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43. 후박잎이 빚은 그림 2014.4.15.



  풀을 뜯다가 놀란다. 아니, 풀을 뜯다가 빙그레 웃는다. 아니, 풀을 뜯다가 찡하다. 네 철 푸른 후박나무가 떨군 나뭇잎 하나가 돌나물밭에서 멋스러운 가랑잎이 되었다. 어쩜 너는 이렇게 노랗게 물들면서 알록달록 무늬가 새겨지도록 있었니. 너는 어느 가지에서 이렇게 멋진 잎빛이 되도록 지냈니. 큰아이가 부엌에서 “아버지, 밥이 끓어요!” 하고 부르는데 하염없이 후박잎 빛깔과 무늬를 들여다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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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풀도 잘 뜯지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풀을 뜯으니 큰아이는 아버지가 풀을 뜯을 적에 마당으로 내려와서 함께 풀을 뜯으려 한다. 제법 손놀림이 야무지다. 바구지 하나 가득 쉽게 뜯는다. 큰아이가 쑥을 뜯으면 쑥밥을 짓고, 큰아이가 나물을 뜯으면 물에 헹구어 나물로 먹는다. 벼리야, 너도 알 텐데, 풀을 뜯어서 입에 넣어도 맛나지만, 손으로 톡톡 끊을 적에 우리 손도 풀내음을 먹고 우리 눈과 마음도 풀빛을 먹는단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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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57. 정구지 뜯는 아이 (2014.4.15.)



  아버지가 풀을 뜯으니 일곱 살 큰아이가 “나도 뜯을래.” 하면서 함께 뜯는다. 누나가 풀을 뜯으니 네 살 작은아이가 “나도 뜯을래.” 하고 누나 말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풀을 뜯는다. 누나가 “나는 긴 풀(정구지) 뜯어야지.” 하고 말하니, 동생도 “나는 긴 풀 뜯어야지.” 하고 똑같이 말한다. 궁둥이를 실룩 내밀면서 뜯는다. 얘야, 정구지잎이니 다른 풀잎이니? 네가 뜯은 잎은 네가 다 먹으렴. 알겠지? 스스로 먹을 풀은 스스로 뜯자, 좋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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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피꽃 바라보기



  초피나무에 꽃이 핀다. 아주 조그마한 꽃망울이 터진다. 이 작은 꽃망울이 터지기에 초피알이 맺는다. 초피알은 작은 새들이 아주 좋아한다. 새들은 초피알을 먹으면서 겨울나기를 한다. 초피잎에 붙은 범나비 애벌레를 잡아서 먹고, 초피나무 둘레에서 먹이를 찾는 사마귀와 방아깨비를 잡기도 한다.


  살짝 피어났다가 살며시 사라지는 초피꽃을 눈여겨보는 이웃은 누구일까. 초피나무를 바라보면서 언뜻선뜻 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꽃잔치를 웃으며 들여다보는 동무는 누구일까. 봄볕이 작은 꽃송이에도 곱다라니 내려앉는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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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민들레 노래



  우리 집 둘레에 흰민들레가 많이 핀다. 흰민들레가 꽃이 핀 뒤 씨앗을 골고루 날리도록 돌보니, 대문 앞에도 꽃밭에도 뒤꼍에도 옆밭에도 흰민들레가 하나둘 퍼져서 하얗게 빛난다. 다른 마을에서는 흰민들레를 뿌리째 캐어 읍내 저잣거리에 가지고 나와 판다. 약풀로 많이 사고팔리니 캐낼 만하다고 느끼지만, 씨앗을 날리도록 남겨 두면서 캐야 하지 않으랴 싶다. 곁님과 나는 잎사귀만 조금 뜯어서 먹는다. 뿌리까지 캐내어 먹으면 더 좋다 하지만, 온통 민들레밭이 될 때까지는 고이 건사하고 싶다. 우리 집뿐 아니라 우리 마을 어디에서나 흰민들레가 춤출 수 있기를 꿈꾼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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