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 꾀꼬리

 


  시골집 떠나 마실을 나오는 길, 큰아이가 군내버스에서 조잘조잘 노래를 부른다. 스스로 가락과 노랫말 지어 부르다가는, 즐겨부르는 몇 가지 노래를 이어서 부른다. 군내버스는 오늘 따라 조용하다. 할매들도 할배들도 그저 조용히 타고 읍내로 간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마음 되어 이렇게 노래를 한껏 부르면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올 수 있을까. 나는 이 아이들한테 어떤 빛을 물려주고, 이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어떤 꿈을 이어주는 하루일까. 4346.8.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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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고 싶은 글

 


  시골마을에서는 아이가 읽어 달라 얘기하는 ‘글 적힌 알림판’이 드물다. 도시로 나들이를 나오니, 이곳에도 글 저곳에도 글이다. 그런데, 시외버스 걸상 뒤판에 적힌 글을 비롯해, 도시에 가득한 글은 온통 광고하는 글이다.


  여섯 살 큰아이는 한글을 꾸준히 익히면서 새롭게 보는 글을 즐겁게 읽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우리 사회를 이루는 어른들은 돈을 더 벌도록 물건을 더 팔고 싶은 광고와 홍보만을 꾀하는 글판(알림판)을 붙인다.


  아이와 함께 누구나 즐겁게 바라볼 만한 글판은 어디에 있을까. 삶을 밝히면서 사랑을 빛내는 글을 붙이면서 마을과 보금자리를 돌보려는 어른은 몇이나 있을까. 어른들은 어떤 글을 써서 둘레 사람들한테 읽히려고 하는가. 4346.8.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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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4년에 '7~8살 어린이 첫 국어사전'을 쓸 생각입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초등 낮은학년 국어사전'을 쓰려고 합니다. 지난 1994년부터 그러모은 온갖 국어사전과 자료를 바탕으로, 쉬우면서 즐겁고 아름답게 읽는 국어사전을 쓰려고 합니다.

 

지난 스무 해에 걸쳐 그러모은 자료가 넉넉하지만, 아직 못 갖춘 자료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리고, 국어사전을 쓰는 동안 다른 '글삯벌이'는 거의 할 수 없는 만큼, [국어사전 집필기금 모으기]를 해야겠다고 느낍니다.

 

여러 학술기금이나 문화재단기금이 있기에, 이곳저곳 알아보았지만, '국어사전 쓰는 일'은 '전문 영역'이라고 여겨, 대학교 관련학과 졸업장이나 대학원 석사학위를 증빙자료로 바라곤 합니다. 나는 고졸학력으로도 '보리국어사전 엮는 편집장'으로 일했고, '국립국어원 한글문화학교 강사'라든지 '한글학회 공공언어순화지원단 단장'을 했지만, 이런 경력으로는 '국어사전 집필기금'을 받기가 너무 어렵고, 현실로는 '불가능'이로구나 싶습니다.

 

어떻든, 시골에서 아이들과 살뜰히 지낼 살림돈을 어느 만큼 건사할 수 있는 테두리에서 국어사전을 조금이나마 느긋하게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무튼, 오늘부터 '국어사전 쓰기'를 할 생각이고, 2014년 한글날에 '7~8살 어린이 첫 국어사전'을 선보이려고 해요. [국어사전 집필기금]에 한손 거들어 주는 분들 모두한테는 이 책이 나오면 정갈하게 쓴 손글씨 담은 책을 선물로 드리려 합니다. 얼마나 어떻게 모아야 할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길은 틀림없이 있을 테지요.

 

항공방제 대피로 고흥을 떠나 여러 날 지내면서 곰곰이 생각하면서, 바지런히 국어사전을 쓰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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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잔치 〈책순이〉를 합니다.

 

 지난 2013년 7월 31일부터 했으며,

 오는 2013년 8월 31일까지 합니다.

 

 8월 17일 토요일 낮 두 시(14시)에는

 사진작가와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책을 즐기는 '책순이' 이야기를

 사진으로 조촐히 만나면서,

 이 사진들 내건 전남 순천 예쁜 헌책방에서

 즐겁게 책마실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순이

책 읽는 시골아이

2013.7.31.(수)∼ 2013.8.31.(토)

- 전남 순천 연향동 1465-4 〈형설서점〉 061.723.1069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사업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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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1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헌책방에서 하는 <책순이> 사진잔치, 얼마나 정답고 아름다울까요~? ^^
가 보지는 못하지만, 보내주신 예쁜 <책순이> 사진도록 넘겨보며 사진엽서도 바라보며
즐거운 웃음이 가득합니다~*^^*

파란놀 2013-08-18 08:38   좋아요 0 | URL
마음속에 고운 책빛 언제나 환하게 누리셔요~
 

항공방제 대피하는 마음

 


  오늘 2013년 8월 12일과 13일은 우리 마을 논에 항공방제를 하는 날입니다.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우리 마을을 비롯해 고흥군 곳곳에 항공방제를 합니다. 이리하여,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한동안 고흥을 떠나기로 합니다. 항공방제는 친환경농약 뿌려서 벼멸구와 나방을 잡으려 한다는 일이라는데, 이 항공방제가 지나가고 나면 벼멸구와 나방도 죽을 테지만, 잠자리와 나비뿐 아니라 온갖 풀벌레가 모조리 죽습니다. 개구리도 죽고 제비도 죽습니다. 해오라기는 아예 자취를 감춥니다. 온 들판과 마을에서 아무런 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항공방제가 지나간 시골은 ‘죽은 소리만 고요하게 퍼질’ 뿐입니다.


  사람을 뺀 모든 목숨이 죽어서 사라지는 일을 무섭게 느끼지 않는다면, 사람만 살아남고 다른 모든 목숨은 죽어도 된다고 여기는 짓을 끔찍하게 느끼지 않는다면, 사람은 스스로 사람됨을 내버리는 노릇이라고 봅니다.


  시골마을에 늙은 어르신만 있어 농약을 치기 어렵다 하지만, 늙은 어르신들은 늙은 몸으로 농약을 잘 치십니다. 항공방제가 아니어도 여느 때에 곳곳에 수없이 농약을 칩니다. 논둑에도 밭둑에도 길섶에도 온통 농약투성이입니다. 독재정권이 새마을운동 앞세워 시골마을 골골샅샅 풀지붕을 슬레트지붕으로 바꾸고, 온 나라 흙길을 시멘트길로 바꿀 무렵부터 길든 농약농사 버릇은 이제 쉰 해 마흔 해 동안 몸에 착 달라붙어 안 떨어집니다. 시골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적에 농약을 마시고 죽으면서, 정작 이 농약을 들과 숲에 뿌리면 사람들 몸이 어떻게 달라질는지를 조금도 헤아리지 않습니다. 그저 ‘사람 몸에 나쁘지 않을 만큼 뿌린다’고 할 뿐입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하루빨리 시골 떠나 도시로 가는 길’만 배운 탓에, 시골에 늙은 할매 할배만 남았으니 어쩔 수 없을는지 모릅니다. 시골에서 늙은 할매 할배와 함께 흙을 만지며 아끼고 사랑할 어린이와 젊은이가 몽땅 사라졌다 할 만하니, 늙은 몸으로 농약을 만지며 흙을 죽이고 달달 볶을밖에 없을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늙은 몸이기에 농약만 써야 한다고 여겨, 흙을 죽이거나 망가뜨리면, 나중에라도 어린이와 젊은이가 시골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흙이 농약에 절디전 마당에, 비닐농사 지으며 밭마다 1미터 깊이까지 비닐쓰레기 파묻어 비닐쓰레기 넘치는 마당에, 어떤 도시 어린이와 젊은이가 시골이 좋다고 돌아올 수 있을까요? 시골을 아끼며 사랑할 젊은 일꾼이 시골로 찾아들기를 바란다면, 마을 어르신부터 군수와 공무원 모두 ‘흙을 살리고 살찌우는 길’을 북돋우면서 ‘숲을 지키고 돌보는 삶’을 가꾸어야 할 텐데요.


  오늘날 시골은 농약도 농약이지만, 밭자락에 몰래 함부로 파묻은 쓰레기가 그득그득합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고흥 시골마을 작은 집에 깃들었지만, 이 시골마을 작은 집에 와서 한 첫 일이란 밭에 파묻힌 쓰레기 캐내기였습니다. 우리 식구는 우리 밭에서만 1톤에 가까운 쓰레기를 캐내어 고흥쓰레기매립지로 옮겨야 했습니다. 쓰레기를 캐낸 밭은 아직 아무것도 심을 수 없습니다. 쓰레기냄새와 쓰레기물을 들풀이 걸러내고 씻어내기까지 앞으로 열 해쯤 기다려야겠지요. 여기에, 시골 어르신들은 비닐이나 농약병이나 플라스틱을 따로 가르지 않고 몽땅 그러모아서 ‘흙바닥 빈터’에서 태웁니다. 쓰레기를 태운 흙바닥 빈터는 마을마다 집집마다 있습니다.


  우리 시골에 언제부터 이처럼 쓰레기가 넘쳤을까요. 우리 시골에 언제부터 이렇게 ‘쓰레기농사’가 뿌리내렸을까요. 왜 농사짓기를 마친 논밭 둘레에 쓰레기가 잔뜩 굴러다녀야 할까요. 해마다 비닐쓰레기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데, 이 비닐쓰레기는 누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농약병과 농약봉지와 비료푸대와 막걸리병이 도랑이며 개울이며 밭둑이며 굴러다닙니다. 이것들은 누가 어디에 치워야 할까요.


  지난 7월 첫 항공방제 지나간 뒤부터 새벽멧새 노랫소리를 못 들으면서 새벽을 맞이합니다. 우리 집 풀밭에 깃들어 살아가는 풀벌레 몇몇 울음소리로 겨우 새벽을 느낍니다. 4346.8.1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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