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마워, 듀이 - 도서관 고양이가 건네는 위로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걷는책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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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가 들려주는 삶 이야기
 [책읽기 삶읽기 109]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정말 고마워, 듀이》(걷는책,2011)

 


  비키 마이런 님과 브렛 위터 님이 함께 엮은 이야기책 《정말 고마워, 듀이》(걷는책,2011)를 읽습니다. 저마다 고양이를 사이에 놓고 꿈과 사랑으로 가득한 나날을 누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쁠 때, 슬플 때, 즐거울 때, 고단할 때, 좋을 때, 외로울 때, 기운날 때, 풀죽을 때, 어김없이 곁에서 따사로이 동무가 되었던 고양이 이야기를 펼쳐요.


  이를테면 ‘반려동물’도 ‘애완동물’도 아닙니다. 《정말 고마워, 듀이》에 나오는 사람들이 ‘한집에서 함께 살던 고양이’는 이녁 아이하고 똑같은 살붙이입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며 함께 눈을 떠서 함께 살아가는 동무입니다.


  생김새와 모습과 꼴은 ‘사람’이라지만, 막상 ‘사람인 한식구’ 가운데 말을 제대로 안 섞거나 생각을 주고받지 못하는 일이 꽤 잦은 오늘날이지 싶어요. 오늘날 어버이는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에 보내느라 바쁠 뿐 아니라 등허리가 휜다고 해요. 그렇지만 아이와 마주앉아 예쁘게 이야기꽃 피울 겨를은 못 내요. 오늘날 아이들은 집을 떠나 학교와 학원을 떠돌면서 마음을 나눌 말벗을 찾느라 힘들고 바빠요. 집안에서는 어버이가 돈을 벌어 저희를 학교와 학원에 넣느라 힘들고 바쁘다 하기에, 집밖에서 동무를 찾습니다.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을 동무를 집밖에서 찾고, 집밖에서 어울리며, 집밖으로 나돌아요.


.. 내가 사랑하는 아이오와 주 스펜서는 외부 사람들이 볼 때는 인구 1만 명의 작은 마을이다 … 이 고장에선 사람들의 관계는 뿌리가 깊고, 전화 한 통화로도 도움의 손길과 우정을 기대할 수 있다 … 오히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접근 가능하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도서관은 누구나 갈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다 … 제가 어렸을 때 마을에서 모기 방역을 하기로 해서 트럭들이 차 지붕에 오렌지색 경고등을 달고는 살충제를 뿌리고 돌아다녔죠. 며칠이 지난 후 어머니가 제게 물어 보았어요. ‘무슨 소리가 들리니?’ 그래서 저는 ‘아니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라고 대답했죠. 어머니는 ‘단순히 모기를 잡는 약이 아니었어. 모기만 잡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벌레도 다 죽인 거야. 그렇기 때문에 새들의 울음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거야’라고 하셨지요 ..  (32, 34, 47, 91쪽)


  《정말 고마워, 듀이》를 엮은 두 사람은 ‘고양이’를 생각하면서 ‘삶이야기’를 깨닫습니다. 참으로 고맙구나 싶은 고양이를 티없이 바라보면서 저마다 어떤 삶을 사랑하며 지내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한테 고양이란 한식구이기도 하지만, 삶을 깨닫도록 이끄는 이슬떨이가 되기도 합니다.


  가만히 돌이키면, 우리 겨레이든 이웃 겨레이든, 큰식구를 이루어 숲에서 살아가던 지난날, 어느 집에서건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슬떨이가 되고 말벗이 되었어요. 어느 집에서건 아이들이 어른한테 이슬떨이도 되고 말벗도 되었어요. 한식구는 서로서로 좋은 이슬떨이가 되면서 말벗입니다. 옆지기와 나는 가장 가까우며 좋은 이슬떨이이자 말벗이에요.


  곧, 고양이가 있으면 고양이를 바라보며 내 삶을 헤아립니다. 고양이가 없으면 아마 개를 바라보며, 또 나무를 바라보며, 어쩌면 꽃을 바라보며, 또는 들판에 심은 푸성귀를 바라보며, 가끔은 들새나 멧새를 바라보며, 이따금 개구리나 풀벌레를 바라보며, 가만가만 잠자리나 나비를 바라보며, 저마다 다 다른 넋을 북돋우겠지요. 논개구리보다 아주 작은 풀개구리를 살뜰히 바라보면서 ‘네 삶은 어떠하니?’ 하고 눈을 빛내며 이야기꽃 피울 수 있어요. 늦여름 막바지에 꽃을 피우는 벼포기를 마주하며 ‘네 삶은 어떻게 피어나니?’ 하고 눈을 빛내면서 이야기마당 펼칠 수 있어요.


.. 삶은 단순하고 인생은 아름다웠다 … 좋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사람들에게는 단지 고양이일 뿐이었다. 우리가 그랬듯이 그 사람들도 토비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 어머니에게 인생은 언제나 힘겨운 싸움이었다. 이호한 그날 이후부터 애벌린의 삶은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 그녀는 또 하나의 가족을 잃은 것이다. 그녀에게 위안을 주던 친구를 잃은 것이다 … 나는 재즈도 필요없고 큰 집도 필요없고 비싼 반지도 필요없어요. 그냥 나와 함께 인생의 길을 걸어갈 친구를 원해요 ..  (45, 59, 87, 221, 310쪽)


  들으려 하는 귀가 있으면 어디에서라도 이야기를 듣습니다. 나누려 하는 입이 있으면 언제라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람들 스스로 어떤 이음고리가 있어야 하지는 않아요.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꼭 있을 까닭은 없어요. 사랑스러운 숲을 새롭게 찾아나서야 하지는 않아요. 바로 오늘 내가 있는 이곳에서 사랑을 느끼면 돼요. 아파트로 이루어진 곳에서든, 40층이나 50층짜리 높은 건물 한 귀퉁이 사무실에서든, 스스로 어떤 사랑을 빛내면서 어떤 삶을 누리고픈가 하는 대목을 돌아보면 돼요. 사랑과 삶을 돌아보면서 내 모습을 깨닫고, 내 모습과 마찬가지로 내 이웃들 모습을 깨달으면 돼요. 그러고서 말을 걸어요. 마음으로 말을 걸어요. 어떻게 살아갈 때에 아름다울까요, 하고 말을 걸어요. 어떻게 살아갈 때에 즐거울까요, 하고 말을 걸어요. 어떻게 살아갈 때에 웃을 수 있을까요, 하고 말을 걸어요.


  에어컨한테 말을 걸 수 있겠지요. 숟가락한테 말을 걸 수 있겠지요. 물꼭지를 틀고는 물방울한테 말을 걸 수 있겠지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구름한테 말을 걸 수 있겠지요. 창문을 열고 바람한테 말을 걸 수 있겠지요.


  모두들 내 좋은 동무예요. 저마다 내 예쁜 길동무예요. 서로서로 내 살가운 삶동무예요.


.. 당연히 새끼 고양이들은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다. 아주 작은 몸집으로 뒤뚱거리며 어미 곁에 찰싹 붙어 있었다 … 비키는 비록 고양이를 싫어했지만 이 녀석을 포기할 순 없었다 … 비키는 강이 흐르는 계곡 위로 우뚝 솟아오른 산과 끝없이 펼쳐지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거대한 독수리들이 있는 코디엑을 사랑했다. 숲이 자신을 에워싸는 듯한 느낌도 좋았고, 마을의 친근한 가게들도 마음에 들었다 ..  (183, 187, 214쪽)


  내가 스스로 내 마음을 열어 다가갔기에 ‘고양이 듀이’ 또한 이녁 마음을 열며 다가옵니다. 내가 스스로 내 마음을 열어 다가간다면, 우리 시골집 마당에서 자라는 쑥 한 포기 또한 나한테 마음을 열며 다가와요.


  마음을 열 때에 아름답게 거듭나는 삶이에요. 마음을 가꿀 때에 스스로 새힘을 차리면서 활짝 웃는 삶이에요. 마음을 돌볼 때에 나와 이곳에서 한솥밥 먹는 살붙이도 빙그레 웃으며 마음을 보살피는 삶이에요.


  내가 나를 마음으로 좋아하면서, 내 보금자리를 좋아할 수 있어요. 내 보금자리를 마음으로 좋아하면서, 이 보금자리 깃든 마을을 좋아할 수 있어요. 내 보금자리 깃든 마을을 좋아하면서, 이 마을이 서로 얼크러진 땅덩어리를 좋아할 수 있어요.


  ‘고양이 듀이’를 마주하든 ‘후박나무 한 그루’를 마주하든, 나는 언제나 지구별 사랑스러운 꿈벗이랑 어깨동무하는 나날입니다. 나는 어디에서나 마음을 활짝 열며 가장 싱그럽고 빛나는 생각을 주고받는 나날입니다.


.. 당신이 부상당한 동물에게 마음을 주면 그들은 절대 그것을 잊지 않는다 … 마시멜로는 나의 일부분이다. 만일 어떤 남학생이 내 스웨터에 붙어 있는 마시멜로 털을 싫어한다면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것이다, 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 그 책의 초고가 나와서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듀이가 내 어깨너머로 함께 읽고 있다고 느꼈다. 아니에요. 듀이는 속삭였다. 그건 그렇게 된 게 아니거든요. 마음속에 그런 속삭임이 들리면 나는 그 문단, 문장, 단어에 집중했다. 듀이의 이야기를 똑바로 전해야 했다 … 나는 식단도 바꾸었다. 약도 줄였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기 시작했다 ..  (249, 309, 385, 386쪽)


  할 수 없는 일이란 없기도 한데,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을 굴릴 까닭도 없어요. 할 수 있는 일뿐이기에,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고 가만히 생각하면 돼요. 어쩌면 한꺼번에 백 가지나 천 가지 일을 할는지 모르지요. 만 가지 일을 한자리에서 할 수도 있지만, 이 가운데 꼭 한 가지만 골라 가장 즐겁게 누릴 수 있어요.


  사랑을 하고 싶으면 사랑을 하면 됩니다. 꿈을 키우고 싶으면 꿈을 키우면 됩니다. 나무를 심고 싶으면 나무를 심어요. 밥을 먹고 싶으면 밥을 먹어요. 숲길을 걷고 싶으면 숲길을 걷지요.


  가장 좋아할 만한 삶을 생각합니다. 가장 즐거울 만한 길을 살핍니다. 가장 아름다울 만한 사랑을 어루만집니다. 미국땅 한켠에서는 ‘고양이’ 한 마리를 곁에 두면서 가장 좋아할 만하고 가장 즐거울 만하며 가장 아름다울 만한 삶을 찾던 사람들이 있어요. 한국땅 골골샅샅에는 ‘누구한테 마음을 열면’서 삶을 사랑하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내 살붙이는, 내 이웃은, 나를 둘러싼 모든 목숨들은 어느 때에 저마다 이녁 삶을 사랑하면서 하루를 곱게 누리려나요. (4345.8.23.나무.ㅎㄲㅅㄱ)


― 정말 고마워, 듀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글,배유정 옮김,걷는책 펴냄,2011.12.15./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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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님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 '거저 전자책'이 있다고 하기에 내려받아 본다. 전자책이란 이렇기도 하구나 하고 깨닫는다. '작은 책자'를 이처럼 엮어 널리 나눌 수 있다고 느낀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지구별 어른들이 즐겁게 읽으면서 예쁘게 생각을 키울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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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김규항 교육 칼럼 -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
김규항 / 전자책나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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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2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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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눈빛

 


  깊은 저녁에 작은아이를 품에 안고 마당으로 나온다.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우리 논은 아니나, 대문 앞은 온통 논이다. 논 저 멀리 멧자락이 보이고, 멧자락 위로는 하늘이다. 하늘에는 별이 환하다. 내 눈이 덜 좋아서 더 많이 못 보지만, 저 허여멀건 줄기는 미리내일 테지. 나는 작은아이를 품에 안고 살살 어르며 노래를 부른다. 작은아이한테 가장 사랑스럽게 들리기를 바라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르며 생각한다. 집에서도 이렇게 사랑스레 목소리를 가다듬고 눈길을 다스리면 훨씬 좋을 텐데. 보드라운 아버지 노랫소리를 듣는 작은아이가 품에서 좋다고 느끼면서 눈빛을 초롱초롱 빛낸다. 저 하늘을 빛내는 별을 환하게 비출 만큼 맑게 빛내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이윽고 나도 아이 맑은 눈빛을 내 가장 맑은 눈결로 추스르면서 바라본다. 내 눈빛은 아이 눈빛으로 스며들고, 아이 눈빛은 내 눈빛으로 스며든다. 아이가 골을 부려도 어버이는 사랑스레 바라볼 수 있다. 어버이가 성을 내도 아이는 활짝 웃으며 마주할 수 있다. 눈빛에 사랑을 담아 서로를 감싼다. 눈빛으로 꿈을 실어 살뜰히 어깨동무한다. (4345.8.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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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분 글쓰기

 


  나날이 글을 쓰는 겨를이 줄어든다. 나날이 집일을 건사하는 겨를이 늘고, 옆지기가 마음닦기를 하도록 자리와 겨를을 마련하려고 마음을 쓰다 보니, 셈틀 앞에 앉을 틈이 아주 없을 뿐더러, 셈틀 앞에 앉아도 이제 무럭무럭 크는 아이들이 만화영화 보자고 달라붙으니 도무지 글을 쓸 엄두를 못 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내가 쓸 글을 언제나 쓰곤 한다. 다만, 쓰고 싶은 만큼 마음껏 쓴다고는 느끼지 못하는데, 마음껏 못 쓴다 하더라도 ‘써야겠다’ 하고 생각하는 맨 밑바닥만큼은 쓴다. 더구나, 예전에는 두 시간 걸리며 마무리짓던 글을 요즈음은 30∼40분이면 훌쩍 마무리짓는데, 오늘 저녁에는 딱 20분만에 마무리를 짓는다.


  마음을 닦는 옆지기 곁에서 나는 내 나름대로 글쓰기로 마음을 다스리는 셈일까. 내 마음은 내 삶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천천히 일깨우면서 내가 할 몫을 시나브로 보여준다고 할까. 두 시간이 걸리든 이틀이 걸리든, 때로는 이태가 걸리든, 그리고 어느 날은 20분이나 2분이 걸리든, 나한테는 똑같은 글이다. 나로서는 내 삶을 모두 담아 드러내는 글이요, 내 모든 사랑과 꿈을 싣는 글이다. (4345.8.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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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Kitchien 2
조주희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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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는 나라
 [만화책 즐겨읽기 176] 조주희, 《키친 (2)》

 


  학교에 나무가 있어, 나무 그늘을 누리고 나뭇가지를 살랑이는 바람을 쐴 수 있으면 아름다우면서 즐겁습니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보금자리에 나무가 있어, 이 나무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멧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아리따우면서 기쁩니다.


  나는 나무가 없는 학교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나는 나무가 없는 학교는 허울은 학교일 뿐, 속살로는 학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린 날 다니던 국민학교는 그리 오래되지 않아 나는 30회로 마쳤는데, 30회로 마친 학교라 하더라도 서른 살 남짓 먹은 나무가 우람하게 있었습니다. 이웃 학교에는 쉰 살이나 백 살 즈음 먹은 나무가 훨씬 우람하게 있었어요. 나는 나무를 바라보며 학교 나이를 헤아렸어요. 나무가 어떠한가를 살피며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돌아보았어요.


  나무를 누릴 수 있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하루를 즐거이 보내며 학교를 마치고 나서도 나무가 나누어 주는 기운을 받으리라 여겼어요. 나무를 누릴 수 없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하루를 스스로 떠올리지 못할 뿐더러, 학교를 마치고 나서도 나무하고 나눌 수 있는 꿈이나 사랑을 모르겠다고 여겼어요.


- ‘해초처럼 감겨지는 부드러움. 떡은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촉각의 음식이구나. 처제, 매형, 큰아버지, 할아버지, 고모, 고모부. 이름 대신 호칭을 부르는 이 나라 사람들의 비밀스런 품위를 닮아 있다. 그리고 떡과 대비되는 강렬한 미각의 주머니, 만두.’ … ‘자신들을 둘러싼 세계를 그대로 한 그릇에 옮겨 온 걸까? 그래서 이렇게 새해를 맞는, 특별한 음식이 된 거야.’ (20, 22쪽)
- “이런 물타기 전법에 내가 말려들 것 같아요? 난 서울 갈 거예요!” “가아. 가면 되지. 누가 못 가게 했니? 서울 한바퀴 돌고 기분전환 하고 와.” “기분전환? 다신 안 올 거라니까요.” “그래. 누가 뭐라니? 근데 아침은 먹고 가야지. 네 아버지도 젊었을 땐 그랬다. 어떻게든 서울로 가고 싶어 했지.” (43쪽)

 


  시외버스를 타고 시골마을 바깥으로 나갈 때라든지, 도시에서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갈 때라든지, 내 마음이 썩 좋지 못하곤 합니다. 나 스스로 생각을 빚었기 때문이라 할 텐데, 내 마음은 고속도로이든 기찻길이든 ‘찻길이나 기찻길 둘레에 스스로 씨앗을 내려 스스로 우람하게 자라나는 나무’를 느끼지 못합니다. 고속도로는 뻥 뚫려 더 빨리 오가도록 돕는다 하지만, 나무를 누릴 수 없는 길에서 자동차 빠르기를 높인다 해서 어디에서 어디 사이를 더 빨리 오갈 수 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네 시간을 세 시간으로 줄이고, 세 시간을 두 시간으로 줄인다는 뜻은 무엇일까요. 기차나 자동차는 어떤 땅을 밟으면서 달리는가요. 땅을 밟으며 달리는 기차나 자동차는 무슨 이야기를 빚거나 빛낼까요.


  꽃밭에 예쁘장한 나무를 몇 그루 심는 높다란 아파트가 숲을 이룬 데에서는 ‘내 마음을 담는 나무 한 그루’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좁다란 땅에 겹을 이루어 차곡차곡 포개어졌으니, 모든 사람들이 나무 한 그루나 열 그루씩 마주하면서 사랑스레 마음으로 사귀기 어렵습니다. 시골이라 하더라도 숲을 밀어 논밭만 일군다면, 갯벌과 바다를 메워 드넓은 논밭으로 바꾼다면, 이런 데에서도 나무와 마주하면서 살가이 마음으로 이웃하기 힘듭니다.


  내가 흙을 만질 수 있을 만한 데에서 나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나는 나무를 만납니다. 내가 흙을 딛을 만한 데에서 나와 같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나무를 사귑니다.


- ‘남자와 눈맞아 도망간 여자의 딸. 엄마는 도망갔지만, 난 도망갈 수 없어. 익명성 같은 건, 이 작은 마을에선 아예 사전에도 없는 말이니까.’ … ‘친구들은 숨겨 줄 것이다. 날 상처 입힐 무수한 말로부터. 재빨리 자기들 사이에 섞어버리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모른 척하기. 그렇게 친구들은 날 감싸안고 있었다. 마치, 촘촘히 밀도 있게 들어찬 비빔밥의 따뜻한 품속처럼.’ (27, 34쪽)
- “요리사라는 직업이 결국 다른 사람을 위한 요리를 하는 거니까요. 남들을 너무 의식하게 되면서 마음이 의존적이 되더라고요.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거,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거. 언제부터인가 나를 위한 요리는 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우선 나를 치료하는 요리부터 하자. 나부터 튼튼해져야 남들을 위한 요리를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죠.” (91쪽)

 

 

 


  나무가 있어 종이를 얻습니다. 나무가 있어 종이를 얻기에 책을 누립니다. 나무가 있어 ‘나무’를 얻어, 이 ‘나무’로 집을 짓습니다. 나무를 베어 연필을 만듭니다. 나무를 잘라 옷장을 짜고 책상과 걸상을 만듭니다. 나무는 젓가락이 되기도 하고 숟가락이 되기도 합니다. 나무는 도마도 되고 칼자루도 됩니다. 나무는 그릇도 되며, 쟁반도 돼요.


  사람들은 나무와 함께 살아가면서 사랑을 받습니다. 나무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사랑을 받습니다. 나무한테서 사랑을 받는 사람은 나무가 주는 모든 것을 누립니다. 사람한테서 사랑을 받는 나무는 해마다 즐겁게 새 씨앗을 흙에 떨굽니다. 한 나무는 열 나무가 되고, 열 나무는 백 나무가 됩니다. 나무는 스스로 숲을 이루고, 숲에서는 사람과 숱한 짐승과 벌레가 얼크러져 살아갑니다.


  사람만 있는 터는 없고, 나무만 있는 터 또한 없습니다. 사람과 나무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살아갑니다. 서로가 서로한테 숨결이 되고 사랑이 돼요. 곧, 마을을 이루든 학교를 이루든 여느 살림집을 이루든, 언제나 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한 나라가 서든 두 나라가 생기든 열 나라가 갈리든, 어디에나 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나무가 있을 때에 비로소 나라가 됩니다. 나무가 싱그러울 때에 바야흐로 나라가 싱그럽습니다. 나무를 아낄 때에 참말 아낄 만한 나라입니다. 나무를 사랑하는 곳이라면 가없이 사랑할 만한 나라입니다.


-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군요. 이런 거 처음 봐요.” “저는 아직 못 봤어요. 우리끼린 ‘처음 더듬어 봐요.’라고 하죠. 아, 더듬어 드릴까요?” “못생긴 거 들통날까 봐 안 되겠어요.” “우리 세계에선 외모는 차별대상이 아닙니다. 목소리는 참 좋네요. 20대 초반?” “후반.” “이러면 다들 좋아하시더라구요. 하하하!” (49쪽)
- “뭐가 나오는지 모르니까 재밌잖아요? 우리 부모님은 이런 기분으로 절 낳으셨답니다. 원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키워 주셨어요.” (52쪽)

 


  조주희 님 만화책 《키친》(마녀의책장,2010) 둘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조주희 님은 ‘먹을거리’를 사이에 놓고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어느 먹을거리라 하더라도 나무한테서 태어납니다. 나무가 있어 숲이 되고, 숲이 되어 마을이 이루어지며, 마을이 이루어지면서 흙을 일구거나 열매를 얻는 데에서 ‘먹을거리’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나무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햇살 없거나 냇물 없거나 바람 없거나 흙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햇살처럼, 냇물처럼, 바람처럼, 흙처럼, 나무는 이 지구별을 이루는 커다란 자리입니다. 그리고, 햇살과 냇물과 바람과 흙과 나무는 모두 사람이 있어 서로 예쁜 얼거리를 이루어요.


  나는 《키친》 둘째 권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를 생각합니다. 어 떤 영양성분으로 자라나는 나무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랑을 들려주어 자라나는 나무를 생각합니다. 84쪽에 나오는 사람이 “이것 봐요. 이제 알맞은 크기로 쏘옥 자라 줘라 했더니 진짜 딱 맞게 컸어요. 우리 아기(호박) 예쁘죠?” 하고 읊는 말마따나, ‘유기농’이 아닌 ‘사랑’으로 자라나는 푸성귀를 사랑으로 먹는 삶을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만화책 《키친》은 바로 나무를 말하는 만화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말하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나무를 말하는구나 싶어요.


- “혹시 전국 유기농 매장과 연계하는 사업계획 같은 거 있으세요? 아니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본격 푸드사업 계획 같은 거.” “아뇨, 그냥 제가 다 먹어요. 놀러온 친구들도 주고.” “그게 다예요?” (87쪽)

 


  내가 심은 나무를 내가 누립니다. 내가 심은 나무를 내 아이들이 누립니다. 내 아이들이 심은 나무를 이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이 누리겠지요. 그런데 내 할머니가 심은 나무를 나도 내 아이들도 누려요. 내 이웃이 심은 나무를 내가 누리기도 하고, 내가 심은 나무를 내 이웃이 누리기도 해요.


  내가 베푸는 사랑을 내가 누립니다. 내가 베푸는 사랑을 내 아이들이 누립니다. 내 아이들이 베푸는 사랑을 이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이 누리겠지요. 더욱이, 내 할머니가 베푼 사랑을 나도 내 아이들도 누려요. 내 이웃이 베푼 사랑을 내가 누리기도 하고, 내가 베푼 사랑을 내 이웃이 누리기도 해요.


  내가 마련한 밥을 내가 누립니다. 내가 마련한 밥을 내 아이들이 누립니다. 만화책 《키친》 둘째 권은 ‘내가 즐겁게 살아갈 곳’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즐겁게 살아갈 곳이란, ‘우리가 즐겁게 살아갈 나라’입니다. 우리가 즐겁게 살아갈 나라란, ‘나무가 아름드리로 우거지며 아름다운’ 곳입니다. (4345.8.22.물.ㅎㄲㅅㄱ)

 


― 키친 2 (조주희 글·그림,마녀의책장 펴냄,2010.2.25./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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