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94) -의 : 내 눈동자의 피를

 

 

모기가 내 눈동자의 피를 빨게 될지라도 / 내 결코 당신을 잊지 않으리라
《함민복-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창작과비평사,1996) 28쪽

 

  ‘결(決)코’는 ‘꼭’이나 ‘반드시’로 손질합니다. ‘무슨 일 있어도’도 ‘죽어도’로 손질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까지나’나 ‘눈에 흙이 들어가더라도’로 손질해도 됩니다.

 

 내 눈동자의 피를
→ 내 눈동자에 앉아 피를
→ 내 눈동자에서 피를
→ 내 눈동자 피를
→ 내 눈동자를
 …

 

  모기는 사람들 팔이나 다리나 얼굴에 앉아서 피를 빱니다. 모기는 윙윙 날다가도 살며시 내려앉아 피를 빱니다. 모기는 팔을 물고 얼굴을 물며 다리를 뭅니다. 모기는 팔에서 피를 빨고, 얼굴에서 피를 빨아요. 모기가 내 피를 어떻게 빠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꾸밈없이 글로 나타냅니다. 4346.9.1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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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내 눈동자에 앉아 피를 빨게 될지라도 / 내 언제나 당신을 잊지 않으리라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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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 옷가지

 


  작은아이가 똥오줌을 가린다. 서른 달을 함께 살아온 이 아이가 씩씩하게 두 가지를 가린다. 큰아잊는 스물넉 달 즈음 밤오줌을 가렸지만, 열넉 달 즈음부터 낮에 똥오줌을 가렸다. 큰아이를 생각하면 작은아이는 퍽 오래도록 똥오줌을 안 가리면서 빨랫감을 내놓은 셈이다. 가까운 나들이를 하더라도 작은아이 옷가지에다가 기저귀를 꽤 챙겨서 다녀야 했다. 작은아이와 나들이를 다니면 오줌에 젖은 바지를 몇 벌씩 비닐봉지에 담아야 했다. 이제 작은아이는 나들이를 다니더라도, 또 낮잠을 자더라도, 웬만해서는 오줌바지를 내놓지 않는다. 너무 신나게 논 날에는 그만 이불에 쉬를 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반 해쯤 지나면 이불에 오줌 싸는 일도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고흥부터 음성까지 여덟 시간 먼길 나들이를 하는 동안 작은아이 빨랫감이 한 벌도 안 나온다. 몸도 마음도 홀가분하고, 내가 짊어지는 가방도 한결 가볍다. 얘야, 참으로 고맙구나.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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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9-18 09:32   좋아요 0 | URL
이런 이야기를 엄마가 아닌 아빠가 쓰다니 참 대단하시다 싶어요
모든 육아를 저혼자 도맡아 하는 저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파란놀 2013-09-18 11:24   좋아요 0 | URL
집일과 아이돌보기를 혼자서 하고
거기다가 돈벌이까지 도맡아서 하는걸요 ^^;;;

슈퍼맨은 아니지만...
새벽녘에 온몸 쑤신 채 썼다가
아버지(애들 할아버지) 볼일 보실 적에
모처럼 컴퓨터 켜고 글을 띄웠어요.

@.@
 

등허리로 쓰는 글

 


  아이들이 새근새근 자는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 아이들 숨소리를 곁에서 느끼며 글을 쓴다. 오늘은 밤 한 시 오십 분에 작은아이 칭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깨어나 글을 쓰려 하는데, 등허리가 몹시 결려 더 드러눕기로 한다. 두 시 반에 큰아이가 쉬 마렵다면서 깨어나기에 쉬를 누이고 셈틀 앞에 앉으려 하다가 아무래도 등허리가 펴지지 않아 더 드러눕기로 한다. 새벽 네 시에 문득 보름달 둥근 빛 환하게 드리워서, 이제는 참말 일어나자 하고 생각하지만 등허리 결린 뻑적지근함이 몹시 센 탓에 더 드러눕는다. 새벽 여섯 시 십 분, 등허리 결린 느낌이 많이 가신다. 비로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셈틀을 켠다. 아픈 몸으로 싯말을 곰삭혀 한 줄 두 줄 아름답게 일군 서정슬 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녁은 얼마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얼마나 사랑을 따스히 품어, 아픈 몸을 일으켜 노래하듯 글줄 엮을 수 있었을까.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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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18 12:17   좋아요 0 | URL
서정슬 시인님을 생각하면..
늘 제가 부끄럽습니다...

파란놀 2013-09-19 09:48   좋아요 0 | URL
모두 다 다른 곳에서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살아갈 뿐이에요..
 

짐가방

 


  한가위를 앞두고 마실을 가려고 짐을 꾸린다. 아이들이 많이 어리니, 아이들이 쓸 것들은 모두 아버지 가방에 들어간다. 아이들 옷가지부터 아이들 먹을 여러 가지를 아버지 가방에 챙긴다. 오가는 동안 마실 물을 챙긴다. 손닦개를 챙기고, 수저랑 잇솔이랑 아이들 만화책과 공책과 크레파스까지 챙긴다. 크레파스와 함께 종이를 알맞게 잘라 챙긴다. 공책에 쓸 연필을 챙기고, 두 아이 치마저고리와 바지저고리를 챙긴다. 신을 한 벌 더 챙긴다. 기차에서 먹일 밥은 따로 기차역 둘레에서 장만할 테니, 짐은 자꾸 늘어난다.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가 이것저것 챙겨 주시면, 오히려 더 무거운 짐이 되리라. 4346.9.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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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17 14:31   좋아요 0 | URL
추석 잘 보내고 오세요~*^^*

파란놀 2013-09-18 09: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후애 님
늘 사랑과 꿈 가득한 하루와
한가위 누리소서~~

appletreeje 2013-09-17 16:22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저도 미리 인사를 드립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고 오셔요~*^^*

파란놀 2013-09-18 09: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여덟 시간 걸려 음성까지 잘 왔어요 @.@

appletreeje 님도 아름다운 한가위 누리셔요~~
 

아이 글 읽기
2013.8.17. 큰아이―기찻길 그림

 


  아이가 크면서 기차나 시외버스에서도 가끔 글놀이나 그림놀이 즐길 수 있다. 아이가 더 크면 아이는 스스로 읽을 책을 스스로 챙기기까지 하리라. 아이와 함께 기차에서 글놀이 즐기다가 넌지시 들여다보면서 무엇을 쓰고 그리는가를 살피면서, 나는 나대로 무엇을 누리거나 즐길까 하고 생각해 보곤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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