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노이에자이트님의 "표범과 범은 어떻게 다른가?"

'호랑이'라는 말은, 곰곰이 살피면 잘못 쓰는 말이에요.

 

왜냐하면, '虎'와 '狼'은 '범'과 '이리'를 가리키는 한자거든요.

민간어원이랄지, 어쩌다가 이렇게 퍼졌을는지 알쏭달쏭하지만,

범이나 이리나 여러 짐승을 아울러 가리켰을 '호랑'이었을 텐데,

이제 얼추 뭉뚱그려서 쓰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옳고 바르게 쓰자면 '범'이라고만 해야 해요. 그

래서 저는 제 어릴 적 기억으로도,

나이 많이 자신 어르신들이 '아이들이 호랑이라 말할 때'면

으레 꾸짖으면서 '범'이라고 해야지 말을 엉터리로 한다고

바로잡아 주셨어요.

 

범띠 아닌 호랑이띠라 말하면 그야말로 무식하고 바보로 여기기도 했어요.

1988년 올림픽 상징물로 '호돌이'를 썼을 때에도

나이 있는 분들은 모두 어처구니없다고 여겼어요.

왜냐하면 '호랑이'가 잘못 쓰는 말이니

이런 낱말로 상징물을 삼는 일은 가뜩이나 독재정권이면서

말까지 엉망진창으로 삼는다 했어요.

 

마땅한 노릇이지만, '범돌이'라고 해야 올바릅니다.

 

 ..

 

그저 그렇습니다...

예전 대중가요에 '범띠'라고 나오는 까닭은

아주 마땅히 '범띠'였기 때문이에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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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에도 이벤트
[말사랑·글꽃·삶빛 14] 한 해에 한 번 기리기 때문일까

 


  한국은 처음부터 서양 예수님이나 하느님을 믿는 나라가 아니었으나, 이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이나 하느님을 믿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해마다 십이월 이십오일 즈음 되면 ‘예수님 나신 날’을 기린다고 하는 잔치로 시끌벅적할 뿐 아니라, 여느 살림집에서도 ‘오붓한 잔치’를 벌인다고 케익을 마련하곤 합니다. 종교가 없는 사람조차 이날을 맞이하면 마음이 들뜬다고 얘기하는데,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두근두근하겠지요. 그러나, 오직 하루 이날만 기다리며 종교를 믿을 사람은 없습니다. 한 해 삼백예순닷새 언제나 그분을 마음으로 모시고 내 삶을 사랑으로 돌보며 지내리라 생각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는 사람한테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이 오셨다는 날 하루만 기리지 않습니다. 한 해 삼백예순닷새 내내 곰곰이 헤아립니다. 부처님이 왜 이 땅에 오셨고, 부처님이 사람들하고 어떤 넋과 얼을 나누면서 지구별을 따사롭게 돌보려 했는지를 돌아보려고 힘쓰리라 생각합니다.


  한 해에 한 차례, 시월 구일에 찾아오는 ‘한글날’도 늘 이와 같다고 여깁니다. 한 해에 한 차례 찾아오니까, 이날 하루만 한글을 기릴 만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한글날이 달력에 굵직하게 적힌 ‘기림날’이라 한다면, 참말 한 해 삼백예순닷새 언제나 한글이란 무엇이고 한국말은 어떠한가를 살뜰히 살피고 알뜰히 돌보며 지내야 알맞고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일한 삶을 적바림한 책 《서울 여자, 시골 선생님 되다》(살림터,2012)를 읽다가 75쪽에서 “한글날이다. 아이들은 오늘이 공휴일이 아닌 것을 너무나 아쉬워 한다. 한글날 이벤트를 한다고 한다. 한글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전하는 내용을 순 우리 말로 표현해 핸드폰 문자 보내기다.” 같은 글월을 봅니다. 고등학교 아이들이 한글날을 맞이해 한글날을 기리려고 ‘한글날 이벤트’를 스스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참 깜찍한 생각이로구나 하고 느끼다가 한글날에 이 아이들이 벌인다는 ‘이벤트(event)’란 무얼까 궁금합니다. 아이들로서는 ‘이벤트’는 영어가 아니라 할 만하겠지요. 둘레 어른 누구나 이 말을 쓰니까, 아이들로서는 이 낱말을 깊이 살피기 힘들겠지요. 텔레비전에서도, 마을 가게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온통 ‘이벤트’를 해요. 한글날을 맞이하는 어른들부터 이벤트만 하니까, 아이들 또한 이벤트를 따라할 뿐이에요.


  아마, ‘깜짝잔치’쯤 되겠지요. 한글날 하루만 맞이해서 깜짝스럽게 벌이는 잔치가 될 테니까요. 생각을 조금 기울인다면, ‘한글날 기쁨잔치’라든지 ‘한글날 기림잔치’라든지 ‘한글날 누림잔치’라든지 ‘한글날 멋잔치’라든지 ‘한글날 솜씨잔치’ 같은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또는 ‘한글날 말잔치’라든지 ‘한글날 이야기마당’이라든지 ‘한글날 놀이마당’을 마련할 수 있어요.


  어찌 본다면, 한 해에 고작 하루만 기리고 그치는 한글날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아이들뿐 아니라 이 나라 어른들 모두 한글날을 옳고 바르며 예쁘고 아름다이 돌아보기는 힘들는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한 해에 고작 하루조차 한글을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아예 마음에 안 담으니까, 한글날을 맞이하건 말건 한국말과 한국글을 엉터리로 쓰거나 아무렇게나 쓰거나 바보스레 쓸는지 모릅니다.


  마음을 찬찬히 가다듬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대학입시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한 해 삼백예순닷새 내내 대학입시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온통 대학입시 생각이 가득합니다. 어느 하루라고 대학입시 생각에서 홀가분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늘 쓰는 말글을 이런 얼거리로 생각하는 일은 슬픈 노릇이 되겠으나, 참말 한글날을 기리려 한다면 이 같은 매무새일 때에 비로소 참다이 기릴 만합니다. 하느님을 섬기거나 부처님을 모시듯, 아니 하느님 뜻을 내 삶에 펼치거나 부처님 넋을 내 삶으로 녹이듯, 한국말과 한국글을 알뜰살뜰 사랑하고 따사롭게 돌볼 때에 예뻐요.


  어버이는 아이들 밥을 차립니다. 한 해 삼백예순닷새 언제나 아이들 밥을 날마다 세 끼니씩 꼬박꼬박 챙깁니다. 어버이는 아이들 옷가지를 날마다 챙깁니다. 어버이는 아이들이 어느 하루이든 뜻있고 즐겁게 누릴 수 있도록 애씁니다.


  햇살은 언제나 따사롭게 내리쬡니다. 햇살은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따뜻하게 지구별을 감쌉니다. 구름이 끼건 비가 내리건 햇살은 늘 지구별을 어루만져요.


  바람은 늘 솔솔 붑니다. 물은 언제나 졸졸 흐릅니다. 흙은 풀씨를 북돋웁니다. 나무는 한결같이 그늘을 드리우고 열매를 나눕니다.


  어버이가 아이들과 살아갑니다. 자연은 뭇목숨을 어루만집니다. 사람들은 날마다 말과 글로 생각을 주고받습니다. 이 나라에 한국말이 있고 한국말을 담는 그릇인 한국글, 곧 ‘한글’이 있는 일은 더없이 고마운 사랑입니다. 오늘날 숱한 사람들은 바람 한 점과 물 한 방울이 얼마나 고마운지 못 느끼며 살아간다지만, 막상 바람 한 점과 물 한 방울이 아주 살짝이라도 사라지면 모두 숨을 거두고 말아요. 사람들이 서로 생각을 나누는 말이랑 글이 없을 때에는, 사람들 누구나 넋을 잊거나 잃겠지요.


  말은 넋을 보듬습니다. 글은 얼을 빛냅니다. 하나하나 따지면, 너무 바쁘게 몰아치며 제자리를 못 찾는 오늘날 사람들이 스스로 제 삶과 넋부터 알뜰히 사랑하지 못하는 판에 제 말을 알뜰히 사랑하기를 바라기란 힘들 수 있어요. 사람들 스스로 제 삶과 넋부터 알뜰히 사랑한다면 사람들 스스로 제 말과 글 또한 알뜰히 사랑할 수 있겠지요. 말과 글도, 그러니까 한국사람이 늘 쓰는 한국말과 한국글도 알뜰히 사랑한다면 기쁠 텐데, 이에 앞서 참다이 누릴 고운 삶과 착하게 다스릴 고운 넋부터 따사롭고 너그러이 추스를 수 있기를 빌어요. 좋은 삶에 좋은 넋이 깃들며 좋은 말이 빛나요. 고운 삶에 고운 넋이 감돌며 고운 글이 샘솟아요. (4345.6.1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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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랫줄 제비 책읽기

 


  봄을 맞이하던 올 사월에 우리 시골집 처마로 찾아든 제비들이 알을 까고 새끼를 먹여살린 지 두 달이 지납니다. 두 달이 지나며 새끼들은 어엿하게 자라고 이제 날갯짓을 익힐 무렵입니다. 날갯짓을 즐거이 익혀 마음껏 날 수 있을 때에는 어느새 가을이 찾아들 테고, 가을이면 제비들은 하염없이 먼길을 날아 태평양을 건너 따스한 새터로 가겠지요.


  날마다 제비 노랫소리를 듣고, 제비 밥차림을 바라보다가, 이제 어미 제비 두 마리가 갈마들며 빨랫줄에 앉는 모습을 누립니다. 두 달째 날마다 서로 바라보고 지냈기 때문인지, 그동안 조금 떨어진 전깃줄에만 앉던 제비들인데, 요즈음은 머리 위로 뻗으면 손이 닿을 만한 가까운 빨랫줄에 앉아 저희 둥지를 바라봅니다.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를 빨아서 널며, 부엌에 앉아 밥을 먹으며, 마루에 앉아 아이들과 복닥이며, ‘빨랫줄 제비’를 바라봅니다. 얼굴과 입과 꼬리와 깃과 몸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날씬하고 갸름하며 다부진 제비를 곁에서 지켜봅니다. 어미 제비는 새끼 제비를 바라보고, 나는 어미 제비랑 새끼 제비를 나란히 올려다봅니다. (4345.6.1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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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과 밤을 이야기하는 마음

 


  인천에서 태어나 살던 나는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 다른 동무들과 비슷하게 인천을 떠났습니다. 사람들은 으레 시골사람만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 시골 고향을 떠나 서울로 몰려들거나 도시에 빨려들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일이 없다고들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서울이나 부산에서 살지 않으면 모두 고향을 떠나기 마련이라고 느끼며, 부산에서 사는 사람조차 서울로 가려고 한다고 느껴요.


  인천에서 살던 어린 날과 서울로 가서 지내던 젊은 날, 여름날 저녁이나 밤은 몹시 후덥지근했습니다. 끈끈하고 무더운 여름날을 견디기란 힘들었어요. 도시사람한테 여름저녁과 여름밤이란 ‘잠 못 이루는 밤’일 뿐입니다.


  도시에서 꾸리던 살림을 2010년부터 접고 시골로 옮겨 살아갑니다. 시골에서 저녁과 밤을 맞이하면서, 나는 시골사람으로서 생각합니다. 시골 저녁은 시원합니다. 시골 밤은 서늘합니다. 도시에서 살 적에도 선풍기를 안 쓰기는 했으나, 부채 없이 아이를 재우기란 힘겨웠습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부채를 쥘 일조차 드뭅니다. 바람은 알맞게 불어, 낮에는 시원하고 저녁에는 선선합니다. 아이들 모두 잠드는 깊은 밤에는 그야말로 서늘합니다. 갓 잠이 들 무렵에는 이불을 안 덮다가도 새벽 무렵에는 어김없이 이불깃을 여며야 합니다.


  도시에서 살던 때에는 따로 집에서 신문을 받아보지 않아도 둘레에서 신문을 손쉽게 살 수 있고 얻어 읽을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 살며 신문 한 장 사서 읽기란 매우 힘들 뿐더러, 애써 신문을 찾아 읽을 만한 일이 없습니다. 곰곰이 마음을 기울이고 보면, 도시사람은 스스로 신문을 만들어야 하고 신문을 읽어야 합니다. 시골사람은 따로 신문을 안 만들어도 되며 신문을 안 읽어도 됩니다. 도시를 이루는 밑틀은 온갖 지식과 정보이기에, 도시에서는 신문과 방송과 책이 출렁출렁 물결칩니다. 시골을 이루는 밑바탕은 흙과 숲과 풀과 새와 벌레이기에, 시골에서는 풀내음과 들바람과 햇살과 흙기운이 널리 감돕니다.


  도시사람은 정치읽기를 하고 사회읽기를 하며 문화읽기를 합니다. 시골사람은 하늘읽기와 흙읽기와 풀읽기를 합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자면 자격증과 졸업장이 있어야 합니다. 시골에서 일거리를 얻자면 스스로 몸을 움직여 땀을 흘려야 합니다.


  문득 돌아보면, 먼먼 옛날부터 후덥지근한 여름밤은 없었으리라 느낍니다. 다만, 자연을 밀어내고 사람들만 꾸역꾸역 모인 서울이라든지 궁궐에서는 후덥지근한 여름밤이 있었겠지요. 풀과 나무가 마음껏 자라지 못하고, 흙이 제대로 풀과 나무를 살찌울 수 없던 옛 서울이라면 오늘 서울하고 서로 마찬가지였겠지요. 먼먼 옛날부터 여느 마을 여느 사람들은 시원한 저녁과 서늘한 밤을 누렸으리라 생각합니다. 흙을 먹고 흙을 사랑하는 삶일 때에는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알뜰살뜰 누리며 고운 꿈을 여밀 만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울이나 크고작은 도시 여름저녁과 여름밤이 후덥지근하다면, 아스팔트 찻길을 줄여 숲길을 마련해 보셔요. 여름저녁과 여름밤을 시원하게 누리고 싶으면, 시멘트 건물 빽빽하게 세우지 말고, 건물 사이사이 건물 넓이만큼 조그맣게 숲을 일구어 보셔요. 여름밤이 너무 더워 선풍기와 에어컨을 돌리느라 전기가 모자라니까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지 마셔요.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흙과 나무로 돌려 놓으면, 서울에서도 크고작은 도시에서도, 여름날 저녁과 밤에 상큼하며 보드랍고 싱그러운 숲바람을 누릴 수 있어요. (4345.6.1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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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추는 어린이, 누나는 춤춘다

 


  아이 어머니가 셈틀을 켜서 노래를 튼다. 첫째 아이 사름벼리는 노랫가락에 맞추어 제 마음껏 춤을 춘다. 방바닥에서 펄쩍펄쩍 뛰고, 맴을 돌며, 이리저리 발을 구른다. 나도 우리 아이만 하던 때에 이렇게 노래를 들으면 저절로 신이 나서 춤을 추었을까 궁금하다. (4345.6.10.해.ㅎㄲㅅㄱ)

 

 

 

(사진은 석 장만! ... 찍기는 서른 장쯤 찍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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