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192 : 도화桃花



옅은 바람이 불 때마다 / 도화(桃花) 년은 하르르

《이덕규-밥그릇 경전》(실천문학사,2009) 113쪽


 도화(桃花) 년은

→ 복사꽃 년은

→ 복숭아꽃 년은

 …



  한글로 ‘도수’라 적으면 알아차릴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한자를 잘 안다는 분도 ‘도수’를 못 알아채리라 느낍니다. 한자로 ‘桃樹’라 적으면 얼추 알아차리기는 하겠지요.


  한국말사전을 들추면 ‘도화’뿐 아니라 ‘도수’라는 한자말을 싣습니다. 한국말사전이지만 한자말을 함부로 싣습니다.


  한국사람이 쓸 한국말은 ‘복숭아꽃(복사꽃)’과 ‘복숭아나무(복사나무)’입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말 아닌 다른 말을 쓸 까닭은 없습니다. 다만, 문학을 하는 자리라면, 시를 쓰는 자리라면, 말빛을 가꾸려고 이런 말이나 저런 말을 쓸 수 있을 텐데, “도화 년”이라고는 못 쓰고 애써 묶음표까지 쳐야 한다면, 싯말에 한자를 굳이 집어넣어야 한다면, 이러한 시는 어떤 빛이 될까 궁금합니다. 복숭아꽃을 복숭아꽃이라 말하지 못하고, 복사나무를 복사나무라 말하지 못한다면, 한국말과 시와 노래와 문학은 어떤 빛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 보기글 새로 쓰기

옅은 바람이 불 때마다 / 복사꽃 년은 하르르


한국말사전에 실린 한자말 ‘도화(桃花)’ 말풀이는 “= 복숭아꽃”이라 나옵니다. ‘도화’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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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41) 중량의 1 : 무거운 중량의 시집


이덕규의 첫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는 다양한 내용물이 담긴 무거운 중량의 시집이었다

《이덕규-밥그릇 경전》(실천문학사,2009) 113쪽


 무거운 중량의 시집이었다

→ 무거운 시집이었다

→ 무게가 무거운 시집이었다

→ 무게가 나가는 시집이었다

→ 무게가 묵직한 시집이었다

 …



  보기글을 생각해 봅니다. “무거운 무게의 시집”이라고 적은 셈입니다. 우리는 “무게가 가볍다”나 “무게가 무겁다”라고도 이야기합니다. 다만, 보기글은 글차례가 뒤틀렸습니다. “무거운 무게의 시집”이 아닌 “무게가 무거운 시집”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무게가 가벼운 아이”라 적어야 올바릅니다. “가벼운 무게의 아이”처럼 적으면 틀려요. ‘무겁다·가볍다’라는 낱말은 무게를 가리키는 만큼, ‘무게’라는 낱말은 덜어도 됩니다. “가벼운 아이”나 “무거운 시집”이라고 적으면 넉넉합니다.


  한국사람이라면 한국말 ‘무게’를 써야 올바를 텐데, 한국말 ‘무게’를 쓰더라도 토씨 ‘-의’가 끼어드는 번역 말투가 되지 않도록 차근차근 추스르기를 바랍니다. 4347.6.7.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덕규가 낸 첫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무거웠다


“이덕규의 첫 시집”은 “이덕규가 낸 첫 시집”이나 “이덕규가 쓴 첫 시집”으로 다듬습니다. “다양(多樣)한 내용물(內容物)이 담긴”은 “여러 이야기가 담긴”이나 “온갖 이야기가 담긴”으로 손보고, ‘중량(重量)’은 ‘무게’로 손봅니다. 그런데 한자말 ‘중량’은 두 가지가 있다 합니다. ‘中量’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의 무게”라 하고, ‘重量’은 “(1) = 무게 (2) 아주 큰 무게”라고 해요. 보기글에서는 둘째 낱말일 테고 ‘무게’를 가리키겠지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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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37] 아무는 생채기



  어떤 꽃이 피려고

  겨우내 찬바람 먹으면서

  작고 단단히 망울을 맺을까.



  생채기란 아물라고 있구나 싶어요. 아물려고 생기는 생채기이고, 아물면서 새롭게 빛나는 생채기이지 싶어요.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든, 누가 나를 괴롭히거나 따돌리면서 마음이 다치든, 새롭게 피어나는 꽃송이가 되려는 생채기이지 싶어요. 봄꽃도 여름꽃도 가을꽃도 모두 겨우내 찬바람을 먹고 자란 숨결이에요. 살구도 복숭아도 감도 대추도 겨우내 찬바람을 듬뿍 머금고는 맺는 예쁜 열매예요.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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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서 나누는 이웃


  글을 써서 나누는 이웃이 있기에 꾸준히 글을 쓰는지 모른다. 내가 쓴 글을 읽을 이웃은 몇이나 되는지 모른다. 다만, 어디엔가 언젠가 있는 줄 안다. 이웃한테 푸른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으니 글을 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 이웃이 나한테 불어넣으려 하는 푸른 숨결을 느끼려고 글을 읽는다. 내 이웃이 쓴 글은 언제 썼거나 어디에서 썼는지 모를 노릇이다. 다만, 내 이웃도 나와 같은 글동무를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즐겁게 글을 썼으리라 느낀다. 지구별 맞은편에 있든, 백 해나 삼백 해쯤 앞서 살았든, 이웃은 서로를 헤아리면서 마음속에 씨앗을 심고, 이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 오래오래 잇는다.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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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바하크 아마드 푸 외 출연 / JC인더스트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Where Is The Friend's Home?, 1987



  아이들은 이웃 아이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주고받는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얼굴 생김새나 돈이나 학력 따위를 따지거나 살피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나이를 가르거나 옷차림을 따지거나 집크기를 헤아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른한테 길든 아이라면 나이로 금을 긋는다든지 아파트나 자가용 따위를 들먹인다. 어른한테 길든 아이라면 영어로 노래를 하거나 영어로 무엇인가 가리키려는 바보짓을 일삼는다.


  아이가 아이답게 살아간다면, 이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는 어버이답게, 다시 말하자면 어른답게 살아간다. 아이가 아이답게 살아가지 못하면, 이 아이와 살아가는 어버이는 어버이답거나 어른답게 살아가지 못한다.


  아이들은 서로 무엇을 알아야 할까. 아이들은 어느 때에 서로 즐겁게 노는가. 아이들은 날마다 무엇을 보면서 느낄 때에 아름다운가. 아이들은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어떻게 하면서 사랑스러운가.


  내 이웃이 살아가는 집을 생각한다. 내 이웃과 이 나라 아이들이 살아가는 마을을 생각한다. 내 이웃과 풀과 나무와 꽃과 벌레와 새와 물고기와 짐승이 골고루 어우러지는 지구별을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우리는 어떤 꿈을 피우려 하며, 어떤 사랑을 속삭이려 하는가.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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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6-07 09:44   좋아요 0 | URL
이 영화도 오래전에 참 아름다이 보았던 생각이 납니다..^^

파란놀 2014-06-07 15:57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꽤 자주 보았다가
요즈음에는 새로 보지 못했는데
오래도록 가슴에 남은 작품이라
머잖아 또 새롭게 다시 보리라 생각해요.

참 아름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