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49
미우치 스즈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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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212

 


환하게 빛나는 생각
― 유리가면 49
 미우치 스즈에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2013.2.15./4500원

 


  미우치 스즈에 님 만화책 《유리가면》(대원씨아이,2013) 49권을 읽습니다. 《유리가면》 49권에서는 이야기 흐름을 빠르게 잇는 두 사람이 나옵니다. 먼저, 츠기카게 선생님이 마야 마음을 잘 붙잡고 다독이면서 이야기 흐름을 빠르게 잇습니다. 다음으로, 보라빛 장미로 나타나는 마스미 씨 곁에서 숨은 비서로 일하는 히지리라는 사람이 마스미 씨한테 당신 마음을 더는 숨기지 말고 참모습을 드러내라고 일깨우면서 이야기 흐름이 한결 빠르게 이어지도록 북돋웁니다. 바야흐로 《유리가면》도 막바지로 달리는 셈일까요. 길고 오래도록 꾸린 이야기를 마무리짓고자 차근차근 ‘고빗사위 없애기’로 접어드는 셈일까요.


  연극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만화 《유리가면》이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마야와 마스미 두 사람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사랑이 가장 큰 줄거리요 이야기입니다. 이제 49권에 이르러 마스미 씨는 단단히 다짐합니다. 49권을 마무리짓는 끝자락에서 마스미 씨는 “아버지! 제가 당신 ‘아들’을 연기하는 건 이걸로 끝입니다! 전 제 인생을 살겠어요(184쪽).” 하고 혼잣말을 합니다. 아하, 그렇지요. 만화책 《유리가면》에서 마야가 누구보다 연극, 곧 연기를 잘 하는 아이로 나오지만, 어느 모로 본다면, 마스미 씨야말로 연극, 그러니까 연기를 더할 나위 없이 잘 하던 사람이라 할 만합니다. 속내를 숨기며 기나긴 해를 살았고, 속마음을 감추며 온갖 일을 했으니까요. 이제 양아버지 앞에서 양아들 노릇을 하던 연극(연기)은 그만두고, 모든 이름과 돈과 힘을 내려놓고 사랑 하나로 달리겠다고 하는 마스미 씨 다짐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환하며 빛나는지요.


- “네, 어릴 때 공원에서 자주 연극놀이 하던 게 생각나서. 미끄럼틀 꼭대기가 산의 정상이나 절벽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미끄럼틀 자체가 성이 되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시소는 로켓 발사대, 그네는 정글의 나무덩굴. 나무덤불에 숨어서 닌자놀이도 했어요. 여길 보니 그때 생각이 나는 게 …… 재밌겠다 싶은 거 있죠?” (10∼11쪽)
- ‘방금 전 잠시 이 폐허가 매화골로 보였어. 왜지? 시력이 약해지니 마음속 이미지가 시각화된 건가? 그러고 보니 아까 그 바람도 매화골 바람이랑 닮았던 것 같아. 어떻게 이런 일이!’ (25쪽)

 


  연극에 온삶을 바치는 마유미라는 아가씨는 ‘내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연극에 온넋을 쏟는 마야라는 아가씨는 ‘즐거운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삶이 다르기에, 연극하는 몸짓이 다르고, 연극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다릅니다. 츠기카게 선생님은 두 아이가 얼마나 다른 넋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빙그레 웃습니다. 〈홍천녀〉 배역을 누구한테 줄는지는 처음부터 손꼽았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손꼽았다 하더라도, 두 가지 다른 삶을 바라보면서, 두 가지 다른 삶이 저마다 가장 어여삐 흐드러질 수 있기를 바라기에, 굳이 〈홍천녀〉가 아니더라도, 두 아이가 서로 다른 삶을 아름다이 꽃피울 때까지 ‘사랑을 스스로 느끼도록 가르치’고 싶어서 오래도록 담금질을 시킬 뿐입니다.


  마유미라는 아가씨한테는 연극이 온삶입니다. 모든 것을 연극에 바칩니다. 그래서 마유미라는 아가씨한테 돈이나 이름이나 힘이 대단히 크게 있더라도, 마유미라는 아가씨는 이를 대수로이 여기지 않아요. 굳이 이것들을 즐기거나 누리지 않아요. 오직 연극 한길에 온삶을 바치며 곁눈 파는 일 없이 갈 길만 걸어갈 뿐입니다.


  마야라는 아가씨는 온넋을 쏟아 연극을 하지요. 꼭 연극을 안 해도 돼요. 그러나, 어느 일을 하더라도 연극에 온넋을 쏟기 때문에, 다른 길을 걷거나 다른 삶을 일구어도 ‘연극을 즐기는 듯한’ 재미난 나날입니다. 연극 없이 못 산다는 하루가 아니라, 연극을 하며 삶을 재미나게 누린다는 하루예요.


- ‘그렇구나! ‘놀이’란 원래 상상력을 발휘해서 노는 거지? 부서진 승강장을 〈홍천녀〉의 세상으로 보고 연극을 하는 거야!’ (30쪽)
- “연극은 웅장한 ‘상상놀이’다. 자신들의 세상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109쪽)

 


  마유미는 가야 할 길을 뚜벅뚜벅 걷기 때문에, 나날이 새롭게 발돋움합니다. 새롭게 배우고 새롭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새롭게 배울 수 있을 뿐, 새롭게 가르치지는 못해요. 새로운 것을 맞닥뜨리면서 비로소 깨닫는데요, 스스로 새로운 것을 짓지는 못합니다.


  마야는 즐거운 길을 신나게 걷기 때문에, 나날이 새롭게 웃음꽃을 피웁니다. 새롭게 노래하고 새롭게 춤춥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빚습니다. 따로 누구를 가르친다거나 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야 곁에 있는 사람들은 마야를 바라보며 늘 새롭게 배워요. 마야는 누구를 가르치려 하는 생각이 없으나, 둘레 사람들한테 새 이야기를 늘 들려주기 때문에 ‘새로운 눈길과 마음길’을 가르치는 셈입니다. 즐거운 삶이 즐거운 연극이 되고, 즐거운 연극이 즐거운 사랑으로 거듭나요.


  온삶을 바치는 일이 ‘더 낮지’ 않습니다. 거룩하고 훌륭합니다. 온넋을 쏟는 일이 ‘더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야지요. 온삶을 바치되, 어떤 넋인가를 헤아려야지요. 딱딱하거나 차갑거나 메마른 넋이라 한다면, 웃음기 없거나 살가운 손길이 없는 넋이라 한다면, 이렇게 온삶을 바쳐서야 살아가는 재미나 즐거움이 어디에 있겠어요. 마유미가 자꾸 마야한테 뒤처진다고 느끼는 뿌리는 여기에 있어요. 마유미가 못하거나 잘못하는 일은 없어요. 그러나, 마유미는 스스로 즐거움이나 재미를 찾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며 느끼지 못해요. 그저 가야 할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에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데 아름다움을 연극으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데 사랑을 연극으로 나누지 못합니다.


- “땅, 바위 ,나무에도 신이 깃들어 있죠. 그들 모두를 관장하는 신도 있어요. 인간도 원래는 신이랍니다. 인간도 원래는 신? 모르겠어. 이게 무슨 소리지? ‘신’이란 게 뭐야?” (130쪽)
- ‘내가 생각하면 물도 움직인다. 내가 생각하면 물에 ‘신’이 깃든다!’ (135쪽)
-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은 서로 울리거든. 네가 끌리는 것처럼 그 사람도 네게 끌릴 테고, 네가 갈구하는 것처럼 그 사람도 널 갈구할 수밖에 없을 거야.” (166쪽)

 


  츠기카게 선생님이 마유미한테 〈홍천녀〉 연기를 시키는 까닭이 49권째에 살짝 드러납니다. 마유미가 혼자 폐허에서 연기를 해 보다가 문득 “내가 생각하면 물도 움직인다. 내가 생각하면 물에 ‘신’이 깃든다!” 하고 느낍니다. 그러나, 이렇게 느끼면서도 이 느낌이 무엇인지 아직 더 생각하지 못해요. 깊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50권째나 51권째에는 받아들일까 모르겠는데, 아마 마야가 〈홍천녀〉 연기를 하고, 마지막으로 츠기카게 선생님이 평가를 할 적에 비로소 뒷통수를 때리듯 깨우치지 않으랴 싶습니다.


  이와 달리, 마야는 주연 배우가 되느냐 마느냐는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창 연기를 하다가 마음이 축 처지면서 츠기카게 선생님한테 찾아갑니다. 당돌하거나 당차다기보다, 아직 어리고 어리숙합니다. 무엇보다 마야한테는 ‘나한테 찾아온 사랑’이 ‘즐거운 삶’인지 무엇인지 알쏭달쏭합니다. 마야 곁에는 이런 사랑과 삶을 차분히 알려주거나 들려줄 만한 벗이나 어른이 없습니다. 츠기카게 선생님은 연기를 가르친 스승이기 앞서, 삶을 일깨운 이슬떨이요, 사랑을 느끼도록 속삭이는 고운 벗이에요.


- “내 말을 명심해라. 만약 그 사람이 정말 내 영혼의 반쪽이라면 마음은 분명 너와 같을 터. 그런 태도를 취한 데는 필시 뭔가 사정이 있었을 게다.” (149쪽)
- “책임감과 동정만으로 결혼해 봤자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평생 체념과 괴로움 속에 살아가실 생각이세요 …… 그리고 행복해질 결심을 하는 겁니다. 앞으로 어떤 폭풍이 몰아칠지라도. 부디 자신에게 솔직해지십시오!” (163∼164쪽)


  환하게 빛나는 생각이 환하게 빛나는 삶을 부릅니다. 환하게 빛나는 생각으로 환하게 빛나는 사랑을 이룹니다. 빛나지 못하는 생각은 빛나지 못하는 삶을 부릅니다. 어두운 생각은 어두운 삶을 부릅니다. 스스로 품는 생각이 스스로 누리는 삶입니다. 스스로 짓는 생각이 스스로 걸어가는 길입니다. 4346.1.2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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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눈 195 : 손으로 만지는 책

 


  작은 가게가 문을 닫습니다. 왜냐하면 작은 가게로 찾아드는 손님이 줄기 때문입니다. 작은 가게에 가기보다 커다란 가게에 가서 더 값싸게 살 수 있다고 여기기도 하고, 큰 가게에 한 번 찾아가면 여러 갈래 가게가 두루 있으니, 다리품을 적게 들일 만하다고 여기곤 합니다. 그러나, 작은 가게가 문을 닫는 참된 까닭이라면, 큰 가게가 다루는 물건하고 똑같은 물건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큰 가게는 돈을 벌 생각으로 판을 더 크게 벌리는데, 작은 가게 또한 돈만 바라보는 얼거리에 스스로를 가둔 채 거듭날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예 문을 닫을밖에 없습니다.


  가게가 많지 않을 때에는 가게에 물건만 갖다 두면 이럭저럭 팔리겠지요. 이를테면 깊은 멧골짝에 가게 하나 있다 하면, 이 가게에 물건을 이럭저럭 두거나 물건값을 꽤 비싸게 매기더라도 이럭저럭 팔리기 마련입니다. 두멧시골에 작은 가게 하나 달랑 있으면, 이 작은 가게는 이럭저럭 장사가 되기 마련입니다.


  작은 책방이 문을 닫습니다. 어쩔 수 없는지 모르나, 작은 책방으로 찾아드는 책손이 줄기 때문입니다. 작은 책방보다 큰 책방으로 갑니다. 큰 책방에 ‘책 가짓수가 더 많다’고들 말하는데, 정작 큰 책방으로 가는 사람들이 큰 책방에서 장만하는 책은 ‘더 많은 가짓수’가 아닌 ‘잘 팔리는 책’, 곧 작은 책방에도 어엿하게 놓인 책입니다. 이제 퍽 많은 사람들이 큰 책방으로도 잘 안 가고 인터넷책방에서 책을 사곤 합니다. 큰 책방은 따로 인터넷책방을 엽니다. 처음부터 인터넷으로만 책을 다루는 책방도 있습니다. 이들 큰 책방이랑 인터넷책방이라 해서 ‘책 가짓수’가 더 많지 않습니다. 나는 두멧시골에서 살아가니까 여느 때에는 인터넷책방에 책을 주문해서 받지만, 내가 바라는 책치고 ‘하루 만에’ 오거나 ‘한 주 안에’ 오는 책은 드뭅니다. 어느 책은 보름이 지나서야 오고, 어느 책은 달포쯤 기다려야 받습니다. 큰 책방이건 인터넷책방이건 ‘모든 책을 갖추어 곧장 팔’ 수는 없습니다. 책시렁에 안 갖춘 책은 그때그때 출판사에 말해서 받은 다음 보내니, 내가 작은 책방에 전화를 걸어 주문한 다음 받거나 큰 책방이나 인터넷책방에 주문을 넣어 받거나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작은 책방이 자꾸 문을 닫는 까닭이란, 사람들이 사서 읽는 책이 외곬로 기울어지기 때문입니다. 큰 책방에 잔뜩 놓이고, 인터넷책방에서 그날그날 보내 줄 수 있는 ‘잘 팔리는 책’에 사람들 눈길이 더 기울어지기 때문이에요.


  한 나라가 아름답자면 서울이나 부산 같은 데에 사람들이 끔찍하게 몰려들지 않아야 합니다. 도시와 시골이 서로 알맞게 살림을 꾸려야 하고, 도시에도 숲과 논밭이 있어야 합니다. 책방과 책손과 출판사가 나란히 아름답게 어깨동무하자면, 삶과 사랑과 꿈을 살찌우는 책을 서로 아끼면서 북돋울 줄 알아야 하며, 책손 스스로 어떤 책으로 이녁 삶과 사랑과 꿈을 가꿀 때에 즐거운가 하고 새롭게 눈을 뜰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책은 손으로 만져서 읽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읽더라도 손가락 움직여 읽습니다. 컴퓨터도 손으로 움직이고, 종이책도 손으로 넘깁니다. 손이 하는 일을 느끼고, 몸이 움직이는 결을 헤아리며, 마음이 자라는 흐름을 알아챌 때에, 비로소 책읽기이고 삶읽기이며 사랑읽기가 됩니다. 4346.1.2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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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01-24 15:10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글 속에 들어 있는 '어깨동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정겹고도 절실하게 들립니다.ㅎㅎ

파란놀 2013-01-25 04:11   좋아요 0 | URL
책을 읽는 사람들 가슴속에서 좋은 사랑이 싹틀 수 있기를 빌어요
 


 ‘1인 단행본’ 6호 《시집 고흥》 (도서관일기 2013.1.2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인천에서 도서관을 열고 충청북도 음성으로 옮겨 꾸리는 동안 ‘1인 잡지’를 만들었다.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 1인 잡지는 모두 11호까지 냈다. 도서관살림과 집살림을 전남 고흥으로 옮긴 뒤부터 1인 잡지는 마감하고 ‘1인 단행본’을 만드는 한편, ‘도서관 이야기책’을 만든다. 이제 1인 단행본 6호를 내놓는다. 도서관 지킴이가 되는 분한테 책을 부치려고 봉투에 주소와 이름을 적고, 책을 한 권씩 넣어 테이프를 바른다. 혼자서 모든 일을 손으로 다 해야 하는 만큼, 한 번에 책을 다 부치지 못한다. 오늘은 이만큼 다음날은 저만큼, 조금씩 나눈다. 다 꾸린 소포는 자전거수레 뒤칸에 담는다. 큰아이만 자전거수레에 태워 우체국으로 달린다. 우체국에서 책을 부치면서, 시골 면소재지 우체국장 아주머니한테 1인 단행본 6호인 《시집 고흥》 한 권을 드린다.


  이번 1인 단행본 《시집 고흥》은 우리 네 식구 전남 고흥에서 살아가며 느낀 이야기를 갈무리한 싯노래 110꼭지를 그러모았다. 나는 시까지 쓸 생각은 딱히 없었으나, 이래저래 여러 시집을 읽으면서 ‘시가 이렇게 어지럽다면 나는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며 누리는 예쁜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담고 싶다’고 느꼈다. 한편, 내가 좋아하는 이웃이나 동무를 만날 적마다 ‘이녁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짤막짤막 쪽글로 쓰곤 했는데, 이 쪽글을 슬쩍 내밀다가 ‘이런 쪽글이 시라는 옷을 입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 《시집 고흥》에 실은 싯노래 110꼭지는 거의 모두 내 이웃이나 동무한테 선물한 쪽글이다. 곧, 내 고운 이웃이나 동무가 나한테 ‘싯노래라 하는 선물’을 베풀었다고 할까. 쓰기는 내가 쓰지만,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맑은 생각을 북돋운 님들은 모두 내 곁에 있다.


  그러고 보면, 싯노래를 쓸 때만이 아니라, 책 이야기를 쓰든 헌책방 이야기를 쓰든 우리 말글 이야기를 쓰든, 늘 내 곁 고운 벗님이 슬기로운 이야기샘이 되는구나 싶다. 저마다 내 마음속에 이야기씨앗을 뿌려 이야기싹이 트고 이야기꽃이 피어나도록 도와준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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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로 마실을 갈 적에, 청주에 있는 책방에서 이 만화책을 사려고 했는데, 매장에 없을 뿐더러, 일꾼들이 <피아노의 숲>이라는 만화를 모르더라. 음, 그럴 수 있는 일이리라 생각하면서도 퍽 서운하고 아쉬웠다. 할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할 테지만, 만화를 좋아하거나 아낀다는 사람으로서 <피아노의 숲>을 모른다고 한다면, 글쎄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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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22-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3년 1월
4,800원 → 4,32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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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아저씨 책읽기

 


  시골에 처음부터 책방이 없지 않았습니다. 시골에도 새책방과 헌책방이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골에는 새책방도 헌책방도 거의 자취를 감춥니다. 왜냐하면,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치기 무섭게 몽땅 도시로 가거든요. 게다가, 좀 똑똑하다 싶은 아이는 초등학교나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가까운 도시로 보내고, 꽤 똑똑하거나 집에 돈이 있다 싶은 아이라면 아예 서울에 있는 학교로 보내요.


  책은 어른도 읽지만 어린이도 읽고 푸름이도 읽습니다. 배우는 사람이 읽는 책입니다. 곧, 어른도 읽는 책이라 한다면, ‘어른도 배우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배우는 사람이기에 책을 읽지, 안 배우는 사람이라면 책을 안 읽습니다. 나이 일흔이나 여든에도 꾸준히 책읽기를 하는 분은, 당신 스스로 새 삶과 넋과 사랑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열대여섯 푸름이나 스물대여섯 젊은이가 책을 안 읽는다 한다면, 이녁 스스로 ‘배우고 싶은 삶’이 없이 물질문명에 끄달리거나 돈벌이·이름값에 휘둘린다는 뜻입니다.


  ㅂ씨가 앞장서서 새마을운동을 꾀할 적부터 시골이 왕창 무너지면서 시골마을이 흔들립니다. ㅂ씨가 앞장서지 않았어도 이씨 임금들이 다스린 조선 사회와 제국주의 일본이 다스린 식민지 때에도 시골마을은 무너졌습니다. 다만, 이들 노예 사회와 식민지 사회가 물러난 뒤, 시골사람은 스스로 시골을 아끼면서 일으키려고 애썼는데, 독재정권을 세우는 여러 권력자가 사람들을 바보스럽게 길들이려고 제도권교육을 꾀하며 학교에 등급을 매기고 대학입학시험 굴레를 만드니, 사람들은 이 덫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왜 도시에 가서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되어야 할까요. 왜 전문직이라 하는 의사나 판사나 뭣뭣이 되어야 할까요. 왜 시골 흙일꾼이나 고기잡이로 살아가면 안 될까요.


  종이책도 책이지만, 풀과 나무와 새와 구름과 별도 책입니다. 하늘에서 책을 읽고 바람과 책을 읽으며 냇물이랑 책을 읽습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아니더라도, 어니스트 톰슨 시튼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숲에서 이야기를 얻어 종이에 글을 쓴 다음 책을 묶습니다. 숲에서 이야기를 얻기에, 다시금 숲에서 얻은 나무를 다듬어 종이를 빚어 책을 엮습니다.


  이제 시골에는 새책방도 헌책방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기에, 이 같은 모습으로서는 시골에서 책을 장만해서 읽기란 매우 아득합니다. 시골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인터넷책방’을 쓸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시골사람인 나는 인터넷책방에서 책을 꽤 장만합니다. 도시에 있는 책방까지 나들이를 할 겨를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때때로 도시로 볼일을 보러 다녀야 하곤 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지만 도시에 나갈 일이 아예 없지 않아요. 그래서, 여느 때에 푼푼이 돈을 그러모읍니다. 도시로 볼일을 보러 나갈 적에 책을 잔뜩 장만합니다. 그러고는 택배를 불러 시골집으로 책을 부치지요. 도시로 볼일을 보러 나갈 적에, 도시에 있는 작은 책방에서 오십만 원어치이든 백만 원어치이든 책을 장만합니다. 인터넷목록만 살필 적하고, 몸소 책방마실을 해서 손으로 만질 적은 사뭇 달라요. 인터넷목록을 살피다가도 ‘뒤늦게 알아채는 아름다운 책’이 있습니다만, 손으로 책시렁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살필 때에 ‘제때 알아보지 못한 아름다운 책’을 훨씬 많이 만나요.


  시골사람은 시골에서 살아가기에 즐겁습니다. 종이책을 꼭 읽어야 한다면, 굳이 시골에 남지 말고 도시로 갈 노릇입니다. 이제 종이책 다루는 책방은 거의 도시에만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즈음은 시골마다 군립도서관을 꽤 예쁘며 알차게 잘 지어 돌봅니다. 시골 군립도서관에 책을 주문해서 빌려 읽으면 돼요. 돈이 적거나 없으면 빌려서 읽으면 되지요. ‘내 것’으로 책을 갖고 싶으면, 돈을 천천히 그러모아서 사면 돼요. ‘내 것’이란, 이야기를 내 것으로 삼을 수 있지, 물건은 내 것으로 삼을 수 없어요. 집안에 들인 책꽂이에 천 권 만 권 꽂는대서 ‘내 것’인 책이 아닙니다. 내 마음속에 깃들 때에 비로소 ‘내 것’인 책입니다.


  시골에서 어린 나날 보내거나 푸른 나날 누리는 예쁜 벗님들은 굳이 ‘물건으로서 바라보는 책’에는 마음을 덜 기울이기를 바라요. ‘물건인 책’은 나중에 얼마든지 장만할 수 있어요. 나중에 돈 많이 벌어 실컷 장만하면 돼요. 어린 시골 벗님과 푸른 시골 벗님은 ‘마음을 살찌우는 이야기’를 읍내 군립도서관이나 면소재지 작은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시골 도서관을 아끼고 사랑하다 보면, 시골마을에도 어여쁘며 해맑은 ‘새책방이나 헌책방’이 씩씩하게 태어날 길이 열릴 테니까요. 4346.1.2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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