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상추꽃 책읽기



  이웃 할매가 한 포기 건넨 상추를 후박나무 옆에 심었다. 상추포기는 씩씩하게 자라서 잎사귀를 즐겁게 뜯을 수 있었고, 이제 상초포기는 꽃대를 올려 노랗게 꽃을 피웠다. 상추꽃은 노란빛이 꽤 곱다. 그런데, 상추꽃은 피기도 곧 피고 지기도 곧 진다. 호박꽃을 보면 수꽃은 이레 동안 피기도 하지만 암꽃은 꽃가루받이를 마치면 한나절만에 지기 일쑤이다. 해가 기울어도 어느새 꽃잎을 닫는 상추꽃이요, 바람이 불어도 곧 꽃잎을 앙다무는 상차꽃이다.


  꽃을 피우려고 꽃대를 곧게 하나 올린 뒤 여러 갈래로 차츰 퍼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꽃대 하나는 여럿으로 나뉘고, 여러 꽃대는 또 여럿으로 다시 나뉜다. 상추꽃은 이렇게 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아주 마땅한 일인데, 상추도 씨앗으로 자란다. 씨앗을 심어야 자란다. 오늘날 사람들이 아주 많이 먹는 상추인데, 한 포기쯤 알뜰히 건사해서 꽃을 보고 씨앗을 받아 다시 심으려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가게에서 사다 심는 씨앗이 아닌, 상추가 꽃을 피워서 내놓는 씨앗을 받아서 갈무리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시골마을에서 퍽 예전부터 잇고 잇던 씨앗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두근두근 기다린다.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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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685) 핼러윈적 1 : 핼러윈적으로는 사이비


“저것도 핼러윈적으로는 사이비죠?” “사이비라고 하면, 저들에게 당할 자는 없을걸요.”

《마츠야마 하나코/김부장 옮김-아이 실격 1》(애니북스,2013) 119쪽


 저것도 핼러윈적으로는 사이비죠?

→ 저것도 핼러윈으로는 거짓이지요?

→ 저것도 핼러윈답지는 않지요?

→ 저것도 핼러윈하고는 동떨어지지요?

→ 저것도 핼러윈하고는 안 어울리지요?

 …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니 ‘핼러윈(Halloween)’이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서양에서 즐기는 문화인데, 이제 한국에서도 웬만큼 이러한 것을 누리기에 한국말사전에 싣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사전에서 이 낱말을 다뤄야 하는지 아리송하곤 합니다. 이 낱말을 다뤄야 한다면 ‘한국말’사전이 아니라 ‘백과’사전에서 다뤄야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나온 만화책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Halloween的’이라는 말마디가 나타납니다. 틀림없이 일본사람이 쓴 말입니다. 일본사람은 한자말에든 영어에든 아무렇지 않게 ‘-的’을 붙입니다. 그러면, 이런 일본 말투를 한국말로 옮길 적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본사람 말버릇대로 ‘-적’을 붙여야 할까요, 아니면 한국 말투에 걸맞게 옮기거나 가다듬어야 할까요.


  씨름을 한다고 할 때에, 강강수월래를 한다고 할 때에, 연날리기를 한다고 할 때에, 제기차기를 한다고 할 때에, 어떻게 말해야 알맞을까 생각해 봅니다. “씨름적으로는 안 어울린다”고 해도 될까요? “강강수월래적”이나 “연날리기적”처럼 써도 될까요? “씨름답지 않다”나 “강강수월래답다”나 “연날리기하고 어울리지 않는다”와 같이 말해야 올바르리라 생각합니다. 4347.7.7.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저것도 핼러윈답지는 않지요?” “핼러윈답지 않다고 하면, 저들을 이길 사람은 없을걸요.”


‘사이비(似而非)’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름”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보기글에서는 “-답지 않다”나 “거짓이다”나 “겉발림이다”로 손봅니다. “저들에게 당(當)할 자(者)는”는 “저들한테 맞먹을 사람은”이나 “저들을 이길 사람은”이나 “저들보다 더한 사람은”이나 “저들을 뛰어넘을 사람은”으로 손질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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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22. 언제라도 노래하지



우리 집 사름벼리

언제라도 노래하지.

즐겁게 뛰놀고 맑게 웃으면서

착하고 예쁜 아이

하늘 보고 구름 보며 송알송알

취나물 먹고 마삭줄꽃 보며 방긋

오월에 내리는 비에

논마다 개구리소리 가득하고

새근새근 자는 동생 곁에서

다 함께 곱게 꿈꾼다.



2014.5.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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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다섯 차례 누고


  네 살 작은아이가 아침부터 똥을 다섯 차례 눈다. 처음 눈 똥과 셋째 눈 똥은 꽤 많다. 둘째와 넷째로 눈 똥은 적었고, 다섯째로 눈 똥은 묽다. 손님이 여럿 찾아와서 여러 날 그야말로 신나게 잠까지 좇으면서 놀더니, 천천히 몸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손님이 모두 돌아가신 뒤에는 천천히 놀고, 천천히 먹다가, 천천히 하품을 하고는 혼자 잠자리로 걸어가서 이불을 스스로 덮고 눕는다. 자면서 왼쪽에 장난감 자동차를 놓는다.

  그러고 보면, 나도 작은아이만 하던 때부터 열 살 언저리까지, 또는 그 뒤로도 잠자리에 장난감을 놓았지 싶다. 꿈에서도 이 장난감하고 함께 놀고 싶다고 생각했지 싶다.

  일곱 살 큰아이는 똥을 한 차례 푸지게 눈다. 더 누지는 않는다. 큰아이도 작은아이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논다. 가볍게 먹고, 가볍게 말하며, 가볍게 노래한다. 큰아이도 곧 작은아이 곁에 눕겠지. 아버지는 곧 작은아이 곁에 누울 생각이다. 큰아이도 더 버티지 말고 느긋하게 잠자리에 들어 여러 날 마음껏 움직인 몸을 넉넉하게 쉬어 주기를 빈다. 4347.7.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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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모두 떠난 뒤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고흥집에 마실을 온 손님들이 모두 떠난다. 손님이니, 며칠 머물다 떠날밖에 없다. 떠날 날을 생각하며 찾아온 이웃이니 떠날 수밖에 없는데, 손님이 머물다가 떠나고 나면 한참 온갖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오늘은 손님이 떠나고 난 뒤에 생각을 펼칠 겨를이 없다. 치워야 할 것이 많고, 쓸고 닦을 일도 많다. 비가 그치지 않아 빨래를 조금만 하지만, 해야 할 빨래도 많다. 부엌에 놓은 냉장고 옆을 그동안 안 치우고 그대로 두었는데, 오늘 드디어 곁님 눈에 걸렸다. 해묵은 먼지를 닦고 쓴다. 비가 그치고 날이 맑으면 마저 더 치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둘이 서로 잘 논다. 며칠 동안 함께 놀이동무가 된 아주머니와 이모와 언니 오빠 들이 하나도 없지만, 둘은 씩씩하게 뛰어논다. 졸음이 잔뜩 쌓였을 듯한데, 이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고단함과 아쉬움을 풀려고 놀지 싶다. 나도 어릴 적에 이와 같았다. 손님이 떠나고 난 뒤 어머니는 언제나 청소와 치우기를 하느라 바쁘셨고, 형과 나는 어머니 곁에서 청소와 뒷일을 거들었다. 어머니는 어느 만큼 치우고 난 뒤 허리를 펴면서 밥을 끓여서 우리를 먹였고, 어머니가 밥을 끓이는 동안 형과 나는 신나게 놀다가, 밥을 먹고 나면 그야말로 졸음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이때에 어머니도 자리에 누워 쉬신다.

  곁님이 먼저 자리에 눕는다. 나도 자리에 누울까 하다가, 땀으로 젖은 옷부터 갈아입고 씻어야겠다고 느낀다. 그러고 보니, 내 웃옷과 바지는 어제 빨래터에서 아이들과 놀면서 적신 옷을 말린 채 그대로 입고 안 갈아입은 차림이다. 몸을 씻으면서 빨래를 한다. 내 웃옷은 살짝 넉넉하니 반바지만 빤다. 쌓인 옷가지 가운데 아이들 양말과 속옷과 손닦개 두 벌과 곁님 바지를 빨래한다. 물을 짠 옷가지를 집안 곳곳에 넌다. 비는 그치지 않는다. 바람이 가끔 드세게 불다가 조용히 가라앉는다. 놀러온 아이들한테 먹이려고 흰쌀을 씻어서 불렸는데, 아이들은 감자랑 고구마랑 달걀이랑 다른 것을 먹었다. 불린 흰쌀은 우리 아이들이 먹어야겠구나.

  여러 손님들이 오셔서, 또 이번 손님은 여러모로 생각이 깊은 분들이라서, 이번에는 손님한테 풀물을 짜서 한 잔씩 드리고 싶었는데,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풀을 뜯을 겨를을 내지 못했다.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나들이를 오시리라 믿는다. 그때에 느긋하게 풀을 뜯어서 물을 짜자고 생각한다. 언니 오빠하고 개구지게 뛰논 아이들이 한 뼘씩 자란 듯하다. 나와 곁님도 한 뼘씩 자랐을까? 자랐겠지. 4347.7.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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