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71. 2014.5.2.



  밥상에 맨 먼저 올리는 접시는 풀접시이다. 마당에서 뜯은 풀을 물에 헹군 뒤 접시에 담아 밥상 한복판에 놓는다. 배가 고프면 풀부터 입에 넣어 잘근잘근 씹어야지. 다른 것을 먹으면 배고픔이 쉬 가시지 않지만 풀줄기나 무를 씹으면 배고픔이 살살 가신단다. 이제 너희가 수저를 정갈하게 놓고 밥상맡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국이며 밥이며 다른 반찬이며 올리기를 기다리면 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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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70. 2014.5.1.



  어여쁜 아이들아, 볕 좋은 봄날에는 마당에서 먹는 밥이 한결 맛있단다. 햇볕을 듬뿍 쬐고, 꽃내음을 맡으면서, 나뭇잎을 스치는 싱그러운 바람을 함께 들이켜 보렴. 네 몸이 무럭무럭 자라면서 씩씩하게 빛나는 기운을 느낄 수 있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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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2. 이야기 나누기



  삶이 그대로 사진이라고 했습니다. 기록은 사진이 아닙니다. 기록은 늘 기록일 뿐입니다. 사진을 바란다면 사진을 찍고 읽을 노릇입니다. 삶이 그대로 사진인 만큼, 삶을 찍으면 되고 삶을 읽으면 됩니다.

  기록을 하는 사진은 기록물이 됩니다. 기록을 하는 사람은 기록자입니다.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셔요. 기록자가 되고 싶은가요, 사진가로 살고 싶은가요.


  기록이 나쁘다고 느끼지 않아요. 기록은 기록대로 뜻이 있어요. 그리고, 사진은 사진대로 뜻이 있어요. 사진이 더 좋지 않으며, 기록이 더 나쁘지 않습니다. 저마다 뜻과 값이 있을 뿐입니다.


  사진을 찍으려 할 적에는 스스로 어떤 마음이거나 뜻이거나 생각인지 먼저 추스를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을 즐기려고 찍는 사진인지, 무언가 기록해서 남기려는 사진인지, 사랑하는 사람과 삶을 노래하려는 사진인지, 전시회를 열거나 작품집을 묶고 싶은 사진인지, 사진길 걸어가면서 사진가로서 돈을 벌고 싶은지, 찬찬히 돌아보면서 스스로 가닥을 잘 잡고 살필 노릇입니다.


  어느 자리에 서더라도 사진은 사진입니다. 어느 자리에 있더라도 예술은 예술입니다. 어느 자리에 놓더라도 기록은 기록이며, 삶은 삶입니다.


  암수 서로 살가운 제비 두 마리를 바라봅니다. 제비는 해마다 사월에 한국으로 찾아옵니다. 그러고는 예전 둥지를 손질한 뒤 오월에 알을 낳습니다. 유월에 새끼를 먹여서 키우고 칠월에 날갯짓을 가르쳐서 팔월에 따뜻한 나라를 찾아 다시 한국을 떠납니다. 제비가 한국에서 지내는 이야기는 과학책이나 자연책을 살펴도 알 수 있으나, 제비와 함께 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책을 읽어 아는 지식은 평균치일 뿐, 우리 집에 깃드는 제비가 누리는 삶하고는 다릅니다. 책에는 제비가 지저귀는 노랫소리를 적지 않습니다. 책에는 제비가 어떤 흙과 지푸라기를 물어다 집을 짓거나 고치는지를 적지 않습니다. 책에는 제비 날갯짓이 어떤 모습인지를 적지 않습니다. 책에는 제비가 몇 시에 깨어나 몇 시에 잠드는지를 적지 않습니다. 책에는 제비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디를 날아다니면서 어떻게 놀거나 먹이를 찾는지를 적지 않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생각하면 머릿속으로 그림을 환하게 그릴 수 있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으면, 구도와 소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이야기가 흐르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찍고 읽으면서 즐거운 사진이 됩니다. 이야기를 보여주고 나누면서 아름다운 사진이 됩니다. 4347.5.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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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누나 치마 물려입기



  누나가 입던 옷을 고스란히 물려입는 산들보라는 누나가 즐겨입는 치마까지 물려입는다. 아니, 누나가 입던 치마를 저도 입고 싶다. 네 살인 이즈음 혼자서 어떻게든 옷을 꿰어 보려 용을 쓰는데 잘 안 된다. 혼자서 척척 옷을 꿸 수 있으면 낑낑거리지 않을 텐데, 아직 혼자서는 옷을 잘 못 입다 보니, 누나 치마를 입기까지 떼를 부린다. 이러다가 누나 치마를 뒤집어쓰면 빙그레 웃으면서 즐겁다. 4347.5.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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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6. 제비야, 늘 고맙다 2014.5.1.



  새벽에 아침을 열고, 저녁에 하루를 닫는다. 새벽 다섯 시 언저리에 하루를 여는 노래를 들려주고, 저녁 일곱 시 언저리에 하루를 닫는 노래를 알려준다. 참말 제비 너희처럼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일찍 잠들면 하루가 아름답겠구나. 제비 너희처럼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날며 푸르게 우거진 숲을 노래할 수 있을 때에 우리 삶이 사랑스럽겠구나.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아서 고맙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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