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아이 밤에 토닥이기



  작은아이가 밤오줌과 밤똥을 모두 가릴 뿐 아니라 낮오줌과 낮똥도 스스로 가리니, 밤잠이 수월할까 하고 여기던 요즈음, 밤에 잠을 잊어야 할 일이 한 가지 생긴다. 아이들 이를 고치려고 치과에 가서 얘기를 나누다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이들이 자면서 이를 갈면 바로바로 토닥여서 이를 더 갈지 않게끔 해 주어야 한단다. 이 말을 듣고 큰아이 이를 새롭게 바라보니, 참말 이를 갈면서 꽤 닳았다.


  큰아이가 몸이 고단하니 이를 갈며 자는구나 하고만 여겼는데, 이 잠버릇을 고쳐야 하는구나. 아직 일곱 살이니 날마다 찬찬히 돌보고 토닥이면 곧 사라지도록 할 만하리라 생각한다.


  밤에 자다가도 큰아이 이 가는 소리를 들으면 번쩍 눈을 뜬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큰아이 볼을 톡톡 두들기고 가슴을 토닥인다. 이래도 이를 자꾸 갈면 손을 입에 넣는다. 이러는 동안 큰아이한테 말을 건다. “예쁜 이는 그대로.” “이 튼튼 몸 튼튼.” “이는 예쁘게 두고 꿈속에서 놀자.”


  나 혼자만 말해서는 안 되리라 느껴, 잠자리에서 잠들기 앞서 꼭 큰아이더러 스스로 말하도록 시킨다. 큰아이가 제 몸에 대로 말하게끔 시킨다. 잠을 자는 동안 이를 예쁘게 둔다고, 잠을 자면서 이는 그대로 둔다고, 이 말을 큰아이가 스스로 입으로 읊어 몸이 알아듣도록 시킨다.


  앞으로 언제쯤 큰아이 이갈기가 끝날까. 앞으로 언제쯤 나는 밤에 느긋하게 잠을 이룰 수 있을까. 4347.6.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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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괴물 - 할인행사
봉준호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괴물

2006



  2006년에 영화 〈괴물〉이 나왔을 때에,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으나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할는지 너무 잘 알았다. 한달음에 가슴에 확 꽂혔다. 영화에 흐르는 빛을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에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2006년은 나한테 힘들면서 새로운 해였고, 이해에는 겨울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에 이르도록 자전거만 타고 움직였다. 자전거로 이 나라를 찬찬히 달리는 데에 기운을 쓰느라, 마음으로 와닿은 영화를 볼 겨를을 내지 못했다.


  2014년에 영화 〈괴물〉을 본다. 괴물은 참말 괴물이다. 사람들이 괴물이라 여기니 괴물이고, 사람들이 괴물을 만들었으니 괴물이다.


  괴물은 누가 만들었나? 주한미군이 만들었을까. 어쩌면 주한미군이 만들었달 수 있다. 그러면 주한미군은 왜 미국이 아닌 한국에 있는가. 바로 한국사람이 불러들였다. 권력자가 불러들였나, 여느 시골사람이나 도시내기가 불러들였는가. 모두 불러들였다. 권력자는 권력을 거머쥐려고 주한미군을 불러들였고, 여느 사람들은 독재자를 몰아내지 못한 채 독재자한테 엉겨붙거나 독재자와 한통속이 되거나 쉬쉬하거나 고개를 돌리면서 주한미군을 불러들였다.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주한미군은 ‘영화에서 한강에’ 독극물을 쏟아부었다고 나오는데, 참말 주한미군은 한강이건 서울 한복판이건 매향리이건 곳곳에 갖은 쓰레기와 독극물을 버렸다. 그리고, 주한미군뿐 아니라 한국사람도 한강이건 서울 한복판이건 한국 곳곳이건 쓰레기와 독극물을 버린다. 온 나라에 가득한 공장에서 나오는 물을 사람이 손수 떠서 마실 수 있을까? 온 나라에 가득한 골프장에서 뿌리는 농약이 섞이는 바람을 즐겁게 들이켤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 또는 영화가 아닌 우리 사회를 보면, 경찰이 하는 일이나 군인이 하는 일이나 방송국이 하는 일이나 정치꾼이 하는 일은 똑같다. 아름다운 길로 가지 않는다. 마땅한 길로 가지 않는다. 사회에 가로막힌 울타리가 대단히 높다. 사회를 억누르는 정치 얼거리이다. 아름다운 빛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 교육 틀거리이다.


  영화에서 괴물은 죽는다. 화살에 맞고 불에 타며 쇠꼬챙이에 찔려서 죽는다. 그렇지만, 또 다른 괴물은 버젓이 있다. 수많은 괴물은 청와대에 있고 국회의사당에 있으며 학교에 있다. 법원에도 신문사에도 방송국에도 괴물은 있다. 이 괴물들은 어찌해야 할까. 이 괴물들한테도 화살을 쏘거나 불을 붙이거나 쇠꼬챙이로 찌르거나 해야 할까. 4347.6.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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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76. 치마 잘 어울리는 풀순이 (2014.6.10.)


  우리 집 사름벼리한테 치마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줄 알기는 했지만, 시골에서 개구지게 놀면서도 치마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줄 새삼스레 느낀다. 처음에는 꽃순이요 풀순이요 나무순이로 여겼지만, 치마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씩씩하게 뛰는 춤사위를 보면서, 또 다부지면서 듬직한 매무새를 보면서, 먼 옛날 시골마다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러운 ‘순이’들이 많았을까 하고 헤아려 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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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45. 2014.6.10. 풀포기 꺾는 몸짓



  풀을 바라볼 줄 알고, 풀을 만질 줄 알며, 풀을 뜯을 줄 아는 풀순이. 풀을 먹을 줄 알고, 풀한테 말을 걸 줄 알며, 풀씨를 후후 날릴 줄 아는 풀순이. 풀순이는 풀내음을 맡으면서 산다. 풀순이는 풀빛을 사랑하면서 논다. 풀순이는 풀동무를 사귀고, 풀밥을 먹으며, 풀꿈을 꾼다. 우리들은 풀과 함께 노니까 언제나 풀놀이를 누리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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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6.10.
 : 여름이로구나


- 아이들과 자전거를 달리면서 새삼스레 생각한다. 아, 여름이잖아. 여름이네. 이제 참말 여름자전거가 되는구나. 들길을 달릴 적에는 논마다 물이 그득한 모습을 본다. 낮에는 드문드문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는다. 어스름에는 차츰 소리가 높아지는 노랫소리를 듣는다. 찻길에서는 자동차에 밟혀 죽은 개구리를 더러 본다.

- 원산마을 앞을 지나갈 무렵 군내버스를 본다. 자전거를 달리다가 멈춘다. “벼리야, 저기 버스 있네.” “어디?” 아직 아이 눈에는 버스가 안 보인다. 그러다가 저 앞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버스를 느낀다. “아, 버스 있다! 보라야, 저기 버스야!” 군내버스는 우리 옆으로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다.

- 우체국에 닿아 소포를 부친다. 작은아이는 많이 졸렸는지, 우체국에 닿기 앞서 잠든다. 일어날까 싶어 살살 흔들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너는 폭 자렴. 우체국을 나와 가게를 들른 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린다. 동호덕마을 옆을 지날 무렵 큰아이가 “나 저 풀 꺾고 싶은데.” 하면서 툴툴거린다. “벼리야, 그 풀은 거기에만 있지 않아. 우리 집은 시골이야. 어디에나 있지.” 갑자기 자전거를 세울 수 없으니 천천히 빠르기를 줄여 ‘아이가 뜯고파 하는 풀’이 우거진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작은아이가 길게 하품을 한다. 자전거가 서니 작은아이도 잠을 깨나.

- 일곱 살 아이는 시멘트도랑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인다. “다리를 쭉 뻗으면 돼. 괜찮아. 안 빠지고 안 떨어져.” 큰아이는 살짝 더 망설이다가 다리를 뻗는다. 시멘트도랑 건너편에 발이 닫는다. 아무렴, 네가 못 할 만한 일을 하라고 시키겠니. 다리를 걸쳐서 풀을 한 포기 뜯는다. 하하 웃으면서 달려오더니 수레에 앉은 동생한테 먼저 건넨다. “자, 보라야, 너 가져.” 그러고는 다시 시멘트도랑에 다리를 쭉 뻗어 걸치고는 제 몫으로 하나를 뜯는다. 랄랄라 춤을 추며 샛자전거로 돌아온다. 샛자전거에 앉아 간지럼을 태우겠다면서 풀포기를 흔든다. 참말 재미난 여름이로구나. 자전거를 타기에도 놀기에도 좋은 여름이로구나.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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