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60] 둥근밥

 


  서울에 있는 고속버스역에서 버스를 타기 앞서 가게에 들릅니다. 이곳에서 밥 될 만한 먹을거리 있나 살피다가 둥그런 밥덩이를 봅니다. 세모김밥도 주먹밥도 아닌 ‘둥근밥’입니다. 비닐로 싼 둥근밥 겉에 ‘둥근밥볶음’이라는 이름 다섯 글자 적힙니다. 세모나게 빚어 김으로 싼 밥이니 세모김밥이고, 주먹으로 쥐어 빚은 밥이니 주먹밥이요, 볶아서 둥글게 뭉쳤으니 둥근밥볶음이 되는군요. 네모난 틀로 찍으면 네모밥이 되겠지요. 별과 같은 모양이 되도록 찍으면 별밥이 될 테고요. 꽃무늬를 담으면 꽃밥이라 하면 어울릴까요. 둥글게 빚은 밥이 보름달과 같다 하면 보름달밥이나 달밥이라 할 수 있나요. 초승달밥이나 반달밥을 빚을 수 있습니다. 능금밥이나 앵두밥을 빚을 수 있습니다. 밥에 알록달록 빛깔을 물들여 무지개밥을 빚을 수도 있어요.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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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찾는 손길

 


  책을 찾는다. 내 마음을 톡 건드리는 이야기 깃든 책을 찾는다. 책을 찾는다. 내 마음에 따사로운 사랑 피어나도록 이끌 책을 찾는다. 책을 찾는다. 내 마음에 고운 꿈 자라도록 북돋울 책을 찾는다.

  손으로 쥐어 눈으로 훑는 책은 머리를 거쳐 마음으로 가 닿는다. 손에 들어 눈으로 살피는 책은 머리에서 생각하고 마음에서 사랑하면서 스며든다. 책은 이야기이면서 사랑이다. 책은 삶이면서 꿈이다.


  이야기를 읽으려고 찾는 책이란, 사랑을 누리려고 읽는 이야기가 된다. 삶을 읽으려고 찾는 책이란, 꿈을 이루려고 읽는 마음이 된다.


  책 하나 가만히 들춘다. 책시렁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책탑을 곰곰이 들여다본다. 머리말을 읽고 차례를 돌아보며 몸글을 하나둘 넘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어떤 삶을 어떤 마음이 되어 어떤 빛으로 갈무리했을까. 이 책을 엮은 사람은 어떤 삶을 어떤 눈길이 되어 어떤 손길로 가다듬었을까.


  밥을 먹는다. 맛난 밥을 먹는다. 내 몸을 살찌우는 밥을 먹는다. 내가 먹는 밥 한 그릇이 되기까지 어느 흙일꾼이 어느 시골자락에서 어떤 햇볕과 빗물과 바람을 이 곡식에 깃들도록 했을까. 마당에서 풀을 뜯는다. 내가 먹는 풀 한 포기는 그동안 어떤 햇볕과 빗물과 바람을 이곳에서 머금으며 자랐을까. 살아온 자취가 밥알 하나마다 숨쉰다. 살아온 결이 풀포기 하나마다 싱그럽다.


  책이 된 글은 어떤 삶에서 태어났을까. 책이 된 삶은 어떤 글로 피어날까. 책이 된 글은 어떤 사랑에서 샘솟았을까. 책이 된 삶은 어떤 글로 자라날까. 즐겁게 읽을 책 한 권 찾는 동안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을 찾는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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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54] 아이하고 지내기

 


  사랑은 사랑으로 흐릅니다.
  푸른 바람은 푸르게 붑니다.
  따순 햇볕은 따숩게 내리쬐요.

 


  골을 부리면 골부림이 됩니다. 환하게 웃으면 웃음꽃이 됩니다. 아이 앞에서뿐 아니라 여느 자리에서 이맛살 찡그리며 말을 하면, 이 말투와 말씨는 아이한테 천천히 스며듭니다. 아이 앞에서나 다른 자리에서나 빙그레 웃음지으며 말을 하면, 이 말마디와 말결은 아이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 마음속으로 가만히 젖어듭니다. 아이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하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봐요.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면, 아이하고도 즐겁게 살아가면 돼요. 아이하고도 즐겁게 살고, 내 하루도 즐겁게 일구고 싶다면, 언제나 활짝 웃으며 사랑스레 말해요.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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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42. 2013.7.30.

 


  마당에 놓은 평상에 엎드려 글씨쓰기 놀이를 하던 아이가 벌떡 드러누워 공책을 쭉 들어서 펼친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공책을 그림책처럼 들고는 종알종알 읽는다. 그래, 너희들 글은 다 읽을 줄 아니. 글은 몰라도 글을 읽는 시늉을 하면서 노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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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 비질하는 어린이

 


  후박잎이 진다. 마당에 흩어진다. 큰아이가 문득 빗자루를 들어 가랑잎을 그러모은다. 비질을 하고 싶었니? 그래, 그러면 날마다 마당을 비질해 보렴. 네 손힘도 세질 테고, 마당은 깔끔할 테며, 후박잎도 후박나무도 좋아하리라 생각해.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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