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응식 님 사진세계가 너무 안 알려지고, 제대로 읽히지 못하는 흐름을 돌아보면, 사진문고로 임응식 님 이야기를 하는 책은 몹시 반갑다. 이제서야 나올까? 왜 임응식 님 사진 이야기는 이제서야 나올까? 그러나, 이제부터 잘 읽히며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으면 아름다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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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응식 Limb Eung Sik
임응식 지음, 지상현, 열화당 편집부 글 / 열화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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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3월 1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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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체국 가는 길 (도서관일기 2013.3.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우체국으로 간다. 작은아이는 집에서 일찍 잠들어 큰아이만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우체국으로 간다. 고흥으로 자리잡은 지 세 해째 되는 올해에 드디어 새로 만든 ‘고흥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이름 찍은 하얀 봉투에, 도서관 이야기책 《삶말》을 한 권씩 넣어서 우체국으로 간다. 사진책도서관이자 서재도서관이 아름답고 씩씩하게 시골마을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분들한테 작은 책 하나씩 부치려고 우체국으로 간다.


  봄날이지만 오늘은 바람이 모질게 분다. 맞바람 드세다. 그래, 마지막 모진 바람이겠거니 여기며 달린다. 등판에 땀이 후줄근하게 흐른다. 수레에 앉은 아이는 “아버지 힘들어요? 아버지 왜 힘들어요?” 하고 묻는다. 모르니까 묻겠지. 그래, 너 스스로 더 자라고 더 자라서 네 자전거를 네 힘으로 달려 봐. 게다가, 네 자전거 뒤에 아버지랑 어머니를 수레에 앉혀 태우고 달려 봐. 그러면 알 테니까. 입으로 이야기를 해 준들 알겠니. 사진으로 보여준들 알겠니. 누구나 삶으로 겪으면서 마음 깊이 아로새길 때에 비로소 알 수 있단다.


  구름을 바라본다. 하늘을 바라본다. 햇살조각 드리우는 논과 밭을 바라본다. 멧봉우리를 바라본다. 마을을 바라본다. 자동차 거의 안 다니는 호젓한 시골길 달리면서 큰아이가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는다. 맞바람만 아니라면 아버지도 노래를 하겠는데. 그러다 문득, 맞바람 치더라도 노래는 노래대로 하면 되잖니, 하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불러 본다. 그런데 큰아이가 아버지는 부르지 말란다. 큰아이 제가 부를 테니까 아버지는 조용히 듣기만 하란다. 쳇. 너만 혼자 신나게 부르면 되니? 같이 좀 부르자고.


  우체국에서 집으로 돌아간다. 우체국까지 가는 길이나 우체국에서 돌아오는 길이나, 시골길은 오롯이 우리 차지가 된다. 봄이 되어 봄새 울음소리 온 들판과 마을에 살며시 내려앉는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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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바람과 봄아이 (도서관일기 2013.3.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봄을 맞은 아이들은 마당에서 내처 뛰어논다. 겨울에도 아이들은 마당에서 뛰놀기를 좋아했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언제나 이 모습대로 뛰어놀겠지. 도서관에 함께 가면, 아이들은 책 들여다보기다는 이 골마루 저 골마루 뛰거나 기거나 나르거나 사다리 타거나 하며 놀기를 훨씬 좋아한다. 여섯 살 세 살 아이들더러 무슨 책을 읽으라 하겠나. 키 크고 몸 자라는 아이들로서는 뛰고 구르고 놀고 달리고 넘어지고 하는 모든 움직임이 이녁 삶이면서 일일 텐데.


  여섯 살 큰아이하고 글씨쓰기를 한달지라도, 여섯 살 아이한테는 놀이가 될 뿐이다. 세 살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서 글씨쓰기를 흉내내지만, 이내 다른 놀이로 빠져든다. 일곱 살이나 여덟 살 되면, 아홉 살이나 열 살 되면, 얼마나 달라질까.


  책이 어디로 내뺄 일 없으니, 애써 일찌감치 읽히려 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우리 도서관 책을 읽기로 마음먹는다면 몇 해쯤 걸려 다 읽어낼까. 아마 다 못 읽을 수 있고, 무척 빨리 다 읽어내고는 새로운 책을 바랄 수 있으리라. 아이들이 시골집과 시골도서관에서 자라면서 마주하는 책을 바라보며 즐겁다. 나로서는 어린 날 바깥에서 뛰어놀기만 했을 뿐, 이런 책 저런 책 흐드러지게 누리지 못했다. 내가 못 누리던 책들을 아이들이 실컷 누리는 한편, 어떤 학과공부나 숙제에 얽히지 않고 홀가분하게 놀며 삶을 배울 수 있으니 기쁘다.


  책이라 한다면 종이책만 책이 되지는 않는다고 느낀다. 내 어머니는 나한테 삶책이자 살림책이요 사랑책이었다. 나하고 사귀거나 만난 모든 이웃과 동무 또한 나한테 삶책이자 사람책이고 이야기책이면서 일책과 놀이책이었다.


  봄을 맞은 시골마을에서 아이들은 봄을 한껏 누린다. 온몸으로 봄책을 읽는다. 날마다 마당에서 뛰놀면서 햇살을 먹고 차츰 까만 살결로 달라진다. 아이들은 봄책과 함께 햇살책을 읽는다. 햇살 사이사이 구름이 지나간다. 아이들은 햇살책과 나란히 구름책을 읽는다. 바람책을 읽는다. 꽃책과 풀책을 읽는다. 바람책을 읽고 누나 동생 서로 아끼는 어깨동무책을 읽는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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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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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숟가락

 


  수저질 익숙하지 않아 밥 한 번 먹으면 옷을 다 버린다. 그러나, 넌 아직 어린걸. 옷 마음껏 버리면서 수저질 익히렴. 뜨고 흘리고 먹고 되풀이해야 네 수저질 익숙하게 몸에 배어들면서 네 몸 네 스스로 살찌우고 돌보는 길을 느낄 테지. 4346.3.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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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알맞춤한 때

 


  때가 되면 책이 찾아옵니다. 섣불리 먼저 읽는 책이 없고, 뒤늦게 알아채는 책이 없습니다. 먼저 챙겨 읽으려 한대서 이 책에 깃든 넋을 알알이 받아먹지 못합니다. 나중에 알아보고서야 천천히 읽는대서 이 책에 서린 얼을 못 받아먹지 않습니다.


  오늘 살아가는 내 몸가짐과 매무새에 따라 나한테 알맞춤한 책이 찾아옵니다. 오늘은 이만큼 읽으며 이만큼 자랍니다. 이듬날에는 저만큼 읽으며 저만큼 큽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받아들이며 새롭게 살아갑니다. 날마다 즐겁게 맞아들이며 즐겁게 살아갑니다.


  이 사람이 이 책들 읽었기에 아름답지 않습니다. 저 사람이 저 책들 안 읽거나 못 읽었기에 바보스럽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이 책들 알뜰살뜰 즐기면서 누렸기에 아름답습니다. 저 사람이 저 책들 샅샅이 훑고 되새겼다 하지만 막상 이녁 삶으로 즐기거나 누리지 못한 탓에 바보스럽습니다.


  어느 책이든, 책을 읽는 가장 알맞춤한 때는 바로 오늘입니다. 오늘 나는 오늘 나한테 가장 알맞춤하구나 싶은 책을 챙겨서 차근차근 웃으면서 읽습니다. 폴 힐 님과 토마스 쿠퍼 님이 엮은 《사진가와의 대화 1》(눈빛,1991)를 오늘 읽으면서 뿌듯합니다. 보람을 누립니다. 열 몇 해 앞서 읽었으면 그때에는 그때대로 얻은 알맹이 있었을 테고, 오늘은 오늘대로 이 책을 읽으니 오늘 나름대로 새롭게 눈뜨며 헤아리는 실마리 있어요. 4346.3.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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