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11) 시작 49 : 울기 시작했어요


혼자 남은 꼬마 늑대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어요

《니시마키 가야코/이선아 옮김-킁킁 맛있는 냄새가 나》(비룡소,2007) 32쪽


 울기 시작했어요

→ 울어요

→ 울려고 해요

→ 울음이 나와요

→ 울음이 터져요

 …



  훌쩍훌쩍 웁니다. 활짝활짝 웃습니다. 훌쩍훌쩍 울려고 합니다. 활짝활짝 웃으려고 합니다. 울음이 나오고, 웃음이 나옵니다. 울음이 터지고, 웃음이 터집니다. 울음이 샘솟고, 웃음이 샘솟습니다.


  찬찬히 삶이 흐릅니다. 이야기가 흐르고 빛이 흐릅니다. 수수한 말 한 마디에서 생각이 자라고, 고운 글 한 줄에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기뻐서 웃고, 슬퍼서 웁니다. 4347.7.3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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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좋아요



  작은아이가 곧잘 아버지 무릎에 안긴 뒤 나즈막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좋아요.” 하고 말한다. 졸려서 저녁에 아버지 무릎에 안겨 꾸벅꾸벅 졸다가 곯아떨어지기 앞서, 읍내로 군내버스를 타고 마실을 가는 길에 아버지 무릎에 안겨 노래를 하다가 어느새 까무룩 잠들기 앞서, 작은아이는 귀여우며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나긋나긋 이야기한다.


  큰아이가 잠자리에서 아버지 옆에 누우며 곧잘 “아버지가 좋아요.” 하고 말한다. 두 아이는 함께 말하는 일이 없다. 서로 눈치를 보지는 않을 테지만,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따로 말하고,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따로 말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집에 있을 적에도 어머니 귀에 대고 “어머니가 좋아요.” 하고 속닥속닥 말하곤 한다.


  장난꾸러기에 개구쟁이인 아이들인데, 두 아이 모두 다리에 힘이 붙는다면서 마실길에 늘 멀찌감치 앞장서서 달리는데, 멀리 앞장서서 달리면서도 저 앞에서 “아버지 얼른 와요!” 하고 부른다. 쳇, 아버지는 짐을 잔뜩 짊어지고 가니 얼른 못 가잖니. 너희가 기다려 주어야지. 4347.7.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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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긷는 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348
한승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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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61



시와 시골빛

― 달 긷는 집

 한승원 글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8.6.13.



  시골에서 살지만 시골이 즐겁지 않은 사람은 ‘아름다운 시골길’을 찬찬히 걷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사는데 도시가 기쁘지 않은 사람은 ‘예쁜 골목길’을 천천히 걷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살더라도 깜깜한 밤이 내키지 않아 곳곳에 등불을 밝히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동안 어두운 밤은 만난 적이 없고, 밝은 낮을 새롭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봄은 따스한 바람이 불면서도 밤에는 쌀쌀합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지만 햇볕이 쨍쨍 내리쬡니다. 가을에는 보드라운 바람이 불면서도 밤에는 선선합니다. 겨울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면서도 곧잘 포근한 볕이 드리웁니다.


  철마다 다른 지구별입니다. 씨줄과 날줄에 따라 날씨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우리 겨레가 살아가는 이 터에는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있습니다. 철마다 빛이 다르고, 철마다 다른 빛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 우리 막내고모 가마 타고 시집에 간 첫날 상다리 휘어지는 신부상을 받았는데, 상 위에는 젓가락으로 집어 먹어야 할 것들뿐이었습니다. 처녀 시절 부뚜막에 앉아 바가지에 밥을 담아 먹곤 한 막내고모는 젓가락질을 할 줄 몰랐습니다 ..  (족두리 꽃)



  바람에 귀를 기울여 봐요. 바람이 우리한테 어떤 노래를 베풀고 싶은지 들어 봐요. 서양에서 어떤 이들이 지은 교향곡을 들어도 좋으나, ‘사람이 지은 모든 노래’는 가만히 내려놓은 뒤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들어 보아요.


  바람이 풀잎을 건드리면서 부르는 노래를, 바람이 바닷물이나 냇물이나 골짝물을 건드리면서 부르는 노래를, 바람이 구름이나 무지개를 건드리면서 부르는 노래를, 바람이 비나 눈을 건드리면서 부르는 노래를 곰곰이 들어요.


  바람노래를 들었으면 바람빛을 바라봅니다. 아침에 흐르는 바람빛을 보고, 낮과 저녁에 흐르는 바람빛을 봅니다. 새벽과 밤에 흐르는 바람빛을 보며, 갠 날과 흐린 날에 흐르는 바람빛을 봅니다.


  바람노래를 듣고 바람빛을 보았다면 바람내음을 맡습니다. 숲에서 부는 바람이 실어 나르는 내음을 맡습니다. 들에서 부는 바람이 실어 나르는 들꽃내음과 들풀내음을 맡습니다. 바닷내음을 맡고, 마당에 넌 빨래를 건드리는 내음을 맡습니다.



.. 전원생활 하겠다고 서울에서 장흥 안양 산골로 이사 온 / 중년 남자가 숭어회에 포도주 한잔을 걸치면서 / 5백 평 산밭에 심은 콩씨 파먹어버린 / 비둘기와 꿩을 원망했을 때, 마주 앉은 / 풋늙은이는 토굴 연못가의 주렁주렁하던 황금색 살구를 모두 따먹어버린 / 어치와 물까치와 무당새를 저주했습니다 ..  (하늘 길)



  풀과 나무는 햇볕을 먹으면서 자랍니다. 풀과 나무는 바람을 먹으면서 자랍니다. 풀과 나무는 빗물과 눈송이를 먹으면서 자랍니다. 풀과 나무는 흙을 먹으면서 자랍니다. 그리고, 풀과 나무는 사람들이 베푸는 사랑과 이야기를 먹으면서 자랍니다.


  사람은 어떻게 자라는가요? 학교에 넣으면 알아서 자라지 않겠지요?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는가요? 학원에 넣거나 참고서를 풀라고 던져 주면 자라지 않겠지요?


  사람과 풀이랑 나무하고 똑같습니다. 사람도 햇볕과 바람과 빗물과 눈송이와 흙을 먹으면서 자랍니다. 사람도 이웃과 동무가 베푸는 사랑과 이야기를 먹으면서 자랍니다.


  햇볕이 없고 바람이 없다면, 숲이나 사람은 모두 죽습니다. 비와 눈이 없다면, 숲이나 사람은 모두 시듭니다. 흙이 없거나, 사랑이나 이야기가 없으면, 숲도 사람도 풀이 죽으면서 고개가 꺾입니다.



.. 꿈속에서 또 《조선왕조실록》을 펼쳐 보다가 / 이런! 쯧쯧! 하고 혀를 찼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의 갈피갈피에 우글거리는 / 하루살이들의 찬란하게 반짝거리는 날개들이 하도 덧없고 가엾어서 ..  (날개)



  한승원 님이 빚은 시를 엮은 《달 긷는 집》(문학과지성사,2008)을 읽습니다. 한승원 님은 이 시집을 이녁 시골인 전남 장흥에서 썼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한승원 님을 키운 사람들 이야기를 싯말에 담습니다. 글을 쓰는 한승원 님을 이루도록 이끈 숲과 마을 이야기를 싯노래에 담습니다.


  시는 언제나 말입니다. 그러니 싯말입니다. 서로 오붓하게 어우러지면서 주고받는 말이 빛나기에 싯말입니다.


  시는 늘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싯노래(시노래)입니다. 나란히 오순도순 어깨동무하면서 나누는 노래가 흐드러지기에 싯노래입니다.



.. 나무숲이나 하늘이나 바다나 해나 달이나 별이나 구름이나 안개나 / 꽃송이나 천강의 물결이나 새들의 눈빛 속에 스며들어 / 저를 지켜보시는 당신 ..  (열꽃 피는 날의 기도)



  시골사람은 시골빛입니다. 시골마을에서는 마을빛입니다. 숲에서는 숲빛입니다. 바다에서는 바다빛이요, 멧골에서는 멧빛입니다. 하늘에서는 하늘빛이며, 흙에서는 흙빛입니다.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 사람은 사랑빛입니다. 꿈을 키우고 싶은 사람은 꿈빛입니다.


  어디로 나아갈 길인가요. 우리들은 저마다 어느 곳을 우리 보금자리로 삼아서 어떤 길로 나아갈 때에 아름다울까요. 어떤 밥을 먹고, 어떤 옷을 입으며, 어떤 집을 지을 적에 우리 삶이 즐겁거나 아름다웁거나 사랑스러울까요.



.. 평상에 누워 / 피어오르는 모깃불 연기 사이로 / 별 하나 꽃꽃 별 둘 꽃꽃 헤아리던 어머니 / 먼 마을에서 들려오는 어미 소 울음소리에 / ‘아야! 그래서 그랬던갑다.’ 하고 나서 / 큰댁 할머니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  (고향 노을)



  한여름 칠월 끝자락에 시집을 읽습니다. 한여름 칠월이 저물고 팔월을 앞둔 한낮에 아이들과 골짜기로 나들이를 가서 시집을 읽습니다. 우리 네 식구 깃든 전남 고흥 시골자락에서 골짜기까지는 가깝습니다. 걸어서 삼십 분 남짓이면 넉넉합니다. 자전거를 달리면 옷이 옴팡 젖도록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립니다. 땀에 젖은 옷과 몸은 골짝물로 씻습니다. 한참 골짝물놀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개운합니다. 골짝물에 온몸을 담그면 골짜기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와 가재와 도룡뇽이 방긋방긋 고개를 내밉니다. 어떤 이는 골짜기까지 자가용을 몰고 찾아와서 고기를 굽느니 고스톱을 치느니 술을 들이붓느니 하고 시끄럽습니다. 우리 식구는 왈짜하고 멀찌감치 떨어진 골짜기에 깃듭니다. 골짜기에서는 바람소리를 들으려 합니다. 골짜기에서는 나뭇잎빛을 누리려 합니다. 골짜기에서는 물소리와 물빛을 마주하려 합니다. 농약도 비료도 비닐도 경운기도 아닌, 수수한 흙과 풀과 하늘이 어우러진 빛을 느끼고 싶습니다.


  골짜기에 그늘을 드리우는 커다란 나무가 푸른 잎사귀 하나 톡 떨굽니다. 나뭇잎은 톡 소리를 내면서 골짝물에 내려앉습니다. 골짝물에 내려앉은 가랑잎은 물살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흐릅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습니다.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아이들 따라 웃고 노래를 부릅니다. 여름이 더우면서 시원하고 싱그럽습니다. 4347.7.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집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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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짜기에서 시집을 읽는다. 아이들과 골짝마실을 하면서 어떤 책을 하나 가져가 볼까 생각하다가 시집을 고른다. 시집 가운데, 전남 고흥과 바다로 맞닿은 전남 장흥에서 글을 쓰고 마실을 다니면서 아름다운 빛을 누린다고 하는 한승원 님이 쓴 시집을 옷가방에 넣는다. 자전거를 끌고 땀을 바가지로 쏟으면서 골짜기에 닿은 뒤, 아이들하고 삼십 분 남짓 함께 물놀이를 한다. 그러고 나서, 내 몸을 파랗게 물들이는 춤을 한 사위 춘다. 아이들이 노는 앞에서 혼자 춤을 춘 뒤, 즐겁게 시집을 펼친다. 아이들 노랫소리와 함께 시를 하나하나 읽는다. 시집 《달 긷는 집》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을까. 한승원 님은 이녁이 걸어온 나날을 어떻게 돌아보면서 어떤 말을 이녁 딸아들한테 남기고 싶었을까. 소설을 쓰고 시를 쓰는 삶을 빛낸 한승원 님 발자국을 촘촘히 아로새기듯, 한승원 님한테 애틋한 사람들 낯빛과 목소리가 싯말마다 흐른다. 한동림, 한강 두 사람은 아버지가 쓴 시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릴까, 웃음을 흘릴까. 곰곰이 헤아려 본다. 작은아이가 춥다고 부른다. 시집을 덮고 옷을 갈아입혀야겠다. 4347.7.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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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긷는 집
한승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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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효진 님이 썼다고 하는 ‘환경책’을 장만한 지 한 해가 지나서 읽는다. 공효진 님은 둘레에서 ‘패션책’을 내라는 소리를 으레 들었다고 하는데, 이녁 스스로 쓰고 싶은 이야기는 ‘환경’이었다고 한다. 그러면, 《공효진의 공책》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은 환경을 얼마나 생각하거나 헤아린다고 할 만할까? 환경책이라 해서 재생종이를 꼭 써야 할 까닭이 없고, 콩기름을 써야 할 일도 없다. 올바른 넋으로 제대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공효진 님이 쓴 이야기는 어떠할까? 올바로 바라보면서 슬기로운 빛을 보여준다고 할 만할까? 이 책에 깃든 이야기는 나쁘지 않다. 다만, 나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글감을 ‘환경’으로 삼았으나 ‘공효진 화보집’이라고 해야지 싶다. ‘화보집’을 선보이면서 ‘환경 이야기’를 짤막하게 곁들였구나 싶다. 그러니까, 《공효진의 공책》은 환경책이 될 수 없다. 화보집이다. 화보집을 선보이면서 ‘나 예쁘지?’ 하고 자랑하는 책은 아니요, 화보집을 선보이면서 ‘나는 이렇게 살려고 한답니다.’ 하고 이녁 삶을 사랑하고픈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4347.7.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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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의 공책
공효진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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