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 - 물고기가 사라진 강의 부활에 인생을 건 남자 이야기
야마사키 미쓰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환경책 읽기 61



샘터를 스스로 버리는 사람

― 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

 야마사키 미쓰아키 글

 이정환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2013.5.10.



  우리 식구가 살아가는 시골마을에는 샘터와 빨래터가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마을 어귀에 있고, 하나는 마을 안쪽에 있어요. 마을 어귀에 있는 샘터와 빨래터는 제가 아이들하고 달마다 두 차례씩 치웁니다. 이제 시골마을에서도 샘터에서 물을 안 긷고 빨래터에서 빨래를 안 하니, 늘 물이끼가 잔뜩 끼거든요.


  아이들은 샘터에서 물을 마시다가 발을 담가 참방참방 놉니다. 빨래터에 낀 물이끼를 제가 신나게 걷어내고 바닥을 벗겨 미끄럽지 않게 해 놓으면, 두 아이는 이내 빨래터로 옮겨서 한참 물놀이를 즐깁니다. 한여름에도 차갑다 싶도록 흐르는 물줄기는 한겨울에도 얼지 않습니다. 다른 곳 물은 다 얼어도 샘터와 빨래터에서는 물이 얼지 않아요.



.. “여보, 쓰레기가 왜 이렇게 많을까요?”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이곳에는 아무거나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 골프장이나 획일화된 테마파크는 지역의 진흥과 연결되지 못했고, 오히려 자랑스러운 자연을 파괴하는 결과만 낳았다 … 오물 속으로 잠수를 하여 살아 있는 생명체를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 생물을 구하면 우리 인간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  (39, 49, 68쪽)



  흐르는 물은 얼지 않습니다. 흐르는 물은 더럽지 않습니다. 흐르는 물은 언제나 맑은 빛입니다. 흐르는 물에는 온갖 목숨이 깃들어 함께 살아갑니다.


  흐르지 못하는 물은 쉽게 업니다. 흐르지 못하는 물은 이내 더러워지고 맙니다. 흐르지 못하는 물은 맑은 빛을 띠지 못합니다. 흐르지 못하는 물에는 아무런 목숨이 깃들지 못합니다.


  바람이 흘러야 싱그럽습니다. 흐르지 못하는 바람은 싱그럽지 않습니다. 마을에서도 들에서도 건물에서도 바람은 흘러야 합니다. 지하상가나 지하철에서도 바람은 늘 흘러야 해요. 고인 바람에서는 누구라도 숨이 막혀요. 바람이 꽉 막혀서 옴쭉달짝 못한다면 사람도 다른 목숨도 갑갑해요.


  그러니까, 물과 바람 못지않게 모든 것이 흘러야 싱그럽습니다. 돈도 흘러야 하고 사랑도 흘러야 합니다. 이야기도 흘러야 하며 지식과 책도 흘러야 합니다. 흙은 빗물 따라 냇물로 스며들어 흐르다가 모래밭을 이루거나 갯벌을 이룹니다. 뭍에서 흙이 빗물에 쓸려 내려가더라도, 숲과 들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가 가랑잎을 내놓고 시든 풀줄기를 내놓기에 새 흙이 자꾸 생겨요. 풀벌레가 죽고 크고작은 짐승이 죽으면서 주검 또한 새로운 흙으로 거듭납니다.


  흐르는 삶이 있는 지구별입니다. 흐르는 사랑으로 아름다운 지구별입니다.



.. 가장 무서운 것은 조사자의 그릇된 조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국가가 공식적으로 ‘어류가 서식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는 것이다 …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졌다. 세재 회사를 고발하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빨래를 할 때, 때가 잘 빠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거품이 잘 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비누나 합성세제에서 냄새가 오랫동안 지속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69, 136쪽)



  지구별에 평화 아닌 전쟁이 감도는 까닭은 흐름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국경이라는 울타리를 세워서 흐름을 막으니 전쟁이 터집니다. 지구별이 모두 같은 나라라면 전쟁이 터져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울타리가 없다면 군인이 있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나라와 나라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 전쟁무기가 있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이웃이 배고플 적에 도우면서 돈을 받을 일이 없어요. 아픈 이웃을 보살피면서 돈을 받을 일이 없어요. 이웃한테 찾아가면서 맛난 밥을 잔뜩 챙깁니다. 이웃이 지내는 집을 고치려고 신나게 찾아갑니다. 이웃한테 책을 읽어 줍니다. 이웃한테 멋진 그림을 거저로 선물합니다. 이웃끼리 사랑스레 이야기꽃을 피우고, 이웃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혼인을 하고 제금을 나기도 하면서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돌봅니다.



.. 국토교통성을 찾아가 댐 철거와 관련된 문제를 상담해 보면 틀에 박힌 듯 이런 말이 돌아온다. “말씀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물고기와 사람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중요합니까?” 물고기와 사람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연과 관련된 문제를 양자택일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오염이나 공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니까 … 실제로는 아무리 더러운 강이라고 해도 강은 강이다. 그곳에는 반드시 생명이 살고 있다. 불과 다섯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생명은 생명이다 ..  (149, 159쪽)



  야마사키 미쓰아키 님이 쓴 《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알에이치코리아,2013)라는 책을 읽습니다. 글쓴이는 어릴 적에 늘 즐겁게 사귀던 냇물을 오래도록 아끼고 사랑합니다. 현대문명과 도시문명이 망가뜨리고 만 냇물을 되살리려고 온힘을 쏟습니다. 그러나, 이녁이 기울이는 땀방울은 온갖 행정과 관청과 관료와 제도에 가로막힙니다. 그래도, 야마사키 미쓰아키 님은 고개를 꺾지 않아요. 냇물이 좋거든요. 냇물이 흐르기를 바라거든요. 냇물이 흐르면서 삶이 흐르고 사랑이 흐르는 한편, 꿈과 이야기가 흐르기를 바라거든요.


  작은 바람은 어느새 꿈으로 자랍니다. 꿈은 시나브로 빛이 됩니다. 빛은 다시 이녁 가슴으로 스며들고, 이녁 가슴에 스며든 빛은 고운 노래가 되어 흐릅니다.


  이제 한국에서 샘터나 빨래터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샘터나 빨래터가 있어도 따로 치우는 사람이 없으면 물이끼로 뒤덮여 제구실을 못합니다. 싱그러이 흐르는 샘물을 버리고 댐을 지어서 수돗물을 마시려는 한국사람입니다.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맑은 물과 바람이 아닌, 정수기와 화학약품에 길든 물과 바람으로 목숨만 건사하려는 흐름이 됩니다.


  어떻게 살아갈 때에 아름다울까요? 사람들 스스로 이 대목을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살아갈 때에 사랑스러울까요? 돈을 잘 버는 길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누리는 길을 저마다 즐겁게 찾아나설 수 있기를 빕니다. 4347.5.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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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4. 사진은 어디에 있나



  빛이 있어야 사진이 있는데, 삶이 있어야 빛이 있습니다. 모든 목숨이 싱그럽게 살아야 빛이 있으며, 이 빛은 모든 숨결이 즐겁게 살아가는 밑바탕입니다.


  배를 굶는 곳에 사진은 없습니다. 전쟁이 물결치는 곳에 사진은 없습니다. 독재와 폭력이 날뛰는 곳에 사진은 없습니다. 따돌림과 미움이 불거지는 곳에 사진은 없습니다. 사진은 언제나 삶이 있는 곳에 있는데, 삶은 빛이 있는 곳에 있으며, 빛은 사랑이 있는 곳에 있습니다.


  사진과 빛은 언제나 한몸입니다. 빛과 사랑은 언제나 한몸입니다. 사랑과 삶은 언제나 한몸입니다. 삶과 이야기는 언제나 한몸입니다.


  배를 굶는 곳에 누군가 찾아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기록’을 하거나 ‘다큐’를 만들 수 있어요. 전쟁이 물결치는 곳에도 누군가 찾아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독재와 폭력이 날뛰는 곳에도 누군가 찾아가서 사진을 찍을 만합니다. 살가도 님이 찍은 사진이든, 로버트 카파 님이 찍은 사진이든, 남아프리카공화국 뱅뱅클럽 젊은 작가들 사진이든, ‘사진이 없는’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이들은 어떤 사진을 찍으려 했을까요. 삶이 삶답게 흐르지 못하고 이야기가 이야기답게 꽃피우지 못하는 곳으로 왜 찾아가서 어떤 사진을 찍으려 했을까요. 고발하려는 사진일까요. 돈을 벌려는 사진일까요. 작품으로 삼으려는 사진일까요. 이웃을 도우려는 사진일까요.


  아파서 드러누운 아이는 놀지 못합니다. 마냥 누운 채 심심하면서 아픕니다. 심심하면서 아픈 아이 곁에 있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이야기를 지어 들려줍니다. 노래를 불러 주고 빙긋빙긋 웃음을 지어 줍니다. 아이가 아프대서 아이가 늘 아픔만 생각하지 않도록 이끌려 합니다. 아이가 아프니 아이가 늘 ‘안 아프고 즐거운 삶’을 생각하도록 이끌려 합니다. 아픈 아이한테 ‘아이고 얼마나 아프니?’ 하고 날마다 재우쳐 묻는 바보스러운 어버이는 없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 바보스럽게 재우쳐 묻는 사진을 찍는 이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 ‘아프고 심심한 아이를 달래면서 맑은 빛을 선물하’듯이 사진을 찍는 이가 있습니다.


  아픈 아이한테 때로는 ‘아픔’을 그대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아픔을 이야기하는 까닭은 이 아픈 데가 곧 낫는다는 생각을 심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잘 보렴. 이 생채기는 차근차근 낫는단다. 네 몸한테 스스로 말해 줘. 아픈 데야 얼른 나아라, 씩씩하게 뛰놀면서 웃자, 다 괜찮아, 다 좋아, 하고.’


  사진은 어디에 있는가요. 사진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가요. 사진은 어디에서 무엇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나아가려 하는가요.


  한 곳에 똑같이 머무르려고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새롭게 살아가는 힘을 길어올리는 사진입니다. 언제까지나 똑같은 모습으로 머무르라고 다그치는 사진이 아닙니다. 어제에 이은 오늘과 오늘에 이은 모레와 글피가 아름답게 빛나도록 북돋우는 사진입니다. 4347.5.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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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74. 2014.5.6.


  돼지고기튀김을 올리려면 불판에 기름을 둘러서 지져야 하나 생각하는데, 곁님이 문득 말한다. 튀긴 것을 또 튀기면 너무 기름지다고. 스탠냄비를 달구어 구워 보라고 덧붙인다. 그렇구나 하고 스탠냄비를 한참 달군다. 밥과 국을 끓이면서 스탠냄비를 달군 뒤 밥이 끓을 즈음 스탠냄비에 손가락을 살살 스쳐 본다. 제법 뜨겁구나 싶으면 언 돼지고기튀김을 올린다. 그러고는 뚜껑을 덮는다. 국이 끓어 간을 맞출 즈음 돼지고기튀김을 뒤집는다. 밥이 얼추 익어 섞을 즈음 한 번 더 뒤집는다. 국이 다 끓어 불을 끌 즈음 또 뒤집는다. 마당에 내려가 풀을 뜯은 뒤 새로 뒤집고, 풀을 다 헹구어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리고 나서 마지막으로 뒤집고 불을 끈다. 아이들을 불러 수저를 바르게 놓도록 하고는 국과 밥을 먼저 떠서 건넨다. 이제 가위로 알맞게 썰어 밥상에 올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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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73. 2014.5.3.



  무밥을 끓인다. 어제 먹고 남아 아침까지 온 무조각을 밥냄비에 넣는다. 보글보글 밥이 끓고 무는 밥 사이에서 알맞게 익는다. 밥에 섞인 무는 속이 맑게 비친다. 된장을 푼 국을 놓고 돌나물 하나 밥그릇에 올린다. 얘들아 푸른 빛이 고운 밥을 먹으면서 푸른 숨결 그득한 노래를 부르면서 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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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4-05-08 09:17   좋아요 0 | URL
그릇들도 예쁘네요~

파란놀 2014-05-08 09:59   좋아요 0 | URL
예쁜 마음으로 예쁜 밥을 먹기를 바라면서
이럭저럭 밥상을 차리곤 해요~ ^^
 

꽃밥 먹자 72. 2014.4.26.



  날마다 먹고 또 먹으니, 정구지잎이 쓰거나 매운지 못 느낀다. 아니, 우리 집에서 돋는 정구지잎은 달고 맛나다고 느낀다. 집에서 뜯는 풀을 먹다가 밥집에서 내놓는 풀 반찬을 먹으면 거의 맹물과 같은 맛이 난다고 느낀다. 풀을 먹는대서 다 좋은 밥이 아니라, 제 보금자리에서 돋는 풀을 먹어야 비로소 좋은 밥이 된다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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