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만나는 나무 (도서관일기 2013.5.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난 뒤 도서관에 함께 간다. 봄햇살이라지만 후끈후끈 뜨거운 볕살 올려다보다가 이 볕살에 빨래를 해서 널면 얼마나 잘 마를까 생각하면서도, 빨래는 이따 돌아와서 하기로 한다. 이불 두 채만 마당에 널어 말리고 아이들을 수레에 태워 도서관으로 간다.


  수레를 대문 밖으로 빼려 할 때에, 큰아이가 서두르다가 대문 앞에서 콰당 넘어진다. 대문 앞은 시멘트바닥이지만, 우리 집 대문 앞은 갈라진 시멘트바닥 틈으로 온갖 풀이 잔뜩 자랐기에 큰아이 무릎 살짝 긁힌 자국 날 뿐, 크게 다치지 않는다. 풀이란 참 고맙구나. 뜯어서 먹을 수 있으니 고맙고, 아이들이(또 어른들도) 넘어질 때에도 안 다치게 포근히 감싸 주니 고맙다. 축구장을 잔디밭으로 하는 까닭을 새삼스레 떠올린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파랗다. 무리익는 한봄 맞이한 시골 들과 숲은 온통 푸르다. 한여름이라면 짙푸른 빛이요, 한봄이기에 옅푸른 빛이 알록달록 싱그럽다. 아름다운 풀빛 바라보면 마음이 즐겁고 가벼워, 딱히 책을 읽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풀빛에 둘러싸인 채 책을 펼치면 다른 때보다 이야기와 줄거리가 더 깊고 넓으며 빠르게 스며든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중·고등학교 아이들은 입시지옥에 내몰리며 시멘트교실에 갇힌 채 참고서와 문제집을 달달 외워야 한다. 풀내음도 숲소리도 없는 시멘트교실에서 쳇바퀴를 굴려야 한다. 이 아이들한테 무슨 재미가 있을 테며, 이 아이들 마음이 얼마나 싱그럽겠는가. 즐겁거나 가볍거나 호젓한 마음이 아닌 채 대입시험만 바라보는 아이들은 슬기로운 생각이나 사랑스러운 마음 되기 어려울밖에 없겠다고 느낀다.


  두 아이는 풀밭에서도 놀고, 골마루에서도 놀며, 사다리를 타면서도 논다. 두 아이는 하루이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새로운 놀이를 스스로 지어내면서 논다. 작은아이가 누나 하는 말 따라하고, 누나 하는 양 따라하며, 누나가 시키는 대로 제법 따르니, 두 아이를 잘 풀어놓기만 해도 저희끼리 신나게 놀 줄 안다.


  압축합판 책꽂이(다용도장)에 꽂았던 책을 끄집어 내어 한쪽에 쌓는다. 나무책꽂이 들일 자리를 비운다. 나무책꽂이 뒤판인 베니어판을 손질해서 세운다. 자리를 잡은 다음, 나무책꽂이 맨 위쪽하고 교실 창틀 사이에 널판 하나를 놓고 못을 박는다. 나무책꽂이 하나 자리를 잡은 옆으로 나무책꽂이 하나를 더 붙인다. 그러고 나서 맞은편에 있던 압축합판 책꽂이를 비우면서 치운다. 이 자리에 나무책꽂이를 둘 맞댄다. 등을 맞댄 나무책꽂이 옆에 나무조각을 하나 대어 못을 박는다. 두 나무책꽂이가 한몸 되어 튼튼히 서도록 한다. 이런 다음, 나무책꽂이 네 개가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건너편 책꽂이 위쪽하고 나무책꽂이 위쪽에 무거운 나무틀 얹는다. 건너편 책꽂이하고 나무책꽂이하고 높이가 안 맞아 널판을 알맞게 잘라서 겹쳐 얹으며 나무틀 높낮이를 맞춘다.


  여기까지 하느라 세 시간쯤 걸린다. 이동안 작은아이가 바지에 똥을 눈다. 바지를 갈아입히고 밑을 닦는다. 작은아이 똥바지 갈아입힌 뒤에는 큰아이가 똥 마렵다 한다. 풀밭에서 똥을 누라 하고 밑을 닦는다. 똥을 눈 두 아이는 속이 비어 홀가분한지 잘 논다. 작은아이는 졸린 티 나지만 누나하고 씩씩하게 논다.


  책은 나중에 꽂고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책꽂이가 자리를 잡자면, 책을 꽂아 무게로 눌러야 바닥과 착 달라붙는 만큼, 바지런히 책을 꽂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한다. 얘들아, 조금 더 놀아 주렴. 나머지는 이듬날 더 하고, 오늘은 책만 좀 꽂아서 책꽂이가 바닥과 달라붙도록 해 놓을게. 집으로 가면 맛난 저녁 해 줄 테니, 그때까지 즐겁게 놀아 주렴.


  얼추 오늘 일 마무리짓고 사진 몇 장 찍으면서 돌아본다. 창문을 닫고 앞문을 잠근다. 작은아이는 수레에 탄다. 큰아이는 “난 뛰면서 놀래.” 하고는 가볍게 통통 달린다. 골마루 바닥에 나무책꽂이 새로 들이면서, 우리 도서관 책들이 나무를 한껏 만난다. 새삼스레 나무를 생각해 본다. 나무로 지은 골마루 바닥에, 나무로 짠 책꽂이를 두고, 나무로 만든 신문종이 한 장 책꽂이마다 깔고는, 나무로 빚은 책을 하나하나 꽂는다. 그리고 우리 살림집과 도서관은 나무 우거진 시골마을에 있다.


  책은 나무일까. 나무는 책일까. 사람은 숲일까. 숲은 사람일까. 책을 읽는 사람은 나무를 읽을 테고, 나무를 읽는 사람은 책을 읽겠지. 사람은 숲에서 살아가고, 숲은 사람을 품에 안으며 푸르겠지.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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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3-05-13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많네요, 책들이.. 부럽네요^^;;;

파란놀 2013-05-13 20:4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도서관을 하지요.
책꽂이를 제대로 들이지 못한 채 책만 많이 있느라
그동안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는데
이번에 좋은 나무책꽂이 들일 수 있어서
오늘로 사흘째 뼈빠지게
책꽂이 맞추고 책 나르고 했어요 @.@


체게바라 2013-05-14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고 아름다운 산골마을에서 어린이도서관 하고 싶은 꿈, 제게도 있었어요. 그리고 산골로 가서 산골 아이들과 잘 놀다가 2년 만에 시댁 고향 마을로 사는 곳을 옮기게 되었는데 그 때 분교에다가 아이들 책을 거의 다 두고 오게 되었어요. 티브이 없이 산지 저도 십 오년 넘었고요 사진도 좋아하고요 한글도 무지 사랑해요. 마음만큼 큰 돈 내어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제 마음 한자락 그저 보탭니다. 오늘도 좋은 글 읽고갑니다. 고마워요..

파란놀 2013-05-14 12:12   좋아요 0 | URL
아, 텔레비전 없는 이웃 한 사람 늘었어요!
^__^

그 분교 오래오래 잘 있으면서
아이들이 산골에서 예쁘게 자라고
그 아이들 아이들이 또 산골에서 곱게 커서
숲을 아낀다면 참 아름답겠구나 싶어요.

즐겁고 따사로운 오월입니다~~ 아아, 고맙습니다~~~ :)
 


 책을 사는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3.5.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을 꾸리자면 맨 먼저 책을 잘 갖추어야 한다. 책이 없는 도서관이란 있을 수 없으니까. 건물이 으리으리하지만 책이 없을 때에는 도서관이랄 수 없다. 책꽂이는 훌륭하지만 책이 어설프다면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건물이 낡더라도 책이 빛나야 하고, 책꽂이가 모자라더라도 책이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 도서관 많이 늘어나고, 사서자격증 따면서 도서관지기 되는 일꾼 꾸준히 태어난다. 그렇지만 아직 한국에는 도서관다운 도서관은 퍽 드물다고 느낀다. 건축이나 겉모습으로 그럴듯하거나 대단해 보이는 도서관은 제법 있지만, 갖춘 책과 자료로 아름답거나 빛나 보이는 도서관은 잘 늘어나지 않는다. 도서관지기 되는 일꾼도 행정이나 관리나 사업이나 행사라는 틀을 넘어, 책을 깊고 넓게 말하면서 다루는 쪽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이 나라 도서관은 ‘책 사는 돈’을 얼마쯤 쓸까. 이 나라 도서관은 인건비와 관리비와 행사비에 돈을 얼마쯤 쓸까. 도서관 건물이 크면 클수록 인건비와 관리비에 나가는 돈이 크다. 도서관 건물이 크면 클수록 오히려 책을 덜 장만해서 덜 갖춘다고 느낀다. 날마다 새로 나오는 책이 꾸준히 있는데, 도서관은 날마다 새로운 책 얼마나 알뜰히 갖추고, 예전에 나온 책은 얼마나 잘 살피거나 찾아서 갖추려 할까.


  함께살기 도서관에 새 책꽂이를 들인다. 압축합판으로 댄 책꽂이는 퍽 많은 숫자를 값싸게 들일 수 있어, 한동안 이 책꽂이를 썼지만, 곰팡이 먹는 걱정 때문에 모두 갈아야 한다고 느껴, 소나무 책꽂이를 들인다.


  골마루에 새 책꽂이(그렇지만 헌 책꽂이)를 쌓는다. 자리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헤아린다. 압축합판 책꽂이는 앞으로 책을 꽂는 데에는 쓰지 말고, 다른 것 놓는 데에 쓰자고 생각한다. 오래된 물건이나 재미난 여러 가지 늘여놓는 데에 쓰면 좋으리라 느낀다. 네 번째 교실을 전시장으로 쓰면 되겠지. 그러고 보니, 교실마다 어떤 책 두었는가를 밝히는 종이 한 장 안 붙인 채 이제껏 지냈다. 그림종이에 색연필로 알림종이를 그려야겠구나.


  젓가락나물꽃 곳곳에서 핀다. 딸기꽃은 하나둘 지면서 알이 여물려고 한다. 큰아이와 옆지기가 딸기알 기다리는데, 앞으로 더 기다려야 들딸기 맛을 볼 수 있겠다. 김지연 님 사진책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눈빛)을 꽂는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책공장더불어)도 사진책으로 여겨 사진책 칸에 꽂는다. 사진책 즐기러 함께살기 도서관 찾아오는 발길이 아직 얼마 없지만, 도서관 책꽂이는 차근차근 빽빽해진다. 지난 1월에 장만한 김수만 님 사진책 《한국의 새》(아카데미서적)도 곧 느낌글 하나 쓴 뒤 도서관에 두어야지.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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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마음

 


  길을 걷는 사람은 생각합니다. 두 다리로 디디는 이 땅을 가만히 생각합니다. 길을 걷지 못하는 사람은 생각하지 못합니다. 두 다리가 이 땅을 디디지 못하니, 이 땅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두 다리로 이 땅을 디디며 걸을 때에 비로소 생각하는 마음을 엽니다. 두 다리로 이 땅을 디디지 않고 살아갈 때에는 생각하는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생각하는 마음을 열 때에 서로 사랑을 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열지 못할 때에 함께 사랑하는 길을 잊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음을 열 때에는 사랑을 나누고 평화를 바라며 민주로 나아갑니다. 그래서, 권력자는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걸림돌을 마련합니다. 전쟁을 일으키고 계급을 가르며 우상을 세웁니다. 오늘날에는 자동차를 만들어 사람들 생각을 가로막습니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앞만 바라보아야 하고, 때때로 옆이나 뒤를 거울로 흘끔흘끔 쳐다보아야 합니다. 이동안 생각을 틈이 없습니다. 자동차가 첨단에서 더 나아가면서, 자동차를 모는 동안 라디오를 듣거나 손전화를 쓰거나 텔레비전을 봅니다. 자동차를 타면서도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아예 어떠한 생각도 못하도록 여러 장치가 나옵니다. 자동차를 타면서 생각을 기울이다가는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한참 헤매야 하거나, 건널목에서 사람을 치거나 다른 자동차와 부딪히고 맙니다.


  자동차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생각할 겨를을 빼앗깁니다. 자동차를 안 타더라도 찻길 가까이 있으면 자동차 소리 때문에 귀가 찢어집니다. 자동차 소리뿐 아니라 자동차가 우악스럽게 내달리면서 ‘사람더러 비키라’고 빵빵대기에, 그만 생각을 잊거나 잃습니다. 찻길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있더라도 고속도로나 넓은 찻길이 둘레에 있으면, 아침이든 낮이든 밤이든 고요히 몸을 다스리면서 생각을 기울이는 매무새를 건사하기 어렵습니다. 자동차 달리며 내는 소리가 집안으로 스며들거든요. 그렇다고 소리를 꽁꽁 막는 두꺼운 유리문이나 벽을 댄다면, 집 둘레 풀소리·나무소리·벌레소리·새소리·개구리소리·바람소리 들이 막힙니다. 생각을 열도록 북돋우는 숲소리까지 닫아걸어 막아서는 유리문과 벽입니다.


  두 다리로 걷지 않으면 생각을 빼앗깁니다. 두 다리로 걷더라도 곁에 자동차가 넘치면 생각이 흔들립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되자면 두 다리로 걸어야 하며, 자동차하고 헤어져야 합니다. 자동차가 찢는 소리 아닌 숲이 베푸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생각하는 마음을 북돋아 사랑을 바라고 꿈을 키우며 믿음을 나누려 한다면, 조용한 보금자리와 마을과 삶터가 되게끔 힘을 쏟아야 합니다. 자동차 오가는 찻길 아닌 숲이 푸르게 빛나는 들판과 멧골이 되도록 슬기를 빛내야 합니다. 4346.5.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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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한밤에 부시시 일어난다. 큰아이는 오른쪽에서 뒹굴며 자고, 작은아이는 왼쪽에서 뒹굴며 잔다. 큰아이가 뒹굴면서 내 오른옆구리를 발로 툭툭 차고, 작은아이가 뒹굴면서 내 왼옆구리를 발로 툭툭 찬다. 아이들이 뒹굴며 옆구리 발로 차는 일은 대수롭지 않다. 뒹굴면서 자꾸 이불을 걷어차니, 옆구리 걷어차이며 잠이 깰 적마다 이불깃 여미어 아이들을 바로눕힌다. 서너 시간 즈음 이렇게 했을까, 작은아이가 끙끙거리며 쉬를 누고 싶다 할 텐데 생각하며 들여다보는데 밤오줌 눌 낌새는 안 보인다. 나 혼자 마루문 열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마루문을 여니 밤개구리 노랫소리 확 퍼진다. 마을논 아직 다 물을 안 대었는데 개구리 노랫소리 참으로 우렁차다. 이레나 보름쯤 지나면 개구리 노랫소리 더욱 우렁찰 테고, 한 달쯤 지나면 낮에도 개구리 노랫소리 더 넘칠 테지.


  얼마나 따사로운 소리인가 하고 생각한다. 낮에는 새가 울고 밤에는 개구리가 우는 소리란, 사람들 마음을 얼마나 넉넉하게 적시는가 하고 생각한다. 낮에는 풀과 나무가 울고, 밤에는 달과 별이 우는 소리가 사람들 가슴을 얼마나 포근하게 감싸는가 하고 생각한다. 뒷간이 집 바깥쪽에 있고, 오줌은 밭둑에다 누는 삶이 얼마나 좋은가 하고 생각한다. 4346.5.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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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집

 


  집 둘레가 온통 풀밭을 이룬다. 봄이 무르익는다. 구름이 멧자락에 걸치고, 들풀은 푸른빛 뽐낸다. 어른도 아이도 밖에서 지내기에 좋고, 밖에서 일하든 놀든 사랑스러운 날씨가 이어진다. 풀밭에서는 아이들이 신나게 뛸 수 있다. 이리 달리고, 저리 뜀박질 할 만하다. 목소리를 굳이 낮추지 않아도 된다. 마룻바닥이나 마당을 쿵쿵 울리도록 굴러도 된다. 새들과 함께 까르르 웃음을 터뜨려고 되고, 후박나무 그늘에서 노래를 불러도 된다. 거리껴야 할 것이 없다. 아이들 놀이를 가로막을 것이 없다. 아이들이 떠들며 논대서 이웃에서 무어라 할 사람 없다. 우리 아이들 소리가 마을을 울린다.


  어떤 집에서 살아야 즐거운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아이들이 뛰고 놀고 노래하고 춤추고 구를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살 만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뛸 수도 노래할 수도 없다면, 살 만하지 못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자동차 소리를 아침부터 밤까지 늘 들어야 한다면, 신나게 뛰거나 구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살 만하지 못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기계소리나 전자제품 소리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날 수 있어야, 바람이 들려주는 소리와 벌레와 개구리와 새들 노랫소리 어울려야, 참말 살 만한 좋은 보금자리 된다고 생각한다.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사람들이 즐겁게 살림 꾸리며 사랑 피워올릴 아름다운 보금자리 일굴 수 있기를 빈다. 4346.5.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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