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3.9.18. 큰아이―떼비전, 제비

 


  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집에 와서 함께 그림놀이를 하는 큰아이가 무엇을 그리는가 쳐다본다. 아이가 맨 먼저 ‘떼비전(텔레비전)’을 그린다. 그래, 할머니 할아버지 집 큰 마루에 가장 잘 보이는 커다란 것이 텔레비전이로구나. 그리고, 할머니가 앉는 걸상을 네가 앉고 싶어 걸상을 그리네. 공책 그림을 마치고 종이 그림을 그릴 적에는 아버지 따라 제비를 그리는구나. 오늘 네가 그리는 제비는 주둥이와 눈과 머리와 날개와 꼬리 모두 잘 어울리도록 그렸네. 가까이에서 늘 눈여겨본 것들을 꾸밈없이 그릴 줄 아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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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55] 저녁노을

 


  해를 따라 날아가면 언제나 아침,
  또는 낮 또는 저녁 또는 밤 또는 새벽.
  삶을 일구며 하루를 맞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느덧 일곱 시도 안 되어 해가 떨어져요. 저녁노을과 아침노을은 사진으로 찍어도 아름답고, 그예 눈으로 바라보고 또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지구별은 둥글기에 해가 지는 결을 따라 하늘을 날면 스물네 시간 내내 저녁노을이나 아침노을만 바라볼 수 있어요. 또는, 하루 내내 밤이나 낮만 바라볼 수 있어요. 하루 내내 아침만 있다면, 하루 내내 저녁만 있다면, 하루 내내 낮만 있다면 어떤 삶이 될까요. 아침이 있고, 낮이 흐르며, 저녁이 저물고, 밤이 깊으며, 새벽이 밝는 하루를 누릴 적에는 어떤 삶이 될까요. 4346.9.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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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면 된다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이나 마을 바깥으로 다닐 적에, 우리 아이들은 집이나 마을에서처럼 쉬잖고 뛰거나 달리면서 놀려 한다. 어디에서나 거침없고 언제라도 즐겁게 놀 생각만 한다. 참 기운차게 뛰노는 두 아이 바라보며 늘 생각한다. 그래, 너희가 옳아. 너희가 맞아. 너희가 예뻐. 언제나 똑같은 마음과 몸과 삶일 때에 아름답고 즐겁지. 너희가 찻길 한복판에서 갑자기 “아버지, 나 발 아파. 신 벗고 맨발로 갈래.” 하고 외치는 소리는 참으로 옳아. 순천이나 서울이나 부산 같은 곳 시내 한복판 길거리는 길바닥이 지저분할 테지만, 너희는 그런 길바닥이 지저분하거나 말거나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 너희한테 그 길바닥은 하나도 안 지저분해. 아버지는 너희 발바닥이 지저분해지면 저 발바닥을 어디에서 닦아 주고 신은 어디에서 빨아야 하나 하고 생각하니까, 스스로 일거리를 만드는 셈이지.


  얘들아, 너희 어머니가 몸과 마음이 아프고 힘들기에, 늘 너희 아버지가 너희를 도맡아 데리고 다니지. 너희 아버지처럼 아이들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집일에다 바깥일 모두 하는 아저씨는 거의 없단다. 아이들 돌보면서 데리고 돌아다니는 몫은 ‘남녀평등’이라 하는 오늘날에도 으레 어머니(아줌마) 몫이란다. 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사회에서도 너희 아버지가 너희를 데리고 여덟아홉 시간 마실길을 다니면 놀란 눈으로 쳐다보지. 그런데, 왜 놀란 눈으로 쳐다볼까. 아버지는 두 아이를 데리고 먼 마실을 못 다니기 때문일까. 가시내가 할 몫을 사내가 맡으니까 바보스럽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사내는 아이들을 따숩게 돌볼 줄 모르고 보드랍게 보살피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자가용 아닌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며 여덟아홉 시간에 걸쳐 먼 마실을 다니자면 어른도 힘들 테지만, 누구보다 너희 어린 아이들이 힘들리라 생각한다. 몸이 힘들다기보다 실컷 뛰놀지 못하고 목소리마저 낮게 죽여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니. 생각해 보렴. 어른들은 말이야, 어른들더러 좁은 책걸상에 척 앉혀서 몇 시간 동안 꼼짝 못하게 하면 아마 미쳐서 죽을는지 몰라. 고흥에서 서울로 달리는 시외버스에서 으레 두어 시간 뒷간조차 못 가며 좁은 걸상에 앉아야 하는데, 아이들더러 걸상에 올라가지 말라 하고 노래하지 말라 하며 떠들지 말라 하면, 아이들더러 죽으라는 소리하고 똑같은 줄, 어른들은 참말 모르고 못 느낀단다.


  아이들은 기차에서 이 골마루 저 골마루 뛰고 싶지. 얼마나 답답한데. 어른들은 기차에서 술이라도 마신다지만, 아이들은 무얼 하겠니. 아이들은 뛰어야 하는걸. 아이들이 골마루를 거침없이 뛰고 달릴 수 있을 만한 자리가 따로 있어야 해. 갓난쟁이를 조용히 재우며 자장노래 부를 수 있을 만한 자리가 따로 있어야 해. 그런데, 기차나 버스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하지 않아. 모두 어른들 눈높이로만 해. 게다가 어른 눈높이도 ‘비장애인 어른’ 눈높이야. 언제 한 번 고속열차에 ‘유아방’ 따로 있대서 그곳에 탔지만, 아이들이 조금 뛰고 노래하니 그곳에서조차 그곳에 탄 다른 어른들이 싫어하더구나. 왜 아이도 없이 ‘유아방’ 칸에 타서 아이한테 눈치를 줄까.


  한가위 언저리에 버스나 기차를 어린 아이들과 타는 아저씨(아버지)들을 가만히 살펴보았지. 참하고 멋진 아저씨도 더러 있었으리라 느끼지만, 퉁명스럽고 거친 아저씨가 참말 많더구나. 볼기나 팔뚝 찰싹찰싹 얻어맞는 소리를 곧잘 들었어. 말을 안 듣는대서 때린다는데, 어른은 얼마나 아이들 말을 잘 듣기에 그렇게 여린 아이들을 때릴 수 있을까. 맞으면서 자란 어른들이라 이녁 아이들한테도 손찌검을 해야 할까.


  음성 시골마을에서 고흥 시골마을로 돌아오는 여덟 시간 반 걸리는 길에서 곰곰이 생각했다. 너희도 아버지도 똑같이 힘들지만, 힘이 든대서 축 처지거나 이맛살 찡그리면 서로 더 힘들 뿐인 줄 다시금 생각했다. 먼길을 서로 힘들게 다니면 그야말로 힘들 테지. 그래서, 힘들다 싶으면 노래를 불렀고, 새롭게 힘을 내어 조금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라도 너희와 놀면서 오려고 했어. 노래를 부르니 노랫소리 흐르지만, 다른 사람들 손전화 떠드는 소리보다는 나즈막하지. 놀면서 조금 큰 소리가 나더라도 여느 어른들 수다 떠는 소리보다 훨씬 조용하지.


  함께 즐기기로 마음을 먹으면 다 즐겁게 이루어져. 함께 놀고 웃으면서 다니기로 생각을 하면 여덟 시간이건 열 시간이건 열두 시간이건, 어른과 아이는 씩씩하게 마실을 다닐 수 있어. 먼길 마실에서 돌아왔으니, 아이들아 새근새근 오래오래 깊이 자렴. 잘 자고 일어나서 오늘도 기운차게 뛰어놀렴. 4346.9.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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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한가위 선물―아이 (2013.9.18.)

 


  한가위에 우리 아이들한테 무엇을 선물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우리 어머니 아버지하고 작은집에 그림을 하나씩 그려 선물하듯이, 우리 아이한테도 그림 하나 그려 선물하면 되겠구나 싶다. 그래서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바닷가 모래밭에서 그림놀이 즐기는 모습을 바탕으로 넣은 다음, 하늘과 바다와 흙을 빗대어 무지개빛으로 담아 본다. 아이들아, 우리 보금자리는 하늘과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삶터가 될 때에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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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1 23:15   좋아요 0 | URL
그림이 정말 마음빛 가득히,
절로 꿈과 노래가 되어 흐릅니다~*^^*

파란놀 2013-09-22 01:41   좋아요 0 | URL
모두들 스스로 고운 그림 그리며
마음 흐뭇한 삶 누린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아버지 그림놀이] 한가위 선물―풀 (2013.9.18.)

 


  셋째 작은아버지는 풀을 잘 모르리라 느낀다. 그래서 문득 ‘풀’을 그리기로 한다. 풀이 없다면 밥을 못 먹고, 풀이 없다면 고기도 못 먹는다. 돼지나 소한테 사료를 먹인다 하더라도, 사료를 얻자면 풀이 있어야 한다. 곰곰이 따지면, 바다에서건 뭍에서건 풀이 자라야 모든 목숨이 살아간다. 풀은 해와 비와 바람과 흙이 있어야 살아간다. 서로가 서로한테 기대고,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풀과 나란히 나무를 살뜰히 보듬으면서 삶을 알뜰히 일구실 수 있기를 비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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