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난자몬자 1
이토 시즈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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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275

 


노래가 흐르는 삶
― 수수께끼 난자몬자 1
 이토 시즈카 글·그림
 이지혜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1.4.14.

 


  저녁에 저녁새 노래를 듣습니다. 새벽에 새벽새 노래를 듣습니다. 가을이 한껏 깊은 시월 끝무렵에는 풀벌레 노랫소리가 가물가물 옅습니다. 시골마을 고즈넉하게 감돌던 풀벌레 노랫소리는 차츰 이울며 머잖아 똑 끊어지겠지요. 저마다 마지막 풀노래 들려주고는 흙 품에 안길 테지요.


  개구리도 풀벌레도 노래를 그치고 흙 품에 안길 무렵이면, 멧새와 들새 지저귀는 소리가 깊습니다. 퍽 먼 숲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까지 마을로 퍼집니다. 한밤에 아이들 이불 여미면서 가슴을 토닥토닥 다독이다가 살며시 스며드는 노래를 듣습니다. 이 밤에 저 새들은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을까. 동이 트면 우리 집 마당과 뒤꼍으로 멧새들 포르르 날아들어 먹이를 찾습니다. 열매도 따고 몽우리도 쫍니다. 무언가 배를 채울 만한 것 있는가 하고 이 집 저 집 부산스레 돌아다닙니다.


  시골사람이 기계를 안 쓰던 지난날에는 들판에 남은 이삭을 쪼려고 새들이 이곳저곳 누볐습니다. 시골사람이 농약을 안 쓰던 지난날에는 풀숲과 흙땅이 많아 새들은 이곳저곳에 깃들면서 먹이를 찾았습니다.


  사람도 살고 새도 살며 벌레도 살고 들짐승과 숲짐승이 나란히 살던 지난날입니다. 사람도 살고 냇물고기도 살며 바닷물고기도 함께 살던 지난날입니다. 숲이 우거지니 여우도 늑대도 곰도 범도 같이 살았지요. 나무가 우람하니 책걸상이나 옷장을 짤 나무를 애써 다른 어느 나라에서 사들일 까닭 없이 숲에서 나무를 베어 손수 짰지요. 아니, 지난날 사람들한테는 책걸상이 따로 없어요. 옷장도 따로 없어요. 자그마한 집에 시렁을 대어 옷을 얹습니다. 집에 종이책 건사하던 사람 거의 없습니다. 한자도 한글(훈민정음)도 모른다 하더라도 말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어버이는 아이한테 말로 삶을 물려주었습니다. 흙을 일구는 길, 풀을 뜯는 길, 풀에서 실을 뽑아 천을 엮고 옷을 짓는 길, 돌과 흙과 나무와 짚으로 집을 짓는 길, 고기를 낚고 손질하는 길, 날씨를 읽고 바람을 살피는 길, 별자리를 헤아리고 버섯이랑 꽃을 가늠하는 길, 나무마다 다른 쓰임새를 돌아보고 짚을 꼬아 신이며 바구니며 짜는 길, 지게를 만들어 등짐을 지는 길 들을 모두 책 아닌 말로 조곤조곤 물려주었습니다.


  조그맣게 마을 이루고 조그맣게 보금자리 이룹니다. 조그맣게 흙 일구고 조그맣게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 얻어 조그마한 한솥밥 즐거이 나눕니다. 입에서 입으로 일노래 삶노래 자장노래 들노래 사랑노래 불러 잇습니다. 손에서 손으로 일머리 일거리 일감 어깨동무 두레 품앗이 나누며 잇습니다.


- “그러니까 난, 타로 너랑 같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은데.” “그건 힘들어. 돈이 없는걸. 이 가게는 재고정리를 해서, 앞으로 한 달 뒤에 문을 닫을 거야. 할아버지 연금도 이젠 안 나오니까. 중학교 졸업하면 바로 일해야지.” (14∼15쪽)

 

 


  우리 겨레 옛삶은 노래가 흐르는 삶입니다. 무슨 일을 하건 언제나 노래를 불렀습니다. 들일을 하건 집을 짓건, 모내기를 하건 피를 뽑건, 풀을 뜯건 나물을 캐건, 밥을 짓건 방아를 찧건, 절구질을 하건 아기 젖을 물리건, 빨래를 비비건 새끼를 꼬건, 늘 노래입니다. 어른들만 노래가 아닙니다. 아이들도 이런 놀이 하며 이런 노래 부르고, 저런 놀이 하며 저런 노래 부릅니다. 언제나 노래가 흐르며 일을 했습니다. 늘 노래가 감도는 곳에서 깔깔 웃으며 놀이를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삶에는 노래가 좀처럼 흐르지 않습니다. 텔레비전 유행노래가 퍼지기는 하지만, 정작 사람들 스스로 노래를 짓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이녁 삶을 사랑하고 아끼는 노래를 스스로 짓지 못합니다. 텔레비전 유행노래만 따라 부르지요. 텔레비전 유행노래를 군민잔치나 면민잔치나 돌잔치나 일흔잔치 같은 데에서도 앵무새처럼 따라 부릅니다.


  노래가 없는 삶이란 사랑이 없는 삶입니다. 노래를 짓지 못하는 삶이란 꿈을 짓지 못하는 삶입니다.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삶이란 웃음이 없는 삶입니다. 노래를 아이들한테 입으로 물려주지 못하는 삶이란 가르침과 배움이 사라진 메마른 삶입니다.


- “거짓말이라니 무슨 소리야? 진짜 너무하는 거 아냐? 닫는다고 사라질 줄 알았어? 뭐라고 말 좀 해 봐! 난 여기 분명히 있다고! 똑똑히 보이잖아!” (54∼55쪽)
- “괜찮아. 아무리 오래 산 사람이라도 이런 일을 당하면 눈물이 날 거야.” (75쪽)


  이토 시즈카 님 만화책 《수수께끼 난자몬자》(삼양출판사,2011) 첫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는 ‘수수께끼와 같은 나무 한 그루’를 사이에 놓고 이야기를 펼칩니다. 아주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는데, 이 커다란 나무를 타고 오르다가 그만 미끄러져 떨어지는 사람은 ‘땅에 안 떨어’집니다. 높다란 나무에서 떨어지지만 ‘죽지 않’습니다. 높다란 나무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면 ‘엄지공주마냥 작은 사람으로 바뀝’니다.


  왜 안 죽을까요? 왜 작은 사람으로 바뀔까요?


  아무도 모르지요. 이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요? 이 나무는 이 시골마을에서 얼마나 오래도록 마을사람과 삶을 함께 이었을까요?

 


- “너, 굉장히 바르게 자랐구나?” “상당히 막 자랐는데?” “그런 뜻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 속에서 자란 거 같다고.” (83∼84쪽)
-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늘 이런 생각이 들어. 이 마을에서 함께 자라고, 친구들이랑 같이 나이를 먹는 거, 그건 어쩌면 굉장히 행복한 일 아닐까?” (119∼120쪽)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는 사람들은 무언가 가슴에 큰뜻을 품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가슴에 품은 큰뜻이란 무엇일까요. 돈을 많이 벌겠다는 뜻? 이름을 날리겠다는 뜻? 국회의원이나 판사나 검사쯤 되겠다는 뜻? 의사가 되겠다는 뜻? 이름난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되겠다는 뜻?


  시골에 남아 흙을 만지거나 물을 만지는 사람한테는 큰뜻이 없을까요? 시골 흙지기로 살거나, 시골 바다지기로 살아가는 일은 아무런 큰뜻이 없거나 아무런 보람이 없다 할 만할까요?


  도시로 가서 돈·이름·힘을 얻는대서 큰뜻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시골에 뿌리를 내려 사랑을 속삭이며 삶노래 부르는 하루는 큰뜻이 아니라고 할 만한지 궁금합니다.


  삶은 스스로 짓습니다. 노래는 스스로 짓습니다. 사랑은 스스로 짓습니다. 남이 지어 주는 삶을 누릴 수 없습니다. 남이 지어 준 노래는 내가 지은 노래만큼 재미있지 않습니다. 남이 베푸는 사랑이 내가 짓는 사랑처럼 곱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즐거움은 웃음입니다. 웃음은 노래입니다. 노래는 일이요 놀이입니다. 일과 놀이는 삶입니다. 삶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즐거움입니다. 즐겁게 웃으면서 노래를 합니다. 즐겁게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일과 놀이가 될 때에 아름다운 삶이 되고, 이러한 삶을 바탕으로 사랑을 속삭입니다. 4346.10.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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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느낌글

 


  책을 읽기만 하려면 읽기만 하면 된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낌글을 쓰자면 책을 읽기만 할 수 없다. 느낌글을 쓰려고 하면 한 번 읽은 책을 적어도 두세 번 다시 읽어야 한다. 느낌글을 쓸 적에는 어느 책이건 적어도 두세 번, 많게는 열 번이나 스무 번까지 되읽고 나서야 비로소 느낌글을 쓸 수 있다.

 

  느낌글을 쓰는 동안 생각한다. 내 느낌글은 언제나 내 느낌을 쓰는 글이지만, 내 생각대로만 함부로 쓰는 느낌글은 아닌가 하고 돌아본다. 내 느낌을 살려서 쓸 느낌글이면서도 내가 미처 읽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한 대목이 있는가 없는가 살피기 마련이다.


  느낌글을 쓰려 하면, 한 번 읽은 책을 여러 번 되읽을 수 있으니 즐겁기도 하다. 때로는 너무 어처구니없는 책이로구나 싶어 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가를 써야겠다 싶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이럴 때에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자꾸 되살피면서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느낌글을 쓰려 한다면, 스스로 마음을 아름답게 살찌운 책을 놓고 써야겠다고 느낀다. 열 번 스무 번 되읽을 만한 책을 놓고 느낌글을 써야,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도 즐겁고, 아름다운 책을 널리 알릴 수 있어 즐겁다.


  어느 책이든 처음 읽을 적이랑 두 번 세 번 읽을 적이 다르다. 더없이 아름답구나 싶은 책은 처음 읽을 적에는 못 느낀 깊은 아름다움과 너른 사랑스러움을 두 번 세 번 읽는 동안 느낀다. 이냥저냥 읽을 만한 책일 적에는 두세 번 되읽는 동안, 아하 그렇구나, 하고 깨닫는다. 나중에 다시 들여다볼 일이 없겠구나 싶은 책은 두세 번 읽는 사이 따분하고 고단해서 몹시 괴롭다. 4346.10.24.나무.ㅎㄲㅅㄷ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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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0-24 10:16   좋아요 0 | URL
책마다 어쩌면 그렇게 깊이가 다른 걸까요?

두세 번 읽으면서 그 전에 미처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걸 찾아낸 기쁨이란 또 얼마나 크던지요..

물론 한 번 읽기도 시간이 아깝다 싶은 책도 더러 만나기도 하구요.

참말 공감이 많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파란놀 2013-10-24 17:02   좋아요 0 | URL
네, 아름답구나 싶은 책은 여러 차례 되읽고,
시간이 아깝구나 싶은 책은 읽다가 그만두곤 해요..
 

조선일보 취재 책읽기

 


  올 2013년 봄부터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홍보대사’ 노릇을 한다. 헌책방과 헌책방골목을 널리 알리는 일이란 예전부터 늘 하던 일이라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제는 공식으로 이 일을 하는 만큼, 신문·방송사 취재를 받아야 한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을 한결 널리 조금 더 깊이 알리려고 책을 하나 부산에서 내놓으면서, 저절로 여러 매체에서 취재를 하자고 연락한다. 내가 쓴 내 책이라 할 테지만, 나로서는 헌책방골목 알리려는 뜻에서 헌책방골목 주최로 내는 책이니, 이런 취재 연락을 섣불리 손사래치지 못한다. 서재도서관을 인천에서 열어 충주를 거쳐 고흥으로 오는 동안 어떠한 신문·잡지·방송사하고도 따로 취재를 받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받아들인다.


  2013년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책잔치는 10월 18일부터 10월 20일까지 열렸다. 이 책잔치를 놓고 몇 가지 신문에서 기사를 써 주었는데, 막상 취재 연락을 한 곳은 오직 〈조선일보〉 한 군데이다. 취재를 안 하고 보도자료로만 기사를 쓴 신문사가 몇 군데 있는데, 보도자료를 받고도 기사를 안 써 준 신문사가 더 많다. 취재를 안 하고 보도자료로만 기사를 쓴 신문사들은 보도자료조차 제대로 베껴쓰기를 하지 못했는데, 취재 연락을 한 〈조선일보〉 기자는 이번에 내가 쓴 책을 다 읽고 나서 취재를 했다.


  〈조선일보〉라는 신문은 ‘ㅈㅈㄷ(조중동)’ 가운데 하나이다. 적잖은 사람들한테서 손가락질 받는 신문이다. 나로서는 잘 모르는 노릇인데, 그동안 겪은 일과 둘레 책마을 사람들한테서 듣기로, 〈조선일보〉 기자가 책 이야기를 쓸 적에는 참 잘 쓴다고 느끼고, 둘레 사람들도 이렇게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왜 ㅈㅈㄷ 가운데 하나인 〈조선일보〉 기자는 책 이야기를 기사로 잘 쓸 수 있을까?


  이번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책잔치 기사와 얽히기도 하며 느끼는데, 〈조선일보〉 기자는 책 이야기를 쓸 적에 웬만하면 ‘책을 다 읽고’ 기자 스스로 느끼는 마음을 글로 담는다. 이와 달리 거의 모든 일간신문 기자는 ‘책을 안 읽고’ 글을 쓰며, 글을 쓰더라도 이녁 마음을 꾸밈없이 안 담기 일쑤이다. 또 하나, 〈조선일보〉 기자들은 사람들한테서 손가락질 많이 받는 줄 언제나 느끼면서 ‘책을 쓴 작가와 책을 펴낸 출판사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책을 내놓았는지’ 하는 대목을 더 찬찬히 읽어서 글로 담으려고 마음을 기울인다. 다른 신문사 기자들은 ‘책을 다 읽고 기사를 쓰더’라도 이 대목까지는 마음을 기울이는 자국을 찾아보기 어렵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책잔치가 이루어지는 동안 ‘조선일보에 난 기사를 보고 보수동에 찾아왔다’고 말하는 사람을 무척 많이 만났다. 〈한겨레〉나 〈경향신문〉에 기사가 났어도 이렇게 찾아올 수 있었을까? 아마, 찾아오려면 찾아올 수도 있었으리라. 그런데, 〈한겨레〉나 〈경향신문〉은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그러께에도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책잔치 이야기를 제대로 짚어 준 적이 없다. 아니, 지난 열 해를 더듬어 보아도 두 신문은 보수동 헌책방골목 이야기를 제대로 짚은 일이 아예 없다.


  슬픈 일인지 안 슬픈 일인지 모르겠는데, 〈조선일보〉 기자한테서 취재 연락이 오면 마음이 놓이는 대목이 있다. 이 신문사 기자하고 취재를 하고픈 마음은 하나도 없지만 마음은 놓인다. 왜냐하면, 나는 〈조선일보〉 기자한테는 뻗댈 구석이 있다. 언제나 〈조선일보〉 기자한테 하는 말이 있다. “내 책을 다 읽지 않았으면 나한테 취재하려고 하지 마셔요.” 하고. 그런데, 〈조선일보〉 기자는 언제나 내 책을 다 읽고 다시 연락을 한다. 다른 신문사 기자한테도 이 말을 똑같이 하는데, 다른 신문사 기자들은 여태 “바쁘서요.” 하고 핑계를 대며 내 책을 열 쪽이건 한 쪽이건 제대로 읽지도 않으면서 취재를 하겠다고들 설레발을 친다.


  ㅈㅈㄷ을 손가락질하기 앞서 다른 신문사 기자들 매무새를 손가락질할 수 있기를 빈다. ㅈㅈㄷ을 손가락질하자면, 다른 신문사 기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취재를 해서 글을 쓰는지 알고, 다른 신문사 기자들이 똑바로 일하게끔 다그치거나 꾸짖을 수 있기를 빈다.


  나는 ㅈㅈㄷ 신문도 안 읽지만, 〈한겨레〉도 〈경향신문〉도 읽지 않는다. 발로 뛴 글을 찾기 어렵고, 손품 팔아 책을 찬찬히 통독이나 정독을 하는 몸가짐도 찾기 어려우며, 마음을 기울여 사랑스레 쓰려는 빛도 찾기 어렵다. ㅈㅈㄷ 신문을 손가락질하고 싶다면, 적어도 〈조선일보〉 기자가 취재를 하는 매무새, 〈조선일보〉 기자가 책을 읽고 살피며 마음을 기울이는 몸가짐 가운데 터럭만큼이라도 좇는다든지, 아니면 더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야 옳지 않겠는가. 책마을을 놓고 볼 적에, 〈한겨레〉와 〈경향신문〉 기자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4346.10.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

 

조선일보 기사 들여다보기

 

제 사진은 제 사진기로 조선일보 기자가 찍어 1주었습니다.

내 사진 찍어 주는 사람이 없어 사진기 빌려주어

찍도록 했습니다. 이궁.... ㅠ.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17/2013101700007.html

 

"피처럼 책이 도는 풍경, 헌책방에서만 볼 수 있죠"

 

입력 : 2013.10.17 03:03 박돈규 기자

'헌책방 사진작가' 최종규씨…

15년 동안 순례하며 렌즈에 담아

 

 


	사진작가 최종규씨.
최종규씨는“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옆에 찻길이 없어 천천히 걸어 다니며 책시렁을 살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박돈규 기자
서울 신촌의 헌책방 '숨어있는 책'에서 사진작가 최종규(38)씨를 만났다. 지하 1층 바닥부터 천장까지 헌책이 빈틈없이 알뜰하게 쌓여 있다. '책 진열의 경제학'이다. 아직 풀지 않은 책 꾸러미도 여럿 보였다. 1992년부터 전국 헌책방을 순례했고 1998년부터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온 최씨는 "헌책방에서 '보물'을 건지려면 좋은 책을 알아보는 머리와 옮길 수 있는 힘, 두 가지가 필수"라며 책 묶는 법부터 일러줬다.

"끈으로 묶을 때는 서른 권이 딱 알맞아요. 십자 매듭으로 야무지게 여러 번 묶고 매듭은 옆에 지어야 합니다. 막 던져도 풀리지 않을 만큼 단단하게,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만 남기는 게 좋지요."

헌책방은 그에게 교실이자 세상이다. "헌책방에서 책을 손질하고 아끼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많이 안 팔렸다고, 절판됐다고 값어치가 없는 게 아니다. "헌책방에서 발견한 2000~3000원짜리 낡은 책 한 권이 마지막일 수도 있기에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헌책방에 가는 즐거움은 수십 가지 있지만 우선 조용해서 좋아요. 천장까지 책으로 막혀서 소리가 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형 서점은 정신 사나워서 못 가요."

최씨는 전남 고흥에 산다. "나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일부러 멀리까지 갔다"고 했다. 이사할 때 옮긴 책이 5t 트럭 5대 분량. 어림잡아 10만권쯤 된다. 고흥에서 폐교(廢校)를 빌려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만들었다. "내 서재인 셈"이라며 싱글벙글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 '우리말과 헌책방'을 쓴 이 헌책방 책지기가 이번엔 '책빛 마실'을 펴냈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의 지난 10년 풍경과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헌책방 숫자야 서울이 많지만 골목 하나에 뭉치기로는 부산 보수동이 으뜸"이라면서 "헌책방 골목이 우리에게 어떤 구실, 어떤 몫,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오는 18~20일 보수동 책방골목에선 열 번째 책 잔치가 열린다.

헌책방을 좋아하는 사람은 헌책방 이야기를 잘 안 한다. 헌책은 딱 한 권뿐일 때가 잦아 남에게 빼앗길 수 있어서다. 최씨는 독립문 '골목책방', 용산역 '뿌리서점', 신촌 '숨어있는 책', 연대 앞 '정은서점', 동작구청 앞 '책방 진호'를 서울 최고의 헌책방으로 꼽았다.


	최종규씨가 찍은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
최종규씨가 찍은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
"집 가까이에 헌책방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책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지요. 피처럼 '책이 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헌책방이 없다면 폐지 처리장으로 갈 거예요. 없어지는 책을 모아 보관하고 사진에 담으며 헌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나는  '우선'이라는 한자말 안 쓰고 '기록하고 있습니다'처럼 '-고 있다' 같은 현재진행형 말투를 안 씁니다. 그래도 이럭저럭 기사는 잘 담아 준 듯하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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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10-24 22:27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으셨으면서 본인 사진은 찍을수가 없었네요.
벼리가 좀 더 크면 아빠 사진을 담을수 있을까요. ^^

그러고보니 함께살기님께서 출간한 책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하지 못했었네요. 출간하신 책중에 읽고 싶은 책이 보여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다른 도서관에 있는데, 그 책은 책배달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집근처 도서관에 신청했어요. 어떤 책인지는 나중에 대출할때 알려드릴께요.^^

파란놀 2013-10-25 05:53   좋아요 0 | URL
벼리는 한동안 사진찍기 놀이 많이 하다가
이제는 다른 재미난 놀이가 많아서
안 찍더라고요 ^^;;;;

제 책도 즐겁게 읽어 주셔요~~ ^^

무해한모리군 2013-10-25 13:18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이리 사진으로 뵈니 반갑습니다.
저도 신문을 받아보진 않지만 밥집에서 가끔 살펴볼 기회가 있는데
조선일보는 문화면 전체가 다른 신문보다 문체나 내용면에서 충실해보였습니다.

함께살기님 책은 집에도 두권있는데(우연히도 두권 모두 헌책방에서 구입하였습니다) 볼때마다 사진도 참 좋고, 저처럼 맞춤법조차 엉망인 인간은 존경의 마음으로 읽게됩니다.

파란놀 2013-10-26 10:08   좋아요 0 | URL
저도 조선일보는

아버지 집에 찾아가는 명절 때,
바깥에서 볼일 보며 밥집에서 밥을 먹을 때,
책일 때문에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 갈 때,

이럴 때만 들추는데,
출판사 사무실에 잔뜩 쌓인 여러 신문들 뒤적이며
책 지면을 볼라치면...
좀 많이 슬프게도
ㅎ이나 ㄱ신문은 많이 뒤떨어지거나 딸리더군요.
왜 이렇게도 힘이 들까요.
정 힘이 들면 '책 한 권만이라도 알뜰히 읽고
보도자료에 안 기대는 서평'을 쓰면 될 텐데요.

아무튼... 제 사진기로 사진을 찍혔기에
모처럼 저도 제 사진 한 장을 건졌습니다 ^^;;;;
 

두 갈래 마음

 


  제주섬에 있는 헌책방 〈책밭서점〉에 2010년 11월에 마실을 한 뒤 아직 마실을 하지 못한다. 2011년 봄에 둘째 아이 태어나면 한동안 먼 마실 못 다니겠구나 싶어, 퍽 어린 첫째 아이를 데리고 마실을 하고 나서 아직 찾아가지 못한다. 올 2013년 10월 24일 목요일에 제주섬 헌책방 〈책밭서점〉에서 조그마한 이야기마당 이루어진다. 제주섬을 씩씩하게 지키는 여러 일꾼들이 저마다 이녁 일터에서 이야기마당을 펼친다고 한다. 오래도록 제주섬 책빛을 일구면서 지킨 〈책밭서점〉이기에, 이날 이곳 책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으면서 토씨 하나까지 갈무리하고 싶다. 어느덧 둘째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네 식구 다 함께 제주마실 할 만하리라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내가 건사하며 돌본다 하더라도, 아픈 옆지기가 만만하지 않다. 아이들 데리고 먼길 마실 다니기는 힘들지 않다. 얼마든지 즐거우며 재미나게 마실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집 아이들은 개구지게 뛰놀며 노래하기를 좋아한다. 조곤조곤 나즈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마당 이루어지는 자리에 우리 아이들 개구지게 뛰놀다가는 너무 어수선하게 될 테지. 혼자 아이들 데리고 간다면, 헌책방 책지기 이야기를 노트북에 갈무리하는 일은 못한다. 그러면, 혼자 가야 하는가? 내가 ‘헌책방 책지기 이야기’를 갈무리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네 식구 또는 세 식구 홀가분하게 마실을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제주마실 하루 앞두고 두 아이가 밤늦도록 잠들지 않는다. 저녁 열 시 넘어서 겨우 자장노래 한참 불러 재운다. 이런 흐름이면 아이들은 아침 여덟 시 즈음에 일어나리라. 저녁 여덟 시에 잠들어야 새벽 대여섯 시에 일어날 텐데, 오늘 따라 일찍 재우려 해도 도무지 잠들지 않으며 느즈막하게 곯아떨어진다.


  이튿날 새벽에 자전거 몰아 혼자 녹동항에 가서 배를 타고 가야 할까. 아니면, 제주마실을 하지 말아야 할까.


  한 가지를 더 생각하면, 제주마실 다녀올 찻삯이 없다. 그러나, 어쨌든 카드로 찻삯, 아니 배삯을 긁고 카드결재는 다음달에 하니까 그때까지 이렁저렁 바깥일 해서 배삯을 갚기로 하면 될 노릇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래저래 만만하지 않다. 내가 혼자 제주마실을 한다면, 아픈 옆지기는 아이들 밥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테고, 나 홀로 이렇게 제주마실을 하고 또 이런저런 찻삯이나 배삯을 벌려고 바깥일을 한다면, 아이들 밥 챙기고 집일 하는 몫은 고스란히 더 쌓일 테지.


  늘 두 갈래 마음이 된다. 어느 쪽으로 가든 내 삶이요 우리 삶이다. 어느 쪽으로 가든 아름답게 살아가고 사랑스레 생각하면 된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 따라 다른 어느 날보다 더 마음이 아프게 두 갈래 길에서 헤맨다. 바깥일 보고 시골집으로 돌아오면 이틀쯤 앓아눕느라 아이들 밥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모습을 스스로 뻔히 알기에, 제주마실 하지 말고 집에 머물며 아이들한테 밥 제대로 챙기고, 아이들과 살갑고 신나게 어울리며 놀고 삶을 가르치는 하루를 보내는 쪽이 오늘 내 모습으로서는 가장 아름다운 길 아니겠느냐 하고 생각한다. 그래도, 참말 잘 모르겠다. 4346.10.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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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삶

 


  하루나 이틀쯤, 또는 사흘이나 나흘쯤 빨래를 안 한대서 입을 옷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빨래는 날마다 한다. 하루 빨래 안 하면 그만큼 하루치 빨랫거리 늘고, 이틀 빨래 안 하면 그만큼 이틀치 빨랫거리 는다. 무엇보다 날마다 빨래를 해야, 날마다 밥을 하고 날마다 비질과 걸레질 하는 결을 맞춘다. 꼭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는 틀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다잡거나 다스리는 즐거움 누리고 싶기에 빨래를 한다.


  퍽 바쁘거나 부산스럽다 할 만하지만, 차근차근 받아들일 수 있으면 모든 일을 다 즐겁게 해낼 수 있다. 즐겁게 해내는 일은 ‘잘’ 해낸다거나 ‘훌륭히’ 해내는 일하고는 좀 다르다. ‘잘못’ 해내거나 ‘어설피’ 해낼 수 있다. 그렇지만, 즐겁게 어떤 일을 할 적에는 웃음이 묻어나고 이야기가 태어난다.


  나는 내 삶에서 ‘빨래’를 마음속에 깊이 아로새겼다. 남한테 맡기지 말자고, 아픈 옆지기가 차근차근 몸과 마음이 나으면 옆지기 스스로 빨래를 잘 맡을 테니까 그때까지 씩씩하게 도맡자고, 또 아이들이 자라면 아이들이 저마다 저희 옷가지를 스스로 맡아서 빨래할 테니, 그날까지 기다리며 재미나게 도맡자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모로 빨래하는 즐거움을 누리려고 생각한다.


  먼저, 맑고 시원한 물로 빨래를 하고 싶다. 다음으로, 밝으며 따사로운 햇볕에 옷가지를 말리고 싶다. 이런 뒤, 보송보송 잘 마른 옷가지에 코를 부비면서 까르르 웃는 얼굴로 정갈하게 개서 옷장에 놓고 싶다.


  맑고 시원한 물로 빨래를 하면, 손과 몸과 얼굴 모두 맑으면서 시원한 기운이 감돈다. 밝으며 따사로운 햇볕을 누릴 마당에 빨래를 널면, 나 또한 밝으며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즐겁다. 보송보송 잘 마른 옷가지를 걷고 나서 갤 적에, 이 보드랍고 살가운 기운 살갗으로 살뜰히 스며드는구나 하고 느낀다.


  빨래하는 삶을 되새겨 밥하는 삶과 비질하는 삶을 북돋운다. 빨래하는 삶을 돌아보면서 글쓰고 책읽는 삶 살찌운다. 빨래하는 삶을 밝혀 사랑과 꿈이 우리 보금자리에 깃드는 길을 연다. 4346.10.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마을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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