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편에 있는 모습은 우리한테 얼마나 그리울까요. 이편에는 무엇이 있는가요. 이편에 있는 모습은 우리한테 얼마나 애틋한가요. 이편에서 살면서 저편을 그릴 수 있습니다. 저편으로 떠나면서 이편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저편으로 갔지만 저편으로 녹아들지 못한 채 이편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이편에 있는 내내 저편만 생각하다가 오락가락 갈팡질팡 망설일 수 있습니다. 티벳으로 간다고 해서 ‘티벳 사진’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티벳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기에 ‘티벳 사진’을 낳지 않습니다. 마음 가득 티벳땅 넋과 숨을 보듬으면서 눈빛을 밝힐 적에 ‘티벳 사진’이 살그마니 피어납니다. 4347.2.2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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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정금희 지음 / 류가헌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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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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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마실 책읽기

 


  내가 처음 외국땅을 밟은 해는 2001년이었지 싶다. 그무렵 일하던 출판사에서 자료모으기와 책나르기를 하려고 일본 도쿄 간다 헌책방거리를 다녀왔다. 그 뒤 다시 자료모으기와 책나르기를 하려고 중국 연길시를 다녀왔고, 북경도서전시회에 한 번 다녀온 뒤, 백두산과 중국 연길시를 다녀온 적 있다. 2005년을 마지막으로 더는 외국땅을 밟지는 않았는데,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살림집을 네 차례 옮기는 사이 여권을 어디에다 잃었다. 아마 우리 집 어느 짐더니나 책상자 사이에 숨었는지 모르리라.


  여권을 잃고서 찾아보지 않았다. 굳이 찾을 마음이 없었다. 외국에 나갈 일이 있겠느냐 생각했다. 아니, 미처 밟지 못한 한국땅이 넓으니 두 다리와 자전거로 골골샅샅 누비고 싶었다.


  가만히 보면, 내가 그동안 일본과 중국을 밟았을 적에 내 돈을 들인 적이 없다. 늘 다른 님들이 대주었다. 내가 일하던 출판사에서 비행기삯을 대주었고, 2005년에는 이오덕 선생님 아드님이 뱃삯을 대주었다.


  아이들 먹이려고 저녁밥을 한창 차리는데 전화 한 통 온다. 낯선 전화번호이다. 설마 광고전화는 아니겠지 하면서 받는다. ㄱ방송이라고 한다. 응? 지난주에 새로 낸 책이 벌써 언론사에 들어갔는가? 첫 인터뷰가 되는가? 이래저래 생각하며 인사를 하는데, 방송국에서 나한테 전화를 건 까닭은 지난주에 새로 낸 책 때문이 아니다. ㄱ방송에서 찍는 어느 다큐방송에 나오면 좋겠다고 말을 여쭌다.


  집안에 텔레비전을 두지 않으니 어떤 방송이 흐르는지 모르는 노릇인데, 나한테 나오면 좋겠다고 여쭈는 방송은 ‘7박8일 동안 외국을 여행하면서 두 사람이 속내를 털어놓으며 마음을 여는 이야기’를 찍는다고 한다.


  나한테는 여권이 없다고 말하는데, 여권이 없으면 새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긴급여권이라고도 있단다. 비행기삯과 숙박료는 방송국에서 댄다고 한다. 베낭과 옷도 어느 회사에서 150만 원어치를 대준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이 여행에 함께 갈 ‘다시 마음을 열며 만날 사람’을 찾기만 하면 되는 셈이다.


  나는 두 아이 아버지이지만 곁님이 아픈 사람이라 아이들 먹이고 입히고 보살피는 몫을 혼자 다하기에 외국에서 여드레, 인천공항까지 오가느라 이틀, 이렇게 열흘씩 집을 비울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방송을 찍는다면 언제쯤 날짜를 잡는지 묻고는 전화를 끊는다. 곁님더러 이 이야기를 하니, 열흘 집을 비운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잘 다녀오라고 한다. 굶어죽지 않겠어? 아이들 옷 잘 갈아입히겠어? 아이들 잘 씻기겠어? 이래저래 묻는데, 다 잘 하겠지요, 하고 대꾸한다. 그래, 그날이 다가오면 그날대로 잘 하겠지.


  유투브에서 예전 방송을 찾아서 몇 가지 들여다본다. 모두들 세계 여러 나라 숲이나 멧자락을 오르내린다. 아하, 이러니까 베낭이나 신이나 옷을 어느 회사에서 대준다고 하는구나.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다른 나라 시골을 가야 하겠네.


  이튿날 아침에 방송국에서 다시 전화한다고 했다. 나는 어느 나라로 갈까? 모르는 노릇인데,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가까운 나라로 가고 싶다. 왜냐하면, 먼 나라로 가면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기니까, 시골집으로 돌아가자면 더 오래 걸리지 않겠는가.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으로 가서, 2001년에 밟아 보고는 아직 더 밟지 못한 헌책방거리와 여러 헌책방을 두루 느끼고 싶다. 사진으로도 담고 이야기로도 엮고 싶다. 4347.2.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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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2.24. 큰아이―봄날 평상에서

 


  달력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라 할 만하다. 그렇지만 날씨는 봄이다. 볕이 좋고 바람이 달콤하다. 이런 날은 집안에 있을 수 없다. 할배도 아이도 모두 바깥에서 지낸다. 일흔 여든 늙은 분들은 흙을 만지면서 일하고, 일곱 살 어린이는 마당에서 한참 뛰놀다가 평상에 엎드려 글씨쓰기를 익힌다. 봄볕을 보고 봄바람을 들으면서 글씨 하나마다 이야기를 담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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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2.24. 큰아이―물감 그림 재미있네

 


  크레파스나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문득 ‘물감놀이’를 알아본다. 이것저것 잔뜩 들쑤시면서 온 집안을 제 장난감으로 어지럽히다가 알아본 ‘물감놀이’를 들고는 어머니더러 병에 물을 담아 달라고 얘기한다. 곁님은 빈 잼병에 물을 따라 주고, 두 아이는 그림종이를 넓게 펼쳐서 붓을 놀린다.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며 논다. 일곱 살 큰아이는 일곱 살 들어 처음으로 물감그림을 그리는데, 석석 부드럽게 그린다. 크레파스나 크레용은 힘을 꼬옥 주고 수없이 비벼야 빛깔이 묻어나지만 물감은 보드랍게 스윽 지나가면 고운 빛이 흐른다. 무척 오랫동안 아주 천천히 알록달록 온갖 무늬와 이야기를 그림종이에 담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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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13] 겉모습

 


  꽃내음은 언제나 꽃내음
  씨앗은 어디서나 씨앗
  삶은 한결같이 삶.

 


  내가 누군가를 겉모습으로 바라보면서 따진다면, 누군가는 나를 겉모습으로 바라보면서 따집니다. 내가 누군가를 속마음을 따사롭게 읽으며 사랑하면, 누군가는 나를 속마음을 따사롭게 읽으며 사랑합니다. 콩을 심기에 콩이 나고, 팥을 심기에 팥이 납니다. 꽃내음을 맡고 싶은 사람은 꽃내음을 맡습니다. 씨앗을 심어 돌보고 싶은 사람은 어디서나 씨앗을 심으며 돌봐요. 내가 남한테 겉모습으로 보여지기를 바라기에, 나 스스로 남을 겉모습으로 바라봅니다. 내가 이웃하고 따순 사랑을 나누며 어깨동무를 하기에, 내 이웃들도 즐겁게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따순 사랑을 꽃피울 수 있습니다. 4347.2.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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