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98. 2014.1.7.ㄱ 젓가락 쥐고 책읽기

 


  배고프다면서, 밥이 맛있다면서, 딴청을 피우듯이 한손에 젓가락을 쥔 채 만화책을 편다. 네 동생은 어느새 거의 다 먹었는데, 너는 밥 생각이 그닥 없구나. 하는 수 없지. 네가 참말 배고프지 않다면 억지로 떠먹일 수 없는 노릇이지. 네가 손에 쥘 책도 아무 책이나 함부로 쥐어 줄 수 없으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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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4-01-08 17:28   좋아요 0 | URL
밥상을 보니 몸에 좋은 것들로만 그득하네요.
함께살기 님이 만드시는 건강식 덕분에 벼리와 보라는 아주 건강하게 자라겠어요.

파란놀 2014-01-09 05:30   좋아요 0 | URL
건강식이라기보다
함께 즐겁게 먹는 밥이라고 생각하면서 차려요 ^^
 

사진과 함께 26. 가슴에 담기

 


  돈이 있는 사람들이 어느 그림 하나를 수십억 원이나 수백억 원을 치르며 사들이는 삶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그림을 건사하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에요. 그 그림이 더없이 좋아서, 그만 한 돈은 ‘돈이 아니로구나’ 하고 느끼도록 이끌기 때문이에요. 사진 한 점을 천만 원 주고 장만하는 분들한테서도 이런 모습을 느껴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즐거움을 베풀잖아요.


  사진을 찍어 종이에 앉힐 때 생각합니다. ‘이 사진 하나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성에 계신 할매 할배하고 일산에 계신 할매 할배한테 우리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띄울 적에, 이 사진 하나에 깃든 빛과 이야기를 함께 보냅니다. 온누리 어떤 돈으로도 이러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삶을, 온누리 어떤 권력으로도 이러한 사진을 만들 수 없는 빛을 조용조용 선물합니다.


  가슴에 담기에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가슴으로 아끼기에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가슴으로 읽기에 아름다운 글입니다. 가슴으로 부르기에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붓질이 아름다운 그림을 낳지 않습니다. 비싼 물감과 종이가 아름다운 그림을 낳지 않습니다. 비싼 기계나 장비가 아름다운 사진을 낳지 않습니다. 사진학과를 다녔거나 사진유학을 다녀왔기에 아름다운 사진을 낳지 않습니다. 가슴속에서 샘솟는 사랑이 있을 때에 사랑스러운 사진을 찍고, 가슴속에서 빛나는 이야기 있을 때에 아름다운 사진을 낳습니다.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생각하더라도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즐겁게 살아야지’나 ‘아름답게 살아야지’나 ‘사랑스럽게 살아야지’나 ‘착하게 살아야지’나 ‘재미나게 살아야지’처럼, 스스로 삶길을 씩씩하게 다스리면서 돌볼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사진을 찍어요. 비로소 이야기 하나 깃든 사진을 낳아요.


  삶을 노래하기에 사진입니다. 삶을 그리기에 노래입니다. 삶을 밝히기에 사진입니다. 삶을 누리기에 사랑입니다. 4347.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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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32. 늦가을빛과 걷는 길 2013.12.1.

 


  겨울에는 겨울빛과 함께 걷는다. 여름에는 여름바람과 함께 걷는다. 겨울에는 손발과 얼굴이 꽁꽁 얼면서 걷고, 여름에는 온몸으로 땀을 옴팡지게 쏟으면서 걷는다. 철마다 늘 다른 빛을 맞아들인다. 달마다 노상 다른 바람을 쐰다. 날마다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품에 한가득 얻는다. 아이들이 두 다리로 걷도록 이끌면, 어른도 함께 걷는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달리도록 하면, 어른도 활짝 웃으면서 뛰놀 수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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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잎놀이 1

 


  대잎 하나 입에 물고 걸어다니는 아이들. 대잎을 서로 물고 응응거리는 아이들. 좀 질기기는 할 테지만, 잘 씹으면 대잎도 먹을 만하지. 입에 물고 혓바닥처럼 길게 내미니. 눈앞에서 뭔가 대롱대롱 흔들리니 이 땅이 다르게 보이니. 곱게 곱게 잎사귀를 쓰다듬어 주렴. 4347.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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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는 두 갈래 길

 


  책을 읽고 나서 ‘책을 말하자’ 하고 생각할 적에, 으레 두 갈래 길에 선다. 이 책을 이웃한테 알려주면서 선물할 만한가, 이 책은 조용히 서재도서관에 갖다 두고는 마음속에서 잊을 만한가.


  어느 책이든 스스로 주머니를 털어서 장만한 뒤 읽는다. 다 읽고 나서 즐거운 책이든, 다 읽은 뒤에 아쉽구나 느끼는 책이든, 스스로 살림돈을 덜어 책을 장만한다. 그러니, 책을 읽고 나서 ‘책을 말하자’ 하고 쓰는 느낌글은 으레 두 갈래 길에 선다. 내 살림돈을 들여서 장만한 이 책이 즐거웠다면, 조금 들인 책값으로 이렇게 큰 보람을 누리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내 살림돈을 그러모아 장만한 이 책이 아쉽거나 모자라거나 따분했다면, 조금 들인 책값조차 씁쓸하거나 쓸쓸하다.


  나는 어느 책 하나를 아쉽거나 안타깝다고 느낄 테지만, 다른 이는 이 책을 아쉽지 않다고 느끼거나 안타깝지 않다고 느끼리라. 왜냐하면, 좋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펴내지 않았겠는가. 생각해 보면 그렇다. 나는 냇물을 즐겁게 마신다. 다슬기와 가재가 함께 살아가는 냇물을 즐겁게 마신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은 수돗물을 마신다. 시골마을 여럿을 잠기게 하고 시멘트로 둑을 세운 커다란 댐에 가둔 물을 시멘트관을 잇고 이어서 화학처리와 살균처리를 한 수돗물을 마시는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이다. 정수기로 거르더라도 수돗물은 수돗물이다. 수돗물에서 나는 냄새를 느끼는 사람은 페트병에 담긴 샘물을 마시는데, 페트병 샘물도 샘물이지만, 플라스틱통에 담긴 채 퍽 오랜 날 고인 샘물이다. 흐르는 물이 아니다.


  골짜기와 들과 숲 사이를 흐르는 냇물을 마시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오늘날 아주 드물다. 도시사람과 시골사람이 99:1이라 할 만하니, 1만 냇물을 마실는지 모른다면, 1조차 냇물을 마시지는 않는다. 시골에도 수돗물이 들어온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와 농협에서는 ‘냇물이 안 깨끗하다’는 이야기를 자꾸 퍼뜨린다. 아마 999:1쯤 되지 않을까.


  냇물맛을 모르고 냇물내음을 모르는 사람한테 냇물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냇물빛과 냇물노래를 들려주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조용히 믿는다. 우리 몸을 이루는 물을 헤아리고, 지구별을 둘러싼 빗물과 바닷물을 떠올린다. 어느 누구도 빗물과 바닷물을 화학처리나 살균처리 하지 않는다. 바닷물을 화학처리나 살균처리 한다면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와 조개는 모두 죽는다. 공장에서 냇물에 쓰레기를 흘려 보라. 논밭에서 냇물에 농약을 풀어 보라. 이때에도 물고기는 몽땅 죽는다. 발전소에서 열폐수를 바다에 쏟아부으면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는 몰릴는지 모르나, 발전소 둘레 바다는 몽땅 망가진다.


  독자 자리에 서건 작가 자리에 서건, 모든 사람들이 별을 떠올릴 수 있기를 빈다. 별은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똑같이 뜬다. 별은 낮에도 밤에도 똑같이 저 하늘에 있다. 매캐한 먼지띠에 가려 별을 못 본다 하더라도 별은 틀림없이 저 하늘에서 맑게 빛난다. 지구도 우주 한쪽에서 맑게 빛나는 별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누구나 맑은 별빛을 온몸으로 담으면서 살아가는 숨결이다.


  책이 되어 준 나무한테 아름다운 빛을 흩뿌리는 삶이 되기를 빈다. 무늬로만 책이 아닌, 속살로 살뜰히 책이 될 수 있기를 빈다. 아름다운 빛을 알뜰히 품는 책이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아름다운 빛을 즐겁게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빈다. 4347.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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