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이야기책

 


  이효리 님 이야기 담은 《가까이》를 서울 가는 시외버스 기다리며 읍내 버스역에서 읽는다. 즐겁게 잘 읽는다. 시골 흙일꾼은 호미질로 지구별 살리고, 노래꾼은 노래로 지구별 살리며, 글꾼은 글 한 줄로 지구별 살리면 서로 아름답다. 이효리 님은 이효리 님대로 지구별 살리는 길 걷겠지. 우리 집 아이들은 날마다 새로운 몸짓과 노래와 웃음으로 집과 마을과 나라와 지구별과 온누리를 살린다. 모두들 가까이 다가서며 만난다. 저마다 가까이 손을 내밀며 웃는다. 다 함께 가까이 어깨동무하면서 하루를 빛낸다. 4346.4.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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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떠나는 빨래

 


  서울로 볼일 보러 떠나는 날 이른새벽에 빨래를 한다. 옆지기가 느긋하게 빨래를 할 수도 있으나, 내가 집을 비우는 동안 옆지기가 홀가분하고 즐겁게 아이들하고 놀 수 있기를 바라며, 집일 이렁저렁 추스른다. 옆마을로 지나가는 아침나절 군내버스 때를 헤아린다. 일곱 시 사십 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일곱 시 이십 분에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내다 넌다. 사월 십구일 시골마을 아침볕 맑고 따사롭다. 겨울에는 아침 아홉 시는 되어야 비로소 빨래를 마당에 널 만했고, 봄에는 아침 일곱 시에도 빨래를 널 만하다. 곧 다가올 여름에는 새벽 여섯 시에도 빨래를 널 만하겠지.


  한여름에는 삼십 분이나 한 시간만에 빨래가 보송보송 마르곤 한다. 빨래가 다 말랐어도 안 걷고 그대로 두곤 한다. 좋은 볕 듬뿍 머금으며 햇살내음 옷가지마다 스미기를 바란다. 사람도 집도 마을도 옷가지도 풀도 나무도 햇살을 먹으며 언제나 새롭게 빛난다. 햇살 먹으며 뛰노는 아이들은 흙빛 살결 되고, 햇살 마시며 마르는 옷가지는 해맑은 무늬 눈부시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누구나 햇살 머금는 옷을 입으면 서로 환하게 웃지 않을까. 햇볕 한 줌은 흙을 살린다. 햇살 한 자락은 풀을 살찌운다. 햇빛 한 줄기는 마을 곳곳 보듬는다. 4346.4.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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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되새기는 말

 


  아름답게 살아가자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아름답자고 생각한다. 문득 돌아본다. 나는 아직 아름답지 못하고, 내 삶은 이제껏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늘 아름다움을 되새기는가. 언제나 아름다움이 빛나거나 어느 곳에서라도 곱게 환한 웃음 짓는 내 삶이라 한다면, 따로 아름다움을 생각해야 할까.


  빗소리 듣는다. 서울로 나들이를 온 이듬날 아침나절, 자동차 빵빵 소리에 감기는 빗소리를 듣는다. 호젓하게 듣는 빗소리는 서울에 없을까. 서울에서도 빗소리 예쁘게 들을 만한 데 있으니, 얼마든지 그곳을 찾아갈 수 있을까. 빗소리 어여쁜 곳을 찾아나서지 않으니 서울에서 빗소리 곱게 못 듣는가, 아니면 서울에서는 빗소리를 곱게 들을 수 없는가.


  서울 한복판에도 참새가 깃들고, 서울 둘레에도 온갖 새들 틈틈이 찾아든다. 서울 한복판에도 들풀이 자라나 들꽃이 피고, 서울 언저리에도 갖은 나무들 씩씩하게 자란다. 서울은 도시라 하지만, 서울에서도 조그맣게 숲이 이루어질 만하지 않겠는가. 천만 넘게 살아가는 이 커다란 곳에서 사람들 스스로 사랑을 속삭이지 않는다면 어찌 평화와 민주와 통일을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란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을 그리는 이야기가 되리라 느낀다.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란 어제와 오늘을 이루는 내 모습이 되리라 느낀다.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란 찬찬히 빚는 내 삶그림이 되리라 느낀다.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 없다면 오늘 내 모습이 없고,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 있기에 어제 내 모습을 그릴 수 있으며, 스스로 되새기는 말 한 마디로 새 하루 맞아들이리라 느낀다.


  글 한 줄은 지나온 발자국을 적지 못한다. 글 한 줄은 새롭게 빚고픈 삶을 적는다. 글 한 줄은 스스로 되새기는 꿈을 밝힌다. 4346.4.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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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말갛게 빛나는 탱자나무 꽃망울

 


  며칠 기다리면 탱자나무에 해말갛게 빛나는 꽃망울 한꺼번에 터지겠구나 싶다. 사월 한복판으로 들어선 무르익은 봄날, 들판과 멧골은 온통 꽃누리 된다. 들일 하는 사람은 들꽃내음에 젖고, 숲일 하는 사람은 숲꽃내음 들이켠다. 들꽃은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배가 부르다. 숲꽃은 곁에 있기만 하더라도 마음이 포근하다. 줄기도 잎사귀도 가시도 짙푸른 탱자나무에 해말간 꽃망울 맺히는 모습은 그윽하게 아름답다. 그러고 보면, 탱자알도 노랗게 익기 앞서까지 탱자잎 탱자가시 빛깔을 쏙 빼닮는다. 목숨 하나 자란다. 숨결 하나 빛난다. 이야기 하나 태어난다. 탱자꽃 곧 피어난다. 4346.4.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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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꽃 작은 송이

 


  소담스레 벌어지는 꽃송이 내놓는 나무 있고, 조그맣게 터지는 꽃송이 피어나는 나무 있다. 느티나무에서 터지는 꽃송이는 아주 작아, 아이들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꽃망울 그득 맺는다. 꽃봉오리 하나 크기는 수수알하고 거의 비슷하다. 수수알하고 거의 비슷한 느티꽃 봉오리에 돋는 느티꽃잎은 훨씬 작아 깨알보다 더 작다.


  느티잎을 손에 쥐고, 느티꽃을 살결로 비빈다. 손가락에 닿은 느티꽃이 돌돌 구른다. 느티꽃에 내려앉아 다리쉼을 하는 나비 있을까. 느티꽃 찾아다니는 벌 있을까. 느티나무에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느티꽃 활짝 푸르게 빛나다가는 가만히 스러지는 줄 깨닫는 사람 있을까.


  나무꽃 작은 송이를 바라본다. 아이들과 나무꽃 작은 송이를 만지며 논다. 옆지기는 나무꽃 작은 송이 냄새를 맡는다. 팔백 몇 해를 살아온 느티나무 곁에서 느티꽃 바라보고 느티잎 훑으며 느티내음 맡은 시골사람 몇쯤 될까. 4346.4.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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