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손으로 글쓰기



  아름다운 손으로 글을 쓰기에 아름다운 숨결을 이웃과 나눈다. 사랑스러운 손으로 글을 쓰기에 사랑스러운 빛을 동무와 주고받는다. 넉넉한 손으로 글을 쓰기에 넉넉한 선물을 나 스스로한테 베푼다.


  글을 쓰며 살아가는 동안, 글이 무엇인가 하고 돌아본다. 내 마음이 어떤 결이나 무늬나 빛인가에 따라, 내 몸이 달라지고 내 삶이 달라진다. 스스로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거나 건사하느냐에 따라 내 글은 더없이 달라지면서 거듭난다.


  나는 글을 어떻게 쓰고 싶은가?


  첫째, 아름답게 쓰고 싶다. 곧, 나는 아름답게 살고 싶다. 둘째, 사랑스럽게 쓰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사랑스럽게 살고 싶다. 셋째, 넉넉하게 쓰고 싶다. 그래서, 나는 넉넉하게 살고 싶다.


  아름다운 손빛을 모아 글빛을 가꾸어 본다. 사랑스러운 손결을 가다듬어 글결을 일구어 본다. 넉넉한 손품을 들여 빙그레 웃음짓는 글품이 되기를 꿈꾼다. 고운 빛으로 되살아나는 글이란, 고운 빛으로 되살아나는 오늘 하루 이야기이다.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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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굽는 팔



  팔이 안으로 굽지 않으면 팔을 펴지 못하고 쓰지 못해요. 참말 그렇지요. 예부터 팔은 안으로 굽는다 하고 말한 까닭이 있어요. 그런데, 나는 이 말을 들은 어릴 적에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했어요. ‘칫. 팔만 안으로 굽나? 발도 안으로 굽는걸. 손가락과 발가락도 안으로 굽는걸. 모두모두 안으로 굽는걸.’


  어릴 적에 이렇게 ‘팔’을 ‘발’과 ‘손가락’으로 바꾸어 생각하고 보니, 모든 것이 그러했어요. 귀도 안으로 굽어요. 그래야 소리가 나한테 스며요. 입도 안으로 굽어요. 그래야 말이 터져서 나와요.


  안으로 굽어야 하는구나 하고 느낄 적에, 내 동무들이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 나를 따돌리거나 괴롭힐 적에 하나도 안 힘들었고 하나도 안 슬펐어요. 힘듦이나 슬픔을 느낄 일이 없이 ‘안으로 굽는 마땅한 흐름’을 알고 보며 느꼈어요.


  나도 ‘안으로 굽는 팔’처럼 내 곁님과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곁님과 아이들이 배고플 적에 밥을 차리고, 즐거울 적에 함께 노래하며, 고단할 적에 다독이면서 안거나 업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려면 안으로 굽어요. 밥을 우리 안에 담지요. 우리 몸 안쪽으로 밥을 담으면서 새로운 숨결이 태어나고, 새로운 기운이 솟으며, 새로운 마음이 됩니다.


  즐겁게 내 팔을 바라봅니다. 안으로 굽는 내 팔을 기쁘게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즐거움과 기쁨을 잊습니다. 안으로 굽는 팔은 그저 안으로 굽으니, 나는 이 빛을 그대로 느끼며 바라볼 뿐입니다.


  팔한테 다른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안으로 안 굽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아니, 내 팔한테 안으로 굽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내 팔을 사랑하는 길을 가만히 떠올립니다. 내 팔을 아끼면서 언제나 내 삶으로 곁에 있는 길을 조용히 헤아립니다. 내 팔에 고운 빛을 뿌리렵니다. 안으로 굽는 내 팔에 맑은 빛을 드리우렵니다. 안으로 굽으면서 살며시 펴고, 또 굽으면서 살펴시 펴는 내 팔에 착한 빛을 하나둘 심으렵니다. 굽기에 펴고, 펴기에 굽습니다.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빛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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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곰 코듀로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17
돈 프리먼 지음,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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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6



여기에 네 책이 있단다

― 꼬마 곰 코듀로이

 돈 프리먼 글·그림

 조은수 옮김

 비룡소 펴냄, 1996.7.10.



  책방마실을 하면서 그림책 《꼬마 곰 코듀로이》(비룡소,1996)를 보았을 적에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 그림책은 우리 집 네 살 작은아이한테 주어야겠구나.


  책방에서 책값을 셈할 무렵, 네 살 작은아이는 까무룩 잠듭니다. 나는 작은아이를 왼어깨에 살포시 안습니다. 그러고는 책꾸러미를 한손으로 들고, 일곱 살 큰아이는 아버지 뒤를 잘 따라오라고 불렀습니다.


  잠든 작은아이를 안은 채 문방구에 갑니다. 문방구에 가서 두 아이가 쓸 필통을 장만하고, 새 연필을 고릅니다. 작은아이는 잠에서 깨지 않습니다. 작은아이를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택시를 잡습니다. 두 아이와 택시에 오르고, 대화역 앞에 있는 아이들 이모네 집으로 찾아갑니다.



.. 날마다 코듀로이는 다른 인형들과 함께, 누군가가 자기에게 다가와 집에 데려가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  (3쪽)



  아이들 이모네 집에 작은아이를 눕히고 큰아이를 재우려 했으나, 작은아이는 잠에서 깨고, 큰아이도 더 놀려 합니다. 그렇구나, 너희들 마음은 그렇구나. 두 아이 옷을 벗겨 씻깁니다. 노느라 흠뻑 흘린 땀을 따스한 물로 씻기고, 머리를 감깁니다. 이제 아이들은 개운한 몸이 됩니다. 너희들 몸이 개운하지 않아서 잠을 못 잤느냐?


  잠에서 깬 작은아이는 ‘제 책’을 달라고 말합니다. 응, 네 그림책 줄게. 자, 여기에 네 책 《꼬마 곰 코듀로이》가 있어. 작은아이는 아버지한테서 빨간 빛깔 감도는 그림책을 받습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글을 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읽습니다. 책겉에 있는 곰인형 그림을 짚으면서 “곰인형이야!” 하고 말합니다. 그래, 그곳에 곰인형이 있구나.



.. 어느 날 아침, 웬 여자아이가 멈춰 서더니 코듀로이의 반짝이는 눈을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  (5쪽)



  곰인형을 본 아이는 곰인형을 마음에 담습니다. 곰인형을 느낀 아이는 곰인형한테 마음을 건넵니다. 둘은 한마음이 되고, 둘은 한식구가 되며, 둘은 한빛이 됩니다.


  얼마나 즐거울까요. 얼마나 환할까요. 마음에 둔 곰인형을 품에 안은 아이는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곰인형을 바라본 아이는 다른 것을 보지 않습니다. 곰인형과 속삭이는 아이는 다른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곰인형이랑 노는 아이는 다른 놀이나 사건이나 사고나 불행이나 행복이나 근심이나 시름이나 텔레비전이나 영화 따위를 하나도 떠올리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를 바라보고, 오로지 하나를 느끼며, 오롯이 하나를 보고 또 봅니다.



.. “난 리자야. 넌 내 곰 인형이 될 거야. 어젯밤에 돼지 저금통에 든 돈을 세어 보았어. 엄마가 널 데려와도 좋다고 하셨어.” 여자아이가 말했어요 ..  (25쪽)



  그림책 《꼬마 곰 코듀로이》는 어떤 책일까요. 여기에 네 책이 있다고 부르는 그림책은 아이들한테 어떤 노래가 될까요.


  아이들은 모두 안다고 느껴요. 곰인형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곰인형은 ‘마음’으로 사귑니다. 곰인형은 ‘물건’으로 간수할 수 없어요. 곰인형은 ‘벗님’이 되어 내 곁에 있어요.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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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딸



  고승덕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고승덕이라는 사람한테 딸이 있는 줄 모른다. 그런데, 엊저녁, 2014년 6월 3일 저녁, 어느 분이 고승덕과 이분 딸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신문도 방송도 인터넷소식도 듣지도 보지도 읽지도 않아서 모르는데, 그분이 알려주시기를, 고승덕이라는 사람이 낳은 딸아이가 이녁 아버지는 국회의원은 될 수 있어도 교육감은 될 만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번쩍 하고 생각이 움직였다. 우와, 고승덕이라는 사람 딸아이는 얼마나 놀랍고 대단하며 훌륭한가! 고승덕이라는 사람은 이녁 딸아이를 얼마나 알뜰히 가르쳤는가! 그 딸아이는 이녁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볼 줄 알고 ‘똑바로’ 말할 줄 아는구나!


  고승덕이라는 사람은 교육감 후보에서 사퇴를 할까? 또는 교육감이 될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고승덕이라는 사람은 이번에 교육감 후보로 나오면서 이녁 딸하고 아주 깊디깊게 마음으로 사귀고 다시 만나며 서로 즐겁게 배우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나도 우리 아이를 똑바로 보아야겠고, 우리 아이도 나를 어버이로서 똑바로 보도록 이끄는 하루를 누려야겠다.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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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거를 하지 않는다



  2014년 6월 4일, 나와 곁님은 선거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남 고흥이 우리 살림집이요 주소지인데, 며칠 앞서부터 경기도 일산에 있다. 곁님 어버이가 사는 이곳에 네 식구가 와서 지낸다.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하고 어울려 논다.


  그리고, 전남 고흥에서 나온 정치 후보 가운데 우리 마음을 사로잡거나 끄는 분이 하나도 없다. 투표장에 가더라도 ‘무효(두 손 번쩍 드는, 포기)’ 표를 쓰고 나올밖에 없다고 느낀다.


  누군가는 말한다. ‘덜 나쁜 사람’을 고르면 된다고. 그런데, 덜 나쁜 사람이 없다. 모두 똑같이 ‘나쁜’ 분들만, 그러니까 전남도지사, 전남도교육감, 고흥군수, 고흥군의원, 전남도의원으로 나온 분들이 모두 똑같아만 보인다. 더 나아 보이는 사람도, 더 나빠 보이는 사람도 못 찾겠다.


  나는 선거를 안 하려는 마음은 없다. 선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좋은’ 분이 다음 정치 후보로 나올 수 있기를 기다린다.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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