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옷 입히는 어린이

 


  스스로 입고픈 옷은 마음껏 입고 마음껏 벗는 첫째 아이한테 동생 옷을 입혀 보라 이야기해 본다. 먼저 웃옷 목을 넣는다. 팔 한쪽을 넣는다. 그런데 다른 팔 한쪽 넣기에서 퍽 힘들다. 옷을 입는 동생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두 팔을 넣기가 만만하지 않다. 한쪽 팔 넣기는 아버지가 해 준다. 다음으로 바지를 입힌다. 한쪽 다리는 넣는데, 다른 한쪽 다리를 넣자니 동생이 내뺀다. 다리를 붙잡고 “가지 마.” 하고 외치지만, 동생은 누워서 입지 않겠다며 용을 쓴다. 혼자 서서 걸을 수 있는 동생이 될 때에는 누나가 꽤 맵시나게 옷을 입혀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4345.5.2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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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만 목 뒷모습

 


  이웃집 마늘밭에서 함께 놀고, 옆마을 들길을 걷다가, 멧등성이 천천히 오르내리기도 하면서, 아이들 살결은 차츰 까무잡잡하게 달라진다. 나도 아이들 따라 살결이 조금씩 까무잡잡해진다. 처음에는 까무잡잡하게 달라지는 빛깔이지만, 시나브로 우리 시골마을 빛깔인 흙빛하고 닮는다. 살결은 흙빛을 닮고, 눈빛은 풀빛을 닮는다. 마음은 햇빛을 닮고 사랑은 하늘을 닮는다. (4345.5.2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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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74) 조심

 

마음 놓고 지낼 숲이라고 잘피라 불리게 된 이름이다. 숨 가삐 달려온 물결도 그 위에 잔잔히 잠들고, 나래 지친 왜가리도 조심조심 발을 들인다
《안학수-부슬비 내리던 장날》(문학동네,2010) 48∼49쪽

 

  “잘피라 불리게 된 이름이다”는 “잘피라 붙은 이름이다”나 “잘피라 일컫는 이름이다”로 손질합니다. “그 위에 잔잔히 잠들고”는 “여기에 잔잔히 잠들고”나 “이곳에 잔잔히 잠들고”처럼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한국말 무늬와 결을 헤아려야지요.


  이 보기글은 아이들 읽는 동시입니다. 동시에 적바림한 낱말이니, 누구보다 아이들이 읽으며 한국말을 생각하도록 이끌 텐데, 싯말 끝자락에 ‘조심(操心)’이라는 한자말이 나옵니다. 국어사전에서 말뜻을 찾아보면,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이라 나옵니다. 곧, ‘조심하다 = 마음쓰다’인 셈입니다.


  그러나, 국어사전에는 ‘마음쓰다’ 같은 낱말이 실리지 않아요. 이렇게 낱말 하나 생각한다면, ‘마음쓰기’와 ‘마음씀’ 같은 다른 낱말을 더 생각할 수 있지만, 한겨레 국어사전은 한겨레가 말넋을 북돋우도록 이끌지 못해요. 제 나름대로 요모조모 헤아립니다. 마음쓰다에서 마음쓰기와 마음씀을 헤아릴 수 있고, ‘마음다움’이나 ‘마음먹기’를 헤아릴 만해요. ‘마음두기’라든지 ‘마음보기’를 헤아려도 즐겁습니다. ‘마음닦기’나 ‘마음열기’로도 천천히 이어질 수 있어요.


  마음을 쓰는 만큼 새 말길을 엽니다. 마음을 기울이는 만큼 새 말자리를 마련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한자말 ‘조심’은 “마음을 쓰는 일” 가운데 아주 작은 한 갈래만 가리킨다 여길 수 있습니다. ‘마음쓰기’는 “마음을 쓰는 일” 모두를 가리킨다 하겠지요. 이른바 “잘못이 없도록 마음을 쓰기”인데, 이러한 마음쓰기라 하면 ‘살피기’라 하면 돼요.

 

 왜가리도 조심조심 발을 들인다
→ 왜가리도 잘 살피며 발을 들인다
→ 왜가리도 살몃살몃 발을 들인다
→ 왜가리도 살금살금 발을 들인다
 …

 

  잘못이 없게끔 마음을 쓰는 일이기에 ‘살핀다’고도 하지만, ‘살몃살몃’이나 ‘살금살금’ 같은 꾸밈말을 넣을 수 있어요. 이와 비슷한 결을 헤아려 ‘가만가만’이나 ‘천천히’를 넣어도 됩니다. ‘하나하나’라든지 ‘하나둘’을 넣어도 어울리고, ‘곰곰이’를 넣을 수 있어요.


  즐겁게 마음을 쓰며 한국말을 빛냅니다. 기쁘게 마음을 쏟으며 한국글을 갈고닦습니다. 예쁘게 마음을 기울이며 한국말을 살찌웁니다. 따숩게 마음을 들여 한국글을 돌봅니다. (4345.5.26.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마음 놓고 지낼 숲이라고 잘피라는 이름 붙는다. 숨 가삐 달려온 물결도 이곳에 잔잔히 잠들고, 나래 지친 왜가리도 살몃살몃 발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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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5.25.
 : ‘똘’ 따서 나누는 자전거

 


- 오랜만에 면내 우체국 나들이를 한다. 책 하나 부칠 일인데, 며칠 미루다가 오늘 나간다. 며칠 앞서 가려 했으나 마을 이웃 마늘밭 일손을 거드느라 좀처럼 나갈 수 없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낮까지 딱히 일손 거들 자리가 없기에 느긋하게 수레를 끌고 나간다.

 

- 우체국에 들러 책 하나 부친 다음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면소재지에서 벗어날 무렵, 야트막한 멧기슭 한쪽으로 온통 하얀 찔레잔치를 누린다. 면내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이 찔레잔치를 바라볼까. 학교를 오가는 길에 이 찔레잔치를 느낄까. 수레에 탄 아이한테 “이야, 이 찔레내음 좀 맡아 보렴.” 하고 말한다.

 

- 논둑길로 달리다가 마늘밭 사잇길로 달린다. 이웃 호덕마을 마늘밭 가운데에는 작은 밭뙈기인데, 이 작은 밭뙈기에 감나무 네 그루나 있는 집이 있다. 나무뿌리까지 캐내어 밭으로 삼는다면 무언가 더 거둔다 할 테지만, 잎 우거진 감나무 네 그루 있으니, 이쪽에서 일하다 이쪽에서 쉬고, 저쪽에서 일하다 저쪽에서 쉴 만하다. 여럿이 일하다가 저마다 나무그늘 하나씩 기대어 쉴 만하다.

 

- 자전거는 또다른 이웃 신기마을 앞을 지난다. 신기마을 어귀에 있는 길갓집 대문에 마삭줄 꽃이 흐드러진다. 마삭줄로 이렇게 대문 위쪽 울타리를 삼을 수 있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어여쁜 꽃과 어여쁜 대문이 잘 어울린다.

 

- 우리 서재도서관으로 쓰는 옛 흥양초등학교 옆에 선다. 마을 어르신 누군가 심은 보리 옆 샛길을 지난다. 아이와 함께 ‘저절로 똘밭(딸기밭)’으로 간다. 아직 덜 익은 똘이 많지만, 제법 잘 익은 똘이 많다. 손끝으로 톡 건드릴 때에 곧바로 떨어지는 똘만 딴다. 아이더러 “손끝을 대기만 해도 떨어질 만큼 잘 여물고 큰 녀석만 따.” 하고 말했지만, 아이는 제 손에 닿는 작은 똘만 땄다. 똘밭 옆으로는 온통 찔레잔치. 똘내음과 찔레내음이 어우러져 아주 맑다. 다음에 더 여물면 더 따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웃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마늘밭 일손을 쉬는 모습을 본다. 아이 손에 그득 담은 똘을 나누어 드린다. 두 손 가득 똘을 쥔 아이 태운 자전거수레가 천천히 달려 집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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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5-26 20:22   좋아요 0 | URL
ㅎㅎ 딸기가 참 맛나 보이네요^^
 

제비

 


흙으로 집을 짓고
사이사이
짚을 섞으며
침으로 이겨
아늑하고
튼튼한 보금자리.

 

서로 아끼는 암수는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며
어엿한
어른 제비로 키운다.

 

따스한 꽃과 봄날
시원한 바람과 여름날
어여쁜 열매와 가을날
마음껏 누리고서
어버이 제비
아이 제비
나란히 너른 바다 건너
새 삶터로 떠난다.

 

겨울이 지나
꽃내음
바람 따라
바다 건너 실려오면
어버이 제비
아이 제비
나란히 먼길 날아
흙집 처마 밑
오랜 보금자리로
새로 깃든다.

 


4345.5.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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