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미디어 - 손석춘 선생님이 들려주는 나를 찾는 미디어 여행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7
손석춘 지음, 김용민 그림 / 철수와영희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신문·방송·책은 왜 있어야 하나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50] 손석춘, 《10대와 통하는 미디어》

 


- 책이름 : 10대와 통하는 미디어
- 글 : 손석춘
- 그림 : 김용민
- 펴낸곳 : 철수와영희 (2012.7.12.)
- 책값 : 12000원

 


  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안에도 집에 텔레비전을 모시지 않았습니다. 나는 시골에서 살아가면서도 집에 텔레비전을 모시지 않습니다. 굳이 텔레비전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라디오도 딱히 모시지 않습니다.


  더 생각하고 자꾸 생각하면, 인터넷도 그리 모실 만하지 않습니다. 내가 쓰는 글을 올리는 인터넷방이 있기는 하지만, 꼭 내 글을 인터넷방에 올려야 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남한테 읽히려고 쓰는 글이라고도 하나, 내가 쓰는 모든 내 글은 누구보다 나 스스로 되읽는 글이요, 내가 살아온 나날을 돌이키면서 내 넋을 북돋우는 글입니다. 남이 읽어 남이 새 넋을 일구거나 새 꿈을 키울 수 있겠으나, 남에 앞서 내 넋을 스스로 새롭게 일구고 내 꿈을 어여쁘며 맑게 북돋울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글을 쓰는 뜻이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을 가다듬고, 내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내 삶을 가다듬습니다. 내 삶을 가다듬으면서 내 사랑을 가다듬고, 내 사랑을 가다듬으면서 내 손길과 눈길을 나란히 가다듬어요.


  텔레비전이 있는 곳에서 때때로 함께 텔레비전을 들여다보기도 하는데, 텔레비전을 볼 때면, 이런 텔레비전이 왜 있어야 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신문이 있는 곳에서 때때로 신문을 죽죽 들추곤 하는데, 신문을 들출 때면, 이런 신문이 왜 있어야 하는지 영 모르겠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마을 이야기가 방송이나 신문에 실리는 일이 없습니다. 어쩌다가 내 마을 이야기가 방송이나 신문에 실리더라도 겉훑기조차 못합니다. 찬찬히 다가와서 사랑스레 보듬는 이야기를 다루지 못해요. 살가이 어깨동무하면서 따사로이 어루만지는 이야기를 다루지 않아요.


.. 인터넷 게임에 몰입하는 10대들을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나무라기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중독 현상이 크게 늘어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전문가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반복된 생활, 게다가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고 분석합니다 … 자, 그렇다면 사회적 조건이 그러하니 이제 게임에 중독되어도 좋은 걸까요? 내 탓이 아니라 사회 탓이라고 주장하며 즐기기만 해도 될까요 ..  (13, 14쪽)


  교과서가 아이들이 배울 만한 책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합니다. 아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어떤 교과서를 손에 쥐어 어떤 이야기를 배우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오늘날 한국땅에서 교과서는 어떤 구실을 할까요. 오늘날 한국땅 아이들은 교과서만 죽 읽으면 ‘한 사람으로 오롯이 우뚝 서서 씩씩하고 튼튼하며 해맑게 살림을 일구어 살아가는 길’을 익힐 수 있습니까. 갖추어야 할 지식이 아닌 나누어야 할 사랑을 교과서로 익힐 수 있습니까. 그런데, 갖추어야 한다는 지식조차 한쪽으로 쏠린 지식이기 일쑤요, 대학입학 시험공부에 얽매인 지식조각일 뿐 아닙니까.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배운다는 국어 교과서가 참으로 한국말을 한국사람이 알맞거나 사랑스럽거나 즐겁게 쓰도록 이끄는지 알 길이 없어요. 역사 교과서가, 수학 교과서가, 과학 교과서가, 사회 교과서가, 얼마나 아이들 삶길과 눈길과 넋길을 헤아리거나 살피는가 모르겠어요.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교과서로 배우면 배울수록 더 바보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초등학생을 지나 중학생이 될수록, 중학생을 지나 고등학생이 될수록, 고등학생을 지나 대학생이 될수록, 대학생을 지나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될수록, 이 나라 사람들은 더더욱 바보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삶도 사랑도 사람도 배우지 않는 학교인데다가, 삶도 사랑도 사람도 아끼도록 이끌지 않는 일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돈을 더 잘 벌 만한 직업(장래희망)만 붙잡도록 하는 학교요, 돈을 더 잘 벌 만한 일만 하도록 이끄는 일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 잘 알겠지만 인터넷 게임에는 칼이나, 총, 흉기로 게임 속 다른 캐릭터를 때리고 찌르거나 죽이는 일이 되풀이됩니다. 많이 죽일수록 좋지요. 조금만 생각해 보세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가를 … 잘 생각해 보세요. 아빠와 엄마가 직장에 나가며 일하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그 직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아빠와 엄마가 해고된다면 어떻겠어요? 그뿐이 아니지요. 한국 사회에서 커 가는 10대 청소년들 또한 20대에 들어선 어느 순간에는 취업을 해야지요. 취업을 해서 일터로 나가는데 그곳에서 사장이 마음대로 해고하거나 직원인 노동자를 멋대로 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24∼25, 72쪽)


  인천에서 살며, 충북 음성에서 살며, 이제 전남 고흥에서 살며, 때때로 마을신문을 읽습니다. 인천에서는 인천 신문을, 음성에서는 음성 신문을, 고흥에서는 고흥 신문을 때때로 읽는데요, 인천에서 나오는 인천 신문에는 가끔 ‘운동 기사’가 실리기는 하지만, 음성이나 고흥에서 나오는 마을신문에는 운동 기사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축구이니 야구이니 골프이니 하는 운동 기사가 없어요. 그런데, 세 곳에서 나오는 신문에는 주식시세표가 안 실려요. 음성과 고흥에서 나오는 자그마한 신문에는 방송편성표가 안 실려요. 음성과 고흥에서는 날마다 나오는 신문이 없는 만큼 날씨 소식도 안 실려요.


  서울에서 나오는 신문은 날마다 나옵니다. 날마다 나오는 신문에는 온갖 운동 기사가 실리고, 주식시세표가 큼지막하게 실리며, 부동산 정보가 실리는 한편, 방송편성표나 날씨 소식이 실립니다. 이밖에 날마다 다루는 온갖 지식과 정보가 있어요. 아마 이런저런 것들을 날마다 들여다보라는 뜻일 수 있을 텐데, 서울에서 살아가며 회사원이나 공무원으로 일하지 않고서야, 굳이 이런저런 대목에 눈길을 두거나 마음을 기울일 일이 없구나 싶기도 합니다. 아니,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집에 텔레비전을 모신다 하더라도 신문 방송편성표까지 뒤적이며 챙겨서 볼 겨를이 없어요. 아니, 굳이 이렇게 저렇게 챙겨서 볼 만한 방송을 찾기는 어려워요. 아니, 애써 텔레비전을 켜서 이것저것 하염없이 볼 만하지 않아요.


  커다란 도시에서 살아가니까 텔레비전을 보고야 맙니다. 커다란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으려 하니까 신문을 읽고야 맙니다.


  누가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 한들 대수롭지 않습니다. 정치 이야기, 외교 이야기, 경제 이야기, 문화 이야기, 교육 이야기, 사회 이야기, 운동 이야기, …… 어느 하나 서울이나 커다란 도시에서만 대수롭습니다. 작은 마을이나 시골에서는 삶을 스스로 짓고 스스로 일구며 스스로 누립니다. 작은 마을이나 시골에서는 신문이나 방송에 기대어 삶을 읽지 않습니다. 스스로 짓는 삶은 스스로 읽습니다. 스스로 일구는 사람은 스스로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거나 노래로 부릅니다. 스스로 누리는 삶은 스스로 이야기하고 스스로 즐깁니다.


.. 신문이 처음 태어날 때 왕과 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탄생을 축하해 주지 않았지요. 그들 쪽에 서서 잠시 생각해 보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닙니다. 중세 시대 내내 누구의 감시도 없이 정치를 해 왔는데 신문이 자신들의 언행을 일일이 보도하기 시작하니까 불편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래서 그들은 신문 발행을 허가하거나 불허하는 권한을 자신들이 갖고 있다고 선언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신문에 실리는 내용까지 엄격하게 검열했습니다. 하지만 권력의 언론통제를 모든 사람이 고분고분 받아들이리라고 판단했다면 착각이었지요 … 관훈클럽의 진단에 따르면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은 중산층에 속하기 때문에 중산층을 자연스럽게 대변함으로써 빈곤층이나 소수 계층의 의견과 이익은 배제됩니다. 사실 지상파 방송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단순히 중산층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이미 고소득층이거나 그에 가깝습니다. 빈곤층의 이야기를 담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지요 ..  (50∼51, 112쪽)


  시골마을 아이라 하더라도 도시에 있는 더 큰 학교로 가자면 신문을 읽거나 방송을 보아야 합니다. 시골사람 넋으로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힘들 테니까요. 도시에서 배우자면 도시사람 넋하고 어깨동무해야 할 테니까요. 대통령이나 시장 이름을 모른다 하더라도 흙을 알고 나무를 알면 넉넉해요. 정치를 모르고 경제를 모르더라도 바람을 알고 구름을 알면 넉넉해요. 인터넷을 모르고 새책 소식을 모르더라도 멧새를 알고 들풀을 알면 넉넉해요.


  오늘날 한국사람은 무엇을 아는 사람일까요. 오늘날 한겨레는 스스로 무엇을 알려고 애쓸까요.
  신문·방송·책은 왜 있어야 하나 궁금합니다. 신문을 읽는 사람은 사랑이나 삶이나 사람(이웃과 동무와 살붙이)을 읽을 마음일까 궁금합니다. 방송을 보는 사람은, 또 책을 읽는 사람은 사랑이나 삶이나 사람을 느끼거나 헤아릴 마음일까 궁금합니다.


  내 곁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내가 숨을 거두어 내 몸뚱이가 흙으로 돌아갈 때에 내가 들고 갈 만한 것은 무엇일까요. 나는 어린이로 살거나 푸름이로 살거나 젊은이로 살거나 늙은이로 살 때에 무엇을 손에 쥐면서 누려야 즐겁거나 기쁘거나 아름답거나 신날까요.


  내가 바라볼 것은 무엇인가요. 나는 무엇을 바라보아야 즐거운 삶을 누릴까요. 나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내 마음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찾아들어야 기쁠까요. 내 생각은 어떤 이야기로 가꾸면서 어떤 꿈을 꾸어야 곱게 빛날까요. 지구별 푸름이들은 무엇을 알아야 하고, 한국땅 푸름이들은 무엇을 느껴야 할까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알아야 하며 무엇을 느껴야 서로서로 좋을까요.


.. 텔레비전의 영향력은 연예인 숭배나 외모 지상주의 세태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왜 방송사들은 문제가 많은 성적 장면들을 무분별하게 내보낼까? 그것이 시청률 경쟁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시청률을 그렇게 중시할까 … 광고를 내려는 사람들은 당연히 시청자들이 많은 프로그램에 광고하고 싶겠지요. 바로 그렇기에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으로 성적 노출 장면을 내보내거나 폭력 장면들을 방송합니다 …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아름다움을 외적인 것으로만 판단하는 외모 지상주의가 곳곳의 광고들을 통해 한층 강화됩니다. 내적은 아름다움은 가치 없는 것으로 넘깁니다 ..  (95, 98, 99, 141쪽)


  손석춘 님이 쓴 《10대와 통하는 미디어》(철수와영희,2012)를 읽습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오늘날처럼 신문이고 방송이고 인터넷이고 눈부시게 펼쳐진 적이 없는데, 막상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이 어떠한 매체인가 하고 들려주는 책이 참 없구나 싶습니다. 중앙일간지나 지역일간지가 참 많은데, 신문뿐 아니라 잡지도 많고, 방송사도 많은데, 이 많은 매체 일꾼들 스스로 ‘내 이웃과 나눌 매체 이야기’를 차근차근 써서 차근차근 나누려 하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신문사 일꾼은 왜 신문 이야기를 속속들이 밝히면서 나누려 하지 않을까요. 방송사 일꾼은 왜 방송 이야기를 낱낱히 파헤치면서 나누려 하지 않을까요.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이나 인터넷으로 ‘초·중·고등학교 학습’을 시키자고는 하면서, 정작 신문 속내와 방송 속살과 책 알맹이와 인터넷 속셈을 깊이 살피거나 두루 돌아보는 이야기는 왜 밝히지 않을까요.


  지구별 푸름이들이 아무쪼록 ‘삶을 밝히는 글’을 헤아릴 수 있기를 빕니다. 한국땅 푸름이들이 부디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살필 수 있기를 빕니다. 그리고, 아이들 낳아 살아가는 어른들부터 ‘삶을 꽃피우는 꿈’을 깨달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5.7.9.달.ㅎㄲㅅㄱ)

 


95쪽 아래1 : 확인할 수 있은 것은 => 확인할 수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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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줄어드는 아이> 한 가지만 나온 줄 알았으나, 예전 책이 다시 나올 무렵 다른 출판사에서도 트리혼 님 여러 그림책이 번역되었구나. 강은교 시인 책을 살피다가, 예전 책 번역자 이름으로 트리혼 님 그림책이 뜨기에, 다시 트리혼 님 그림책을 살피니, 그동안 모르던 여러 번역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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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혼의 보물 나무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이주희 옮김, 에드워드 고리 그림 / 논장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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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혼의 세 가지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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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신 한 짝 쥐고

 


  누나하고 마당에서 노는 산들보라 신 한 짝 벗겨진다. 벗겨진 신을 누나더러 신겨 달라는지 아버지보고 신기라는지 아무튼 들고 다닌다. 누나가 맨발로 노니까 너도 맨발로 놀고 싶니. 한참 지켜보다가 아버지가 신을 신긴다. (4345.7.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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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발로 노는 어린이

 


  마당에서 곧잘 맨발로 달리며 노는 아이는 집에 들어올 때에 발을 안 씻기 일쑤이다. 그러나 아이인걸. 맨발로 땅을 밟는 느낌이 좋아 신을 안 꿰겠다는데 억지로 신으라 할 수 없지. 대나무 막대를 빨래줄에 걸고는 신난다. (4345.7.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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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7-09 11:21   좋아요 0 | URL
아 넘 신나보이네요 정말

파란놀 2012-07-10 03:00   좋아요 0 | URL
코난 만화영화 탓도 있는데, 가만 보면 맨발로 잘 놀아도 좋지요... -_-;;
 

자전거쪽지 2012.7.8.
 : 시골 밤자전거

 


- 저녁 아홉 시에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마실을 간다.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 첫째 아이한테 얼음과자를 사 주기로 한다. 자전거 앞등을 켜고 마을을 벗어나려 하니 날벌레가 불빛을 보며 잔뜩 달라붙는다. 굽이진 길에서 판판한 길로 바뀔 때에 앞등을 끈다. 그래도 한동안 날벌레가 얼굴에 다다다닥 붙는 소리가 들린다.

 

- 참 오랜만에 밤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비가 오느라, 또 비가 안 오더라도 구름이 가득하느라, 유월 끝무렵부터 칠월 첫무렵까지 맑은 밤하늘을 느끼지 못했다. 맑은 낮하늘조차 만나지 못했다. 구름이 걷히니 낮에 빨래를 말리기에 좋았고, 구름 없는 밤이니 밤별을 누리기에 좋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구름이 있으나 없으나 별을 볼 수 없다 할 만하니까, 오늘처럼 좋은 밤하늘을 누릴 사람은 없으리라.

 

- 조용한 시골 밤길을 달린다. 오늘은 개구리 노랫소리도 거의 안 들린다. 바람이 불어 논자락 볏포기 눕는 소리 또한 안 들린다. 그저 바퀴 구르는 소리만 들린다. 아니, 수레에 앉은 아이들 종알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 조용한 시골 밤길이기에 되도록 불을 끄고 조금 천천히 달린다. 때때로 불을 켜서 길에 사람이 있는지, 길바닥에 무언가 떨어지지 않았나 살핀다. 밤길에 사람을 마주치면 서로서로 깜짝 놀란다. 이 어두운 길에 서로서로 낯설게 부대끼니 놀란다.

 

- 조용한 시골 밤길이 좋다. 도시에서 살 때에 밤길을 꽤 달렸는데, 도시에서도 밤길은 참 좋다. 밤이 되면 낮과 달리 자동차가 무척 뜸하다. 자동차가 무척 뜸한 도시 밤길은 너무 씽씽 달려대서 자전거가 아슬아슬하다 여길 만하기도 하지만, 자동차 없이 호젓하며 조용한 도시 밤길을 달리는 맛은 참 상큼하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자동차가 마구 달릴 걱정조차 없는데다가, 밤하늘 별을 등에 지고, 시원하면서 상긋한 밤바람을 쐴 수 있으니 훨씬 좋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끔 한 차례 시골로 와서 밤에 자전거를 불빛에 기대지 않으며 천천히 달리면 이 맛과 멋과 꿈과 사랑을 몸으로 느끼리라.

 

- 면소재지 가게에서 산 얼음과자를 문 첫째 아이는 말이 없다. 둘째 아이는 일찌감치 잠든다. 아버지는 땀을 줄줄 흘리며 자전거를 달린다. 이제 시골 밤길에 자전거 바퀴 구르는 소리에 내가 헉헉거리는 소리 두 가지가 겹친다. 깜깜한 시골 밤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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