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16. 그림 그리면


빛깔 고운 연필 쥐고
하얀 종이에
사각사각 서걱서걱
그림 그리면
어느새 하나씩 둘식
우리 집 마당으로 튀어나와
함께 뛰노는
즐거운 놀이동무 된다
제비야, 박새야, 까치야,
우리 모두
무지개 타고 날자.


2014.4.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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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마실



  책방마실을 할 적에 아이들은 책방에 깃든 기운을 누린다. 책방을 이루는 책꽂이뿐 아니라, 책방을 지키는 책방지기 마음씨를 함께 누린다. 책방이라는 곳은 책을 살피는 곳이요, 마음에 드는 책을 장만하는 곳이다. 책을 살피자면 누구나 책을 손에 쥐어 읽기 마련이니, 도서관 못지않게 조용한 곳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도서관이나 책방을 찾는 아이들은 으레 뛰거나 달린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싶다. 아직 많이 어리면 목소리를 낮추기 어렵지만, 아이들 누구나 ‘도서관이나 책방’은 다른 곳과 달리 차분하면서 조용하게 놀거나 지내는 곳이라고 알아챈다.


  도서관에서라면 아이들이 뛰거나 목소리를 높이면 으레 싫어한다. 도서관이라는 곳이 워낙 이렇다. 이와 달리 책방에서는 아이들이 뛰거나 목소리를 높일 적에 모두 싫어하지는 않는다. 새책방에서는 꽤 싫어한다 할 만하지만, 헌책방에서는 그렇게까지 싫어하지는 않는다. 어느 헌책방 책손은 ‘책방에서 아이들 목소리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오늘 나는 아이들과 책방마실을 한다. 지난날 나는 혼자 책방마실을 했다. 예전에 혼자 책방마실을 하던 나날을 돌이켜본다. 나는 새책방에서나 헌책방에서나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하나도 거슬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뛰놀건 말건 ‘내 책읽기’를 거스르거나 가로막거나 헤살을 놓지 못한다. 왜냐하면, 내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만나면, 이 책을 읽는 데에 온마음을 쏟기 때문에 다른 소리를 못 듣거나 안 듣는다. 나는 내 책에 마음을 기울이지, 다른 움직임이나 소리에 마음을 기울일 까닭이 없다.


  헌책방을 다닐 적에 아이들을 만나면 괜히 기쁘다. 이 아이들은 속깊은 어버이를 만나서 어릴 적부터 재미나고 아름다운 책터를 만날 수 있겠다고 느껴 기쁘다. 이 아이들은 헌책방이든 새책방이든 그리 대수롭지 않다. 이 아이들은 책방마실을 하면서 ‘책방에서 감도는 기운’을 받아먹을 수 있으면 즐겁다. 책방지기가 가꾸는 책방 이야기를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받아안으면 된다.


  책은 틀림없이 책이기에, 종이로 된 책을 손에 쥐어 펼쳐야 이야기를 얻는다. 그리고, 이런 책들을 가득 그러모은 책시렁을 살피면서 새롭게 이야기를 얻는다. 책시렁을 살피는 사람들 둘레로 흐르는 바람을 함께 마시면서 새삼스럽게 이야기를 얻는다.


  인터넷으로만 책을 살 적하고 책방마실을 하며 책을 살 적은 다르다. 아이들을 자가용에 태워 돌아다닐 적하고 아이들과 군내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돌아다닐 적하고 다르다. 어른들도 이웃을 만나며 물건을 장만할 적과 인터넷으로 물건을 장만할 적이 다르다. 어른들도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달릴 적하고 자가용을 몰 적에 받아들이는 기운과 바람과 숨결이 모두 다르다. 4347.6.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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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54. 2014.6.2.ㄴ 책바구니와 놀다



  책바구니를 보더니 네 살 산들보라는 저도 하나 들겠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바구니에 책을 넣어 달란다. 등에 멘 빨간 가방까지 내려놓는다. 오직 책바구니만 엉덩이에 낀 채 천천히 걷는다. 가벼운 시집을 아이 책바구니에 넣는다. 작은아이는 시집 담은 책바구니를 들고 두리번두리번 살피면서 걷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읽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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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53. 2014.6.2.ㄱ 책에 사로잡힌 아이


  바깥마실을 한 지 꽤 여러 날 되었을 적에 일곱 살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묻는다. “아버지, 내 책은요?” 이제껏 책 없이 신나게 뛰놀다가, 문득 책이 고픈가? “벼리야, 이제 네 책은 네가 챙겨야지. 네가 챙기지 않아서 안 가지고 왔어.” “이힝. 그래도 챙겨야지요.” “다음에는 네가 스스로 잘 챙겨.”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아무래도 책방마실을 해야겠다고 느낀다. 마침 곁님은 일산에서 동무를 만나기로 한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산에 있는 알라딘 매장에 가 보기로 한다. 여느 책방에서는 사진찍기를 할 수 없지만, 알라딘 매장에서는 이럭저럭 사진을 찍어도 된다. 큰아이는 혼자서 이 계단 저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만화책’ 있는 칸을 알아본다. 다만 아무 만화책이나 끄집어 내도록 할 수 없기에, 《도라에몽》 만화책을 하나 꺼내어 내민다. 일곱 살 큰아이는 아버지한테서 새로 건네받은 《도라에몽》을 받아들고 서서 읽다가, 어느새 얌전히 바닥에 앉아서 모든 소리를 잊고 책에 사로잡힌다. 불러도 소리를 못 듣기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한참 지켜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읽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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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을 읽는다



  아이들과 그림놀이를 하면서 문득 생각한다.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그림을 가르치는가? 어버이가 그동안 배운 것을 아이한테 물려주는가?


  곰곰이 돌아보면, 아이한테 그림을 가르친다거나 지식을 물려준다고 느끼지 않는다. 아이하고 빛깔을 살피거나 빛을 헤아리는구나 하고 느낀다. 빛연필이나 크레파스를 쥐고 흰종이에 하나씩 무늬와 빛깔을 입힐 적마다, 스스로 새로운 길을 연다고 느낀다.


  아이가 즐기는 빛깔은 무엇일까. 내가 즐기는 빛깔은 무엇일까. 아이가 바라는 빛깔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내가 바라는 빛깔은 어떻게 그리는가.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림을 못 그리지 않는다. 나는 늘 나 스스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 아이 또한 아이 스스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 아이와 나는 서로 마음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긴다. 아이와 나는 늘 마음속 꿈과 사랑을 빛깔로 옮긴다.


  그림놀이는 아이만 할 일이 아니로구나 싶다. 어른도 그림놀이를 즐기면서, 이녁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꿈을 빛으로 옮길 때에 노래가 흐른다고 깨닫는다. 4347.6.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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