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 코코 아기 코알라 코코 시리즈 1
페라 드 바커르 지음, 이은석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3

 


주고받으면서 즐거운 사랑
― 코알라 코코
 페라 드 바커르 글·그림
 이은석 옮김
 문학동네 펴냄, 1999.7.10.

 


  아이들은 따스한 어버이 품을 좋아합니다. 졸릴 적에도 안아 주기를 바라고, 힘들 적에도 안아 주기를 바랍니다. 노래하거나 책을 읽을 적에도 안고 함께 노래하거나 책을 읽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품에 안겨 따스하고 즐겁습니다. 어버이도 아이를 안으며 따스하고 즐겁습니다. 추운 겨울날, 아이를 안고 서로 따스하며 즐겁습니다. 더운 여름날에도 아이를 안고 살살 부채질을 하면서 함께 땀을 식힙니다. 안기는 아이 못지않게 안는 어버이가 따스하면서 즐겁습니다. 안기려는 아이는 안는 어버이한테 따스하면서 즐거운 마음을 베풀어 줍니다.


.. 코코는 꼭 껴안아 주고 싶은 코알라예요. 코코도 엄마에게 꼬옥 안기고 싶어해요. 하루 종일 말이에요. 하지만 그러면 안 돼요. 엄마는 바쁘거든요 ..  (3쪽)

 


  사랑받으면서 즐겁습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할 적에 즐겁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면서 즐겁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즐겁습니다. 사랑받는 이는 사랑받아 즐겁고, 사랑하는 이는 누군가를 사랑해서 즐겁습니다.


  선물을 받으면서 기뻐요. 누군가한테서 선물을 받으며 기뻐요. 그리고, 선물을 하면서 기쁩니다. 누군가한테 선물을 하면서 기쁩니다. 받을 때 못지않게 줄 적에 기쁩니다.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서로 기쁩니다.


  삶이란 주고받음이라고 할까요. 가는 말이 고우면서 오는 말이 곱듯, 콩을 심은 곳에 콩이 나듯, 사랑이 따사롭게 흐르고 아름다운 꿈이 넉넉하게 흐릅니다. 고운 이야기가 새록새록 자라고, 예쁜 웃음꽃이 활짝 피어납니다.


.. “아이, 나도 할 수 있어.” 코코는 개구리를 따라 펄쩍 뛰었어요. 하지만 코코는 개구리보다 훨씬 무겁잖아요. 연꽃 이파리를 밟자마자 ..  (17쪽)


  페라 드 바커르 님 그림책 《코알라 코코》(문학동네,1999)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새끼 코알라는 어미 코알라한테 찰싹 달라붙으면서 지냅니다. 어미 코알라는 새끼 코알라를 꼬옥 안으면서 지냅니다. 그런데, 그림책에서는 어미 코알라가 ‘다른 할 일이 있어 바쁘다’고 나옵니다. 어미 코알라가 새끼 코알라를 안아 줄 수 없는 때가 있다고 나와요. 아무래도, 사람살이에 빗대느라 이렇게 그렸구나 싶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어버이들은 바깥일을 많이 하니, 바깥일을 하느라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지 못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코알라한테 빗대어 들려주려는구나 싶습니다.

 


.. “근데 코알라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코코는 시무룩하게 말했어요. 그러자 엄마가 코코를 끌어안았어요. “우리가 잘하는 게 뭔지 아니? 바로 꼬옥 껴안는 거야.”  ..  (25쪽)


  예부터 어느 겨레에서나 어버이는 아기를 등에 업고 집일도 하고 바깥일도 했습니다. 아기를 포대기로 업고는 절구를 찧고 베틀을 밟았습니다. 할 일이 많더라도 어버이가 아기를 떼놓고 다니는 일이 없었습니다. 할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늘 아기를 돌보거나 건사하면서 일을 했어요.


  곰곰이 헤아려 보니,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어른들이 하는 일은 ‘아기나 아이를 곁에 두고 할 수 없’습니다. 교사로 일하는 어른이 아기나 아이를 교실에 함께 두고서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해요. 회사원으로 일하는 어른이 아기나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회사일을 하지 못해요.


  아기나 아이는 어버이하고 억지로 떨어진 채 지내도록 하는 오늘날 사회입니다. 아기나 아이가 어버이 사랑과 따스한 품을 누리지 못하도록 떨어뜨리고는 ‘복지’와 ‘교육’을 한다고 내세우는 오늘날 문명이요 문화입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누려야 할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받아야 하나요. 아이들은 사랑 아닌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어버이가 아이한테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없도록 하는 얼거리라면, 이러한 얼거리는 우리한테 얼마나 아름답거나 즐거울까요.


  사람도 코알라도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갑니다. 사람도 코알라도 어버이가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림을 가꿉니다. 사람도 코알라도 어버이와 아이가 서로 안고 보듬으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주고받으면서 즐거운 사랑을 꽃피울 때에 삶이 환하게 빛납니다. 4347.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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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2-12 22:32   좋아요 0 | URL
"아기나 아이는 어버이하고 억지로 떨어진 채 지내도록 하는 오늘날 사회입니다. 아기나 아이가 어버이 사랑과 따스한 품을 누리지 못하도록 떨어뜨리고는 ‘복지’와 ‘교육’을 한다고 내세우는 오늘날 문명이요 문화입니다"


맞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 가장 소중한 것이 내 팽개쳐지는 일. ~~

그래서 슬픕니다.


파란놀 2014-02-12 23:54   좋아요 0 | URL
모두들, 무엇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를 헤아릴 수 있다면...
육아복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깨달으리라 느껴요.

나라에서 유치원 보육비를 줄 노릇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아이와 살아가는 어버이들이
조금 더 느긋하고 평화로우면서
즐겁게 삶을 일구어야 하지 않으랴 싶어요.

하양물감 2014-02-13 08:31   좋아요 0 | URL
생각하게 하네요.
제가 읽었다면, 아마도 아이에게 혼자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을텐데...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아이가 학교에서 나오면 제 직장으로 데려와 함께 있다가 퇴근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공간이라는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파란놀 2014-02-13 11:28   좋아요 0 | URL
오, 아주 좋겠네요.
그렇게 아이가 어머니 아버지 곁에서 함께 하루 일을 마무리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일이란, 학교에서보다 훨씬 크고 넓은
무언가를 배우도록 한다고 느껴요.

아이도 어른도 언제나 '혼자'이면서
서로를 아끼고 살아가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굳이 떼어놓지 않아도
스스로 '혼자' 살 길을 찾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늙다리 개 책읽기

 


  우리 집에 눌러앉으려고 하는 떠돌이 개는 ‘늙다리’ 개이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고 만지고 살펴보니, 늙은 개라고 한다. 그래, ‘늙다리’라고 해서 이 개를 누군가 이 시골까지 몰래 데리고 와서 냅다 버린 다음 내뺐구나 싶다. 가만히 보면, 시골 깊은 곳으로 와서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도시사람이 꽤 많다. 시골사람도 다른 시골이나 숲이나 골짜기로 가서 텔레비전과 냉장고까지 버리곤 한다. 텔레비전이나 냉장고는 마을 어귀에 놓으면 군청에서 거두어 가는데, 굳이 이런 낡은 전자제품까지 짐차에 싣고 몰래 다른 시골 외진 자리로 가서 버린다. 골짜기나 멧기슭이나 이웃 시골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면 어떻게 될까. 서로서로 똑같은 짓을 하면, 또 도시사람이 시골에 쓰레기를 버리면, 이 쓰레기는 쓰레기를 버린 사람한테 고스란히 돌아간다. 쓰레기로 더러워진 흙에서 자란 곡식과 열매를 바로 그 도시사람이 사다 먹을 테니까.


  늙다리 개는 떠돌이가 되어 우리 집 언저리를 돌면서 하루를 보낸다. 우리 집에서 챙겨 주는 두 끼니를 먹고 해바라기를 하다가 우리 집 아이들하고 놀다가 마을을 두루 돌고는 다시 우리 집 섬돌에 와서 앉는다. 이 늙다리 개는 그동안 저를 아끼거나 돌보다가 내버린 사람을 떠올릴까? 그릴까? 보고 싶을까? 어떤 마음일까? 부디 새근새근 잘 자고 잘 쉬면서 마지막 삶을 조용한 시골에서 잘 누리기를 빈다. 4347.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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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2-12 21:36   좋아요 0 | URL
참...심란하고 착찹하네요...
개는 어떤 동물보다도, 자신의 주인에 대한 애정이 깊은 동물인데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이란, 그 동물이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함께하며
사랑을 나누는 일이지요..
그래도 함께살기님집에 머물러 참~ 다행입니다.

파란놀 2014-02-12 21:37   좋아요 0 | URL
오늘부터 작은아이도 드디어!
이 개를 무서워하지 않아요.

작은아이가 개를 무서워하고 말면
이 개를 어쩌는 수 없이
누군가한테 맡기거나 보건소라든지 어디로 보내야 했을 텐데,
작은아이가 개 옆에 앉으면서도
울지 않으니,
이제 이 개는 어느새 우리 집에서 한식구처럼 지내겠구나 싶습니다.

그저 '하늘이 보낸 사랑스러운 빛'으로 여기려고요.

appletreeje 2014-02-12 21:44   좋아요 0 | URL
참 이 녀석도 비록, 한번 버림은 받았지만
이렇듯 예쁜 어른, 예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참으로 이제부터는 행복할 듯 싶어요..^^

'하늘이 보낸 사랑스러운 빛'으로 여기시려 한다는
함께살기님의 말씀에 뭉클,하고 감사합니다~*^^*

파란놀 2014-02-12 22:36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면,
알라딘서재에서 만나는
모든 이웃님들도
하늘에서 찾아온 고운 사랑이리라 느껴요 ^^
 

ㅈㅈㄷ신문과 ‘헌책방 아닌 헌책방’

 


  ㅈㅈㄷ이라는 신문은 그저 ‘ㅈㅈㄷ’일 뿐이라고 느낀다. 좋게 보거나 나쁘게 볼 까닭이 없다. ㅈㅈㄷ은 그저 ㅈㅈㄷ일 뿐이다. 박정희 같은 사람도 그저 박정희일 뿐이라고 느낀다. 이녁이 학살을 했으면 학살을 한 사람이요, 새마을운동을 밀어붙이면서 시골마다 풀지붕 없애고 고샅길을 시멘트로 메웠으면 이렇게 했을 뿐이다. 좋거나 나쁘거나 따질 까닭은 없다. 그렇게 했을 뿐이다.


  전두환이라는 사람을 놓고 ‘학살자’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왜냐하면, 전두환이라는 사람이 ‘학살’을 저질렀으니 ‘학살자’라 할 뿐이다. 비아냥거리거나 나쁘게 하는 말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을 가리켜 ‘나쁜법(악법)’이라 말하는 사람도, 국가보안법이 참말 사람들을 나쁘게 몰아세우면서 나쁜 짓을 앞장세우는 노릇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다.


  헌책방은 그저 헌책방이다. 헌책을 사고팔기에 헌책방이다. 새책을 사고팔면 새책방이다. 그런데, 이제는 새책방에서도 헌책을 사고판다. 헌책방에도 가끔 새책이 들어와서 사고팔리지만, 헌책방에 들어오는 책은 똑같이 ‘헌책’일 뿐, 새책이지는 않다.


  생각해 보라. 알라딘이나 예스24에서는 새책을 사고판다. 여기에 얹어 헌책도 ‘중고샵’에서 다룬다. 헌책뿐 아니라 음반과 디브이디를 다루기도 하고 문방구를 다루기도 한다. 그러면, 알라딘이나 예스24는 문방구인가? 디브이디샵인가? 음반가게인가? 아니다. 알라딘이나 예스24는 처음 이 가게가 연 때와 똑같이 ‘인터넷책방’일 뿐이요, 전국 곳곳에 연 매장도 ‘헌책방’이 아닌 ‘중고샵’이다.


  국어학자로 일하는 사람이 사진을 찍기도 한다면, 이녁을 가리켜 무엇이라 일컬을 만할까. 본업은 언제나 국어학자이면서 곧잘 사진을 찍는데, 사진이 무척 대단하다면 이녁을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 본업이 국어학자이면, 이녁이 사진을 찍든 그림을 그리든 만화를 그리든 국어학자이다. 사진가나 화가나 만화가이기 앞서 국어학자이다.


  교사와 부모 사이를 헤아려 보자.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교사 일을 한다고 할 때에, 이녁을 두고 무어라 불러야 올바를까. 교사에 더 무게를 두며 일하면 교사이면서 아이가 있는 사람이요, 아이에 더 무게를 두면서 교사 일도 함께 한다면 ‘아이 어버이로서 교사도 하는 사람’이다.


  헌책방은 헌책방이다. 복합문화공간은 복합문화공간이다. 헌책방 아닌 곳을 헌책방이라고 할 수 없다. 복합문화공간인 곳을 두고 헌책방이라고 할 수 없다. 서울시장 박원순 씨는 서울시장이지, 변호사도 아니고, 참여연대 거시기도 아니다. 마땅한 노릇 아닌가? 그런데, 헌책방이 아닌데, 헌책방이라는 이름을 굳이 내세우면서 ‘헌책방 이미지’를 팔아서 이름을 알리려 하는 분을 보면 좀 쓸쓸하다. 헌책방 아닌 복합문화공간을 꾸리면서 구태여 헌책방이라는 이름을 붙이려 할 까닭이 없잖은가. 이녁이 하는 그댁로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을 쓰면 될 텐데. 왜 이름에 매달릴까. 왜 ‘헌책방’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쓰고 싶을까. 헌책방 문화를 지키고 싶기 때문일까? 헌책방 일꾼들 삶을 북돋우고 싶은 뜻일까? 그러면, 부디 헌책방이라는 가게를 서른 해 마흔 해 쉰 해 고이 이으면서 동네에서 조촐하고 조용하게 책빛 가꾼 어르신들한테 살며시 찾아가서 넌지시 말을 여쭈기를 바란다. 호떡장수는 호떡을 팔아서 호떡장수이지, 대형마트에서 호떡을 판대서 대형마트를 두고 호떡가게라 하지는 않는다. 4347.2.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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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의딸님의 "이상하지 않은 나라를 꿈꾸는 헌책방"

알라딘 중고샵은 '중고샵'이나 '중고서점'이지 '헌책방'이 아닙니다.

이분이 하는 곳도 '복합문화공간'이나 다른 차원 책방이지 '헌책방'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헌책방은 '헌책을 파는 곳'이 헌책방이니까요.

 

예스24나 다른 인터넷책방에서 '중고 서적'을 판대서

이곳이 '헌책방'이 되지 않아요.

여러 문화활동을 하면서 '중고 책'을 판대서 헌책방이 되지 않습니다.

헌책을 파는 가게로 있어야 헌책방이고,

헌책방으로 있으면서 문화활동을 할 수도 있을 뿐입니다.

 

'전통적인 헌책방'이란 따로 없습니다.

'전통적인 옷가게'나 '전통적인 극장'이 따로 없고,

'전통적인 논'이나 '전통적인 시골'이 따로 있지도 않아요.

 

헌책방은 헌책방일 뿐이고, '복합문화공간'은 그저 '복합문화공간'일 뿐이에요.

'헌책방'이라는 공간을 좋아하기에 '헌책방'이라는 이름을 쓰는 일은 자유이지만,

이 자유를 내세워서,

'헌책방'을 하는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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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4-02-12 03:55   좋아요 0 | URL
제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비슷한 맥락에서 저는 '전통시장'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파란놀 2014-02-12 19: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통'시장이란 없어요.
그냥 '시장'일 뿐이지요.
더군다나 '재래시장'이라는 말까지 쓰는데,
'재래'라는 말을 함부로 붙이는...
이런 이름을 어떻게 쓸 생각을 하는지 참 알쏭달쏭하기도 합니다...

transient-guest 2014-02-14 04:03   좋아요 0 | URL
어릴 때 도화동 중앙극장 근처에 살아서 제일시장으로 심부름을 참 많이도 다녔지요. 지금도 저는 시장이 대형마트보다 더 좋아요.

파란놀 2014-02-14 06:09   좋아요 0 | URL
중앙극장은 사라지고 이제 없지만
제일시장은 그대로 있어요.

저도 아주 어릴 적에 도화1동에서 태어나 살았으니
아마 제일시장에 어머니 품에 안기거나
어머니 손을 붙잡고 시장마실을 다니지 않았으랴 싶어요 ^^
 

배고픈 아이들한테 밥을

 


  배고픈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준다. 큰아이는 이제 아침에 슬슬 배가 고프다 싶으면 아버지한테 “아버지, 밥 먹고 싶어요.” 하고 말한다. 고맙다. 예전에는 “과자 먹고 싶어요.”라든지 “빵 먹고 싶어요.” 하고 말했는데, 과자나 빵은 배를 불리지 못한다고, 튼튼하게 자라고 씩씩하게 노는 힘은 밥을 먹으면서 얻는다고, 밥을 맛나게 먹고 나서 과자나 빵을 고맙게 먹을 때에 즐겁다고 얘기하고 또 얘기했는데, 이제 이 말을 어느 만큼 받아들여 주는구나 싶다.


  쌀은 어젯밤에 불렸으니 물갈이를 해서 안치면 된다. 큰아이 말을 듣고서 밥을 안친다. 달걀을 헹구어 불을 올린다. 어떤 국을 끓일까 생각해 본다. 콩나물을 헹군 뒤 감자를 썬다. 무와 양파를 썬다. 달걀을 삶으려 하다가 한 알을 깼다. 쯔쯔 혀를 차면서 콩나물국에 달걀 한 알 풀기로 한다. 큰아이는 밥을 먹다가 “왜 국에 달걀을 했어?” 하고 묻는다.


  밥상에 노란무를 먼저 썰어 올린다. 배고픈 두 아이는 노란무부터 우걱우걱 집어서 먹는다. 그런 뒤 국그릇에 국을 담아 올린다. 노란무로는 배가 찰 턱이 없는 두 아이는 국물과 콩나물을 건져서 먹는다. 이제 밥을 퍼서 내민다. 두 아이는 조용히 수저질을 한다. 풀과 양배추를 썰어서 간장으로 무친 풀버무리를 접시에 담아 올린다. 국을 끓이며 데운 곤약을 네모낳게 썰어서 올린다. 우리 집에 깃든 떠돌이 개한테 밥을 국에 비벼서 마당에 내려놓는다. 김치를 썰어서 다른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린다. 히유, 한숨을 돌리면서 바라보니 아이들은 밥을 꽤 먹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곁에 없는 탓인지, 풀버무리는 얼마 안 집었네. 바야흐로 내 밥을 푸고 국을 떠서 작은아이 옆에 앉는다. 작은아이와 큰아이가 풀을 집어먹도록 챙긴다. 떠돌이 개한테 소시지나 물고기묵을 썰어서 주면서, 두 아이한테도 소시지와 물고기묵을 썰어서 준다. 무랑 함께 먹으라고 이른다.


  두 아이가 밥을 거의 비울 무렵, 삶은달걀을 내준다. 두 아이가 국그릇을 다 비웠기에 국그릇에 달걀을 한 알씩 올린다. 두 아이는 스스로 예쁘게 달걀을 깐다. 달걀과 함께 밥 한 톨 안 남기고 모두 비운다. 배가 부른 아이들은 마당으로 내려간다. 큰아이는 떠돌이 개를 품에 안고 마당을 이리저리 달린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개를 안으니, 개가 덜 무서워 살금살금 마당으로 내려선다. 동생이 개를 무서워 하니, 누나가 개를 붙잡고 동생 쪽으로 못 가게 막는다.


  아이들 노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설거지를 한다. 잘 노네. 어여쁜 아이들. 4347.2.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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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2-11 12:08   좋아요 0 | URL
어여쁜 밥을 마련하시는 마음이 저까지 맛있는 밥, 고마운 밥을 저절로
생각하게 하네요~ 이젠 떠돌이 개까지 함께살기님이 마련해주신 고마운 밥을 먹구요.^^
그나저나, 오늘은 저도 콩나물국을 끓여야겠습니다~*^^*

파란놀 2014-02-11 12:27   좋아요 0 | URL
하루가 아주 길어요.
떠돌이 개가 찾아온 뒤로
작은아이가 마당에 좀처럼 못 내려서다가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마당에서도 함께 노는구나 싶어요.

오늘 하루도 맛난 밥과
즐거운 이야기로
하루 알차게 누리셔요~~~~~~

BRINY 2014-02-11 12:18   좋아요 0 | URL
어여쁜 아이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집니다.

파란놀 2014-02-11 12:27   좋아요 0 | URL
어여쁜 아이들은
이 아이들 바라보는 사람들한테도
어여쁜 빛을 물려주니
아주 사랑스럽답니다~

착한시경 2014-02-11 13:22   좋아요 0 | URL
읽고 나니...너무 배고파지네요~ 소박하지만 정겨운 밥상이 그립지만...전 아마도 대충 떼우는 점심을 먹어야 할 듯 싶네요~ ^^ 즐거운 하루 되세요~

파란놀 2014-02-12 19:45   좋아요 0 | URL
살짝 때우더라도
즐겁고 맛나게 드셔요~~

드림모노로그 2014-02-11 16:34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알콩달콩 행복한 식사시간이 눈앞에서 절로 그려지네요 ^^ ~

파란놀 2014-02-12 19:46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밥을 먹다 보면
마음도 생각도 보드랍게 풀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