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감은빛님의 "도서정가제에 대한 오해와 개인 의견"

 

 

감은빛 님이 쓰신 글은,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조금만 생각하고 살펴도
누구나 알아채고 알아낼 수 있는 대목,
아니 기본으로 깨닫고 헤아릴 대목이라고 느껴요.

 

그러나 현실 사회에서는 이조차
제대로 살피거나 헤아리지 않은 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느니 찬성하느니 하면서
편가르기를 하면서 힘싸움 하는 얼거리를 몰아갑니다.

 

책값도 할인율도 무엇도 하나도 대수롭지 않아요.
대수로운 한 가지는 오직 하나,
'책'이지요.

 

나는 내가 쓴 책들이 여러 해 지났대서
이 책들을 출판사에서 20% 넘게 에누리해서 판다면
작가인 나 스스로 그 출판사하고는
절필을 합니다. 곧, 내가 책을 낸 출판사는
내 책이 아닌 다른 작가 책이라 하더라도
펴낸 지 여러 해 지났어도 20% 넘는 에누리를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그게 '책'이니까요.

 

구간할인이라는 핑계로 반값으로 인터넷책방에서 팔기도 하는 책이 있는데
<난 쏘 공> 같은 책을 구간할인으로 파는 일이란 없겠지요.
'책'이니까요.

 

<몽실 언니> 같은 책을 구간할인 적용시켜서 아이들한테 읽혀야 할까
하고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책다운 책, 책으로 읽을 책, 책을 읽을 우리들 몸가짐,
이 모두를 어떻게 살펴야 하는가를
스스로 느끼며 올바르게 추스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도서정가제를 놓고 이래저래 여러 단체와 지식인들 말이 많은데,
저는 어느 쪽에도 마음이 안 닿습니다.
모두 '책' 이야기하고는 동떨어진 주의주장만 하는 듯싶더군요.

 

동네서점이 살아날 수 있으려면,
사람들 삶이 먼저 달라져야 하고,
사람들 스스로 돈벌이에 목을 매다는 나날이 아닌
사랑과 꿈을 찾는 나날이 될 수 있어야 해요.

 

귀촌이나 귀농을 하는 사람들조차
책을 안 읽거나 못 읽거든요.
도시에서도 바쁜 사람은 시골에서도 바쁘고 말아요.

 

곧, 시골에서도 느긋한 넋이어야
도시에서도 느긋하게 살아가며
책이든 이웃이든 어깨동무하면서
삶을 빛낼 수 있어요.

 

정부는 핵발전소 늘리기는 그만둔다 하지만
화력발전소를 끔찍하게 짓는 쪽으로 돌아가요.
그런데, 이 대목을 비판할 수 있는 가슴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무쪼록, 알라딘서재에서
곁길로 새는 주의주장 아닌,
'책'을 한복판에 놓고,
삶을 일구는 이야기를 빚는 목소리가
차츰 솟아날 수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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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포동

 


아파트가 높이 솟는다.
옛 저잣거리에 지붕 선다.
길마다 자동차 들썩인다.
지하상가 길게 이어진다.

 

그런데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언제나 바람이랑
살며시 흐르던데.

 

가을꽃 지면서
겨울나무 자고
봄풀 천천히 꿈꾸며
새날 기다린다.

 


4345.12.1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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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글쓰기

 


  올해에 새로 펴낼 책에 깃들 글을 쓴다. 책이 나오기 앞서까지 아무한테도 안 보여줄 수 있으나, 내 마음은 글이 어느 만큼 무르익을 무렵 조금씩 누리집에 띄워서 사람들 생각을 들어 볼까 한다. 짠 하고 책을 내놓아도 즐겁지만, 내 고운 글벗들한테 글을 먼저 보여주면서 반갑거나 아쉽다 느끼는 대목으로 무엇이 있는가를 귀기울여 들을 수 있어도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아직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고 홀로 담는 글을 쓴다.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었으니 나만 가슴에 담는 글일 텐데, 나 혼자 이 글들을 가슴으로 건사하면서 살짝 두근두근한다. 언제쯤 이 즐거운 글을 내 글벗들한테 보여주면 재미있을까. 이 즐거운 글을 내 글벗들도 재미있게 받아들여 줄까. 4346.1.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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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애쉬님의 "알라딘은 왜 그랬을까"

 

 

작은 출판사들은 모두 '물밑'에서 애써요. 그러나, 작은 출판사들 애쓰는 모습을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에서 다루는 일은 거의 없어요. 큰 출판사들이 파주에서 벌이는 잔치나 건물을 놓고 이런 기사 저런 소개가 있을 뿐이지요.

 

큰 출판사는 워낙 출간종수가 많아, 어차피 오래된 책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쉬 절판시키니까, 구간할인을 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아요. 작은 출판사는 오래된 책이든 새로 내는 책이든 모두 애틋하기 때문에 구간할인을 해 주고픈 마음이 거의 없어요. 인터넷책방 구간할인 반값으로 왕창 깎으려 하면 작은 출판사로서는 애써 낸 책을 차라리 절판시키는 길로 가고 마는데, 큰 출판사에서와는 느낌이 아주 다르지요.

 

큰 출판사가 보여주는 모습과 작은 출판사가 품는 마음은 사뭇 달라요. 이런 이야기를 신문에서 옳게 다룰 수 있자면 지면 몇 쪽은 털어야 할 텐데, 그렇게 하는 신문이 없고, 잡지도 여러 쪽을 털어 찬찬히 다루어 주지 않아요.

 

알라딘이나 인터파크 같은 인터넷책방도 모두 소매상이니, 이들 책방이 모두 도매상에서 책을 가져다 쓰게 하면... 아무런 문제도 말도 탈도 없으리라 느껴요. 출판사는 도매상한테만 책을 주고, 소매상은 도매상에서만 책을 갖다 쓰도록 하는 얼거리... 지난날에는 기본이었으나, 이제는 아련한 꿈과 같은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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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175 : 다정(多情)


이쯤 되면 다정(多情)은 틀림없는 병이다
《편해문-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소나무,2012) 86쪽

 

  한자말 ‘다정’을 쓰고 싶을 때에는 그냥 쓰면 됩니다. 따로 한자를 밝히면서 묶음표에 적지 않아도 됩니다. 이처럼 묶음표를 따로 쳐서 밝혀야 하는 낱말이라면, 한국사람이 쓸 만하지 않은 낱말인 한편, 한국말이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한국사람이 꽤 많이 먹는다고 하는 어느 과자는 ‘情’이라고 하는 한자를 드러내어 씁니다. 한글로 ‘정’이라 쓰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묶음표를 치면서 ‘정(情)’처럼 쓰지도 않아요. 그냥 ‘情’이라고만 씁니다.


  이러한 말씀씀이를 올바로 바라보는 사람이 너무 적은데, 한글로 안 적고 다른 글로 적는 낱말, 이를테면 한자로 적거나 알파벳으로 적거나 가나로 적는 글은 한국글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닙니다. 바깥말이요 바깥글입니다.


  ‘러브’나 ‘love’는 한국글도 한국말도 아닙니다. ‘마인드’나 ‘mind’는 한국글도 한국말도 아니에요. ‘스토리’나 ‘story’ 또한 한국글도 한국말도 아니지요. 한국말이요 한국글이 되자면, ‘사랑’과 ‘마음’과 ‘이야기’여야 합니다. 곧, ‘다정’이 되든 ‘정’이 되든 한국말이나 한국글이 아닌 줄 깨달아야 합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땅에서 쓸 한국말을 슬기롭게 찾고 생각하며 알아야 할 노릇입니다.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다정(多情)’은 “정이 많음. 또는 정분이 두터움”을 뜻한다 합니다. ‘정(情)’은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을 뜻한다 합니다. ‘정분(情分)’은 “사귀어서 정이 든 정도”를 뜻한다 합니다. 이 같은 말풀이로는 세 가지 한자말 ‘다정-정-정분’을 헤아리기 힘들지만, 가만히 살피면 ‘마음’을 조금씩 달리 나타내는구나 하고 짚을 만합니다.

 

 다정(多情)은 틀림없는 병이다
→ 따순 마음은 틀림없이 병이다
→ 따순 손길은 틀림없이 병이다
→ 따스함은 틀림없이 병이다
→ 살가운 마음은 틀림없이 병이다
→ 살가움은 틀림없이 병이다
 …

 

  한국말은 한국말입니다. 한국말은 한겨레가 먼먼 옛날부터 이 땅에서 살아오며 이웃과 나누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한겨레 삶빛이 드러나고, 한겨레 삶무늬가 나타나며, 한겨레 삶사랑이 샘솟는 한국말입니다.


  한국말은 “빙그레 웃다”요 “싱긋 웃다”이며 “방실방실 웃다”입니다. 빙글빙글 웃기도 하고, 싱긋빙긋 웃기도 하며, 빙긋빙긋 웃기도 합니다. 웃음을 나타내거나 가리키는 낱말은 끝이 없어요. 사람마다 다 달리 나타내고, 때와 자리에 따라 늘 다르게 보여줍니다.


  우리 마음은 언제나 다릅니다. 언제나 다른 마음이라서 “따순 마음”일 때가 있고 “따스한 마음”일 때가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이기도 하며 “따사로운 마음”이기도 해요. “뜨뜻한 마음”이라든지 “뜨거운 마음”일 때가 있을 테고, “보드라운 마음”이거나 “포근한 마음”일 때가 있어요.


  한자말이자 바깥말인 ‘다정-정-정분’하고 1:1로 맞춤할 만한 한국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따스함-따뜻함-따숨-따사로움-뜨거움-포근함’ 같은 한국말하고 1:1로 맞춤할 만한 한자말이나 바깥말 또한 없습니다. 서로 다른 삶자리에 따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나누던 말인 만큼 1:1로 맞출 수 없어요.


  따스한 마음은 ‘살갑다’ 할 수 있습니다. 살가운 마음은 ‘사랑스럽다’ 할 수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마음은 ‘넉넉하다’ 할 수 있어요. 넉넉한 마음은 또 무엇이라 할 만할까요.


  생각을 해 봐요. 생각을 차근차근 이어 봐요. 마음을 헤아려 보셔요. “정을 나눈다”고 하는 말은 무슨 소리인지 생각을 해 봐요. “마음을 나눈다”고 말한다면, 이때에 무슨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가 생각을 해 봐요. “따스함을 나눈다”라든지 “넉넉함을 나눈다”라든지 “사랑을 나눈다”라든지, 이런 한국말을 ‘정’이나 ‘다정’이나 ‘정분’이라는 한자말이나 바깥말로는 가리키지 못할 테지요.


  마음을 기울일 때에 알맞게 쓸 말을 찾습니다. 마음을 쏟으면서 내 뜻 알뜰살뜰 꽃피울 말을 깨닫습니다. 한국말 ‘마음’과 ‘사랑’은 뜻도 테두리도 쓰임새도 넓이도 깊이도 끝이 없는 아름다운 낱말입니다. 4346.1.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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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따순 마음은 틀림없이 병이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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