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노래해 - 2010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웅진 세계그림책 133
리즈 가튼 스캔런 지음, 말라 프레이지 그림,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7



함께 이곳에 있는 사람들

― 온 세상을 노래해

 리즈 가튼 스캔런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이상희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10.6.28.



  일곱 살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묻습니다. “아버지는 네 살 때 뭐 했어요?” 네 아버지는 네 살 때에 무엇을 했을까. 아마, 네 큰아버지하고 놀았겠지. 네 큰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함께 놀자고 했겠지. “벼리는 네 살 때 뭐 했어요?” 이제 일곱 살이라 네 살 적 일은 떠올리지 못하나. 모르는 노릇입니다. 일곱 살 아이는 제가 네 살 적 일을 다 떠올리면서 물을 수 있고, 참말 안 떠오르니 물을 수 있습니다. 벼리야, 네가 네 살이던 때에는 갓 태어난 네 동생을 옆에 두고 그림책을 읽어 주었단다. 그때 너는 아직 글을 읽지 못했지만, 그림책에 나오는 그림을 살펴 이야기를 너 스스로 지어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그때 네 어린 한살배기 동생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네 목소리를 가만히 들었단다.


  아이가 묻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나도 일곱 살 적에 우리 큰아이와 똑같은 말을 누군가한테 여쭈었는지 모릅니다. 우리 어머니한테든, 작은어머니나 작은아버지한테든, 이웃 아주머니나 다른 어른한테든, 이런 말을 여쭈면서 ‘나이’와 ‘삶’을 궁금하게 여겼을는지 모릅니다. 예전에 내 둘레 어른들은 무어라 말했을까요. 그분들도 그분들이 네 살 적이나 일곱 살 적에 신나게 뛰놀았다고 말했을까요. 아니면, 그분들은 어릴 적부터 고단하게 일을 했다고 말했을까요.



.. 온 세상이 커다란 뜰이에요 ..  (11쪽)




  시외버스를 타고 긴 마실을 나옵니다. 네 살 작은아이와 나란히 앉습니다. 아침 일찍 깨어나서 버스를 오래 타느라 힘들 만합니다. 졸음이 찾아오는구나 싶지만 좀처럼 잠들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더 놀렸다가 재우면 될까 하고 생각하며 손가락놀이를 합니다. 네 살 작은아이는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여서 놀기만 해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립니다. 손바닥과 손가락을 써서 놀이를 하면서도 온통 즐거운 빛이 흐릅니다.


  어쩌면 나도 네 살 적에 손가락놀이 하나로도 즐거운 하루였지 싶습니다. 꼼짝할 수 없는 시외버스에서 여러 시간 앉아야 할 적에, 노래를 부를 수도 없고 뒹굴 수도 없는 시외버스에서 내내 앉아야 할 적에, 그저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며 놀더라도, 이 놀이 하나로 새로운 곳에 날아가서 웃음꽃이 되었지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와 놀면서 어버이인 나도 ‘시외버스에 있다는 느낌’을 잊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내는 차바퀴 소리를 잊고, 버스가 웅웅 떨리는 소리를 잊습니다. 오직 아이 눈빛과 손길을 바라봅니다. 오직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 세상은 오래되었어도 새로워요 ..  (14쪽)





  리즈 가튼 스캔런 님이 쓴 글하고 말라 프레이지 님이 빚은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온 세상을 노래해》(웅진주니어,2010)를 읽습니다. 책이름처럼 우리들은 늘 노래하면서 살아갑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흐르는 노래를 듣기도 할 테지만, 늘 노래하면서 살아갑니다. 밥을 지으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길을 걸으면서, 자동차 손잡이를 붙잡으면서, 언제나 노래합니다.


  어느 때에는 사랑스럽구나 싶은 노래를 부르고, 어느 때에는 안 사랑스럽구나 싶은 노래를 부릅니다. 사랑스럽구나 싶은 노래를 부르면, 내 마음에서 사랑스러운 빛이 흐르면서, 둘레에 사랑스러운 기운을 퍼뜨립니다. 안 사랑스럽구나 싶은 노래를 부르면, 내 마음에서 안 사랑스러운 빛이 떠돌면서, 둘레에 안 사랑스러운 기운을 흩뿌립니다.


  우리들은 언제 즐거울까요. 우리들은 언제 웃을까요. 우리들은 언제 신나게 춤을 추거나 노래할까요. 우리들은 언제 즐겁게 어깨동무를 하거나 두레를 하면서 삶을 밝힐까요.



.. 보고, 듣고, 냄새 맡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이 세상이지요. 그 모든 것이 너와 나, 우리랍니다 ..  (36∼37쪽)




  함께 이곳에 있습니다. 너와 나는 늘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나무와 사람은 늘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바다와 하늘은 늘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아이와 어른은 늘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빛과 어둠은 늘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랑과 함께 무엇이 이곳에 늘 있을까요. 평화와 함께 무엇이 이곳에 늘 있을까요.


  생각을 기울여요. 귀를 기울여요. 마음을 기울여요. 생각을 기울여 삶을 짓고,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지으며, 마음을 기울여 사랑을 지어요. 지구별은 언제나 나이고, 나는 언제나 지구별입니다. 4347.7.1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들은 안다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마실을 한다. 합정역에서 내려 걷는다. 길가에 있는 배전반이라고 하나, 어떤 설비 뚜껑에 그림이 하나 조그맣게 붙는다. 그림에는 글이 짤막하게 붙는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그림을 보면 배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가 풍선을 달고 떠오른다.


  여러모로 뜻과 이야기가 깃든 그림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그림과 글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사진을 한 장 찍어 남긴다. 아이들 손을 잡고 다시 길을 가며 생각한다. 참을 바라보려 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나, 참을 바라보려 하는 사람이 있다. 거짓을 알아채려 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나, 거짓을 알아채려 하는 사람이 있다. 신문과 방송과 책과 학교가 참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면, 참을 생각하지 않고 거짓을 참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어떠한 매체가 어떠한 소리를 내놓아도 마음 깊은 데에서 우러나오는 참빛을 바라보면서 참길을 걸어가는 사람도 무척 많다.


  가야 할 길은 하나이다. 바라보아야 할 곳은 하나이다. 살면서 아름답게 보듬을 길은 하나이다. 아이들과 함께 나아갈 곳은 하나이다. 사람들은 안다. 아는 사람들은 스스로 씩씩하게 움직인다. 4347.7.1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일곱 살 큰아이를 무릎에 앉혀서 버스를 탄다. 큰아이 무릎과 다리를 주무르는데 “아까 계단에서 넘어져서 다쳤어요. 피 났어요. 괜찮아요. 다시 일어났어요.” 하고 말한다. 큰아이는 씩씩하게 잘 다니지만 네 살 작은아이는 아직 걸음이 더디거나 다리힘이 적어 으레 작은아이만 살피다가 큰아이가 넘어진 줄 몰랐다. 문득 큰아이 무릎을 살펴보니 곳곳에 넘어져서 다쳤다가 아무는 자국이 보인다. 참 자주 넘어져서 다쳤다가 아무는구나. 앞으로 오래도록 안 넘어지고 뛰놀면 이 모든 자국이 감쪽같이 사라질 테지. 아이들은 꼭 넘어져서 다쳐야 자라지는 않을 테지만, 하나씩 새롭게 느끼고 마주하며 겪는 일이 있기에 자란다. 넘어지는 일이든 노래하는 일이든 춤추는 일이든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울려 노는 일이든, 새롭게 맞이하면서 누리는 삶이 밑거름이 되어 자란다. 그림책 《찢어진 가방》을 읽는다. 저 혼자 ‘예쁜이’라고 여기던 분홍 가방은 어린 조카들이 갖고 놀다가 그만 찢어진다. 한쪽이 찢어지면서 그만 울보가 된다. 가방 임자는 찢어진 데를 기워서 언제나처럼 아끼지만, ‘찢어진 가방’이 되었으니 더는 사랑받지 못하리라 여긴다. 참말로 가방 임자는 ‘찢어진 가방’을 사랑하지 않을까? 찢어진 가방을 안 사랑하는데 찢어진 데를 기워서 쓰려 할까? 냇물과 같은 이야기가 흐른다. 4347.7.1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찢어진 가방
김형준 지음, 김경진 그림 / 어린이아현(Kizdom) / 2012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1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7월 10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엊저녁에 일산에 닿다.

지치고 고단한 아이들은 먼저 잠들다.

곁님과 함께 장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튿날 낮에

인천에 있는 경인방송으로

라디오 취재를 하러 간다.


두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할 텐데

그곳 방송작가나 다른 이들이

인터뷰 하는 동안 잘 놀아 주겠지.


아무래도,

일산에서 인천까지 전철로

두 아이 데리고 가기에는 힘드니

택시를 타고 가야지 싶다.


고흥에서 일산까지

버스와 전철과 다시 버스와 전철과...

열 시간 가까이 애먹은 아이들을

다시 전철을 못 태우겠다.


잘 자고,

아이들이 즐겁게 일어나서

기운을 차리기를 빌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상상력과 표현력


  지난날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 학교를 다니는 일이 없었습니다. 지난날에는 학교란 데가 없기도 했어요. 그러면 옛날 글꾼은 어떻게 글을 썼을까요? 삶을 가꾸면서 글을 썼어요. 날마다 하루를 새롭게 짓고, 밥이며 옷이며 집이며 스스로 지으면서 글을 썼어요. 예전에는 삶도 밥도 집도 살림도 글도 생각도 스스로 지었습니다.

  들과 숲에서 풀을 뜯으며 글을 씁니다. 멧골에서 나무를 하며 글을 씁니다. 아이를 낳고 돌보며 글을 씁니다.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을 골고루 누리거나 마주하면서 글을 씁니다.

  지난날에는 상상력이라든지 표현력 같은 말을 안 썼습니다. 그저 글을 써서 나누었을 뿐이요, 이야기를 오순도순 주고받았습니다. 기나긴 날에 걸쳐 슬기와 사랑을 가다듬어 삶글을 이루고 빛글을 낳아 물려주었어요. 그러니까, 작품이 되도록 하거나 문학이 되게끔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저마다 이녁 삶에 비추어 들려주고 이녁 말씨로 밝혔어요.

  스스로 늘 삶을 지으니 생각도 늘 짓습니다. 생각힘, 곧 상상력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늘 삶과 밥과 집을 지을 뿐 아니라 말을 지으니 말힘, 곧 표현력을 근심하지 않습니다.

  참말 예전에는 마을마다 집집마다 말을 스스로 지었습니다. 바로 사투리입니다. 오늘날에는 삶도 밥도 집도 말도 스스로 짓지 않고 학교만 다니고 책만 읽습니다. 오늘날에는 새로 짓는 삶이 깃든 새로운 말이 태어나지 못하고 새 글이 좀처럼 태어나지 못해요.

  문학이 나오고 대학교 문예창작학과가 생기며 문학강의가 넘칩니다. 그러나 삶을 밝히거나 가꾸려는 빛은 자리를 잃어요. 글은 늘 삶을 담았으나, 학문이나 예술이나 문화나 문학이 되면서 삶을 잃거나 등집니다. 노래가 되지 못하고 이야기로 뻗지 못하니 오늘날 문학은 어린이책에서도 어른책에서도 표현력만 자꾸 따져요. 상상럭이 없으니 억지로 쥐어짜요. 가장 쉽고 사랑스러운 길에서 그예 멀어지기만 합니다. 4347.7.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