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를 그릴 때에 왜 자꾸 '불편'을 들먹일까. 이런 말을 들먹여야 책이 팔릴는지 모르지만, 도시살이가 '불편'하지, 시골살이가 불편할 일이란 없다. 어쨌든, 모두 도시에서 살고 책도 도시에서 소비되니 이런 말이 자꾸 퍼지는구나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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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행복하게 1- 시골 만화 에세이
홍연식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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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3.1.8.
 : 논고양이 만나는 고흥살이

 


- 아침에 차린 밥을 낮이 되도록 먹을 생각 않는 큰아이는 집에 떼어놓고 작은아이만 수레에 태워 마실을 나온다. 마실을 나온다기보다 서재도서관에 책을 갖다 놓으려고 살짝 길을 나서는 셈인데, 큰아이더러 밥을 다 먹어야 함께 마실을 다니지, 밥을 다 안 먹으면 아무 데도 함께 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또 말하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말로 해서 될 일이 아니리라. 곁에 달라붙어 밥 한 술 두 술 차근차근 먹도록 북돋울 노릇이리라. 집안일로 하루해 꼴딱 넘기는 나날을 보내면서 나 스스로 지친다고 여겨, 아이가 찬찬히 밥을 먹도록 못 이끌고는 괜히 나 스스로 골을 부리는 셈이 아닌가 싶다.

 

- 집과 서재도서관 사이는 아주 가깝다. 자전거를 몰면 1분쯤 걸릴까. 그런데, 작은아이는 이동안 수레에서 까무룩 잠든다. 덜컹거리는 흙길을 지나 서재도서관 앞에 닿으니 덜컹덜컹 하는 결에 살며시 눈을 뜨기는 하지만, 이내 무거운 눈꺼풀이 된다. 쿵쿵 흔들려도 다시 깨지 않는다.

 

- 작은아이가 잠들었으니 내려서 뛰어놀라 하지도 못하고, 도서관 청소도 못한다. 다시 집으로 간다. 가만히 안아 방으로 옮긴다. 겉옷 하나 벗기고 기저귀를 댄 다음 이불을 여민다. 그러고 나서 큰아이를 부른다. 자전거 타고 싶니? 그러면 밥 한 술 뜨고 와. 밥 한 술 떴니? 그러면 한 술 더 떠. 어머니한테 겉옷 내려 달라 해. 밥 한 술 더 뜨고 신 신어.

 

- 봉룡마을 길가에 있는 기름집으로 간다. 면소재지 수협주유소는 기름값이 너무 비싸 도무지 그곳에서 기름을 못 사겠다. 봉룡마을 작은 기름집은 1370원이라 한다. 이곳도 참 비싸지만 면소재지보다는 싸다. 300리터를 넣어 달라 하고 값을 미리 치른다. 면소재지로 달린다. 모레에 아버지가 인천으로 사진강의를 다녀와야 해서, 집에 몇 가지 먹을거리를 챙기려 한다. 오늘은 면에서 살 만한 먹을거리를 사고, 이듬날에는 읍에 가서 먹을거리 더 사 두어야지.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빈논에서 해바라기 즐기는 고양이를 여럿 만난다. 우리 마을에서도 이웃 마을에서도, 고양이들은 이렇게 논 한복판에서 해바라기를 하는구나. 논 한복판이라면 사람들이 해코지할 일도 없고, 해코지하려고 다가와도 곧 자리를 비킬 수 있으리라. 이 아이들은 논고양이라고 해야 할까. 논이나 밭은 모두 들이니까, 그냥 들고양이라고 할까.

 

- 우리 마을에 새 식구가 들어올 듯하다. 마을 안쪽 다른 빨래터 옆 빈집을 말끔히 고쳤다. 지붕과 대문과 마루 모두 퍽 돈을 들여 고쳤다. 누구일까. 누가 이 집에 들어올까. 귀촌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마을 누구네 아들이나 딸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셈일까. 며칠 지나면 곧 알 수 있겠지.

 

(최종규 . 2013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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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흙놀이 좋아

 


  함께 마실을 다니다 보면,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저희 눈길과 마음길 가는 대로 움직인다. 마땅한 노릇이리라. 어버이 눈길과 마음길 가는 대로만 따라다녀야 할 까닭이 없잖니. 흙놀이가 마실보다 더 좋은 산들보라는 걷다가 자꾸자꾸 길바닥 흙을 만지며 놀고 싶다. 그래, 너한테는 걷기보다 쪼그려앉아 흙 만지며 놀기가 훨씬 즐겁겠네. 434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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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기

 


  큰아이는 작은아이보다 크니까 멀찌감치 앞장서서 달리곤 하지만, 곧 다시 달려와서 함께 걷는다. 작은아이 곁에서 작은아이 걸음에 맞추어 나란히 걷는다. 그래, 먼저 저 앞으로 달려가도 되지. 다시 돌아오면 되니까. 너는 더 신나게 달리고 싶으니, 앞으로 달려가고는 뒤로 달려오면 되지. 나란히 걷다가 또 신나게 달리고, 다시 신나게 달려서 돌아오며, 새삼스레 함께 걸으면 되지. 434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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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와 고무신과 책

 


  아이들과 도시에서 살아갈 적에는 ‘자연·생태 그림책’을 바지런히 장만했습니다. 시골로 옮겨 한동안 지낼 적에도 ‘자연·생태 그림책’을 이럭저럭 장만했습니다. 이제 시골에서 여러 해 지내며 ‘자연·생태 그림책’을 거의 장만하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늘 마주하는 숲과 들과 메와 바다를 바라볼 때만큼 가슴을 울렁울렁 뛰도록 북돋우는 ‘자연·생태 그림책’은 좀처럼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속이나 땅속을 깊이 들여다보도록 돕는 몇 가지 그림책은 여러모로 볼 만하지만, 이 또한 아이들과 온몸으로 흙과 물을 부대끼면 훨씬 깊고 넓게 흙이랑 물을 느끼면서 알 수 있어요.


  내가 도시에서만 살아갔으면, ‘자연·생태 그림책’ 이야기를 줄기차게 썼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시에는 자연도 생태도 없으니까요. 도시에는 숲도 들도 메도 내도 바다도 없으니까요. 부산은 코앞에 바다가 있다지만, 막상 부산사람 스스로 바닷물을 ‘너른 목숨 살아가는 터’로 받아들인다고는 느끼지 못합니다. 그냥 바다가 코앞에 있을 뿐이에요.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고, 바다 앞에 아파트 높이 세울 뿐이에요. 자연이 있어도 자연을 느끼지 못하고, 숲이 있어도 숲을 돌보지 못해요.


  풀 한 포기를 아낄 때에 숲을 아낍니다. 꽃 한 송이를 사랑할 때에 이웃을 사랑합니다. 나무 한 그루를 보살필 때에 내 살붙이를 보살핍니다.


  비록 우리한테 땅뙈기 하나 아직 없지만, 대문을 열고 마실을 다니면, 온 마을 어디에나 논이고 밭입니다. 이웃논 이웃밭을 들여다보며 벼포기를 쓰다듬고 마늘잎을 어루만집니다. 들풀을 간질이고 들나무를 마주합니다. 벼포기 하나가 책이 되고, 들꽃 한 송이가 사전이 됩니다. 나무 한 그루가 도감이 되며, 구름 한 자락이 다큐멘터리가 됩니다. 434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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