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베개

 

 

  아이들 재울 때 큰아이는 내 오른팔 껴안고 작은아이는 내 왼팔 껴안는다. 이러다가 두 아이는 내 몸을 꼬옥 안는다. 참 따사로우며 즐겁다. 그리고 살짝 숨이 졸린다. 나는 이리도 저리도 꼼짝 못하며 두 팔 위로 올린 채 잔다. 십 분이 안 되어 한 아이 이불 차고 다른 아이도 이불 잔다. 나는 밤새 아이들 이불깃 여민다. 눈 퀭한 몸으로 한밤 지새우고 아이들은 그예 새근새근. 하하. 너희들 보며 내 어머니 지난날 돌아본다. 좋아 좋아. 4336.6.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매무새

 


  고흥서 부산으로 시외버스 네 시간, 부산에서 고흥으로 다시 시외버스 네 시간, 이틀에 걸쳐 이렇게 움직이니 몸이 무척 무겁다. 엉덩이는 아프고 등허리는 결린다. 꼼짝을 못하고 앉아야 하는 시외버스에서 기지개조차 마음껏 하지 못한다. 쪽잠을 자고 쪽책을 읽는다.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요 책을 말하는 사람이니, 이렇게 시외버스에서까지 책을 읽는다 할 만하다고 느낀다. 글을 안 쓰고 책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시외버스에서 책을 읽는 분이라면, 그야말로 책을 사랑하는 분일 테고, 아니면 마음다스리기를 훌륭히 하는 분이리라 생각한다.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버스길에서, 어느 젊은 가시버시가 버스 일꾼더러 “왜 텔레비전 안 켜 주세요?” 하고 묻는다. 버스 일꾼은 전라도말로 구수하게 “텔레비전? 지금 시간에 뭔 재미있는 게 한다고?” 하고 얘기하다가 “심심하다면 틀워 줘야지.” 하고 덧붙인다. 낮에 부산을 떠난 시외버스가 순천을 거쳐 저녁 즈음 벌교 지나고 고흥으로 접어들 무렵, 버스 일꾼은 “이제 야구 봐야제. 며칠 야구 못 봤더니 애가 타네.” 하고 말하면서 텔레비전 채널을 바꾼다. 처음에는 “어, 이기 아닌데.” 하고 또 “이기도 아닌데.” 한다. 아하, 야구가 나오더라도 광주를 안방으로 삼는 구단 경기가 나와야 한다는 뜻이로구나. 광주 안방 구단 어느 선수가 친 공이 죽죽 뻗다가 외야 울타리 코앞에서 잡히자, 버스 일꾼은 “아이고야!” 하고 외친다. “나가 브레이크를 끽 밟았으면 못 잡는 긴데.” 하고 덧붙인다. 버스 일꾼 바로 뒤에 앉은 아가씨와 아줌마가 깔깔 웃는다.


  네 시간 즈음 달리는 시외버스에서 어떤 사람들이 책을 손에 쥘 만할까. 두 시간 즈음 달리는 전철에서 어떤 사람들이 책을 손에 들 만할까. 한 시간 즈음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시내버스에서 어떤 사람들이 책을 손에 잡을 만할까. 자율학습과 보충수업과 학원과 과외가 잇달으며 대입시험공부로 들볶이는 푸름이들이 책을 손에 댈 만할까. 카드값과 할부금과 대출금에 목을 매다는 회사원들이 책을 손에 가까이 둘 만할까. 공무원들은, 공장 노동자들은, 국회의원이나 정치꾼은, 의사나 간호사는, 대통령이나 비서는, 장관이나 차관은, 회사 대표나 간부는, 교사나 교수는, 건물 청소부나 이주 노동자는, 저마다 책 한 권을 손에 쥘 만할까. 한국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책을 마주하면서 삶을 읽거나 사랑을 헤아리거나 꿈을 떠올릴까.


  책을 읽는 매무새는 삶을 일구는 매무새라고 느낀다. 책을 가까이하려는 매무새는 삶을 사랑하려는 매무새라고 느낀다. 오늘날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떠한 매무새 되어 이웃을 사귀고 동무를 만나며 하루를 누릴까. 어떤 책이 이 나라 사람들 손으로 스며들까. 4346.6.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만화책 <두 개의 알>은 '사내 불알'을 뜻한다고 한다. 책끝에 붙은 '작가 뒷이야기'에서 편집자하고 콘티를 짜다가, 작가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니, 처음부터 이러한 설정으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책이름으로 '불알'을 뜻하는 <두 개의 알>이라 하니, 뭔 소리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 만화 줄거리를 살피면 그럴 만한 이름이기도 하다. 두 여자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마음인 남자이니, '불알 두 쪽'이라는 책이름이 걸맞으리라.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흐를는지 지켜볼 노릇인데, 이 만화책 읽으며 곰곰이 생각한 한 가지는, 남자와 달리 '여자가 두 남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이야기가 되면, 이럴 뿐 아니라 '여자가 두 남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낳은 아이'가 있을 적에, 두 남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하다. 이러한 줄거리로 만화나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있으려나......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두 개의 알 1
와타나베 페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4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2013년 06월 01일에 저장
절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수이 2013-06-01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현욱 작가 소설이 그런 내용이죠 ^^
그리고 의외로 두 사람 사이를 오가는 이들(그러니까 양다리)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어마어마하게 많더라구요. ^^

파란놀 2013-06-01 11:55   좋아요 0 | URL
네. 그렇군요!
 

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16. 헌책방 지키는 개 - 헌책방 알파서점 2013.5.30.

 


  개 한 마리 헌책방을 지킵니다. 헌책방지기 앉아서 쉬거나 손님을 기다리거나 책을 읽는 걸상에 척 올라앉아서 헌책방을 지킵니다. 때로는 헌책방 문간에 앉아서 헌책방골목을 바라봅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보드라운 바람을 마시며, 골목 곳곳에 피고 지는 풀과 꽃을 쳐다봅니다.


  헌책방지기가 털을 고르거나 쓰다듬으면 좋아라 꼬리를 칩니다. 헌책방지기가 아침에 가게 문 열 적에 함께 나오고, 헌책방지기가 저녁에 가게 문 닫을 적에 함께 들어갑니다. 하루 내내 나란히 움직입니다. 밥을 먹을 적에도, 일을 할 적에도, 손님을 마주할 적에도, 개 한 마리 헌책방 둘레에서 살살 돌아다니면서 골목을 지킵니다.


  따순 손길을 받으면서 헌책방을 지킵니다. 따순 손길을 누리면서 헌책방지기와 한삶을 누립니다. 개 한 마리는 책짐을 나르지 못하고, 책값을 셈하지 못하며, 가게 쇠문을 올리거나 내리지 못합니다. 개 한 마리는 책손 앞에서 맑은 눈망울 지으며 설 수 있고, 개 한 마리는 옆집에 들르고 이웃 할매한테 인사할 수 있으며, 골목 아이들과 얼크러질 수 있습니다.


  책이 흐릅니다. 삶이 흐릅니다. 이야기가 흐릅니다. 생각이 흐릅니다. 서로서로 살가운 마음 모여 사랑이 흐릅니다. 헌책방을 지키는 개는 조용히 하루를 보냅니다. 4346.6.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6-01 08:54   좋아요 0 | URL
얼핏 등을 보다 앗, 고양이다! 했더니
헌책방으로 주인님과 함께 출퇴근하는 행복한 개였군요.~^^
참 점잖고 조용해 보이는 예쁜 개. ^^
사람이나 개나 마음 정겹게 나누고,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에 있다면
늘 행복하겠지요. 그런데 얘 이름이 무엇일까 궁금하네요.~

파란놀 2013-06-01 10:40   좋아요 0 | URL
헌책방골목 이웃들 모두
이 개 한 마리 아끼고 좋아해 주더군요.

어린 손님들도
개 좋아하는 손님들도
이 개를 쓰다듬어 주고요.

개 이름은 '두리'입니다.
부산 보수동 <알파서점> 나들이 이야기에서
이 개 이름을 적어 놓았어요~ ^^

그 글에는 사진을 못 붙이고,
이제 고흥에 돌아와서야 사진을 갈무리해서 올려요.
 
화려한 반란 삶의 시선 32
안오일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와 생각
[시를 말하는 시 11] 안오일, 《화려한 반란》

 


- 책이름 : 화려한 반란
- 글 : 안오일
- 펴낸곳 : 삶이보이는창 (2010.8.10.)
- 책값 : 6000원

 


  글을 쓰는 까닭을 누군가 묻는다면 한 마디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열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여는 일이란 무엇이냐고 다시금 묻는다면 한 마디로 덧붙일 수 있습니다. 삶을 짓는 하루입니다. 그러니까, 삶을 짓는 하루를 누리려고 생각을 열 마음이기에 글을 쓴다고 하겠습니다.


.. 흙만 있는 빈 화분에 / 자꾸만 물을 주는 어린 조카 / 언젠가는 싹이 나올 거란다 ..  (물을 준다는 것)


  호미질을 하거나 맨손으로 풀을 뜯을 적에도 생각을 엽니다. 생각을 열며 삶을 짓습니다. 개구리나 멧새 노랫소리를 들을 적에도 생각을 엽니다. 생각을 열면서 삶을 가만히 짓습니다.


  아이들 재우며 자장노래 부를 적에도, 아이를 품에 안고 토닥일 적에도, 아이와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놀이 할 적에도, 아이하고 나란히 들마실 다닐 적에도, 언제나 생각을 열면서 삶을 짓습니다. 누구나 온 하루는 생각열기요 삶짓기입니다.


.. 과일 가게에서 사과를 고르는데 / 때깔 좋은 것만 골라 담는 봉지들마다 / 상처 난 것 한두 개씩을 덤으로 얹어준다 ..  (상처에 대한 다른 생각)


  모든 하루는 새롭습니다. 어느 하루나 다릅니다. 똑같은 날은 한 차례도 없습니다. 백 해를 살거나 천 해를 살거나 만 해를 살더라도, 모든 하루는 다 다르게 찾아오며 다 다르게 누리고 다 다르게 마무리짓습니다. 똑같은 하루가 있을 수 없어요.


  그런데 정부가 생기고 관료가 나타내며 지식인이 생기면서, 사람들 삶과 삶터를 틀에 맞추려는 움직임이 불거집니다. 몇 시 출근 몇 시 퇴근 같은 틀이 생깁니다. 근무시간 얼마 월급 얼마 같은 틀이 생깁니다. 자격증과 졸업장 같은 틀이 생깁니다. 옷차림과 몸매와 얼굴 같은 틀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시골을 떠나 도시로 찾아들면서 틀에 길들려고 합니다. 날씨도 달도 날도 해도 느끼지 않는 도시에서 똑같은 틀에 스스로를 맞추면서 돈과 숫자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이들이 나이 차면 학교에 보내야 하는 줄 여기고, 때 되면 예방주사 놓아야 하는 줄 여기며, 때 되면 바깥밥 사다 먹고 케익 장만하고 뭣뭣 해 주고 선물받고 챙기고 하는 틀에 사로잡힙니다.


.. 나는 / 쇠똥구리 앞에 서면 / 쇠똥구리가 되고 / 나무 앞에 서면 / 나무가 되고 / 바람 앞에 서면 / 바람이 된다 ..  (거울)


  천 해를 살아온 나무는 천 해 동안 날마다 다르게 하루를 짓습니다. 천 해를 거쳐 어느 하루 똑같이 나뭇잎춤 춘 나무는 없습니다. 천 해 동안 나무꽃 똑같은 갯수로 피운 적 없습니다. 나무꽃 피는 자리가 똑같은 적 없습니다.


  모판에 빽빽이 채운 볍씨가 자라 볏모 되어도, 이 볏모 심은 논에서 가을날 거두는 새 나락은 지난해와는 다른 알맹이입니다. 같은 감나무에서 맺는 감알도 지난해와 올해가 다릅니다. 딸기도 능금도 복숭아도 살구도 배도 포도도, 모두 해마다 다른 맛과 멋을 살포시 풍기는 숨결 되어 태어납니다.


  감옥과 학교와 공공기관과 회사는 사람들을 판박이처럼 틀로 쩍 찍어서 똑같은 꼴이 되도록 내몹니다. 사람들은 왜 왼걷기나 오른걷기를 해야 할까요. 시골 논둑길에서 왼걷기나 오른걷기를 해야 할까요. 숲에서, 바다에서, 들에서, 마당에서, 뜰에서, 골짜기에서, 왼걷기나 오른걷기가 얼마나 뜻있거나 값있을까요.


  학교에서는 왜 치마길이 머리길이를 따질까요. 공공기관에서는 왜 으레 양복차림을 할까요. 영업사원 노릇 하려면 목댕기로 목을 꽉 조이며 까만 구두 꿰어야 할까요. 손전화 없거나 인터넷 안 하면 오늘날 사회에서는 ‘사람 아닌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텔레비전 안 들이고 텔레비전 안 보는 삶은 ‘현대인 되기를 거스르는’ 꼴이니, 사회에서 내동댕이쳐 주어도 될까요.


.. 하얀 목련, 크게 입을 벌려 / 나무를 명명하고 있다 / 무슨 나무일까 궁금했는데 / 꽃이 피니 목련나무인 줄 알겠다 ..  (나무의 세제곱센티미터)


  생각을 열 때에 삶을 짓습니다. 생각을 열 때에 글을 씁니다. 생각을 열 때에 사랑을 나눕니다. 생각을 열 때에 즐겁게 놀고 신나게 일합니다. 생각을 열 때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생각을 열 때에 시를 쓰지요. 생각을 열 때에 시를 써요. 생각을 안 열고 시를 쓰거나, 생각을 안 열었는데 시를 읽는 사람 틀림없이 있어요. 그러나, 시를 쓰거나 읽고픈 사람이라면, 언제나 마음가짐부터 새롭게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생각을 환하게 열며 시를 환하게 쓸 노릇이에요. 생각을 맑게 열며 시를 맑게 읽을 노릇이에요.


  착한 마음 되지 않고는 시를 착하게 못 씁니다. 참다운 마음 되지 않고는 시를 참답게 못 읽습니다. 노래하는 마음일 때에 노래하듯 시를 써요. 춤추는 마음일 때에 춤추듯 시를 읽어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스럽게 시를 씁니다. 꿈꾸는 마음으로 꿈을 꾸듯이 시를 읽습니다. 언제나 삶 그대로 쓰는 시요, 읽는 시입니다. 늘 삶과 같이 써서 나누는 시요, 읽으며 누리는 시입니다.


.. 서로가 멀어질수록 깨달은 건 /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한 몸에서 나왔다는 것 ..  (뿌리와 가지)


  안오일 님 시집 《화려한 반란》(삶이보이는창,2010)을 읽습니다. 무엇이 눈부시고, 무엇이 뒤집기인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안오일 님으로서는 눈부시다 여길 수 있고, 뒤집기라 여길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눈부시다 여기기에 눈부시다 노래하며 시를 써요. 스스로 뒤집는다고 여기니까 이것저것 뒤집으려고 시를 써요.


  그예 즐겁게 바라보며 눈부신 빛 누리면 됩니다. 그저 신나게 뒤집으면서 삶과 꿈을 일구면 됩니다. 도시에서 살든 시골에서 살든, 큰도시에서 살든, 두멧시골에서 살든, 생각을 열어 이웃을 넓게 헤아리면 됩니다. 생각을 일구어 삶을 지으면 됩니다. 삶을 지어 사랑을 속삭이고, 사랑씨앗 심으면서 날마다 꿈날개 펄럭이면 됩니다. 4346.6.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