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망울


별을 바라보는 눈에는
별빛이 서린다.

숲을 마주하는 눈에는
숲빛이 푸르다.

해를 얼싸안는 눈에는
햇빛이 말갛다.

소복소복 흰눈 맞아들이면
눈빛이 곱다.

사랑하고 싶기에 사랑하고
꿈꾸고 싶기에 꿈꾸며
웃고 싶기에 웃네.

오늘 하루는
노래하는 이야기잔치.


4347.7.1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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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술동무 책읽기


  일산으로 아이들과 치과마실을 온다. 사흘째 지낸 토요일 아침에 혼자 전철을 달려 인천으로 간다. 내 오랜 술동무를 만나러 간다. 몇 해만에 보는지 모른다. 모두 그동안 어떤 삶을 일구며 마흔 살이 되었을까. 저마다 스스로 가꾼 고운 눈빛을 마주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곁님과 아이들한테 홀가분하게 돌아가서 내가 날마다 새롭게 지을 삶을 생각해야지. 전철길에 책 한 권 찬찬히 읽는다. 이제 시집을 꺼내어 읽다가, 살가운 벗한테 선물할 시를 써야겠다. 4347.7.1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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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개구리



  일산 할머니가 아침을 차려 주신다. 아이들과 먹을 돌나물을 뜯는다. 갑자기 뽀옹 하면서 참개구리 한 마리 펄쩍 뛴다. 참개구리는 돌나물에서 펄쩍 뛰어오르면서 똥을 싼다. 어이고, 네가 여기에서 쉬는구나. 아침에도 네 노랫소리가 가늘게 들리더니.


  풀밭 개구리는 풀밭에서 모기랑 파리랑 여러 풀벌레를 잡아서 먹겠지. 풀밭 개구리는 풀밭에서 푸른 숨결을 마시면서 푸른 빛으로 쉬겠지. 아이들아, 우리는 푸른 밥을 먹으면서 푸른 하루를 연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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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이모 이모부와 (2014.7.11.)



  이모랑 이모부하고 만나서 노는 즐거움을 누리는 사름벼리와 산들보라를 바라본다.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모부 품에 안긴 사름벼리를 먼저 그린다. 그러고 나서 이모 곁에서 노는 산들보라를 그린다. 네 사람이 사랑스럽게 어우러지는 빛을 그린다. 연필로 슥슥 한달음에 그린다. 네 사람이 앞으로도 사랑스레 어우러지면서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삶을 가꿀 수 있기를 빈다. 아이들이 이웃과 동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잘 다스리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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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코 3
쿄우 마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34



따뜻해졌어?

― 미카코 3

 쿄우 마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미우 펴냄, 2011.7.30.



  내가 곁님을 주무르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곧잘 아버지나 어머니를 조물조물 주물러 주곤 합니다. 조그마한 손으로 커다란 어버이 몸뚱이를 주무릅니다. 아이들 손아귀에 얼마나 힘이 있겠느냐 싶지만, 살살 만지는 손길에 묻어나는 따사로운 빛을 느낍니다. 꾹꾹 눌러 주지 않아도 개운합니다. 힘껏 짚어 주지 않아도 시원합니다.


  더운 여름날 늘 아버지가 아이들한테 부채질을 선물합니다. 가끔 아이들이 아버지한테 부채질을 돌려줍니다. “아버지, 덥지요?” 하면서 이마와 콧잔등에 땀을 내면서 부채질을 합니다. “괜찮아. 고마워. 너희들이 부채질 받아.” 하면서 부채질을 다시 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압니다. 저희한테 다가오는 느낌이 즐거움인지 서운함인지 쓸쓸함인지 기쁨인지 모두 압니다. 아이들한테 어른들이 따사로운 손길을 내미는지 거친 손길을 뻗는지 모두 압니다. 사랑은 새로운 사랑이 되어 퍼집니다. 미움은 새로운 미움이 되어 번집니다.



- “잔뜩 있네. 비슷비슷한 색이.” “잘 봐. 이건 진한 빨강. 그 옆은 오렌지 빛이 도는 거. 이건, 장미색. 이건 진짜 장미꽃이 들어 있는 거라서 내가 산 물감 중에서 제일 비싸. 한번 맡아 봐.” “내가 왜?” “됐으니까 빨리!” (6∼7쪽)





  아직 수저질이 서툰 아이들한테 밥을 떠먹이곤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수저질이 익숙해지는 어느 때에 저희 작은 숟가락에 밥을 떠서 내밉니다. 이러면서 한 마디를 붙이지요. “자, 먹어.” 그래, 네가 주는 밥 맛나게 먹을게.



- “따뜻해졌어?” (18쪽)



  바람이 싱그럽게 불면서 들을 간질입니다. 바람이 푸르게 불면서 숲을 보듬습니다. 바람은 시골에서도 불고 도시에서도 붑니다. 바람은 시골집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한테도 불고, 도시 한복판을 달리는 자동차 지붕에도 붑니다.


  바람은 어떤 빛일까요. 바람은 어떤 숨결일까요. 바람 한 점은 우리한테 어떤 노래가 되어 스며들까요.


  바람을 마시면서 풀이 돋습니다. 바람을 머금으면서 나무가 우거집니다. 바람을 들이켜면서 풀벌레와 개구리가 노래합니다. 바람을 쐬면서 사람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꿈을 키웁니다.





-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음. 딱히 없어. 어리광도 좀 부리고 그래. 아플 때는 아이 때로 돌아가도 되는 거야!” (50쪽)

- “토끼 만들어 줘!!” “사과 먹고 싶어?” “토끼 만들어 줘! 아니야. 잘라서 토끼로 만드는 거야!” “잘라서? 음.” “거기서 멈춰! 반 되면! 귀 만들어 줘. 여기 있는 사과도 몽땅!” “뭐?” (59쪽)



  만화책 《미카토》(미우,2011) 셋째 권을 읽습니다. 수수한 이야기가 감도는 만화책 《미카코》를 그린 쿄우 마치코 님은 어떤 넋으로 지구별을 바라볼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나온 이녁 만화책은 아직 《미카코》뿐인데, 이 만화책 한 권을 거쳐 만화쟁이 한 사람 숨결을 어느 만큼 받아마실 수 있을까 헤아려 봅니다.


  작은 아이들이 작게 빚는 사랑은 작은 마을에 작게 드리웁니다. 작은 아이들이 작게 빚는 노래는 작은 마을에 작게 스며듭니다. 작은 아이들이 작게 빚는 꿈은 작은 마을에 작은 씨앗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자그마한 나무로 자랍니다.





- “미도리카와 애인 말이야!! 있는 거 왜 숨겼어? 그리고 그 사람 대학생이라며? 선생님이라며? 그래도 되는 거야?” “애인 같은 거 없어. 다 거짓말이야.” “그럼……. 그럼! 없는 거면 우리 사귀자!” (132∼133쪽)



  사랑은 교과서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꿈은 대학입시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노래는 졸업장에서 샘솟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책에서 흐르지 않습니다. 한겨울에 따뜻하게 내민 작은 손에서 사랑과 꿈과 노래와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한여름에 시원하게 내민 작은 손에서 이야기와 노래와 꿈과 사랑이 자랍니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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