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요리의 숲 1
히데지 오다 글.그림 / 삼양출판사(만화)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28

 


우리는 숲사람
― 미요리의 숲 1
 오다 히데지 글·그림,박선영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2008.2.23./4500원

 


  꽃빛처럼 고운 맛을 누리는 봄입니다. 봄에 들판에 피어나는 풀은 모두 나물로 뜯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봄에 온 들판 가득 빛내는 들꽃은 풀잎과 함께 달달하며 싱그러운 꽃맛 베풉니다. 민들레를 따서 먹으면 민들레맛입니다. 진달래를 따서 먹으면 진달래맛입니다. 매화는 매화맛이요 살구꽃은 살구맛이에요. 앵두꽃 살며시 따서 먹으면 앵두맛이 새삼스럽게 감돕니다.


  봄날 들풀과 들꽃 한껏 누리고 보면, 왜 벌과 나비가 꽃가루를 먹으며 이녁 숨결 잇는가 헤아릴 수 있습니다. 벌과 나비뿐 아니라 우리 사람들도 꽃가루를 먹이며 숨결 이을 수 있어요. 쌀밥만 먹어야 하지 않아요. 소나 돼지를 잡아 뭍고기를 반드시 먹어야 하지 않아요. 바다에서 물고기 낚아서 꼭 먹어야 하지 않아요. 풀과 나무가 땅에 뿌리를 박아 햇볕과 빗물과 바람 먹으며 씩씩하게 자라듯, 사람 누구나 빗물과 햇볕과 바람 먹으며 씩씩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 “그럼 이걸 차고 다녀오렴.” “고, 곰?” “뭐, 이 근처엔 좀처럼 나타나진 않지만 말이야.” “좀처럼.” “하지만 숲속에는 숲의 주민들이 많이 있단다.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갔다가 놀래키면 안 되잖니. ‘도쿄에서 왔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하고 인사하고 오렴.” (11쪽)
- ‘나의 숲이, 댐에.’ “있잖아, 미요리. 어째서 인간이라는 생물은, 이렇게 소중한 것을 파괴하는 걸까? 정말 알 수 없는 생물이야. 대체 왜.” (69쪽)


  밥을 안 먹고 어떻게 사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요. 그래요, 오랜 나날에 걸쳐 사람 몸뚱이는 밥을 먹는 틀에 맞추어졌으니, 이제 먼먼 아스라한 옛날처럼 빗물이랑 햇볕이랑 바람만 먹으면서도 목숨 못 이을 만하다 할 수 있겠지요.


  그러면 가만히 마음을 기울여 보셔요. 조용히 생각을 갈무리해 보셔요. 누군가 나를 맑은 눈빛으로 사랑해 줄 때에 어떤가요.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적 있는지 없는지 떠올려요. 환한 웃음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옆지기 있고 아이들 있으면, 참말 밥이 없어도 배고프다는 생각이 안 들지 않나 헤아려 봐요.


  사람을 살찌우는 가장 밑바탕 되는 기운은 사랑입니다. 사랑과 함께 믿음입니다. 사랑, 믿음과 함께 꿈입니다. 사랑, 믿음, 꿈과 함께 생각입니다. 즐겁고 좋으며 푸르고 맑은 생각을 품에 안아요. 허둥지둥 아무 생각 없이 입에 퍼넣지 말아요. 즐겁게 하루 열자는 뜻으로 좋은 마음이 되어요.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며 동무를 보살필 줄 아는 마음이 되어요. 온누리 해맑게 빛내는 길을 걸어요. 오늘날 지구별은 석유 하나를 놓고 전쟁무기 잔뜩 만들어 싸움을 벌이는데, 이 싸움판 그치게 할 아름다운 길을 저마다 슬기롭게 생각해요.

 


- “당신 같은 사람, 엄마도 아냐! 나한텐 애초부터 엄마 따윈 없었어! 난 누구의 아이도 아냐! 누구에게서도 태어나지 않았어! 난, 난, …….” (21쪽)
- “못된 인간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인간도 있는 거야! 그건 어린애도 안다구! 남자한테서 버림받았다고 죽다니, 정말 바보야! 완전히 사라지지 못하는 건 후회하기 때문이지? 뭔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거 나야? 자기가 죽은 걸 남자 탓으로 돌리고. 그렇게 누구 탓으로 돌린다고 일이 해결돼? 그렇지 않다는 거 알고 있잖아?” “어서 가지고 가.” “나도 엄마한테서 버림받았어! 아빠한테서도! 화난다고 죽다니! 죽어서 복수한다는 게 말이 돼? 난 약한 인간들이 정말 싫어!” (92∼93쪽)


  석유 때문에 전쟁무기 자꾸 만들어 싸움을 벌인다면, 이 싸움 그치게 하는 길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석유 안 쓰는 삶입니다. 석유 없이 지내는 삶입니다.


  석유를 안 쓰자면 자가용 안 몰면 됩니다. 석유를 안 쓰자면 전기 안 쓰면 됩니다. 석유를 안 쓰자면 시골마을에서 작은 땅뙈기 손수 일구거나 들판에서 나물 뜯으며 조그마한 살림 꾸리면 됩니다.


  뚱딴지 같은 소리일까요? 그렇지만, 나는 올여름에도 지난여름처럼 큰 비바람 찾아오는 날을 기다립니다. 지난여름 큰 비바람 찾아들 적, 마을 어르신들은 아무 걱정 없이 낮잠을 즐겨요. 큰 비바람 찾아들며 전깃줄 끊어져 텔레비전 못 보니, 마을 어르신들은 연속극도 못 보며 심심하다 여길 수 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아요. 전기 없이 여러 날 지내면서 서로서로 재미나게 어울려 놀거나 일해요. 마을 빨래터 샘가에서 물을 길어다 써요. 밥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끓이면 되고, 반찬은 김치 하나로 넉넉해요.


  흙이랑 살아가면, 풀과 나무랑 살아가면, 곧 스스로 숲터 이루어 숲마을에서 숲사람 되어 살아가면, 석유이든 돈이든 무엇이든 놓고 싸움판 벌일 일 없습니다. 시골살이 무너뜨리거나 망가뜨리면서 사람들 모조리 도시로 끌어들이니까 자꾸 싸움판이 벌어져요. 도시가 생기면서 싸움이 생겨요. 도시가 커지면서 싸움이 커져요. 도시는 스스로 밥·옷·집을 마련하지 못하기에, 모두 시골에서 밥·옷·집을 돈으로 사들여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돈을 벌어야 밥·옷·집을 장만할 수 있으니, 이웃이나 동무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이 아닌, 이웃이나 동무를 밟고 올라서는 길로 접어들고 말아요. 오늘날 아이들은 초등학교 적부터 이웃이나 동무를 밟고 올라서도록 등떠밀려요. 시험공부에 얽매이지요. 시험점수에 옭매이지요.

 

 


- “숲에는 여러 가지 약초들이 자생하고 있어서, 대개의 병들은 고칠 수가 있단다. 부작용도 적고 말이야. 아마 병원 안 가고 살기로는 일본 최고일 게다. 뭐, 옆마을에라도 가지 않으면 병원도 없으니.” (31쪽)
- “10년 전 꽃구경 갔을 때, 넌 숲의 주인으로 뽑혔단다. 그건 환각이 아니야. 그 숲은 내 거지만 말이야.” “네? 할머니 거라구요?” “언젠가는 미요리에게 물려줄 생각이란다. 숲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인간 하기 나름이니까, 숲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하지 않겠니?” “네? 그 숲을 내게?” “그렇단다. 미요리의 숲이야.”  (49∼50쪽)


  벌과 나비는 서로 다투지 않습니다. 들판에 꽃이 흐드러지거든요. 들판에 피어나는 모든 꽃마다 들러 꽃가루나 꿀을 얻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애써 돌아다녀도 백 송이나 천 송이 들를까 말까 되겠지요. 들판에 피어나는 꽃은 수백억 수천억, 아니 숫자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요.


  앵두나무 한 그루에 앵두꽃 얼마나 많이 피는가요. 들딸기나 멧딸기는 꽃송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나요.


  들과 숲은 꽃바다입니다. 벌도 나비도, 여기에 사람도, 모두모두 꽃가루랑 꿀 즐기라면서 어마어마하게 꽃바다 이룹니다. 꽃잔치입니다. 꽃누리입니다. 꽃나라입니다. 알록달록 이쁘장한 꽃들이 우리를 부릅니다. 어서 와요, 어서 와서 우리 숨결 나누어 받아요, 우리와 함께 빗물과 햇볕과 바람 먹으며 환하게 웃어요, 하고 부릅니다.


  숲길 걷는 사람은 숲바람 마십니다. 들길 걷는 사람은 들바람 마십니다. 숲에서 일하는 사람은 숲사람 됩니다. 들에서 일하는 사람은 들사람 됩니다. 숲이나 들에는 병원이 없고 약국이 없으며 한의원도 없습니다. 숲이나 들에는 부엌도 없지만 식당이나 편의점도 없습니다. 그런데, 숲이나 들에는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숲이나 들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아프지 않습니다. 숲이나 들에서 살아가는 짐승과 새와 벌레는 아플 일 없습니다.


  도시에는 병원 많고 약국이랑 식당이랑 편의점이랑 엄청나게 많습니다. 도시에는 아픈 사람투성이요, 도시에는 앓는 사람 한가득입니다. 도시에는 맑은 바람이 깃들지 못합니다. 도시는 어디에나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땅바닥을 덮는데다가, 살림집은 시멘트와 쇠붙이와 플라스틱으로 꽁꽁 싸맵니다.


  도시에서 아이들이 앓습니다. 아토피를 앓고 까닭 모를 병치레 찾아듭니다. 시골 아이들은 폐렴이건 고뿔이건 걸릴 일 없지만, 도시 아이들은 온통 병치례입니다. 그런데, 막상 도시 어른들은 아픈 도시 아이들 제대로 건사하는 길을 찾지 않습니다. 도시 어른들도 늘 아픈 몸이면서, 아픈 몸으로 도시에서 돈 벌 생각에만 사로잡힙니다. 돈이 없으면 시골로 가고파도 못 가는 줄 잘못 생각합니다. 시골살이는 돈살이 아닌 숲살이인 줄 깨닫지 못해요.


 아마, 어느 누구도 시골살이나 숲살이를 안 가르쳤으니 모를 수 있어요. 아무래도,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교와 회사에서조차 어느 누구도 시골살이나 숲살이를 안 가르쳤으니 모를밖에 없어요. 교과서에 없잖아요. 책에도 안 나오잖아요. 도서관에서 숱한 자료 뒤져 보셔요. 시골살이와 숲살이 옳고 슬기롭게 다룬 책이나 자료 있나요?

 

 


- “너희들 왜 따라오는 거야? 조사에 방해되니까 그만 가 봐!” “아저씨들이 제대로 조사하는지 어떤지 감시하는 거예요! 엉터리로 조사해서 검독수리를 못 보고 지나칠까 봐!” (108쪽)
- “엄마는 사랑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니까. 그게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니까. 늘 자식은 뒷전이잖아! 부모의 책임을 다하면서 사는 건 싫은 거지? 엄마도 선생님도, 자기 인생이 그 어떤 누구의 인생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이 세상은 나 혼자만 사는 것도 아니고, 또 인간만이 살고 있는 게 아니란 생각, 해 본 적 없어?” (164∼165쪽)


  오다 히데지 님 만화책 《미요리의 숲》(삼양출판사,2008) 첫째 권을 읽습니다. 만화책 《미요리의 숲》은 만화영화로도 나왔습니다. 만화영화도 제법 잘 만들었구나 싶지만, 만화영화보다 만화책이 한결 깊으며 너른 이야기 들려줍니다. 시골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숲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삶이 무엇인지 밝힙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드러냅니다. 꿈이 무엇인지 나즈막한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 “선생님. 큰일났어요. 숲이 화가 났어요. 칼 버리고 도망가요.” “뭐?” “서두르지 않으면 큰일난다구요. 숲이 분노에 떨고 있어요.” (173쪽)


  만화책 《미요리의 숲》에 나오는 미요리네 할머니는 미요리한테 말합니다. 손녀한테 언젠가 ‘내 숲(할머니 숲)’을 ‘미요리 숲’이 되도록 물려줄 생각이었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옆에서 들은 미요리네 할아버지는 ‘그 숲은 내(할아버지) 앞으로 등기가 된 땅이라구!’ 하고 끼어듭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말은 들은 척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숲임자라 할 사람은 ‘등기서류 한 장’으로 가름할 수 없으니까요. 숲임자는 숲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숲임자는 숲사람이요 숲넋입니다. 숲사랑을 펼치며 숲꿈을 꿀 때에 비로소 숲임자예요. 숲마음 느끼고 숲이야기 길어올릴 때에 비로소 숲임자예요.

 


- “미요리가 딴 아이 같아요.”“음식 때문인가? 이곳 농산물을 먹은 몸과 햄버거나 콜라로 된 몸은 당연히 다르지. 음식은 중요한 거다. 너(미요리 엄마)도 여기 살지 그러니?” (179쪽)
- “정말로 괜찮겠니?” “적어도 1년은 있을 거예요. 가을 숲과 겨울 숲, 봄 숲도 보고 싶으니까요. 내년에는 벚꽃도 필 거고.” “호오. 뭐, 떨어져 있다 해도 한 하늘 아래에 있는 거니까. 언젠가는 엄마한테도 전해질 거다.” ‘하늘, 바람.’ (186쪽)


  봄 여름 가을 겨울 다릅니다. 철은 모두 다릅니다. 다 다른 철이요, 다 다른 달입니다. 같은 봄이라 하더라도 삼월과 사월과 오월은 달라요. 삼월에서 사월로 접어들 무렵, 아아, 봄들은 얼마나 싱그러우며 환한 빛으로 거듭나는지요. 잔잔하게 맑고 빛나던 삼월이라면, 한껏 눈부시게 무지개빛 되는 사월이라 할까요. 곧 다가올 오월에는 푸른 물결 온누리에 가득하면서 쏴르르 숲바람 시원하게 불겠지요.

  만화책 덮고 생각합니다. 만화책 내려놓고 아이들 손 맞잡으며 들길 걷자고 나들이 나옵니다. 호젓한 들길에서 아이들한테 속삭입니다. 얘들아, 이 시골마을에서 우리 이름으로 등기 된 땅은 아직 없어,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들마실을 하면 온 들판이 우리 것이란다, 우리가 숲마실을 하면 온 숲이 우리 것이 되지, 들꽃을 먹고 숲나물 먹자, 들바람 마시고 숲햇살 먹자, 우리 집 처마 밑에서 알을 낳는 제비들이 저기 이 들판에서 다 함께 놀자고 부르는구나, 우리도 제비와 함께 노래하면서 달리기 놀이 해 보자! 4346.4.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부디 이 만화책 다시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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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봄빛, 자운영

 


  봄꽃이며 봄풀이며 봄나무이며 지난해에 다 보았어도, 올해에도 다시 기다립니다. 올해에 새로 보는 봄꽃이랑 봄풀이랑 봄나무랑 지난해하고 똑같을 수 없어요. 나는 모든 봄꽃과 봄풀과 봄나무를 똑같이 기다리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자운영 꽃송이를 더 기다립니다. ‘자운영’이라는 이름 그대로 한겨레 삶터에 오래 뿌리내린 들꽃은 아니지만, 참으로 널리 뿌리내리는 꽃이에요.

  너무 마땅한데, 귀화식물이면 어떻고 안 귀화식물이면 어때요. 이 나라에 들어온 지 천 해가 되면 어떻고 백 해가 되면 어때요. 오늘부터 앞으로 천 해가 흐르면 참말 이야기가 모조리 달라지잖아요. 그때에는 모두 똑같은 들꽃일 뿐이잖아요.


  우리 집 아이들도 나도 모두 자운영은 꽃송이랑 잎사귀랑 줄기랑 모두 먹습니다. 참으로 몽땅 보드랍고 맛깔스러워요. 가만히 두거나 땅을 갈아엎어 거름으로 삼아도 좋지만, 날것 그대로 먹으며 내 숨결 되도록 받아들여도 좋아요.


  전남 고흥에서는 삼월 이십육일 언저리부터 구경하는 자운영 꽃망울이 아리땁습니다. 아이들 자전거수레에 태워 들마실 하다가, 얘들아, 예쁜 꽃 사진 찍어 될까 하며 물으며 사진기 들면 다들 싫어합니다. “우리 집 앞에 있는데 왜 또 찍어요?” 하는 아이들 이야기 들으면서, “그래, 그러네.” 하며 이웃집 논둑에서 자라는 자운영도 사진으로 찍고 싶습니다. 4346.4.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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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데려가는人 2013-04-04 02:06   좋아요 0 | URL
어떤 맛일지 궁금해요.
작년과는 또다른 맛이 나겠지요? :)

파란놀 2013-04-04 07:22   좋아요 0 | URL
꽃빛처럼 참 고운 맛이랍니다!

appletreeje 2013-04-04 15:11   좋아요 0 | URL
아아~이 꽃이 자운영이군요~!
꽃송이가 마치 새끼새들이 입을 뾰족하니 올리며 노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아침에 김경미님 시에, 청보라색 자운영이 나오던데 청보라색깔도 있나요?
언제까지 피어나는지도 궁금해요~^^

파란놀 2013-04-04 16:4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청보라빛 자운영'은 저도 아직 보지 못했고, 사진으로도 보지 못했어요. 설마 싶어 자운영 사진 죽 살펴보니 꼭 한 장 나오기는 하네요.

어느 풀꽃이든 '한 종'만 있는 법이 없으니 청보라빛 자운영도 어딘가에는 틀림없이 있기는 있으리라 생각해요. 다만... '청보라 자운영' 검색하면 하나도 안 나옵니다... -_-;;; 다른 종으로 '아기자운영'을 살펴보면 청보라빛 자운영이 나오네요.
 

아이들과 잠자리

 


  아이 어머니가 아흐레째 집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 열하루 더 아이 어머니는 집에 돌아올 수 없다. 아이 어머니는 스무 날 집을 비우면서 아픈 마음과 몸을 달래는 길에 나섰다. 아이들이 차츰차츰 어머니를 그린다. 문득 생각한다. 아버지가 여러 날 집을 비울 때에 우리 아이들은 어떠했을까. 너무 마땅하지만, 아버지가 집을 비울 적에도 아이들은 아버지 집에 없다면서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집에 없든 아버지가 집에 없든 똑같은 셈이다. 아이들은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집에 함께 있으면서 밥을 같이 먹고 잠을 같이 자며 놀이도 같이 하기를 바란다.


  작은아이는 졸음이 쏟아져 곯아떨어진다. 작은아이도 틀림없이 어머니가 많이 그리우리라. 그래도 아버지 품에서 달게 잠든다. 큰아이는 울먹인다. 어머니 집을 비운 지 아흐레만에 울먹인다. 큰아이 달래고 어르며 겨우 잠자리에 누인다. 한숨을 길게 길게 다시 길게 내쉬다가, 천천히 나즈막하게 자장노래를 부르다가는, 노랫말을 몽땅 바꾸어 큰아이한테 바치는 노래로 부른다. “사름벼리 예쁜 아이 씩씩한 아이 튼튼한 아이 ……” 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어머니 그리는 아이한테 아버지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아이들 더 사랑하고, 아이들 더 아끼며, 아이들 더 보살피며, 살그마니 쓰다듬는 일이 될 테지.

 

  큰아이야, 작은아이야, 네 아버지가 얼마나 예쁜 아버지이니? 예쁜 아버지로 하루를 함께 보냈니? 아버지가 안 예쁘고 미운 아버지로 하루를 함께 보냈니? 같이 잘 노는 아버지로 하루를 즐겼니? 아버지가 같이 안 놀아 주면서 너희는 심심하게 보냈니? 꿈나라에서 아름다운 날갯짓으로 고운 이야기 길어올려 주렴. 꿈누리에서 맑은 눈빛으로 먼 곳 있는 어머니한테 기운 내라고 어깨 토닥여 주렴. 4346.4.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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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03 23:32   좋아요 0 | URL
아유...사름벼리가 울먹이는군요. 그렇지요. 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겠지요.
더구나 아직 어린 아기들인데요. 그래도 아버지 따스하고 사랑 가득한 손길 안에서 씩씩하게 어머니 기다리라 믿어요.
예쁜 아버지, 함께살기님! 편안하고 고운밤 되시길 기도 합니다. ^^

파란놀 2013-04-04 00:23   좋아요 0 | URL
네, 이제 저도 손가락이랑 온몸이 다 꼬부라지네요.
자판을 두들기면서도 자꾸 오탈자 나와서 다시 치느라 힘들어요.
이제 참말 두 아이 사이에 드러누워
좋은 밤 아이들 빌면서 저도 좋게 자야지요..,....
 

찔레잎 푸른 숨결

 


  찔레나무에 새잎 돋는다. 찔레나무는 봄나무 가운데 푸른 잎사귀를 퍽 일찌감치 내놓는다. 매화나무를 보면 푸른 잎사귀 돋기 앞서 살며시 발그스름한 빛 감도는 하얀 꽃잎을 내놓고, 개나리나무를 보면 푸른 잎사귀 나기 앞서 노랗게 맑은 꽃잎을 내놓는다. 감나무도 뽕나무도 대추나무도 모두 푸른 잎사귀이고 맑은 꽃잎이고 나지 않으나, 찔레나무는 예쁜 잎사귀를 활짝 내놓아 들판을 곱게 밝혀 들일하는 사람들한테 봄이 왔다고 널리 알린다.


  아이들과 찔레나무 앞에 선다. “벼리야. 찔레꽃잎 먹은 일 생각나니? 지난해 봄에 찔레꽃잎 먹었는데.” “응.” 참말 떠올리면서 말했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찔레 잎사귀는 아직 못 먹어 봤지? 찔레 푸른 잎사귀도 맛있단다.” 하고 얘기하면서, 아버지가 먼저 찔레 푸른 잎사귀 뜯어서 먹는다. 한 잎 뜯어 큰아이한테 내민다. 큰아이가 입에 넣어 씹더니 맛있다고 말한다. 한 잎 더 뜯어서 준다. 작은아이한테도 한 잎 뜯어서 준다. 두 아이 모두 맛있게 잘 씹어서 먹는다.


  그래, 이게 찔레잎 맛이란다. 봄맛이지. 푸른 숨결 맛이지. 푸른 봄노래 맛이지. 4346.4.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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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데려가는人 2013-04-04 02:10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싱그러운 잎이네요.
전 봄에 연둣빛 새잎이 날 때가 정말 이쁘더라고요.
무슨 꽃이고 무슨 나무인지는 잘 모르지만,
새싹일 때는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
점점 자기 형태를 갖추어갈 때 뭔가 짠한 게 있어요.
나는 아직 내가 장미인지 코스모스인지 민들레인지 모르고 사는데
얘네들은 자기 본성대로 무심하게 피어나는구나, 싶어서요.

파란놀 2013-04-04 07:23   좋아요 0 | URL
새잎 돋을 때 한 번 따서 먹어 보셔요.
나중에 잎이 무럭무럭 자라고 나면
알 수 있잖아요.
그러면, 봄에 먹은 그 잎이
이렇게 자라는구나 하고 느끼며
온마음이 환해지기도 합니다~
 

앵두꽃 책읽기

 


  새봄 새 앵두꽃 기다렸다. 앵두꽃이란 얼마나 꽃내음 그윽하면서 달콤하던지. 앵두꽃은 앵두나무 가지마다 얼마나 촘촘히 아리땁게 피어나면서 마을 환하게 밝히던지. 해마다 새 앵두꽃 바라볼 수 있어 기쁘다. 해마다 새 앵두알 마주할 수 있어 기쁘다. 우리 집에는 앵두나무 없지만, 이웃집 앵두나무와 이웃마을 앵두나무에 피어난 꽃을 구경하고 싶어 나들이를 다닌다. 참말 앵두나무 한 그루에 피어난 어마어마한 예쁜 꽃 즐길 수 있으니 나들이를 나설 수 있다. 시골마을까지 공연이나 노래잔치 하려는 연예인이나 가수는 거의 없을 테고, 애써 와 보아야 돈벌이 힘들 테니, 시골마을 사람들이 ‘도시사람처럼 문화와 예술 누릴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겨울 지나며 봄이 찾아오는 때부터 여름 지나 가을이 되기까지, 또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찾아오는 동안, 얼마나 흐드러진 빛잔치 이루어지는가. 지난해 겨울에 읍내에서 심수봉 님 노래잔치 있었고, 심수봉 님 노래잔치 표는 일찌감치 다 팔렸다. 먼 곳까지 오신 심수봉 님 노래를 곧바로 듣는 즐거움 누릴 수 있나 했더니 안 되고 말았는데, 앵두나무 구경하러 나들이를 하는 사람은 아직 우리 식구만 있는 듯해서, 앵두나무 둘레에서 실컷 꽃을 보고 냄새를 맡으며 꽃가루를 마신다. 4346.4.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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