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 님이 사진을 한창 배우던 때에 내놓은 산문책 《나의 아름다운 창》을 언제 읽을까 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엊그제부터 읽는다. 신현림 님 사진책 가운데 이 책을 맨 먼저 읽을 수도 있지만, 다른 책을 하나하나 살펴 읽은 끝에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을 수 있고, 앞으로 다른 사진책 선보인 뒤에 천천히 읽을 수 있다. 언제 어떻게 내놓는 책이든, 모든 책에는 똑같은 빛이 깃들리라 느낀다. 이 빛은 사진을 살리는 빛이면서 삶을 밝히는 빛이요 넋을 살찌우는 빛이 된다. 사진 한 장은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꽃 피어나게 이끌기도 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꽃 자라도록 동무가 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창문으로 아름다운 숲을 아름다운 눈길 가다듬으면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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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창
신현림 지음 / 창비 / 1998년 2월
12,000원 → 11,400원(5%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9월 1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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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빙글빙글 날기 (2013.9.15.)

 


  크레용을 새로 장만한다. 작은아이가 크레파스를 꽤 많이 씹어먹는 바람에 쓸 만한 빛깔이 많이 사라졌다. 서울마실 하는 김에 빛깔 많은 크레파스를 사려고 조금 큰 문방구에 들렀는데, 가게 일꾼이 크레파스라 하며 건넨 것을 시골에 돌아와서 뜯으니 크레용이다. 어쩐지 값이 비싸다 했더니 왜 크레파스 아닌 크레용을 주었을까. 아무튼, 새 크레용을 마루에 펼치고 큰아이와 작은아이와 나란히 엎드려 그림을 그린다. 아버지는 오늘 빙글빙글 춤추며 날아가는 물방울을 그린다. 이 물방울 자국을 따라 나비랑 제비랑 꽃이랑 나무랑 빗물이랑 달이랑 별을 올망졸망 집어넣는다. 물방울이 날며 남긴 발자국을 점으로 찍느라 품이 많이 들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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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3. 2013.9.15.

 


  잘 익은 무화과를 먹자. 꼭다리만 남기고 야금야금 깨물어 오물오물 씹어서 먹자. 무화과는 무화과맛이다. 겨울부터 가을까지 무화과나무가 받아들인 햇볕과 빗물과 바람과 흙이 이 열매 한 알에 고스란히 담긴다. 무화과 한 알을 거쳐 한 해를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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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16 11:52   좋아요 0 | URL
아우~~무화과가 무척 크고 싱싱하고 맛나 보입니다!
저는 무화과를 하나로 클럽에서 종이상자에 포장되어 있는 것만 사먹어
보았는데 그리 크지도 않고 뭔가 맛도 조금 심심했어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제 입속에서도 침이 고이네요~^^
벼리와 보라야, 참 맛있지?^^ 부럽다~ㅎ

파란놀 2013-09-16 14:0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상품으로 파는 무화과는...
따로 무화과농장에서 키워요.

저희는... 그런 무화과도 먹고
나무에 달린 무화과도 먹는데,
무화과만큼은 감과 함께
어떤 열매로 먹어도 다 맛있어요 @.@
 

[함께 살아가는 말 159] 손꽃

 


  손으로 실을 얻습니다. 손으로 천을 짭니다. 손으로 옷을 짓습니다. 손으로 지은 옷에 손으로 무늬를 넣습니다. 손으로 머리띠와 머리핀을 만들고, 손으로 빗을 만들며, 손으로 단추를 깎습니다. 손으로 꽃을 피웁니다. 손에서 꽃이 피어납니다. 손을 놀리면서 솜씨가 늘고, 솜씨가 늘면서 손꽃이 이루어집니다. 손꽃은 손빛으로 이루는 손꿈입니다. 손꿈 담은 옷을 입으면서 손내음을 맡습니다. 손빛 감도는 옷을 손으로 빨고 마당에 널어 해바라기를 시키면서 따사로운 햇살내음 함께 머금습니다. 두 손으로 아이들 볼을 어루만지고, 두 손을 옆지기 가슴에 대며 콩닥콩닥 싱그러이 뛰는 숨소리를 듣습니다. 4346.9.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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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시골집에 돌아오다. 아침 여덟 시에 강남고속버스역에서 고흥으로 들어오는 버스는 5분 늦어서 놓치고, 아홉 시 반에 고흥으로 들어오는 버스는 자리가 없어 못 탔다. 여덟 시 반에 순천으로 달리는 시외버스를 탔고, 순천에서 삼십 분을 기다려 고흥 들어오는 시외버스로 갈아탔다. 고흥 읍내에서 감알과 무화과를 장만한 뒤 군내버스를 한 시간 기다려 탄다. 군내버스 슬슬 이십 분 달려 동백마을에 선다. 마을 할배들 한가위 앞두고 고샅길 풀을 모조리 베셨다. 우리 집 대문 앞 고들빼기꽃이랑 까마중꽃까지 남기지 않고 베셨다. 기계로 한두 번 슥슥 밀면 이것도 저것도 곧바로 사라진다. 대문 앞 까마중꽃 지면서 검푸르게 익던 까마중알도 가뭇없이 사라진다. 그렇지만 우리 집 마당 둘레에 까마중 잔뜩 있으니 괜찮다. 시골집에 닿아 아이들과 인사하고 아이들 선물을 내려놓는다. 서울마실 하며 시골물 4리터 챙겼으나 어제 다 마셨고, 시골집에 닿아 하루 동안 목이 타게 바라던 시골물 실컷 들이켠다. 시원하다. 보드랍다. 따사롭고 달콤하다. 시골바람 마시며 시골볕 누린다. 4346.9.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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