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과 지혜를 배운다(36쪽).”고 하는군요. 한국에서도 이와 같아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사랑으로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고 가르칩니다. 돈벌이에 매인 어버이는 아이한테 돈벌이에 매인 굴레를 물려줍니다.


  입시지옥은 아이들이 만들지 않았습니다. 제도권사회는 아이들이 만들지 않았습니다. 썩은 정치나 구린 정치 모두 아이들이 만들지 않았습니다. 청소년범죄라 말하지만, 어른들이 범죄를 저지르니 청소년도 어른들 꽁무니를 따라 범죄를 저지릅니다. 어른들 스스로 어른으로서 이녁 삶을 사랑하지 못하기에, 아이들 또한 아이들 스스로 저희 삶을 사랑하지 못해요. 어른들 스스로 어른으로서 이녁 삶을 아끼며 빛낼 때에, 아이들 또한 아이들 스스로 저희 삶을 아끼며 빛낼 수 있어요.


  한국땅에서는 ‘맑게 웃는 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에 만만하지 않습니다. 한국땅에도 환하게 웃거나 기쁘게 웃는 아이들은 있으나, 이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아요. 이 웃음이 곱게 이어갈 만한 삶터가 줄어들어요. 푸른 들판이 사라져요. 너른 숲이 사라져요. 시원한 냇물이 사라져요. 우거진 숲 깃든 멧자락이 사라져요. 갯벌이 사라지고 티없이 맑은 바다가 사라져요. 섬이 사라지고 시골이 사라져요. 온통 도시가 생기고, 온통 시멘트 건물이 생기며, 온통 자동차투성이가 돼요.


  한국땅 사진쟁이는 아프리카땅으로 찾아가 《라이언 부시》 같은 사진책 하나를 빚습니다. 잠비아나 케냐나 탄자니아에서 사진쟁이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이 한국땅에 찾아와서 어떤 사진책 하나 빚을 수 있을까 알쏭달쏭합니다. 이들이 한국땅에 찾아올 적에도 ‘맑게 웃는 아이 모습’이나 ‘기쁘게 땀흘리는 푸른 어른 삶’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을까 아리송합니다. 아니, 너른 자연을 마음껏 누리는 아프리카땅 사람들이 굳이 한국땅까지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으러’ 찾아올까 모르겠습니다. (4345.5.10.나무.ㅎㄲㅅㄱ)

 


― 라이언 부시 (김경상 글·사진,세상의아침 펴냄,2007.6.30./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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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기에 천주교나 개신교나 불교라고 하는 테두리가 얼마나 뜻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국에서 '가난한 이웃나라'로 찾아가 선교와 봉사를 하며 찍는 사진 가운데 개신교 일꾼이 담는 사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몇 가지 기운이 김경상 님 사진에 잘 드러나 반갑다고 느낀다. 그저 웃거나 우는 모습을 찍는다고 되는 '가난한 이웃나라' 사진이 아니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함께 나누려 하는가 하는 뜻과 사랑을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사진으로 빚을 때에 빛나는 사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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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루트
김경상 지음 / 눈빛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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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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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에서 만난 차일드 마더- 김경상 사진집
김경상 지음 / 눈빛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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