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3.2.2. 두 아이―나란히 그림놀이

 


  그림종이 펼친 누나 곁에서 똑같이 그림놀이 하겠다는 산들보라는 누나 눈치를 보면서 손을 대도 될는지 안 될는지 엿본다. 아버지가 그린 그림 옆에 죽죽 금을 긋다가 누나가 너 왜 여기에 그렸느냐고 한 소리 하니 끽 소리 못하고 손가락으로 혀를 긁으며 조용히 있는다. 434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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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네 한솥밥 민들레 그림책 8
백석 지음, 강우근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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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46

 


맛난 아침과 맑은 웃음
― 개구리네 한솥밥
 백석 글,강우근 그림
 길벗어린이 펴냄,2006.11.1./9000원

 


  아침을 차립니다. 아이들 깨어나서 신나게 놀 무렵 곰곰이 생각을 기울여 아침을 차립니다. 아침마다 새로 짓는 밥이기에 쌀은 어젯밤에 미리 불립니다. 국으로 끓일 여러 가지를 미리 챙깁니다. 아이들이 배고파 무언가 먹을거리를 찾기 앞서 밥물을 안칩니다. 오늘은 푸성귀 하나를 데치고, 숙주나물과 표고버섯을 버무려 데치기로 합니다. 어제 이렇게 한 번 차리는데, 두 아이 다 잘 먹더군요.


  밥이 끓을 무렵 감자와 양파와 무를 썹니다. 국 끓일 냄비에 불을 올리고, 썰어 둔 감자와 양파와 무를 넣습니다. 버섯도 조금 썰어 국냄비에 넣습니다. 다른 냄비에는 물만 넣고 끓이다가 소금을 풀어 간을 맞춥니다. 그러고는 미리 헹군 푸성귀를 폴폴 끓는 냄비에 넣어 데칩니다. 이러면서 두부 반 모와 곤약 한 덩이를 헹군 뒤, 숙주나물과 표고버섯 데치는 냄비에 함께 넣습니다.


  국냄비 밑물은 어제 푸성귀를 데친 다음, 숙주나물과 표고버섯을 데친 물입니다. 오늘 푸성귀를 데친 다음, 숙주나물과 표고버섯 데친 물은, 또 이듬날 국을 끓일 때에 쓰면 되지요. 다시마를 몇 시간 즈음 불린 물로 국을 끓일 때에도 맛난데, 푸성귀를 데친 물로 국을 끓여도 맛납니다.


  밥은 먼저 다 됩니다. 데친 나물을 그릇에 담습니다. 두 아이를 부릅니다. 밥상에 수저 놓으라 이릅니다. 다 된 밥은 조금 식어 바로 먹어도 될 만큼 따스합니다. 국을 뜨고 두부를 꺼내 알맞게 썹니다. 이동안 세발나물을 헹구어 그릇에 담습니다. 두 가지 나물은 데치고, 한 가지 나물은 날푸성귀입니다. 여기에, 양배추랑 깻잎을 썰어 날푸성귀 하나를 더 마련합니다.


  밥상이 거의 풀밭이네 싶은데, 풀밭인 밥상이 내 몸에 잘 맞는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이 밥상을 아이들이 얼마나 잘 먹을까 하고 곱씹어 봅니다. 내가 혼자 살 적에는 이런 밥상을 차린 일이 없다고 떠올립니다. 처음 혼인해서 살 적에도 이만 한 밥상을 꾸린 적이 없다고 떠올립니다. 날마다 조금씩 배우고, 나날이 내 몸을 가다듬으면서 오늘과 같은 밥상을 차리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이 바라는 밥상이 이와 같은 모습이기에, 차츰차츰 내 밥상을 이렇게 꾸리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풀밭 밥상을 차리면 풀을 듬뿍 먹습니다. 풀밭 밥상을 먹으면 풀내음 나는 똥을 눕니다. 들풀이 내 몸으로 스며듭니다. 풀빛이 내 마음으로 젖어들어요. 내가 먹을 밥을 내 손으로 일굴 때에 내 몸이 가장 좋아한다는 말을 되새깁니다. 어떤 대단한 먹을거리를 차려야 하지 않겠지요. 내 몸이 기뻐하고 내 마음이 홀가분한 먹을거리를 마련하면 아름다운 하루를 누리겠지요.

 

 


.. 불을 받아 준 개똥벌레, 짐을 져다 준 하늘소, 길을 치워 준 쇠똥구리, 방아 찧어 준 방아깨비, 밥을 지어 준 소시랑게, 모두모두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었네 ..  (38쪽)


  백석 님 글에 강우근 님이 그림을 붙인 그림책 《개구리네 한솥밥》(길벗어린이,2006)을 읽습니다. 백석 님은 어떤 넋으로 〈개구리네 한솥밥〉과 같은 글을 썼을까요. 강우근 님은 어떤 얼로 그림을 그려 새로운 이야기책 《개구리네 한솥밥》을 꾸렸을까요.


  개구리 곁에 개똥벌레가 있습니다. 개똥벌레 곁에 하늘소가 있습니다. 하늘소 곁에 쇠똥구리가 있고, 쇠똥구리 곁에 방아깨비가 있어요. 방아깨비는 소시랑게와 이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서로가 서로를 좋아합니다. 한솥밥이란 함께 먹는 밥이요, 함께 즐기는 삶입니다. 평화로운 밥이면서, 아름다운 삶입니다.


  나한테 즐거운 일은 이웃한테도 즐거운 일입니다. 내가 기쁘게 누리는 놀이는 동무하고도 기쁘게 누리는 놀이입니다. 나한테 슬픈 일은 이웃한테도 슬픈 일이 될 테지요. 맛나게 밥을 먹으면서 맑게 웃고, 밥을 못 먹으며 배를 곯는다면 힘겹게 울 테지요.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오늘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요. 경제개발이란 무엇이고, 우주개발은 또 무엇일까요. 새 고속도로는 우리 삶에 어떤 이바지를 하고, 공장 하나 더 짓거나 새 손전화기 하나 거듭 만드는 일은 우리 삶을 얼마나 빛낼 만한가요.


  들판에 풀이 자라고, 숲에서 나무가 자랍니다. 풀 한 포기는 아이가 먹어도 맛나고 할머니가 먹어도 맛납니다. 나무열매는 내가 먹어도 맛있고 남이 먹어도 맛있습니다. 햇살은 골고루 내리쬡니다. 바람은 산뜻하게 붑니다. 따사로운 하루가 찾아들고, 즐거운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434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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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2-04 15:05   좋아요 0 | URL
백석 시인이 쓴 책이군요.

밥상이 거의 풀밭이 되려면 손이 많이 간 밥상이에요. 풀로 반찬을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들어요. 정성과 영양이 듬뿍 담긴 밥상으로 최고죠.
채식이 몸에 좋다고 하니 이런 밥상을 많이 차릴려고 노력한답니다. 소화도 잘 돼서 좋아요. ^^

파란놀 2013-02-04 21:43   좋아요 0 | URL
에고... 그런데, 풀밥상에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 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요.... ㅠ.ㅜ
고기 반찬이나 뭐 이것저것 조리하는 반찬은
참말 외려 손이 덜 가는데...
 

동백마을

 


자다가 쉬 마려
아버지 불러 깨우고는
대청마루 오줌그릇
쪼르르 누는데
사그락사그락
하얀 눈
마당에 쌓이는 소리.

 

아침에 일어나
방문 벌컥 열어
마당을 내다보니
사부작사부작
그나마 쌓인 눈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함께
스르르 녹는 소리.

 


4345.12.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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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 책읽기

 


  맨 먼저 피는 꽃은 없습니다. 꽃은 서로 다투지 않아요. 풀포기는 같은 자리에 뿌리를 내려 서로 엉키기도 합니다. 뿌리가 서로 엉키며 어느 한쪽이 더 기운을 내어 다른 뿌리를 말려죽일 수 있을 테지만, 밭에서 김을 매고 보면, 온갖 풀이 뿌리가 하나로 엉킨 채 씩씩하게 자라곤 합니다. 조금 일찍 피었다가 지는 꽃이 있고, 나란히 피며 나란히 지는 꽃이 있어요. 때에 맞추어 피는 꽃이지, 맨 첫째로 피거나 둘째로 피거나 하면서 다툴 일이 없습니다. 서로서로 알맞게 피고, 서로서로 즐겁게 씨앗을 맺어, 서로서로 흙숨 나누어 맡습니다.


  풀이 서로 다투거나 겨루기를 한다면, 아마 스스로 씨가 마르겠지요. 한 가지 풀만 자라는 땅은 기름지지 못하거든요. 여러 풀이 자라면서 여러 기운이 스미는 땅이 될 때에 기름지거든요.


  냉이꽃 조그맣고 하얀 꽃송이 벌어집니다. 겨울비 지나고 들판 촉촉하고 보드랍게 녹은 이듬날, 논둑과 들판마다 조그마한 들꽃이 잔치를 벌입니다. 아직 흐드러진 잔치는 아니요, 천천히 노래하는 잔치입니다. 머잖아 하얗게 파랗게 노랗게 발갛게 잔치마당 이루어지겠지요.


  아이들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거닐다 냉이꽃 몇 송이 바라봅니다.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는 군내버스 타고 이웃마을 지날 적에도 ‘저기 냉이꽃 피었네’ 하고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434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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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는 글쓰기

 


  고흥에서만 살고 보면, 이웃한 순천이나 장흥으로 가더라도 숨이 막히는구나 싶습니다. 바람이 다르고 물과 햇살이 다르니까요. 고흥으로 오기 앞서 인천에서 살던 때를 떠올립니다. 인천에서 옆지기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인천에서 골목마실을 하며 골목밭이나 골목꽃을 누릴 때에는 조금씩 숨을 틀 수 있지만, 빽빽하게 들어찬 시멘트집과 아스팔트길은 숨통을 죕니다. 끝없이 지나가는 자동차는 매캐한 바람을 일으킵니다.


  짐을 싣기도 하고, 이곳에서 저곳까지 더 빨리 달리도록 한다는 자동차라지만, 자동차는 참말 사람한테 도움이 될까 궁금합니다. 자동차에 짐을 실으면서 내 몸은 차츰 무디어지는구나 싶어요. 이곳에서 저곳까지 더 빨리 달리면서 정작 이웃들 살아가는 마을을 지나치거나 잊기 쉽게 이끄는구나 싶어요.

 

  숨통을 트는 곳은 사람이 걸어다니는 곳입니다. 사람이 걷지 않고 자동차로 움직이거나 도시처럼 전철로 움직이는 데에서는 숨이 막힙니다. 고속도로를 무시무시하게 내달리는 고속버스 잔뜩 모인 곳에서는 숨이 갑갑합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달리면 몇 군데 쉼터에서 쉰다지만, 쉰다기보다 가까스로 숨을 돌릴 뿐입니다. 곰곰이 따지자면, 도시를 키우면서 시골을 죽이려고 고속도로를 놓는구나 싶습니다. 시골마을 둘로 셋으로 쪼개고, 시골마을 시끄럽게 하고, 시골마을 둘레에 매캐한 배기가스 흩뿌리는 고속도로인걸요. 고속도로 달리는 사람은 이곳에서 저곳까지 더 빨리 간다지만, 고속도로를 옆에 끼고 스무 해 쉰 해 백 해 살아갈 사람은 어쩌나요.


  고속도로를 놓으며 시골사람이 고향마을 떠나도록 내몰아요. 고속도로가 놓이면 시골사람도 ‘도시로 마실 가기 수월해진다’고 생각하면서, 참말 아이들이 몽땅 도시로 떠나요. ‘교통이 좋다’는 말이란, ‘도시로 가기 좋다’는 말이지, ‘시골에서 살기 좋다’는 말이 아니에요. 도시에서도 ‘교통이 좋다’는 말이란, ‘물질문명 누리느라 돈을 쓸 시내 한복판으로 가기 좋다’는 말이지, ‘살림 꾸리며 지내기 좋다’는 말이 아니에요.


  문득 깨닫습니다. 인천에서 살던 때, 가끔 시골로 나들이를 다니면 숨통이 트였습니다.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면 숨통이 막혔습니다. 그래요, 시골 고흥에서 살아가니까, 고흥 두멧시골에서 아이들과 있을 적에는 숨통이 늘 맑게 트입니다. 읍내나 면소재지로만 나가더라도 숨통이 막히고, 순천이나 장흥이나 보성으로만 나가더라도 숨통이 막힐밖에 없습니다. 두 다리로 논둑길이나 숲길을 거닐면 숨길이 열립니다. 자전거수레에 아이들 태우고 천천히 이웃마을 드나들며 들과 숲을 누리면 숨길이 뚫립니다.


  넓은 찻길과 자동차가 숨통을 죕니다. 고속도로와 기찻길이 숨통을 죕니다. 공장과 골프장이 숨통을 죕니다. 아파트와 빽빽한 시멘트집이 숨통을 죕니다. 양복쟁이 회사원과 공무원이 숨통을 죕니다.


  흙은 숨통을 터 줍니다. 풀과 나무는 숨통을 열어 줍니다. 구름과 바람과 햇살은 숨통을 보듬어 줍니다. 바다와 들과 숲은 숨통을 사랑해 줍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며 글을 쓰는 사람은 숨을 쉬고 싶어 글을 쓰겠지요. 바람맛을 느껴요. 하늘내음을 맡아요. 바람 이야기를 쓰고, 하늘 이야기를 나누어요. 숨을 쉬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그래야, 내 마음부터 열 수 있고, 내 마음부터 열 때에 서로 사랑을 열 수 있겠지요. 434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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